완전무선 이어폰 트렌드, ‘편의성’ 넘어 ‘음질’로 간다
[IT동아 한만혁 기자] 무선의 자유로움을 극대화한 완전무선 이어폰(True Wireless Stereo, 이하 TWS). TWS는 케이블과 단자, 리모컨 없이 오직 유닛만 있는 이어폰을 말한다. 블루투스를 통해 소스 기기에 연결하고 터치패널 혹은 물리 버튼으로 기본적인 조작을 수행한다. 작은 유닛 안에는 소리를 재생하는 드라이버와 소스 기기와의 연결을 위한 송수신 장치, 배터리까지 모두 담았다.
가장 큰 특징은 진정한 무선의 자유로움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이다. 거치적거리는 케이블이 없으니 가방이나 겉옷에 걸릴 염려가 없고 마스크에 케이블이 엉켜 고생할 필요도 없다. 소스 기기에 얽매일 필요 없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TWS가 처음 주목받은 건 지난 2016년 출시한 애플 에어팟이다. 무선의 자유로움은 물론 아이폰과의 찰떡궁합을 강조하면서 편의성을 강조했다. 초기에는 모바일 액세서리 제조사가 열을 올렸다. 여기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각각 버즈 시리즈, 톤 시리즈를 선보이며 가세했다. 지금은 셀 수 없이 다양한 제조사가 TWS를 선보이고 있다. 그만큼 빠르게 대중화를 이뤘다. 공원이나 번화가, 대중교통 등 어디서든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심지어 어르신들 귀에도 꽂혀 있더라.
TWS 트렌드의 변화
초기의 TWS는 편의성, 그러니까 무선의 자유로움을 강조하는 것이 전부였다. 작은 유닛만 있으면 된다는 것만으로도 소비자 역시 만족했다. 그럴 만도 했다. 옆 사람은 가방에서 이어폰을 꺼내 엉킨 줄을 풀고 있을 때 나는 이어폰 유닛을 꺼내 착용하기만 하면 됐으니까. 당시에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편했고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는 얼마 가지 않았다. 소비자는 이내 안정적인 무선 연결, 자동 전원 및 페어링, 완성도 있는 마감 등 전반적인 제품의 퀄리티와 좀 더 편리한 기능을 따지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소니가 2017년에 선보인 WF-1000X다. 오디오 기기에 일가견이 있는 소니이기에 첫 TWS에 많은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불안정한 무선 연결, 다소 긴 지연시간, 떨어지는 휴대성 탓에 출시 당시 많은 소비자의 뭇매를 맞았다. 무선의 자유로움은 충분했으나 이미 소비자는 그 이상을 원했던 것이다. 노이즈캔슬링 기능을 추가하긴 했지만 이 역시 이어폰이라는 한계 탓에 그리 부각되지는 못했다.
이에 제조사들은 TWS를 한층 완성도 있게 가다듬기 시작했다. 블루투스 버전을 높이거나 퀄컴 칩셋을 적극 적용해 무선 연결의 안정성을 높이고 지연속도를 줄였다. 하우징은 다양한 재질과 디자인을 적용해 편의성과 착용감을 개선했다. 자동 전원 및 페어링 등 부가기능도 추가했다.
일부 제조사는 TWS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노이즈 캔슬링을 추가하거나 통화품질을 개선하는데 주력했다. 노이즈 캔슬링은 주변 소음을 차단해 이어폰이 구현하는 소리에 집중하도록 돕는 기술이다. 작은 유닛의 이어폰이라는 태생적인 한계 탓에 헤드폰 대비 확연한 성능을 체감하기는 어렵지만, 음악 감상이나 전화 통화 시에는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제조사들은 노이즈 캔슬링의 레벨을 세분화하거나 주변 소음을 분석해 능동적으로 조절되는 방식을 적용하는 등 노이즈 캔슬링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다.
통화품질은 TWS의 고질적인 단점으로 꼽히는 부분이다. 제조사는 통화품질을 개선하기 위해 마이크 배치나 유닛 디자인을 바꿨다. 유닛 외부에 마이크를 달아 주변 소음을 모니터링하고 이를 분리해 사용자의 목소리를 보다 선명하게 전달하는 방식을 적용하기도 했다. 통화품질의 경우, 여전히 개선 여지가 있는 만큼 제조사의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
어느 정도 완성도를 갖춘 TWS가 많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유선 이어폰을 고수하는 이들이 있다. 그들이 TWS를 꺼리는 이유는 딱 하나다. 바로 음질. 음원 데이터를 무선으로 전달하면서 음질 손실이 생겨 음질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물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고음질 코덱이 나오고 있지만 그들을 충족시키기에는 여전히 아쉽다. 이는 비단 마니아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최근 들어 TWS도 음질을 따지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사용하기는 편한데 음질이 안 좋다는 이유로 구매하지 않는다는 반응도 자주 보인다. TWS 판매 페이지의 상품평을 보면 사용하기는 편한데 음질이 안 좋아 별로라는 평가가 달리는 경우도 있다. 편리함과 완성도를 충분히 누린 소비자들은 이제 이어폰 본연의 기능인 소리, 즉 음질에 관심을 두고 있다.
이에 TWS 제조사들도 음질을 신경 쓰기 시작했다. 이미 TWS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애플, 삼성전자, 소니는 말할 것도 없고 일부 저가 브랜드도 음질을 어필하는 추세다. 게다가 우수한 음질로 정평이 나 있는 오디오 전문 제조사들도 TWS를 선보이고 있다.
3대 헤드폰 제조사로 꼽히는 젠하이저, 베이어다이나믹, AKG도 음질을 강화한 TWS를 선보였다. 하이엔드 오디오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바워스앤윌킨스(B&W), 뱅앤올룹슨(B&W), 드비알레 등도 TWS 시장에 뛰어들었다. 벌써 몇 세대에 걸쳐 제품을 내놓은 곳도 있다. 하나 같이 음질에 주안점을 두고 사운드 성능을 강화한 제품이다. 자사 고유의 음색을 TWS에 적용하기도 했다. 탄탄한 완성도와 디자인은 기본. 그러자 유선 이어폰을 고수하던 마니아들도 TWS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음질까지 따지는 당신에게 추천하는 TWS
애플 아이폰을 쓴다고 해서 에어팟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스마트폰이 삼성전자 갤럭시라고 해서 갤럭시 버즈 시리즈만 쓰라는 법은 없다. 무선의 편리함이나 편의 기능, 완성도는 어느 정도 상향평준화됐으니 이제는 음질을 강화한 보다 다양한 TWS에 눈길을 돌려 보는 것도 좋다. 좀 더 좋은 음질을 어디서든 편하게 즐기고 싶다면, 음질 탓에 유선 이어폰을 고수하고 있다면 아래 제품을 주목해보자. 오디오 전문가와 커뮤니티에서 음질 좋기로 인정받고 있는 제품이다. 한 마디로, 더 좋은 음질로 무선의 편리함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TWS다.
노블 포커스 프로(Noble Fokus Pro)
미국의 인이어 모니터 전문 제조사 노블(Noble)이 만든 TWS다. 내부에 8.2mm 다이내믹 드라이버와 2개의 밸런스드 아마쳐 드라이버를 넣었다. 크기가 작은 TWS 특성상 3개의 드라이버를 넣은 건 보기 드문 일이다. 그만큼 우수한 사운드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해상력이 높고 선명한 음색을 즐길 수 있다는 평가가 많다. 유선 인이어 모니터링 이어폰 못지않다고. aptX 등 고음질 코덱을 지원하며 블루투스 5.2와 퀄컴 SoC QCC3040 칩셋을 적용해 안정성을 높이고 전력 소비를 줄였다.
B&W Pi7
하이엔드 오디오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B&W의 첫 TWS다. 많이 늦은 만큼 사운드 퀄리티를 강화했다. 해상력, 공간감은 기본이고 탄탄한 저음과 깨끗한 중음, 고음 등 전반적으로 두각을 나타낸다. 여기에는 9.2mm 다이내믹 드라이버와 밸런스드 아마쳐를 조합한 듀얼 하이브리드 드라이브 유닛이 들어갔다. 노이즈 캔슬링과 aptX 코덱을 지원하며 6개의 마이크로 통화 시 잡음을 최소화한다.
B&O 베오플레이 EX
빠르게 TWS 시장에 대응하며 여러 TWS를 선보인 B&O의 베오플레이 EX는 자사 TWS 중 가장 큰 9.2mm 드라이버를 적용했다. 이를 기반으로 선명하고 풍부한 사운드를 구현한다.B&O 시그니처 사운드를 즐기기에 부족함 없는 TWS라는 평가다. 여기에 주위 환경을 분석해 최적의 노이즈 캔슬링 설정을 맞추는 기술도 넣었다. 6개의 고감도 빔포밍 마이크로 통화품질도 개선했다. 블루투스 5.2, aptX 코덱 등을 지원한다.
드비알레 제미니
‘팬텀’ 시리즈로 이름을 알린 프랑스의 하이엔드 오디오 제조사 드비알레가 선보인 제미니도 음질 좋기로 소문난 TWS 중 하나다. 팬텀 스피커 고유의 디자인과 사운드를 담았다는 것이 드비알레의 설명. 선명한 음색과 해상력 부분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3단계의 노이즈 캔슬링을 지원한다.
글 / IT동아 한만혁 (m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