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합리적 소비자를 위한 OLED 태블릿, 레노버 탭 P11 프로 2세대
[IT동아 권택경 기자] 애플 기기를 온몸에 두른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계륵’으로 흔히 꼽히는 게 태블릿인 아이패드다. 아이패드가 나쁜 기기라서가 아니라, 높은 가격에 비해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인식 때문에 나오는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아이패드는 점점 생산성을 강조하며 고급화 노선을 타고 있다. 최고급 제품의 대용량 모델은 무려 330만 원을 넘기도 한다. 물론 330만 원 이상의 가치를 다 활용할 수 있는 전문가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소비자는 그렇지 않다.
이런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좀 더 저렴한 제품도 있지만, 애플의 절묘한 ‘급 나누기’가 문제다. 단순히 더 좋은 디스플레이와 높은 주사율로 콘텐츠를 감상하고 싶은 일반 소비자도 울며 겨자 먹기로 최고급 제품을 구매할 때가 적지 않다. 결국 용도에 비해 과할 정도로 좋고, 다 활용하지도 못할 기기를 비싼 가격에 주고 사게 되니 합리적 소비와는 거리가 멀어지게 된다.
태블릿 시장 일인자의 ‘급 나누기’로 생긴 공백을 합리적 구성과 가격의 태블릿으로 메우고 있는 건 안드로이드 진영 태블릿들이다. 비록 최고 성능의 칩세트가 달려있는 건 아니지만, 뛰어난 품질의 디스플레이와 다른 제조사라면 고급 제품에나 넣어줬을 기능들도 알차게 들어있는 제품이 많다. 노트북급 칩세트를 넣어줘봤자 그 성능을 다 활용도 못 할 대부분의 소비자에겐 더할 나위 없는 선택지다.
이런 안드로이드 진영 태블릿 중에서도 오랜 시간 ‘가성비’의 대명사로 사랑받은 제품이 레노버 탭 P11 시리즈다. 레노버 탭 P11 프로는 이 중에서도 좀 더 뛰어난 칩세트와 OLED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상위 제품으로, 이번에 살펴볼 모델은 지난해 출시된 2세대 모델이다.
레노버 탭 P11 프로에서 가장 눈에 띄는 요소는 단연 디스플레이다. 탭 P11 프로는 2.5K(2560x1536) 해상도의 11.2인치 OLED 디스플레이를 탑재하고 있다. OLED는 화면 소자가 직접 빛을 낼 수 있고, 검은색을 표현할 때는 소자를 완전히 끄는 방식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의 밝기 차이를 나타내는 명암비가 뛰어나다. 명암비가 높을 수록 밝은 부분은 더 밝게, 어두운 부분은 더 어둡게 표현할 수 있어 전체적인 화면 품질이 높아진다.
이처럼 OLED 디스플레이를 탑재하고 있는 만큼, 탭 P11 프로는 영상을 시청할 때 특히 만족도가 높은 제품이다. 색과 명암 표현을 더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기능인 HDR(고명암 대비)의 일종인 ‘돌비 비전’도 지원해, 이를 지원하는 영상이나 플랫폼에서 활용해볼 수 있다. 표현할 수 있는 색 범위를 의미하는 색 영역도 미국 영화 산업 업계 표준으로 통하는 DCI-P3 100%를 만족한다.
스피커 또한 JBL의 쿼드 스피커를 탑재해 양 측면에 각각 두 개 스피커가 배치되어 있어 꽤 풍부한 소리를 들려준다. 돌비의 입체음향 기술인 ‘돌비 애트모스’ 인증도 받아 이를 지원하는 영상이나 음향이 있다면 좀 더 입체감 있는 음향을 즐길 수 있다.
디스플레이에 별도의 저반사 코팅 등이 적용되지 않은 듯 반사가 심한 편이라는 점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주간이나 조명이 켜진 실내에서라면 다소 거슬릴 수 있다. 밝은 화면이 표시될 때는 그다지 문제 될 게 없지만 어두운 화면이 표시될 때는 주변 환경을 꽤나 적나라하게 반사한다.
물론 어두운 환경에서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으며, OLED의 뛰어난 암부 표현력 이점을 최대로 누릴 수 있다. 자기 전 침실에서 스탠드 등을 이용해 영상을 감상하는 상황 등에서 탭 P11 프로의 장점이 잘 발휘될 수 있다는 의미다.
영상 감상 외 목적으로 활용하더라도 탭 P11 프로는 충분히 제 몫을 한다. 탭 P11 프로에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로 미디어텍 콤파니오 1300T, 8GB 메모리가 탑재되어 있다. 스마트폰, 태블릿 AP 성능 비교에 흔히 사용되는 긱벤치 점수를 측정한 결과 싱글코어 약 980, 멀티코어 약 3100점 정도의 점수가 측정됐다. 대략 3년 전 출시된 플래그십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정도의 성능이라 할 수 있는데, 전문가급 영상 편집을 하는 게 아닌 이상 아쉬울 건 없는 수준이다.
실제로 탭 P11 프로로 웹서핑 등 기본적인 작업을 할 때 느리거나 버벅대는 느낌을 전혀 받지 못했다. 오히려 디스플레이가 120Hz 주사율을 지원하는 덕분에 부드러우면서도 빠른 반응성을 보여준다.
만약 탭 P11 프로에 좀 더 생산성을 높이고 싶다면 별도로 구매할 수 있는 태블릿 거치대를 겸하는 케이스, 키보드 등을 추가해 노트북처럼 활용할 수도 있다. 필기나 그림 그리기용으로 활용한다면 전용 터치 펜인 프리시전 펜 3도 추가할 수 있다. 쓰다가 필요에 따라 하나하나 구매하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처음부터 이러한 액세서리가 모두 필요할 것 같다면 풀 패키지를 선택하면 된다.
게임 성능도 꽤 준수한 편이다. 고사양 3D 게임인 ‘원신’을 실행해봤더니 그래픽 품질 ‘중간’ 설정에서 큰 속도 저하 없이 플레이가 가능했다. 물론 과열에 의한 성능 저하까지 고려하면 원신과 같은 고사양 게임을 장시간 즐기는 건 무리겠지만, 원신보다 가벼운 3D 게임이나 캐주얼 게임 정도라면 쾌적하게 즐길 수 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는 수준이다.
기기 외부 인터페이스를 살펴보면 상단에 전원 버튼과 저장공간 증설을 위한 마이크로SD 카드 슬롯, 하단에는 충전과 데이터 전송을 겸하는 USB 3.0 C타입 단자가 하나 탑재되어 있으며, 우측 상단에 음량 조절 버튼이 자리 잡고 있다. 카메라는 전면에 800만 화소, 후면에 1300만 화소 카메라가 각각 자리 잡고 있는데 전면 카메라는 화상 통화 및 회의 상황 용도로 활용하기 적합하도록 가로 위치에 배치해두었다.
무게는 공식 자료에는 480g으로 기재되어 있으며, 실측 결과는 475g이었다. 일반적인 태블릿 무게 수준으로, 한 손으로 오래 들고 쓰기는 힘들더라도 사용 편의성이나 휴대성에는 문제가 없다. 배터리 용량은 8000mAh인데 레노버에 따르면 최대 14시간 영상 재생이 가능하다고 한다.
레노버 탭 P11 프로는 국내 판매 중인 와이파이 128GB 모델 기준으로 약 59만 원에 구매할 수 있다. 좀 더 저렴한 제품을 찾는다면 OLED가 아닌 LCD를 탑재한 30만 원대의 탭 P11 일반 모델을 구매하는 것도 방법이다. 아무래도 직구 제품보다는 비싼 편이지만, AS가 안 되는 위험 부담을 감수해야 하니, 비용을 조금 아끼려다 골머리를 앓는 상황에 처하는 게 싫다면 정발 제품을 선택하는 편이 오히려 합리적일 수 있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