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업] 부지런컴퍼니 [3] “부지런컴퍼니가 추구하는 목적은 무엇입니까?”
[스케일업 x SBA] 스케일업팀이 서울산업진흥원(SBA)과 함께 ‘2022년 하반기 스케일업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스케일업팀은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각각의 스타트업이 현재 진행하고 있는 사업 전반에 대해 소개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도전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각자의 전문 영역에서 활동하는 여러 전문가를 연결해 도움을 드리고자 합니다.
[IT동아 권명관 기자] 부지런컴퍼니는 부모가 자녀에게 미션을 제공하고, 자녀가 미션을 수행하면 용돈을 줘 우리 아이의 올바른 자산 관리 및 경제 활동을 교육할 수 있는 앱 ‘부지런(BuzyRun)’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입니다. 2021년 11월 부지런 앱 베타 버전을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 출시한 뒤, 현재 사용자들로부터 요구사항을 받아 기능을 개선하고 있습니다. 부지런 포인트를 활용할 수 있는 앱 내 마켓, 사용자가 소통할 수 있는 앱 내 커뮤니티 등을 추가할 계획이죠.
이에 스케일업팀은 부지런컴퍼니 김주환 대표에게 패스파인더넷 강재상 대표와의 만남을 주선했습니다. 지난 만남을 통해 강재상 대표는 부지런컴퍼니가 타겟해야 하는 대상을 확정하고, 민간 기업 또는 공공 기관과 협업할 때 어떤 포인트에 집중해야 하는지 등을 조언했죠.
강재상 대표의 조언처럼 부지런컴퍼니는 고객 타겟을 명확하게 확정하지 못했습니다. 부모를 위한 앱인지, 아이를 위한 앱인지 모호했죠. 자녀에게 주는 용돈을 통해 올바른 경제관념을 교육할 수 있다는 명분에는 공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통해 어떻게 시장을 확대할 것인지, 기존 금융 기관 또는 교육 기관과 어떻게 협력할 것인지, 사업화 전략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확실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했죠.
스케일업팀은 강재상 대표와 함께 다시 한번 부지런컴퍼니를 찾았습니다. 지난 미팅에서 확인한 내용을 어떻게 개선하고 있는지, 그동안 달라진 것은 무엇인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는데요. 아래 기사는 패스파인더넷 강재상 대표와 부지런컴퍼니 김주환 대표의 두 번째 만남을 정리한 내용입니다.
말을 잘하면 IR 발표를 잘하는 것일까?
강재상 대표(이하 강 대표): 스케일업팀으로부터 부지런컴퍼니가 수정한 IR 자료를 받아서 확인했다. 이전과 비교해 부지런컴퍼니가 추구하는 것은 무엇인지, 시장 상황을 어떻게 예측하고 있는지,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고 도전하는 것인지 등을 조금 더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오늘은 수정한 IR 자료를 바탕으로 김주환 대표님의 발표를 듣고, 더 개선할 부분은 없는지 등을 이야기했으면 좋겠다.
김주환 대표(이하 김 대표): 지난 만남을 통해 우리가 대상으로 삼아야 하는 고객 타겟은 누구인지, 왜 부지런 앱을 개발했고, 어떻게 개선해 나갈 것인지, 추가할 기능은 무엇이고 왜 이런 기능을 추가했는지 등 조금 더 자세한 내용을 IR 자료에 담았다. 다만, 한 가지 걱정인 것은 말을 잘 하지 못해서 발표할 때 실수하지 않을까 부담이다.
강 대표: 하하. 발표에 대한 부담은 김 대표님만 느끼지 않는다. 많은 스타트업 대표님들이 회사 소개나 IR 발표를 어려워한다.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IR 발표는 더하다. 자칫 심사역에게 나쁜 인상을 줘서 투자를 받지 못하면 어쩌나라는 걱정은 누구나 한다.
말을 잘 하지 못한다고 했는데, 청산유수처럼 술술 말한다고 무조건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말을 잘 하더라도 불명확한 비즈니스 모델과 사업 전략을 바탕으로 심사역을 설득할 수는 없다. 말은 느리지만, 진정성 있는 모습에 가산점을 주는 심사역도 있다. 허황된 비전, 설득력 없는 사업 전략 등이 더 문제다.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후 김 대표는 수정한 IR 자료를 바탕으로 약 20분 동안 발표했다.)
강 대표: 평균적으로 IR 발표는 15분 정도에 맞추는데, 조금 늦기는 했다. 다만, 그렇다고 ‘빨리 말해야 한다’라는 생각은 하지 않길 바란다. 오히려 김 대표님의, 약간은 느린 발표에 신뢰감을 받았다. 특히, 부지런컴퍼니는 우리 아이의 미래를 위한 생활 습관, 경제 교육을 제시한다. 아이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다. 때문에 잘 말하는 것보다 느리더라도 상대의 신뢰를 이끌어 내야 하는 아이템이다. 발표를 시간 내에 마쳐야 하는 것보다 진정성을 담은 전달을 우선해야 한다는 뜻이다.
다만, 발표하면서 IR 자료에 있는 내용을 모두 다 읽을 필요는 없다. 대부분의 IR 발표에 참여하는 심사역은 이미 자료를 받는다. 심사역 책상 위에 IR 자료를 보면서 듣는다는 뜻이다. 또한, 발표자 뒤 화면을 통해서도 IR 자료를 본다. 중복된 내용이라는 뜻이다.
IR 자료에 담은 모든 글, 도표, 내용을 읽지 않아도 된다. 아쉬운 국내 금융 교육 수준, 선진국의 ‘금융 조기 교육’과 같은 내용을 굳이 다 읽을 필요는 없다.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내용만 확인한 뒤 넘어가도 된다. 심사역이 눈으로 확인하고 있는 자료를 말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발표 시간은 충분히 단축할 수 있다.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말하지 않는다고 자료를 굳이 뺄 필요는 없다. 신뢰할 수 있는 시장조사기관이 조사한 근거 자료, 경쟁사 데이터, 해외 시장 규모 등은 부지런컴퍼니의 사업 성장성을 뒷받침하는 자료다. 즉, 심사역이 직접 눈으로 보는 자료와 귀로 듣는 말을 조화해서 발표해야 한다. 느리건 빠르건 이게 더 중요하다.
부지런 앱을 통해 우리 아이가 배울 수 있는 것은?
김 대표: 이번에 수정한 IR 자료는 어떤지 궁금하다.
강 대표: 음… 지금부터는 개인적인 의견이다. 나쁘지 않다. 10점 만점에 8, 9점은 줄 수 있다. 시드, 프리-시리즈A 단계까지는 지금 자료로도 충분하다. 그다음 단계는 매출을 바탕으로 수익을 올려야 하는 스케일업 단계이기 때문에 자료를 보충해야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부족하지 않다.
다만, 몇 가지 확인하고 싶은 것이 있다. 부지런컴퍼니가 부지런 앱을 통해 궁극적으로 사용자(부모와 아이)에게 무엇을 전달하는 것인지 다소 파악하기 어렵다. 금융, 경제, 용돈, 미션… 모든 것이 섞여 있다. 이렇게 묻고 싶다. 부모가 주는 미션을 잘 수행하면 아이가 용돈을 모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인지, 미션을 수행해 받은 용돈을 관리하면 경제를 배울 수 있다는 것인지… 어떤 의미인지 모르겠다.
그리고 금융이라는 단어가 많이 등장한다. 부지런 앱을 통해 우리 아이가 배울 수 있는 것은 경제인지, 금융인지 궁금하다. 경제와 금융은 엄연히 다르다. 경제는 ‘인간의 생활에 필요한 재화나 용역을 생산, 분배, 소비하는 모든 활동’을 뜻하고, 금융은 ‘금전을 융통하는 일’을 뜻한다.
김 대표: 아이에게 올바른 경제관념을 심어주고자 시작했다. 그 시작을 아이가 경험할 수 있는 첫 경제 활동이라 할 수 있는, 용돈으로 연결했다.
강 대표: 맞다. 그렇게 이해했다. 부지런컴퍼니는 우리 아이를 위한 경제 교육 앱이다. 금융 교육 앱이 아니다. 그런데, 여기 IR 자료에는 금융 조기 사교육 열풍이라는 설명과 함께 ‘13살 초딩 재테크, 3,000만 원으로 월 150만 원 수익 부자 되는 방법’, ‘초딩 워런 버핏의 고민’과 같은 투자, 재테크 관련 내용이 나온다. 이건 경제 교육인가? 재테크, 투자 등을 통해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경제 교육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것부터 정리했으면 한다. 부지런 앱을 사용하면, 우리 자녀들이 돈을 잘 번다는 것인지, 돈을 잘 관리할 수 있는 것인지… 기준을 정해야 한다. 그리고 부지런컴퍼니가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설득할 수 있는 자료까지 준비하면 금상첨화다. 부지런컴퍼니가 ‘13살 어린이가 3,000만 원으로 주식에 투자해 월 150만 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금융과 경제를 구분해서 설명했으면 좋겠다. 부지런 앱으로 자녀의 경제 교육을 원하는 부모는 용돈 미션을 통해 우리 아이가 어떤 경제관념을 세울 수 있는지 궁금할 것 같다. 경제 교육과 투자 교육은 다르다. 부지런컴퍼니는 우리 자녀를 위한 투자 잘하는 방법을 알려주려는 것인가?
스케일업팀: 경제와 금융을 구분한 뒤, 부지런컴퍼니가 어떤 목적을 제공하고자 하는 것인지 확실하게 표현해야 한다는 뜻인가?
강 대표: 맞다. 부지런 앱을 통해 우리 아이에게 무엇을 가르치려는 것인지, 목적을 명확하게 정해야 한다. 그리고 목적에 맞춰 어떤 수단을 제공할 것인지, 어떤 기능으로 구현할 것인지 단계를 밟아야 한다. 현재 IR 자료는 경제와 금융, 투자 등 여러 단어가 섞여서 등장한다.
목적에 따라 협력할 수 있는 업체도 달라진다. 어린이를 위한 경제 교육이라면 교육 업체와 협력할 수 있을 것이고, 어린이를 위한 금융 상품을 추천하는 것이라면 금융사와 협력할 수 있을 것이다. 목적에 따라 이렇게 달라진다. 부지런컴퍼니는 ‘생활 습관과 용돈 관리를 잘 하면 어떤 경제관념을 배울 수 있는지’ 여기에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 명확한 목적을 두고 수단과 방법을 고민했으면 좋겠다.
용도, 상황에 맞춰 자료를 준비해야 한다
스케일업팀: 강 대표님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IR 자료 첫 페이지 제목이 다소 어색하다고 느껴진다. ‘부모-자녀 간 용돈 미션을 활용한 청소년 생활 습관 관리 및 경제 교육 앱’이라는 제목 아래 ‘부지런한 아이들의 금융 첫걸음’이라고 적혀 있다.
강 대표: 맞다. 유아동을 위한 금융 상품 제공인지, 유아동을 위한 생활 습관/경제 관념 교육인지 목표를 확실하게 정해야 한다. 어떤 목표를 설정하느냐에 따라 다음 단계는 달라진다. 다만,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현재 부지런컴퍼니가 틀렸다는 뜻이 아니다. 부지런컴퍼니가 추구하는 것은 무엇인지, 재확인하는 과정이라고 이해했으면 좋겠다(웃음).
목표를 설정했다면, 이에 맞춰 자료를 구성하면 된다. 접근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우리 아이의 생활 습관을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우리 아이가 10년 뒤, 20년 뒤에 가지길 원하는 경제관념은 무엇이지? 이걸 찾아야 한다. 흔히 말하는 디테일이다. 사실 누구나 공감하는 문제, 누구나 친숙하다고 생각하는 문제, 누구나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문제를 해결할 때, 목표를 혼동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김 대표: 어떤 의미인지 이해했다. 부지런컴퍼니가 추구하는 것은 ‘우리 아이를 위한 경제 교육을 어떻게?’에 있다. IR 자료 처음에 담은 내용이다. 다만,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답을 찾은 과정에서 여러 이야기를 참고하며 디테일을 놓친 듯하다.
강 대표: 다시 한번 말하지만, 현재 부지런컴퍼니 IR 자료는 나쁘지 않다. 다양한 자료를 담고 있다. 설득력도 있다. 일단 문제 제기하는 시작부터 자녀를 키우는 부모라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자료를 바탕으로, 목적에 맞춰 정리했으면 한다. 특히, 몇 가지 버전을 미리 준비했으면 한다. 모든 내용을 다 담은 자료를 바탕으로 투자 유치를 위한 IR 자료, 내부에서만 공유하는 사업 계획서, 외부에 공개할 수 있는 사업 계획서, 민간 기업과 협력하기 위한 회사 소개서, 정부 및 지자체 등 공공 기관과 협력하기 위한 회사 소개서 등을 만들어 두면 좋다. 이렇게 여러 버전을 준비하는 이유는 용도에 따라 다르게 활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보자. 정부, 지자체 등 공공기관이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사업에 제출하는 회사 소개서와 민간 기업이 스타트업과 협업하기 위한 프로그램에 제출하는 회사 소개서는 달라야 한다. 전자는 사회적 명분, 공공의 이익을 강조하는 내용을 담아야 하고, 후자는 해당 기업과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지를 담아야 한다. 똑같은 내용, 똑같은 자료를 계속 사용한다? 그래서는 안 된다.
요즘은 많이 달라졌지만, 대학교를 졸업한 취업 준비생이 10~20개 회사에 똑같은 자기소개서를 제출했다고 가정하자. 과연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 아니다. 취업하고자 하는 회사에 맞춰 내용을 손 보고, 다시 한번 점검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부지런컴퍼니는 아직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이다. 아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목적을 설정하고, 목표 달성을 위해 다양하게 시도하며 도전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아, 최근 한 교육업체가 운영하는 스타트업 프로그램에 선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 좋은 기회 아닌가(웃음), 우리 자녀의 올바른 경제관념을 위해 노력한 부지런컴퍼니가 거둔 성과라고 생각한다.
이제 시작이다. 올바른 생활 습관과 효율적인 경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부지런컴퍼니의 약속을 믿고 있겠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