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훈의 ESG 금융] ‘선도그룹연합(FMC)’에 대한 정리와 소고
E(Environmental)·S(Social)·G(Governance). ESG가 화제입니다. 기업의 이미지를 제고하고 새로 생기는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투자자와 매출을 관리하기 위해 ESG 경영 전략은 꼭 세워야 합니다. 그러려면 ESG의 범위와 개념을 명확히 하고, 평가 방식과 사례도 철저히 연구해야 합니다.
새로운 분야가 자리 잡을 무렵이면 여러 이익 집단이 난립해 잘못된 정보를 진실인 것처럼 왜곡하는 일이 많이 생깁니다. ESG 분야도 그렇습니다. 아직 ESG의 영역과 관련 단어의 뜻이 명확히 정해지지 않아 생긴 폐해입니다.
필자는 지난 4년간 국내외 금융, ESG 관련 기관 여러 곳과 일했습니다. 이를 토대로 [홍기훈의 ESG 금융] 칼럼을 마련해 독자와 소통하려 합니다. 금융 관점에서 경영자가 알아야 할 ESG 이론을 사례 중심으로 소개하겠습니다.
지난 네 편의 칼럼을 통해 선도그룹연합(FMC, First Movers Coalition)에 대한 정보를 독자들에게 공유했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FMC에 대한 이야기를 정리하고 필자의 생각을 전달해 보려고 합니다. 지난해 12월, FMC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 이유는 명백히 보이는 현실성과 높은 실행 가능성, 그리고 FMC의 높은 잠재적 영향력 때문이었습니다.
현실성과 높은 실행 가능성
FMC는 기업들이 주축으로 자기 구매력을 이용해 탈탄소 기술 활성화를 추구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기 위해 창설됐습니다.
기업의 자본을 이용하기 때문에 실행 가능성은 아주 높지만, 이러한 기업의 행동은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 비즈니스 기회를 열기 위해 소비와 투자를 한다는 매우 현실적인 경제적 유인을 배경으로 삼고 있습니다. 투자한 기업에 손해가 되더라도 기업이 ESG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투자자에 의해서도 아니고, 기업의 존재 목표는 환경과 사회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인류애적인 경영 마인드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FMC는 기존 ESG 관련 워킹그룹이나 ESG 관련 비즈니스들과는 분명한 차별성을 지닙니다. 게다가 미국 정부 주도하에 상무부의 지원을 받으며, 세계경제포럼을 통해 공공-민간 파트너십 형태 또한 취하고 있습니다. FMC는 그 구성과 형태마저도 아주 현실적이고 실행 가능한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높은 잠재적 영향력
FMC는 세계적으로 크고 영향력 있는 기업들의 구매력을 이용합니다. 따라서 대기업인 회원사들의 밸류체인 안에 속한 산업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여기에 더해 FMC는 각 산업이 다른 특성을 지녔다는 점을 인정하고, 산업 간 상호 보완성을 강조하기 때문에 다른 친환경 프로젝트들에 비해 참여 기업들의 부담이 적다는 장점까지 가지고 있습니다.
ESG를 위해 만들어진 다른 조직들은 자신들이 추구하는 목표에 대해 전 세계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 글로벌 기업들의 관심을 끌어내고자 지속해서 노력합니다. 그런데 FMC는 시작부터 글로벌 기업들이 모여서 만든 조직이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투사하는 데 있어 태생적 우위를 지닌다고 생각합니다.
결론적으로 필자는 FMC를 보면서 미국 정부가 잘 작동할 수 있는 훌륭한 구조를 도출해냈다고 생각합니다. 이 문장의 주어는 '미국 정부' 입니다. ESG 칼럼을 쓰는 지난 2년간 필자가 반복적으로 강조한 이야기는 ESG는 기업의 자발성을 곁들인 정책과 규제 그리고 비용이라는 것입니다.
ESG의 본질은 정부의 정책과 규제이고, 수단이 기업의 '자발성'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다 보니 일반적으로 기업의 입장에서는 ESG를 위험과 비용, 그리고 달성해야 할 당위적 목표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FMC는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 창출이라는 기치를 내세워 기업에 경제적 유인을 제공하는 비즈니스 요인을 만들어 내는 데 성공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성패를 논하기에는 그 시기가 너무 이른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미국의 글로벌 기업들은 ESG 목표 달성을 위해 FMC라는 수단을 통해 앞서나가기 시작했습니다. 필자는 미국 글로벌 기업들의 이러한 노력과 FMC의 구조가 합리적이라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존재해온 수많은 비현실적인 ESG 관련 캠페인들의 실패가 이러한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프로젝트를 탄생시킨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리도 세계적인 움직임에 발맞춰 이러한 제도를 만들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FMC에 대한 필자의 생각을 정리해봤습니다. 다음 칼럼에서는 필자가 생각하는 우리의 (정확히는 우리 정부의) 대응 방향에 대해 논의해 보겠습니다.
글 / 홍기훈 홍익대학교 경영대 교수
홍기훈 교수(PhD, CFA, FRM)는 홍익대학교 경영대 재무전공 교수이자 메타버스금융랩 소장입니다. 학계에 오기 전 대학자산운용펀드, 투자은행, 중앙은행 등에 근무하며 금융 실무경력을 쌓았습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 박사를 마치고 자본시장연구원과 시드니공과대(University of Technology, Sydney) 경영대에서 근무했습니다. 주 연구분야는 자산운용, 위험관리, ESG금융, 대체투자입니다. 금융위원회 테크자문단, 글로벌 ESG, 한국탄소금융협회 ESG금융팀장을 포함해 현업 및 정책적으로 다양한 자문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정리 / IT동아 김동진(kdj@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