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밍 저장장치’ 지향하는 씨게이트 파이어쿠다 시리즈 이모저모
[IT동아 김영우 기자] 겨울방학 시즌을 맞아 집에서 게임을 즐기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게임 플레이에 최적화된 성능 및 기능을 제공하는 PC용 주변기기, ‘게이밍 기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초창기의 게이밍 기어는 키보드나 마우스, 헤드셋 등의 입출력 기기가 주류를 이루고 있었으나, 게이밍 시장이 확대되면서 데이터 저장장치(스토리지) 중에도 게이밍 기어를 표방하는 제품이 등장했다.
저장장치 기업 중에서도 씨게이트(Seagate)의 움직임이 적극적이다. 특히 ‘파이어쿠다(FireCuda)’ 시리즈를 위시한 게이밍 특화 저장장치를 다수 선보이고 있다. 2016년 즈음에 출시된 초기의 파이어쿠다 시리즈는 HDD에 SSD의 특성을 추가한 하이브리드 저장장치인 SSHD(Solid State Hybrid Drive) 제품군에 주력하고 있었는데, 이 제품이 콘솔 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4(PS4)에서 좋은 성능을 낸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PS4 이용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끈 바 있다.
SSD의 가격이 낮아지며 대중화가 본격화되고, SSHD를 탑재할 수 없는 PS5가 출시되면서 SSHD의 인기는 한풀 꺾였지만, 이후 씨게이트는 SSHD 외에 SSD, 데스크톱 HDD, 외장하드를 비롯한 다양한 제품군으로 파이어쿠다 시리즈를 확장하면서 파이어쿠다 시리즈는 대표적인 게이밍 저장장치 브랜드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각 제품군의 특성은 다음과 같다.
파이어쿠다 내장형 SSD 제품군
: 2023년 현재 파이어쿠다 시리즈를 이끌고 있는 주력 제품군이다. 2019년에 ‘파이어쿠다 510’과 ‘파이어쿠다 520’ 2종을 첫 출시한 바 있는데, 두 제품 모두 데스크톱이나 노트북에 이용할 수 있는 NVMe 기반의 M.2 SSD다. 차이점이라면 파이어쿠다 510은 PCIe 3.0 인터페이스, 파이어쿠다 520은 PCIe 4.0 인터페이스를 지원한다는 점이다. 3세대 이후의 AMD 라이젠 프로세서 및 11세대 이후의 인텔 코어 프로세서를 탑재한 시스템에서 PCIe 4.0 기술을 지원한다.
그리고 2021년에는 PCIe 4.0 인터페이스 지원 제품 중에서도 상위 모델인 ‘파이어쿠다 530’을 출시했다. 파이어쿠다 520보다 데이터의 읽기 및 쓰기 속도가 높아진 것 외에 SSD 본체에 방열판을 단 ‘파이어쿠다 530 히트싱크’ 모델이 추가된 것이 눈에 띈다. 파이어쿠다 530 히트싱크 모델은 PS5에 완전히 호환되는 성능 및 사이즈를 갖추고 있어 PS5 사용자들을 정면 공략하기 위해 나온 제품으로도 평가받고 있다.
그 외에 2.5인치 SATA 규격의 SSD인 ‘파이어쿠다 120’ 모델도 2020년에 출시한 바 있다. NVMe M.2 SSD인 파이어쿠다 510/520/530에 비해 성능면에선 확실히 뒤지지만 M.2 슬롯이 없는 구형 데스크톱이나 노트북에서도 호환이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파이어쿠다 외장형 SSD 제품군
: 내장형 SSD를 장착할 여건이 되지 않는 사용자를 위해 출시된 USB 기반 외장형 SSD로 2020년에 출시된 ‘파이어쿠다 게이밍 SSD’가 대표적이다. 가장 큰 특징은 최대 20Gbps의 대역폭(데이터가 지나가는 통로)을 지원하는 USB 3.2 Gen 2x2 기술을 품었다는 점으로, 덕분에 외장형 SSD임에도 내장형 SSD 못지 않은 최대 2000MB/s의 데이터 읽기 속도를 발휘한다는 것이 장점이다.
다만, 이 최대 속도는 USB 3.2 Gen 2x2 지원 포트를 갖춘 시스템에서만 온전히 이용할 수 있다. USB 3.0(USB 3.2 Gen 1x1, 최대 5Gbps)이나 USB 3.1(USB 3.2 Gen 2x1, 최대 10Gbps)까지만 지원하는 일반적인 데스크톱이나 노트북에서도 이용 자체는 가능하지만, 이 경우 최대 속도 역시 USB 3.0/3.1 수준으로 내려간다. 최신 시스템의 성능을 최대한 활용하고자 하는 마니아 지향의 성격이 강한 제품이다.
파이어쿠다 내장형 HDD 제품군
: 씨게이트의 전통적인 주력 제품이었던 내장형 HDD형태의 파이어쿠다 제품군도 있다. 3.5인치 크기에 SATA 인터페이스를 갖춘 일반적인 데스크톱 HDD의 구성이지만, 256MB의 고용량 캐시를 탑재하고 CMR(Convertional Magnetic Recording) 기록 방식을 적용해 일반 HDD에 비해 데이터 전송속도나 반응속도가 다소 개선된 것이 특징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SSD에 견줄 정도의 빠른 속도는 기대할 수 없겠지만 큰 용량(최대 8TB)과 일반 HDD에 비해 긴 보증 기간(5년)이라는 장점은 매력적이다.
파이어쿠다 외장형 HDD 제품군
: 외장하드 제품군 중에도 파이어쿠다 시리즈가 다수 출시되었다. 고용량을 강조한 거치형 제품인 ‘파이어쿠다 게이밍 허브’, 그리고 휴대형 제품인 ‘파이어쿠다 게이밍 HDD’가 대표적이다.
가장 대중적인 제품인 파이어쿠다 게이밍 HDD는 2.5 인치 HDD와 USB 3.0 인터페이스를 갖추고 있어 성능적으로는 평범하지만, 게이머들의 선호도가 높은 RGB LED를 탑재했으며, 플레이스테이션, 엑스박스 등의 콘솔 게임기와도 호환도 보장하는 것이 특징이다. PS5나 엑스박스 시리즈X와 같은 최신 콘솔 전용 게임은 외장하드에서 곧장 실행할 수 없지만 미리 다운로드를 받아 두거나 PS4/엑스박스 원용 게임을 실행하는 용도로는 활용할 수 있다. 참고로 파이어쿠다 게이밍 HDD는 스타워즈나 호라이즌 포비든 웨스트, 스파이더맨 등 유명 IP의 이미지를 적용한 스페셜 에디션도 다수 출시된 바 있다.
파이어쿠다 다기능 도킹 스테이션 제품군
: 저장장치 기능 외에 다양한 주변기기를 연결해 PC 시스템의 활용성을 높일 수 있는 ‘파이어쿠다 게이밍 독’도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4TB의 HDD를 내장한 것 외에 썬더볼트3, USB, 유선랜, DP, 오디오 포트 등을 비롯한 다양한 입출력 포트를 갖췄으며, NVMe M.2 SSD를 추가할 수 있는 확장 슬롯까지 내장한 다기능 제품이다.
이를 통해 데이터 저장 기능 외에 키보드나 마우스, 모니터, 스피커 헤드폰을 비롯한 다수의 제품을 연결해 이용할 수 있는데, 이는 특히 게이밍 노트북의 내부 저장공간이나 연결 포트를 보강하는데 유용한 제품이다. 제품의 구성이나 사양 면에서는 파이어쿠다 제품군 중에서도 최상위에 위치한 제품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만큼 가격도 비싸다. 2023년 1월 온라인 판매가 기준 54만 9,000원에 팔리고 있다.
수치적인 스펙 이상으로 주목할 만한 차별화 요소는?
씨게이트 파이어쿠다는 게이밍 브랜드를 지향하고 있고, 대체적으로 좋은 성능을 갖춘 것도 사실이지만, 사실 단순히 수치적인 사양만 따지면 타사에도 유사한 수준의 제품이 적지 않다. 때문에 획기적으로 차별화된 게임 구동 성능만 기대하고 파이어쿠다 제품군을 구매한다면 이렇다할 느낌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오히려 파이어쿠다 제품군에서 성능 이상으로 주목할 점은 게이머의 라이프스타일에 부합하는 디자인이나 부가 기능, 사후지원이다. 예를 들어 ‘파이어쿠다 530 히트싱크’ 모델의 경우, PS5에 완벽히 호환되는 구성이며, ‘파이어쿠다 게이밍 HDD’는 레이저(RAZER)의 게이밍 키보드나 마우스 등과 짝을 맞춰 빛나는 RGB LED 기능을 제공한다.
또한, 대부분의 파이어쿠다 제품군은 일반 제품군에 비해 긴 보증기간(제품에 따라 3~5년)을 제공하며, 제품 수리나 교환과 같은 일반적인 사후지원 외에도 제품 파손으로 손실된 데이터의 복구까지 해주는 ‘레스큐(Rescue) 데이터 복구 서비스’까지 지원하는 것이 특징이다. 레스큐 데이터 복구 서비스는 제품 구매 후 일정 기간(제품에 따라 1~3년) 안에 1회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게이밍기어 이전에 ‘저장장치’로서의 안정감을 중시하는 이용자라면 주목할 만한 요소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