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깨끗한 무공해차", 정말일까?
[IT동아 정연호 기자] 세계 각국의 정부가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방법 중 하나로 보는 게 친환경 자동차인 ‘전기차’다. 탄소중립이란 탄소 배출량은 감소시키고, 탄소 흡수량은 증가시켜 순 배출량이 0이 된 상황을 말한다.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25%를 차지하는 수송에서 탄소 배출을 줄여 이를 실현하겠다는 것. 2050년에 탄소중립이 되려면 2030년까지 신차 판매량 중 60%가 전기차여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가 전기차 도입을 장려하기 위해 만질 수 있는 카드가 전기차 정책 지원금이다. 전 세계 전기차 정책 지원금은 지난해 300억 달러로 전년 대비 2배 증가했다. 국내의 경우 규모가 줄어들고 있긴 하지만, 올해 전기차를 구매할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은 500만 원. 미국은 인플레 감축법으로 전기차 구매 시 최대 7500달러(약 984만 원)의 세액공제를 지원할 예정이다.
정부의 지원 정책에 힘입어 전 세계 전기차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21년 전체 전기차 판매량은 2019년 대비 226.3% 증가해 660만대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글로벌 전기차 누적 보급 대수는 1600만 대를 넘어서 코로나19 이전 약 2.3배 증가했다.
전기차, 생각보다 깨끗한 차량은 아니다… ‘그린워싱’에 주의해야
다만, 정부의 전기차 지원에 앞서 전기차 보조금의 비용 대비 효과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전기차가 기대만큼 탄소중립에 기여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내연기관차와 달리 전기차는 주행 중 탄소를 배출하지 않지만, 석탄 등의 화석연료로 전기를 생산할 때 이산화탄소가 나온다. 한국을 포함한 많은 국가가 전기 생산의 대부분을 석탄 등에 의존하고 있어 전기차가 탄소 감축에 큰 기여를 하지 못한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행 중 배출되는 탄소량만 따지면 전기차의 탄소발자국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없다고 말한다. 주행 중 탄소 배출량를 제시하며 전기차를 ‘무공해 차량’으로 홍보하는 것은 그린워싱(친환경적이지 않지만 친환경적인척하는 마케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전기차는 제품 생산과 연료 생산 과정에서 상당히 많은 양의 탄소를 배출한다. 전기차의 탄소 배출량을 정확하게 알려면, 전 과정 평가(LCA)를 통해 자동차 원료 취득부터 제품 생산, 자동차 운행 및 폐기와 재활용 등의 과정도 계산해야 한다.
특히, 주행 중 탄소배출이 없는 전기차는 대부분의 탄소가 배터리 생산에서 나오기 때문에 이를 고려하지 않으면 탄소발자국을 정확하게 계산할 수 없다. 포스코경영연구원에 따르면, 전기차 한 대 생산 시 발생하는 탄소 17t 중 5.3t이 배터리 생산 과정에서 나온다. 또한, 생산과정에서만 총 11t의 탄소가 배출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인 리튬이온전지의 원자재 ‘코발트’, ‘리튬’을 채취하고 제련할 때 유해물질이 나와 환경이 파괴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배터리를 제조하는 공장이 화석연료로 돌아가는 경우에도 탄소가 배출된다.
전기차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LCA 관점에서 분석한 국내외의 연구 자료를 보면 ‘전기차의 친환경성’에 대한 명확한 그림을 그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깨끗하다는 결론을 내리는 연구가 있는가 하면, 전기차의 탄소 배출이 내연기관차를 넘어선다는 연구결과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현재 전기차가 탄소 절감을 크게 하지 못하더라도, 기술 발전에 따라 탄소중립에 기여할 수 있는 정도는 더 커질 것”이라고 관측한다.
유럽 교통 전문 NGO인 교통과환경(T&E)은 “유럽연합 내 중형 전기차의 경우, 전기차 연료를 화석연료로 만들거나 석탄 연료로 돌아가는 중국공장에서 배터리를 제조하더라도 내연기관차보다 이산화탄소를 적게 배출한다”고 분석한다. 전력 생산 발전원과 관계없이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더 깨끗하다는 결론이다.
T&E에 따르면, 중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석탄 발전 비중이 높은 폴란드에서 주행할 때 경유 자동차보다 22%, 가솔린 자동차보다 28% 탄소 배출이 적은 것으로 밝혀졌다. 스웨덴산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높은 스웨덴에서 운행하면 경유자동차 대비 80% 탄소 배출이 적고, 가솔린 자동차 대비 81%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2030년까지 유럽 내에서 전기차의 이산화탄소 배출은 평균적으로 경유자동차의 절반이 될 것”이라는 T&E 대변인의 말을 인용하며 전기차 탄소배출이 내연기관차보다 적다고 보도했다.
독일의 영향력이 있는 경제연구소인 IFO가 테슬라 모델3, 메르세데스 220d의 탄소배출을 비교한 연구에선 이와 반대되는 결과가 나왔다. 전기차가 내연기관차에 비해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한다고 나타난 것.
보고서는 “테슬라3는 킬로미터당 156~181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메르세데스 220d는 킬로미터당 141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다”면서 가장 깨끗한 방식으로 전력을 만들어 전기차를 생산하는 경우에도 전기차는 디젤 기관차보다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한다는 결론을 내놨다.
하지만, 영국의 비영리 기후연구단체인 ‘카본브리프’의 기후과학자 ZEKE HAUSFATHER는 IFO가 잘못된 모델에 근거해 전기차 탄소 배출량을 계산했다고 지적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IFO 연구는 IVL 스웨덴환경연구소가 제시한 전기차 배터리 제작의 탄소 배출량을 기반으로 작성됐다.
IVL의 자료는 석탄 발전 비중이 큰 아시아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에 대한 연구를 검토한 후 제시된 된 것이다. 만약, 테슬라가 배터리를 생산하는 네바다주에서 배터리 생산에 의한 탄소 배출량을 계산하면 전기차의 탄소 배출이 더 줄어들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실제로 네바다주의 전력생산은 미국 평균보다 탄소집약도가 30% 낮으며(탄소집약도가 낮으면 탄소 배출량도 적다), 테슬라의 기가팩토리는 효율화된 에너지 사용방식으로 유명하다. 관련 연구들은 전기차 배터리가 유럽이나 미국에서 생산되면 아시아에 비해 탄소 배출이 20% 적다는 결론을 내놓고 있다.
국내 전기차 연구, 여전히 결론은 분분해
국내에선 에너지경제연구원이 2017년 발행한 ‘자동차의 전력화(electrification) 확산에 대비한 수송용 에너지 가격 및 세제 개편 방향 연구’에서 휘발유, 경유, LPG 차량과 전기차의 평균 온실가스 배출량을 비교한 자료를 확인할 수 있다.
2016년의 국내 전원믹스를 기준으로 ▲전기차 107.877▲휘발유차 202.361 ▲경유차 210.535 ▲LPG차량 174.581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미세먼지의 경우엔 전기차를 1km 주행하면서 배출하는 양이 동일한 거리를 주행할 때 휘발유가 배출하는 수준의 92.7%에 육박해 저감 수준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도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내연기관차, 하이브리드차, 전기차, 수소전기차의 LCA 기준 온실가스 배출량을 분석한 ‘국내 자동차 LCA 온실가스 배출량 분석’를 보면, 테슬라 모델 X는 아반떼 디젤과 가솔린, 투싼 디젤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높고 투싼 가솔린과 비슷한 수준을 배출했다. 표를 보면, 테슬라 3의 경우 주행 자체에 의한 탄소배출은 없었지만 전력 생산 과정과 함께 자동차 생산, 폐기 및 재활용 과정인 ‘Vehicle cycle’에서 탄소 배출 비중이 높았다.
에너지원 채굴부터 차량 주행까지 발생하는 탄소만 따로 분석한 ‘Fuel cycle’에 따르면, 전기차는 전력 발생원이 어떻게 구성되는지에 따라 탄소 저감에 미치는 영향이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발전량의 40%를 차지하는 석탄으로만 발전된 전기를 사용하면 전기차는 동급 기준 경유차량과 온실가스 배출에서 큰 차이가 없다.
대신 국내 발전량에 맞춰 분석을 진행한 'Korea Mainland Avg' 결과에선 탄소배출이 절반가량으로 떨어진다. 고효율 발전이 가능한 천연가스 화력 발전이 배출량을 낮추고, 원자력 발전은 실질적으로 탄소를 배출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국내 발전원의 에너지 비중이 어떻게 설정되는지에 따라 전기차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차량과 전력을 '어떻게' 생산하는지가 중요해
여러 연구결과를 종합해보면,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더 친환경적인 자동차가 되려면 발전원이 어떻게 구성되는지가 중요하다. 모빌리티 전문가들은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의 탄소 배출량이 연구결과마다 차이가 나는 이유가 “분석되는 차 종류가 다르고, 나라마다 전력발생 믹스 비율과 운전습관 및 날씨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모빌리티 연구를 진행하는 한국인사이트연구소의 김아람 선임연구원은 “전기차는 운행 시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없으니 친환경차량이라고 하지만, 전력 생산과 자동차 생산 과정이 친환경적이지 않은데 이를 친환경차라고 할 수 있냐는 지적이 나온다. 화력발전소가 아니라 전력을 태양광이나 풍력 등의 친환경 발전으로 충당하면 더 진정한 의미의 친환경 차량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배터리를 만드는 원자재인 광물을 캐는 과정에서도 탄소배출 이슈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아람 선임연구원은 “국내는 화석연료 비중이 큰 부분은 차지하기 때문에 전기차의 친환경성이 그렇게 크지 않을 수 있다. 해외의 경우에도 친환경 발전이 큰 부분을 차지하지 않은 경우도 있어서, 국가나 도시별로 전기차의 친환경성이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에너지 발전량의 비중을 보면 재생에너지는 7.5% 수준으로 OECD 평균인 30%의 4분의 1 정도다. 결국, 앞으로 국내 전기차의 친환경성은 그린 에너지로의 전환에 달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글 / IT동아 정연호 (hoh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