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도국 괴롭히는 물 속 '대장균'... 파이퀀트 "혁신적 장비로 효율적 해결 가능해"
[IT동아 정연호 기자] 우리 몸의 60~70%는 수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전문가들은 단백질과 지방 같은 필수 영양소가 부족해도 사람은 살 수 있지만, 수분이 15~20% 빠져나가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한다. 물은 일상처럼 당연하지만, 무엇보다 필요한 공기와 닮았다.
하지만, 물을 안전하게 마실 수 있는 권리가 여전히 보장되지 않는 지역들이 있다. 물 속 미생물에 감염돼 걸리는 수인성 질병으로 매년 84만 명이 사망하고 있다. 제대로 된 식수 시설이 없는 개발도상국에선 아이들이 하천의 고인 물이나 웅덩이 물을 정수 과정 없이 마셔 사망에 이르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에 대해 ”수인성 질병 사망자의 58%는 깨끗한 물의 공급으로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이유로 UN을 비롯한 세계 NGO 단체는 개발도상국에 깨끗한 물이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국내 스타트업 파이퀀트가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이하 게이츠 재단)과 수질 및 위생 개선 분야에서 파트너쉽을 맺은 건 이들이 제공하는 휴대용 수질 측정기 워터 스캐너 때문이다. 이들의 워터 스캐너를 통해선 물 오염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대장균을 효율적으로 검출할 수 있다. 세계 최대 민간단체인 게이츠 재단은 고질적인 보건 문제에 대한 혁신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개인과 스타트업을 지원하며, 이들이 개발도상국에 제품을 납품할 기회를 제공한다.
“수질 측정기, 성능은 동일하지만 저렴하게 만들 수 있다”
파이퀀트의 워터 스캐너는 빛을 이용해 물질의 성분을 분석하는 분광학 장비를 소형화한 제품이다. 휴대가 편이하게 소형화됐고 비용도 기존 장비 대비 60분의 1 수준으로 줄였다. 대장균을 검출하는 기존 분광장비는 크기가 커 이를 위한 별도의 연구실이 필요하며, 비용도 비싸 개발도상국에서 대량으로 도입하기가 어려웠다. 또한, 사람들이 마시는 물을 수집해서 연구실로 가져가는 동안 변질 및 오염되는 일이 잦아 검사의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문제도 발생했다. 워터 스캐너를 통해선 현장에서 바로 검사가 가능하다.
파이퀀트의 피도연 대표는 수질 검사기를 개발한 이유에 대해 “의식주 중에서 먹거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처음에 분유 속에서 멜라민을 검출하는 기술을 개발했고, 이를 기반으로 좀 더 근본적인 문제인 개발도상국의 수질 관리와 관련된 솔루션을 출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피 대표는 워터 스캐너와 기존 분광기 장비의 결과를 각각 비교했을 때 98%의 일치성을 보인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워터 스캐너를 사용해도 기존 장비와 거의 동일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 워터 스캐너는 400g 정도인데 기존 장비보다 40배 이상 가볍다고 한다.
또한, 워터 스캐너는 기존 방식처럼 미생물의 특정 DNA나 세포를 증폭하는 PCR(유전자 증폭)과정이 필요하지 않아 검사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피 대표는 “PCR을 할 때 배양을 하면 24~44시간 정도 인큐베이터에 넣어야 한다”며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말했다. 워터 스캐너를 이용할 땐, 물을 기계에 담아서 스마트폰 앱으로 측정 버튼만 누르면 빠르게 작업을 끝낼 수 있다.
파이퀀트가 분광 장비를 소형화할 수 있던 이유는 신호 증폭과-노이즈 처리 기술을 사용했기 때문. 기계를 소형화하면 그 안에 빛을 보내는 센서와 이를 받는 센서를 정확한 위치에 넣기가 어렵고, 이로 인해 검사의 정확도가 떨어진다. 파이퀀트는 독자적인 신호 처리 기술을 사용해 신호 대 잡음비(signal-to-noise ratio)를 개선했다.
개발도상국의 분원성 대장균, ‘가장 해결이 시급한 문제’
워터 스캐너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개발도상국에서 ‘대장균’은 얼마나 심각한 문제일지 궁금증이 일었다. 피 대표 설명에 따르면, 세계 NGO 단체는 5세 미만의 아이들이 죽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분원성 대장균이라고 분석한다. 환경부는 분원성 대장균이 “인체 위해성 설사, 경련, 구역질, 구통 등으로 단기간 영향을 줄 수 있으며, 면역 체계가 약한 사람에게는 특별한 위험을 야기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영양실조에 시달리는 개발도상국의 아이들에게는 더 위험한 것.
그런데, 대장균의 감염 경로가 단순히 ‘마시는 것’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눈이나 귀로 물이 들어가도 대장균에 감염될 수 있다. 대장균은 염소로 간단하게 소독할 수 있지만, 물에 염소를 과도하게 넣으면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 대장균의 양을 정확하게 측정해 염소량을 조절해야 한다. 파이퀀트가 게이츠 재단과 UN 등으로부터 관심을 받게 된 건 저렴하면서 정확도가 높은 휴대용 수질 검사기를 발명했기 때문이다. 기존엔 물리적인 거리의 이유로 파견가지 못했던 곳도 워터 스캐너를 들고 갈 수 있다고 한다.
빛을 이용한 기술, 다양한 제품으로 확장 가능해
피도연 대표는 워터 스캐너의 쓰임새는 더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가령, 정수기를 임대한 가정에 검사원이 찾아가 수질을 검사하는 대신 스캐너를 장착해 이를 자동화할 수 있는 것. 피 대표는 “스캐너를 통해 수질을 주기적으로 측정하면 사람들이 ‘신뢰하고 마실 수 있는 물’이란 브랜드 가치를 얻게 될 것”이라면서 “사람마다 정수를 통해 물을 마시는 빈도수가 다르다. 많이 마시지 않을 땐 필터를 더 늦게 교체해도 된다. 개인 맞춤형으로 필터 교체를 가능하게 한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스마트팜에서도 농약 등의 양을 검사하는 데도 동일한 기술 원리를 활용할 수 있다. 농산물은 생산 과정, 유통 과정, 판매 과정에서 각각 농약이 사용될 수 있다. 그 과정을 모두 추적해서 사람들에게 농약 사용에 대한 신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파이퀀트는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의 스타트업 아우토반 코리아 프로그램을 통해 개발한 '음주 측정기'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 제품 역시 빛의 파장을 분석해 알코올의 존재 여부를 감지하는 원리는 워터 스캐너와 동일하다.
제조 스타트업이 겪는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인 연구비와 수요 기업 매칭은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서 도움을 받았다. 피 대표는 “제품을 홍보하는 영상에 대한 비용을 지원받고, 제품에 대해서 수요기업과 공급기업을 매칭하는 사업을 통해 고객을 확보하는 데 도움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는 소재·부품·장비 스타트업의 성장을 돕기 위해 매년 20개 사에 달하는 기업 지원한다. 파이퀀트는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의 소재·부품·장비 스타트업 100에 선정된 기업이다. 이는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기술자립도 제고와 대·중견기업의 수요 소재·부품에 대응할 수 있는 혁신적인 스타트업 발굴·육성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글 / IT동아 정연호 (hoh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