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빈틈없는 AI 초점에 8K 해상도로 돌아왔다, 소니 A7R5
[IT동아 남시현 기자] 소니 풀프레임 미러리스카메라는 미드레인지 급 제품인 A7 시리즈와 A7C, 초고감도 모델인 A7S, 초고해상도 모델인 A7R 시리즈로 나뉘며, 그 위로 고속 추적 및 전문가용 신뢰도를 갖춘 A9과 고해상도 및 전문가용 영상 촬영 능력을 지닌 A1 시리즈로 나뉜다. 소니 미러리스 제품군은 모두 FE 마운트로 렌즈를 공유하며, 센서 성능에 따라 활용도와 성능, 가격대가 모두 다르다. 이중에서도 A7R 시리즈는 출시일 기준 최고 수준의 해상도 센서를 갖춰 여행, 기록, 작품 등 해상도가 중요한 여러 사진 분야에서 꾸준히 선택을 받아왔다.
하지만 A7R 시리즈가 고해상도 사진에 특화된 제품이다 보니, 동영상 기능이 필요한 경우에는 소니 A7S 및 A1, FX3 등을 선택하는 전문가가 많았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출시된 A7R5(모델명: ILCE-7RM5)부터는 A7R 시리즈도 영상 전용 기종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소니 A7R5는 전작과 동일한 6천100만 화소 풀프레임 이면조사 Exmor R 센서를 탑재하며, 새로 개발된 인공지능 프로세싱 유닛과 최대 8K 24p 및 4K 60p 동영상을 지원해 촬영 성능과 영상 성능을 모두 끌어올렸다. 치밀하게 진화한 소니 A7R5를 직접 활용해 봤다.
뷰파인더부터 디스플레이까지 전반적으로 상향
소니 A7R5는 소니 FE 마운트를 지원하는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로, 전작과 동일하게 6천 100만 화소 Exmor R 센서를 갖췄다. 초점 포인트는 전작의 567개에서 더 늘어난 693포인트며, 초점 감도 범위도 EV-4~EV20으로 소폭 늘었다. ISO 감도는 동영상과 정지 사진 모두 ISO 100-32000을 지원하며, 확장 감도는 ISO 50-102400까지 지원한다. 기능 측면에서는 피사체의 인식 정확도를 끌어올리는 신형 AI 프로세싱 유닛이 탑재됐고, 5축 손떨림 보정 기능이 5.5스톱 상당에서 8스톱으로 크게 상향됐다. RAW 지원은 14비트 RAW를 포함해 압축, 3단계의 압축 및 무손실까지 더욱 구체적으로 선택할 수 있으며, 최대 9504x6336 해상도 정지 사진 및 7680x4320 해상도 영상을 기록한다.
디자인은 전작인 A7R4와 동일한 버튼 배열을 유지하면서 그립감과 배열은 더욱 최적화했다. 크기는 131.3x96.9x82.4mm로 전작보다 약간 넓고 두꺼워졌고, 무게도 665g에서 723g으로 소폭 늘었다. 몸체는 마그네슘 합금이며, 최대 50만 회의 내구성을 갖춘 기계식 셔터가 탑재된다. 또한 센서 후면에 흑연 패드를 배치해 동영상 등을 촬영할 때 열 방출 성능을 5배까지 끌어올렸다.
좌측면 인터페이스는 10Gbps를 지원하는 USB-PD 단자와 마이크로 USB 단자, 오디오 및 마이크 단자, RAW 출력을 지원하는 HDMI, 플래시 싱크 단자가 있고, 우측면에는 UHS-II 및 CF익스프레스 A 타입 메모리 카드를 지원하는 슬롯 두 개가 있다. 배터리는 사진 약 530장, 동영상 연속 150분 촬영을 지원하는 NP-FZ100이 사용되고, USB-C로 충전 중 촬영을 지원한다.
뷰파인더와 디스플레이는 큰 폭으로 업그레이드됐다. 뷰파인더는 1.3형 576만 화소에서 1.6형 943만 화소로 배율과 크기 모두 커졌고, 터치 디스플레이는 위로 98°, 아래로 40°, 측면으로 180°, 회전 시 270°까지 꺾이는 3.2형 209만 화소 LCD가 탑재됐다. 일반적인 디지털 카메라는 위아래로 꺾이는 ‘틸트’ 혹은 좌우로 회전하는 ‘스위블’ 중 하나만 적용되지만, A7M5의 4축 멀티 앵글 LCD는 이 두 가지 기능을 모두 사용한다. 덕분에 디스플레이의 가동 범위와 활용도가 모두 좋아졌다.
6천100만 화소 센서가 보여주는 초고화질 결과물
소니 A7R 시리즈는 전통적으로 초고화소를 앞세워 높은 이미지 품질을 제공하는 라인업이다. 화소 수는 6천100만 화소로 총 9504x6336 픽셀의 이미지를 제공하며, 파일은 JPG, HEIF, ARW(RAW) 파일을 생성한다. 파일 크기는 비압축 RAW 기준 125MB, 압축 기준 67.9MB, JPG 기준 30~50MB 사이다. 사진은 FE 35mm F1.4 GM과 FE 24-70mm F2.8 GM II, FE 90mm F2.8 MACRO G OSS 렌즈로 촬영하였으며, 원본 이미지에서 100% 크기를 크롭 후 웹 규격에 맞게 가공했다.
가장 좋은 해상력을 낼 수 있는 ISO 100에서 f/5.6 및 1/40초로 촬영한 근거리 사진을 확대했다. 초고화소 제품 특성상 이미지 블러가 나기 쉽지만, 8스톱 상당으로 향상된 손떨림 방지기능 덕분에 1/30초까지도 흔들림 없는 이미지를 건질 수 있었다. 이미지 품질은 육안으로는 구분도 어려운 수준의 피사체까지 모두 세세하게 담는데, 3미터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직경 5cm 나무의 나이테까지 구분할 수 있다.
초고화소 정지 이미지 사진뿐만 아니라 동영상 성능도 대폭 향상됐다. 전작인 A7M4는 영상 기종으로는 아쉬운 부분이 있었는데, A7R5는 현존 최고 수준의 영상 성능을 갖췄다. 동영상은 최대 8K 24p 400M 비트 4:2:0 컬러 샘플링 10비트 촬영 혹은 4K 200M 4:2:2 10비트 촬영을 지원하며, 최고 품질의 영상을 촬영하기 위해서는 CF익스프레스 카드가 필수다. 전문가용 기능인 감마 커브는 S-Log 3를 지원하며, 그라데이션은 최대 14+ 스톱까지 지원한다. 또한 소니 베니스, FX 시리즈와 감마 커브를 통일해서 편집할 수도 있다.
영상 촬영 시 초점 성능도 강화되었으며, 자동 모드에서도 렌즈 초점 호흡이나 버벅거림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촬영 품질을 제공한다. 영상 샘플 중 상단의 결과물은 초점을 계속해서 새로 잡으면서 영상을 촬영한 경우인데, 초점 호흡없이 빠르고 부드럽게 화면이 전환된다. 또 이후에 초점 추적을 걸고 카메라를 이동하는 경우에도 피사체를 오인식할 가능성이 적다. 따라서 동물이나 사람 등 자주 이동하는 피사체나 스포츠나 차량 등 고속 동체 추적 상황에서 동영상을 촬영하더라도 기대한 수준의 결과물을 거둘 수 있다.
초고화소 기종은 이미지 블러가 쉽게 발생한다. 이를 막기 위해선 플래시를 쓰거나, 광량을 최대한 확보하거나, 기본 ISO를 조금 더 높게 잡아야 한다. 앞서 두 조건을 갖출 수 없다면 결국 ISO를 더 높이고 그만큼 노이즈의 개입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강력한 손떨림 방지 기능과 노이즈 처리 품질, 그리고 고화소로 인해 노이즈가 작게 표현되어 ISO 800~3200 구간에서도 좋은 결과물을 보여준다.
결과물의 경우 요리의 미세한 질감까지 완전히 살리고 있고, 노이즈의 개입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특히 셔터 속도가 1/40초임에도 사진이 잘 나왔는데, 손떨림 방지 기능이 없었다면 f/8에 ISO 3200, 1/160초까지는 확보했어야 할 조건이다. 동영상 역시 마찬가지로 ISO 800 수준의 결과물이지만 세부 묘사가 깔끔하고 노이즈의 개입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세밀한 모습을 보여준다.
A7R 시리즈를 사용하기에 가장 이상적이면서, 반대로 제일 취약한 부분이 바로 접사다. 접사 촬영은 조리개 값을 최대한 높이고, 셔터 속도도 이미지 블러가 생기지 않을 정도까지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고해상도 특성상 블러가 더 잘 생기기므로 조명과 삼각대 없이 흔들림 없는 고화소 사진을 건지기란 대단히 어렵다. 다행히 A7R5는 8스톱 상당의 손떨림 방지 기능, 그리고 차량이나 곤충을 포함한 인공지능 초점 프로세스, 그리고 전자식 셔터와 고속 연사 기능까지 탑재돼 상대적으로 쉽게 접사 촬영을 할 수 있다.
삼각대와 플래시가 없는 조건에서 ISO 640에 f/4.0, 1/40초로 1:1 배율의 등배 접사 촬영을 시도했다. 초점과 흔들림이 거의 없는 결과물을 건지기 위해 약 150장 정도 촬영해야 했지만 핸드헬드로 6천만 화소급 접사 촬영을 할 수 있다는 점 자체가 고무적이다. 초접사가 아닌 20cm 정도만 거리를 확보하면 빠른 시간 안에 흔들림 없는 결과물을 받아들 수 있을 정도의 성능이다.
A7R5의 인공지능 프로세스 기반의 피사체 인식 성능을 확인하기 위해 8K 24p에서 AF-A로 동영상을 촬영했다. 초점은 동체추적을 걸지 않고 계속 반셔터를 눌러 새로 초점을 잡았다. 이때 A7R5는 나비를 곤충 피사체로 인식해 가능한 머리 부분에 초점을 자동으로 잡았으며, 나비가 자세를 바꾸는 일부 조건을 제외하고는 좋은 구도가 나왔을 때 계속 머리에 초점을 잡았다. A7R5로 접사 촬영을 하게 되면 자동으로 예시처럼 초점이 잡힌다.
A7R5의 ISO는 100~32000, 확장 ISO 50-102400이다. 다만 초고화소 제품 특성상 노이즈 특성은 좋지 않다. ISO 800~3200까지는 화소가 높아 노이즈가 발생해도 상대적으로 표현되는 수준이 적지만, 그 이상부터는 눈에 띄게 해상력이 떨어진다.
상단의 ISO 12800 결과물의 경우 목화솜을 촬영한 건데, 세부 묘사는 살아있지만 중간 명도에서 노이즈가 제법 개입하는 모습이다. ISO 25600은 레이스 원단을 촬영한 결과물로, 자수의 매듭 윤곽도 어렵게 구분된다. 암부와 명부가 조합된 부분에서는 묘사가 살지만 딱 그 정도까지다. 그 이상부터는 세부 묘사를 구분하기 어렵다. 단색 계열이나 큰 피사체, 명부 및 암부 대비가 큰 피사체라면 ISO 32000까지도 쓰겠지만 확장 감도 성능은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물론 3천300만 화소 등인 A7M4 등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노이즈 성능이 떨어진다는 것이지, A7R5의 고감도 성능에 8스톱 상당의 손떨림 방지 기능을 조합하면 f/2.8 렌즈만으로도 어지간한 야간 핸드헬드 촬영에도 충분히 좋은 품질의 사진을 건질 수 있다.
동영상 강화로 전천후 성능 확보··· 유일한 단점은 ‘가격’
카메라 성능이 곧 사진 및 영상 실력과 직결되는 건 아니지만, 카메라 성능이 좋을수록 효율적이고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거둘 수 있다. 만약 카메라 하드웨어의 성능이 중요한 분야에서 작업한다면 소니 A7R5는 그 어떤 사용자라도 만족시킬 수 있을만한 성능을 갖추고 있다. 고화소 결과물은 여행이나 스냅, 작품, 보도, 스포츠, 기록 등 어떤 분야에서도 활용도가 높고, 8K 24p 영상 및 4축 멀티 앵글 등의 하드웨어 구성은 영상 전문가들 입장에서도 부족함이 없는 수준이다. 약 한 달간 제품을 사용하면서 크기가 조금 커진 점을 제외하고는 단점을 찾아볼 수 없었다.
물론 가격이 관건이다. 소니 A7R5의 공식 출고가는 529만 원대로, 전작 대비 100만 원 이상 올랐다. 용도가 다르긴 해도 상위 기종인 A9M2의 인터넷 최저가와 가격이 비슷하다. 가격 자체가 A7M4를 두 대 살 수 있는 수준이라 일반 소비자가 지불할 수 있는 심리적 상한선은 아득히 넘었고, 전문가라고 해도 분명한 수익 창출을 낼 수 없다면 쉽게 선택하기 어려운 가격대가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7R5는 출시 직후부터 품귀 현상이 생길 만큼 인기가 좋다. 어떤 조건에서도 최고의 품질이 필요한 전문가라면 최우선으로 선택할 카메라라는 게 이유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