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제대로 알기] 12. CBDC와 스테이블 코인, 일상에 안착할 수 있을까?
[IT동아]
[편집자주: 본 연재는 ‘가상자산’ 또는 ‘디지털자산’에 관한 올바른 인식 정립과 정확한 이해를 돕고자 기획됐습니다. 가상자산은 미래의 시장 경제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리라 전망되지만, 투자, 수익 등 단편적 기능에만 매몰되어 가상자산의 진정한 가치가 왜곡되고 있습니다. 이에 본 연재를 통해 가상자산의 의미와 가치, 시장성 등 근본적 개념과 정보를 전달하려 합니다. 본문 내 의견과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번 주제는 한 국가의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인 'CBDC'가 무엇인지 이해하고, 스테이블 코인과 함께 향후 전망을 가볍게 확인해 보고자 한다.
지난 해는 국내, 국외를 불문하고 가상자산 시장의 폭락기였다. 가상사잔 가치의 등락을 막고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등장한 스테이블 코인 또한 믿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가상자산 시장 폭락에 이어 불신감이 자리잡았다.
이렇게 민간이 발행한 가상자산(디지털 암호화폐)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각 국가별로 진행되고 있다. 그 일환이 국가의 중앙은행이 직접 디지털 화폐를 발행하여 운영하는 것이다. 2020년 35개 국이 참여하던 수준에서 2022년 105개 국가로 커졌고, 현재도 연구 또는 시범 사업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은 테스트 프로그램을 확대했고, 나이지리아의 경우 2021년 10월에 도입했다.
CBDC (Central Bank of Digital Currency,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
최근 몇년간 디지털 화폐의 기반이 되는 분산원장 기술의 발전과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자산의 확산의 계기로,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의 필요성 높아졌고, 전 세계 각 국가에서 이에 대한 논의와 연구, 테스트하고 있다. 가상자산을 대체하려는 건 아니지만, 법정화폐와 일대일 교환이 보장되기에 가상자산이 내재가치를 규정하고 이를 유지하기 어려운 것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즉 중앙은행이 공식적으로 가치를 보장하는 가상자산이라 이해하면 좋다.
CBDC는 가상자산과 달리 국가의 중앙은행이 발행, 관리하는 체계라, 관련 법이 정한 이용 목적과 운영 방식에 따라 여러 형태로 구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일반 이용자를 위한 소액결제용과 기업/기관을 위한 거액결제용으로 나눌 수 있고,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 운영(고객이 중앙은행에 CBDC 계좌 개설하여 이용)할 수 있지만 시중은행들이 대리하여 운용할 수도 있다. 현재 한국은행은 분산원장 기반 소액결제용 CBDC를 중심으로 연구사업 2단계를 완료한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은행 보도자료의 아래 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며(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모의실험 연구사업 2단계 결과 및 향후 계획), 도입을 결정할 경우 은행권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예로, 아래처럼 직접 중앙은행이 지갑을 개설해주고, 이용자의 요청에 따라 준비금을 예치받고 디지털 화폐를 발행할 수 있다. 즉 시중은행의 투자 상품 등을 이용하지 않는 경우 시중은행의 계좌가 무의미해진다.
[참고] 한국은행은 현재까지 CBDC 도입 여부를 결정한 바 없으며, 동 연구 사업은 특정 기술(분산원장)을 적용한 CBDC의 기능 구현 가능성을 실험한 것으로 최종 모델은 아님(2022년 11월 7일 공보 2022-11-14호)
CBDC는 안정적으로 출발할 수 있을까?
중앙은행이 디지털 화폐를 발행할 때는 그만큼의 지급 준비금을 예치해야 한다. 그래야 언제든 결제 시 현행 체계의 화폐로 교환을 할 수 있다. 즉 발행할 만큼 준비금을 예치하고, 결제를 통해 준비금을 사용한만큼 디지털 화폐를 소각 또는 용도 폐기한다. 이런 과정은 스테이블 코인과 매우 유사한 면이 있다. 조금 다르다면 디지털 화폐의 가치를 중앙은행과 국가가 준비금 가치와 동일하게 유지해 줄 거라는 확신이 있다는 점이다.
이 가치가 조금이라도 유지되지 않는다고 가정해 보자. CBDC 가치가 높으면 실물 화폐를 디지털 화폐로 바꿀 것이고, 반대로 실물 화폐의 가치가 높으면 디지털 화폐를 실물 화폐로 바꿀 것이다. 매매 시세 차익을 얻고자 하는 것으로 원화를 달러로 교환하면서 이득을 보는 것과 같으며 테라-루나의 모습도 그려질 것이다. 그러나 그리 우려할 일은 아니다. CBDC는 발행 및 준비금 모두 동일한 원화라는 점이 다르고, 국가와 중앙은행이 그 가치를 유지시켜줄 것이기 때문이다.
CBDC 도입 시 소액거래용을 먼저 검토하는 이유에는 고객간 거래가 추적된다는 점도 있다. 블록체인의 익명성, 탈중앙화가 아닌 계좌(또는 지갑) 개설 시 당신이 누구인지 알 수 있으며, 중앙은행이 원장(단일 또는 분산 모두)을 운영, 관리하므로 고객간 거래가 모두 실시간 추적된다는 것이다. (불법자금, 지하경제 문제를 완화하는 장점이지만, 내 거래가 모두 공개, 현금 이용 시 익명성은 유지되지 않는다.) 익명성을 보장할 수 있다고 하지만 들여다 보지 않은 뿐 모두 알 수 있는 체계이다. 이 부분이 누구나, 전 세계 어디서 사용하는데 당신이 누구인지 모르는 탈중앙화 금융과 확연하게 다른 점이다.
CBDC의 특징으로는 현금과 달리 ① 관련 거래의 익명성을 제한하거나 그 수준을 조절할 수 있고 ② 이자 지급, ③ 보유한도 설정과 ④ 이용가능시간 조절 등도 가능하여, 정책목표에 맞게 특정한 특성을 갖는 다양한 형태로 발행 가능하다(한국은행 문서 발췌).
CBDC에서 뜨거운 감자가 될 수 있는 것은 비거주자에 대한 이용 여부이다. 즉 미국, 중국, 유럽의 중앙은행에서 계좌를 발급 받아 이용할 수 있는지 여부다. 이럴 경우 화폐 가치에 따라 또는 재산 은닉을 위해 디지털 화폐의 대이동이 발생할 수 있다. 자신의 모든 예금 자산을 미국 중앙은행의 계좌에 달러로 보유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다만 그럴 일은 없을 것 같다. 각국이 엄격하게 규제하고 통제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탈중앙화 가상자산(암호화폐)의 필요성은 더 높아질 수 있고, 투자 용도를 넘어 자연스레 사용할 것이다.
스테이블 코인은 그럼 정착할 수 있을까?
CBDC가 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해 준다고 해서, 암호화폐로 일컫는 가상자산 시장이 위축되거나 사라지지는 않을 것 같다. CBDC를 사용할 수 있는 상황에서 확실한 판단이 되겠지만, 이용의 형태와 편의성, 투자성 등 성격이 다를 것이다.
스테이블 코인은 여러 형태로 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려 노력했지만, 그리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방법의 잘못이라기 보다 법적 규제와 모니터링 사각지대에 있는 상황이다. 무 담보형이나 암호화폐 담보형은 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이 판명됐다. 이런 상황에서는 법정통화 담보형(달러, 엔, 금)으로 가고, CBDC 수준의 준비금 규제를 적용, 운용한다면 스테이블 코인의 불안은 가라앉을 것이라 생각한다.
가상자산을 투자가 아닌 사용 목적으로 이용한 생태계가 많이 만들어지기 전에는,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불신과 폭락을 단기간에 이겨내기 어려울 것 같다. 물론 반등의 요소는 있다. 웹3.0 서비스가 성장한다면, 가상자산 시장의 반등을 자연스레 가져다 주지 않을까 조심히 예상해 본다. 올해는 가상자산 시장의 성장을 비관적으로 보는 예상이 많다. 가상자산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더욱 필요한 시기다.
글 / 동국대학교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곽노건 겸임교수
현재 블록체인/가상자산 지갑서비스 및 컨설팅 전문회사인 비피엠지(BPMG)에서 사업개발을 맡고 있으며, IT 개발 및 컨설팅 경험을 가지고 프로그래밍 분야 비롯해 다양한 IT 과목을 강의하고 있다.
참조 / 나무위키, 해시넷, 한국은행, 뱅크리스 타임즈
정리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