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탄소 전기만 골라 쓴다…'친환경'으로 진화하는 전자제품들
[IT동아 권택경 기자] 빅테크 기업들을 중심으로 전자제품에도 탄소 저감 기능이 도입되고 있다. 단순히 에너지를 절약하는 걸 넘어서 재생 에너지 가용률에 따라 전력 사용을 최적화해 탄소 배출을 저감하는 기능들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12일 엑스박스가 가정용 게임기 최초로 ‘탄소 인식’ 기능을 추가한다고 밝혔다. 탄소 인식은 새롭게 추가되는 ‘절전 모드’와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기능으로, 절전 상태인 엑스박스가 재생 에너지 가용률이 가장 높은 시간에 맞춰 자동으로 다운로드나 업데이트를 진행한다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설명했다.
해당 기능은 현재 업데이트를 먼저 받아볼 수 있는 인사이더 프로그램 참가자들에게 우선 제공되며, 조만간 전체 이용자들에게 적용될 예정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앞서 지난해 9월 윈도 11에 ‘탄소 인식’ 기능을 선보인 바 있다. 이같은 탄소인식 기능들은 ‘와트타임(WattTime)’이나 ‘일렉트리시티 맵(Electricity Maps)’과 같은 비영리 민간단체 및 기업에서 제공하는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각 지역 전력망의 탄소 배출량을 감시해 실시간 정보 및 예측 데이터를 제공한다.
애플 또한 지난해 10월 업데이트한 iOS16.1부터 아이폰에 청정에너지 충전 기능을 도입했다. 인근 전력망에서 탄소 배출량을 예측해 재생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는 시간에 아이폰을 집중적으로 충전한다.
자동차 업계서는 도요타가 와트타임과 협력해 저탄소 충전 기능을 선보였다. 도요타는 지난 11일 도요타와 렉서스의 전기차, 하이브리드 자동차 고객들이 청정에너지가 사용 가능한 시간에 맞춰 자동차를 충전하는 에코 충전 기능을 미국 소비자들에게 제공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기업들이 주로 생산 및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저감하는 데 집중했다면, 최근에는 소비자가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할 때 발생하는 탄소까지 대상으로 삼는 모양새다.
최근 엄격해지고 있는 친환경 기준 또한 이런 흐름을 가속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친환경이 화두가 되면서 너나 할 것 없이 친환경을 내세우면서 가짜 친환경, 이른바 ‘그린워싱’에 대한 경각심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부 업계에서는 제품의 원료 채취부터 폐기에 이르기까지 전 생애주기에 걸쳐 미치는 환경적 영향을 평가하는 ‘전 과정 평가’ 도입이 집중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전기차다. 전기차는 운행 중 직접적으로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없지만, 이를 충전하는 데 쓰이는 전기가 화석 연료로 생산됐다면 그만큼 탄소를 배출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청정에너지 충전 기능이 보편화되면 이처럼 제품 사용이나 충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아직은 전력망의 탄소 배출량에 대한 실시간 데이터가 존재하는 미국 등 일부 국가와 지역에서만 제한적으로 지원된다.
국내에서는 이같은 기능이 지원되더라도 사실상 효용성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 재생에너지 가용률 자체가 주요 선진국들에 비해 턱없이 모자르기 때문이다. 한국전력통계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7.5%로 OECD 평균인 30%를 크게 밑돌았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