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엘 "자율주행의 핵심 '라이다', 비용 낮출 수 있다"
[IT동아 정연호 기자]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자율주행차 대중화를 막는 장벽 중 하나는 부품의 가격이다. 자율주행차의 눈인 ‘라이다’가 지나치게 비싸다는 이야기가 주로 들린다. 국내에선 양산된 제품이 없기에 주로 수입을 하는데, 문제는 라이다값이 비싸 차량 1대에 여러 개를 장착하면 부품값만 해도 상당하다는 것. 자동차에 라이다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도 추가 비용이다.
테슬라가 자율주행차에 라이다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결정한 이유 중 하나도 라이다의 비싼 가격이다. 다만, 자동차 업계의 중론은 레벨 3 이상의 자율주행차부터는 라이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부 구간에서 시스템이 자동차를 통제하는 3단계에선 자동차 제조사 책임도 커지기 때문이다. 해상도가 뛰어난 라이다 없이는 안전한 자율주행을 구현하기 어렵다.
판교이노베이션랩 지식산업센터에서 만난 오토엘의 이용성 대표는 “라이다를 차량에 탑재하는 것만으로 1000만 원 이상 들어간다면, 프리미엄 자율주행차 위주로 상용화될 수밖에 없다”면서 “국내는 자율주행차 최고 시속이 80km로 제한돼 있다. 고속도로에서 80km 자율주행을 하려고 이 비용을 지불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라고 물었다.
“라이다, 고도화된 자율주행을 위한 전제 조건”
현대자동차에서 분사한 스타트업 오토엘은 자동차에 적용이 가능하도록 내구성은 뛰어나면서, 비용도 낮춘 라이다를 개발하고 있다. 이 대표는 “현재 자율주행차는 ADAS (운전자 보조 시스템)가 탑재된다. 여기에 카메라, 레이더 등이 들어가는데 장치의 한계 때문에 속도가 높아지는 등 운행의 복잡성이 증가하는 상황에서는 사고 확률을 0%로 떨어뜨리기가 어렵다”라며 라이다가 필요한 이유를 설명했다.
레이더와 라이더의 원리는 유사하다. 특정 매개체를 차 주위 대상에 쏜 뒤 돌아오는 시간으로 사물 위치나 크기 등을 파악한다. 차이점은 레이더의 매개체는 전파고, 라이다는 빛이라는 것. 레이더의 매개체인 전파는 파장이 길어서 먼 곳까지 탐지가 가능하지만, 해상도가 떨어져 주변 사물을 정밀하게 파악하지 못한다.
반면, 라이다는 해상도가 높으니 대상을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으며, 주위 대상들이 동시에 움직여도 이들을 구분할 수 있다. 물론, 라이다만 단독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이를 레이더와 카메라 정보와 통합하는 것이 더 정교한 자율주행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지금까지는 국내의 라이다 기술력이 충분하지 않아, 자동차 업계들은 크고 비싼 라이다를 수입해왔다. 라이다가 자동차 부품으로 탑재되기엔 장벽이 상당히 높다. 해상도도 좋고 내구성도 뛰어나야 하는데 이는 가격을 올리는 주요 원인”이라고 말했다.
오토엘이 개발하는 라이다는 고정방식과 회전방식을 혼합한 제품이다. 이 대표는 이를 통해 각각의 방식이 갖는 치명적인 단점을 보완했다고 설명한다. 360도 회전형 방식인 1세대 라이다는 작게 만들기 어려워 매립이 불가능해 주로 지붕에 설치된다. 지붕에 설치되면 자동차 미관을 해칠 뿐 아니라, 근거리 물체를 검출하지 못하는 영역이 넓어진다. 또한, 360도 방식에선 회전을 위한 링이 필요한데 차체처럼 높은 온도에서 오래 사용하지 못해 내구성이 낮다.
고정형 라이다는 검출 거리가 짧고, 수평화각(렌즈로 촬영할 수 있는 수평 범위)이 좁은 한계가 있다. 이 대표는 “자율주행차 검출 거리는 200m 정도가 돼야 하는데, 이런 타입은 넓은 수평화각 설정에서 100m를 넘기 어렵다”고 했다. 라이다가 회전을 하면 전체 공간을 나눠서 찍지만, 고정형 라이다는 전체 공간을 한 번에 찍는다. 쏘는 빛의 양은 유한한데 스캔할 공간은 넓으니 라이다에서 멀어지면 조도가 약해지고, 센서가 돌아오는 빛을 받아들일 때 먼 곳에서 온 건 세기가 희미해 노이즈로 처리되곤 한다.
오토엘은 몸통은 고정하고 그 안에 반사용 거울을 회전시켜 주변을 스캔한다. 제품이 회전하지 않으니 회전에 따른 부하가 크지 않아 내구성이 높고, 거울을 회전시켜 고정형 라이다의 한계를 극복했다.
다만, 매립을 위해 라이다를 소형화할 때 문제가 발생했다. 라이다가 빛을 쏘면 이를 받아들이는 센서가 필요하다. 라이다가 작아질수록 센서가 들어갈 공간도 좁아져 빛을 받아들이는 센서 위치를 정밀하게 설정하기가 어려워진 것.
이 문제는 빛의 감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해결했다. 센서가 빛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더라도 빛의 감도가 강하다면 신호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 다만, 빛의 감도가 강해지면 노이즈도 증가하기 때문에 오토엘의 자체 알고리즘으로 노이즈를 처리하고 있다. 보통 라이다는 송수광 모듈을 여러 개 탑재하면서 비용이 높아지는데, 오토엘만의 기술로 이를 하나만 라이다에 넣으면서 가격을 낮출 수 있었다.
이 대표는 오토엘 라이다의 쓰임새를 자율주행에만 국한하지 않았다. 그는 “국내에서 지능형 교통 인프라 시스템이 개발되고 있는데, 국토교통부는 보행자 보호를 위해 라이다를 설치하려고 한다. 국산 제품 중에 요구되는 조건을 맞춘 경우가 별로 없어서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보안 감시를 위해서 라이다를 활용할 수도 있다. 군부대나 국가시설에서 감시 및 경계 시설에 라이다를 탑재하면 탐지의 정확도가 더 올라갈 수 있다. 이 대표는 “현재는 철조망에 설치한 센서의 오탐이 많아서 라이다를 적용하면 이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마트 공장에서 물류의 이동을 자동화할 때도 라이다를 통해 앞뒤 물체를 구별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이 대표에게 소부장 기업을 운영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는지를 묻자 “생산 업체를 찾는 게 쉽지 않았다”는 답이 나왔다. 그는 “현대차는 기준 품질 인증에만 1년 이상이 걸린다. 스타트업으로서 우리 제품을 생산해줄 업체를 찾으려고 노력했다. 현대차에서 분사한 곳이 있어서 그곳과 함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차에서 30년 정도 일하고 센서를 개발하는 팀의 팀장으로 있었던 상황에서, 당시 센서를 개발했던 책임연구원과 라이다를 제대로 개발하자는 결심을 하고 사내 스타트업으로 분사를 하게 됐다. 현대 위아 등 현대차 계열사에서 이직한 직원들과 기업을 운영하게 됐다. 다들 각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하면서 전문성을 쌓아온 인재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제조 스타트업으로서 수요기업을 찾는 게 중요한데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 도움을 받았다.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가 과제를 심사할 때 초기부터 수요 기업을 참여시켜서 수요 기업과 공급 기업 간 매칭을 도왔다. 덕분에 여러 기업에서 연락이 왔다. ‘국내에는 자기들이 필요한 조건의 라이다를 공급하는 업체가 없었는데 이를 통해 알게 됐다’고 말하는 기업들이 많았다”고 했다.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는 소재·부품·장비 스타트업의 성장을 돕기 위해 매년 20개 사에 달하는 기업 지원한다. 오토엘은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의 소재·부품·장비 스타트업 100에 선정된 기업이다. 이는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기술자립도 제고와 대·중견기업의 수요 소재·부품에 대응할 수 있는 혁신적인 스타트업 발굴·육성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글 / IT동아 정연호 (hoh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