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인사이트] CES2023에서 엿본 모빌리티의 미래
모빌리티(mobility). 최근 몇 년간 많이 들려오는 단어입니다. 한국어로는 '이동성' 정도가 적당하겠네요. 그런데 말입니다. 어느 순간부터 자동차도 모빌리티, 킥보드도 모빌리티, 심지어 드론도 모빌리티라고 말합니다. 대체 기준이 뭘까요? 무슨 뜻인지조차 헛갈리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몇 년간 전 세계에서 큰 성공을 거둔 스타 벤처 중 상당수는 모빌리티 기업이었습니다. '유행어처럼 여기저기에서 쓰이고 있지만 도대체 무슨 뜻인지, 어디부터 어디까지 모빌리티라고 부르는지 도무지 모르겠다!'라는 분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모빌리티 인사이트]를 통해 국내외에서 주목받는 다양한 모빌리티 기업과 서비스를 소개합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차량호출 서비스부터 아직은 낯선 '마이크로 모빌리티', 'MaaS', 모빌리티 산업의 꽃이라는 '자율주행' 등 국내외 사례 취합 분석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하나씩 알려 드립니다.
세상 모든 혁신 기술의 연례 모임, CES 2023
매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는 미래를 먼저 내다볼 수 있는 차세대 혁신 기술 박람회가 개최됩니다. 바로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 Consumer Technology Association)에서 주관하는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Consumer Electronics Show) 인데요. 지난 1월 5일(현지 시각)부터 8일까지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Las Vegas Convention Center)에서 CES2023이 성황리에 개최됐습니다.
매년 열리는 CES 행사에선 누구보다 빠르게 새 전자제품 기술을 살펴볼 수 있고, 시장의 주요 이슈와 동향 및 미래 전망 등 여러 정보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어서 기업 의사 결정권자, 인플루언서, 미디어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이 행사에 주목을 합니다.
지난 CES 2022는 코로나19로 인한 국제적 위기 속에서도 행사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는데요. 이번 CES 2023은 3년 만에 ‘노마스크(No Mask)’ 방식이었고, 지난해와 비교하여 행사 면적이 25% 이상 증가했습니다. 총 3100여 개 기업이 참가한 가운데 신규 전시 기업은 1,000여 곳 이상이었다고 합니다. 유수의 기업들이 자사의 혁신 기술을 공개하고, 미래 산업과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뜨거운 경쟁을 치열하게 펼친 현장이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국내 기업은 550여 곳이 CES 2023에 참가했으며, 이는 개최국인 미국(약 1,500여 기업) 다음으로 많은 수치입니다. 더욱 강화된 국내 기업들의 기술 경쟁력을 보니, 한국이 차세대 산업을 견인할 주요 국가로 도약하는 모습을 확인하는 자리로도 보였습니다.
미래 산업에서 우리나라의 입지가 더욱 견고해지고 있는 것 같아 굉장히 자랑스럽습니다. 이번 CES 2023에서는 어떤 기술이 주목을 받았나요?
CES은 모빌리티, 디지털헬스, 지속가능성, 인간 안보, 웹3.0/메타버스 등 다섯 가지 테마를 올해 핵심 키워드로 선정했습니다. 주제 전시회는 5G, AI, 증강 및 가상현실(AR/VR), 로봇 및 드론, 가상화폐 및 대체불가토큰, 푸드테크, 우주기술, 스마트시티, 자동차 기술 등 24개의 테마로 꾸려졌는데요. 지난해와 비교해 메타버스 영역이 확장되긴 했지만, 모빌리티, 디지털헬스, 지속가능성 등 기존에 제시된 미래 방향의 큰 틀은 유지됐습니다. 모빌리티 분야에선 자율주행, 전기차, 커넥티드카, 차량용 소프트웨어 등 기존의 기술이 한 층 더 고도화된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미래 산업에서 모빌리티 분야는 언제나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것 같습니다. 그만큼 빠른 변화와 혁신이 기대되는 산업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CES 2023에서 소개된 주요 모빌리티 기업의 혁신 기술은 무엇인가요?
이번 CES 2023에는 아마존(Amazon), 소니(Sony), LG,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삼성, BMW, 구글(Google), 보쉬(Bosch), 엔비디아(NVIDIA), 메르세데스-벤츠 등 유수의 글로벌 기업이 ‘모빌리티’라는 주제로 참여했습니다. 지난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CES 2022에 참석하지 못한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도 모빌리티 플랫폼 산업 내 본격적인 진입을 위한 차량용 운용체계 및 소프트웨어 기술, 인공지능 등을 선보였습니다.
구글은 차량용 운용체계 체험 공간을 마련해 참관객들이 ‘안드로이드 오토’를 체험하는 환경을 조성했는데요. 안드로이드 오토로 차량에서 최대 세 개의 앱을 동시에 실행할 수 있습니다. 주행 중 문자, 이메일 등을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구글 어시스턴트를 통해 음성으로 여러 기능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또한, 자동차와 집, 모바일을 연결해 이들의 경계를 무너뜨림으로써, 더욱 편리한 라이프스타일을 구현하는 기술을 선보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차세대 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연결성, 클라우드 등을 주목해볼 만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효율적인 전기차 배터리 관리 기술과 자사 클라우드 ‘애저’를 활용한 차량생산, 차량용 소프트웨어 개발 기술을 선보였습니다.
아마존은 모빌리티에 집중한 ‘아마존 포 오토모티브’ 전시관을 마련해 자사 인공지능 ‘알렉사’를 탑재한 스마트카 서비스를 공개했습니다. 또한, 아마존웹서비스(AWS)의 데이터 분석 및 처리기술을 활용한 고도화된 자율주행 기술도 선보였습니다.
미래자동차 산업을 선도하기 위한 글로벌 완성차 기업의 기민한 움직임도 주목해볼 만합니다.
전기차, 자율주행 기술 등 차세대 자동차 기술을 선도하는 테슬라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주변 교통체증을 완화하고 편리한 이동을 지원하기 위해서, LVCC 지하에 각 전시장을 연결하는 루프를 운영했습니다. 작년에는 약 2.7km의 구간을 운영했으나 올해는 약 2km가 늘어난 4.7km 구간으로 확장했고, 2곳의 정거장을 추가해 총 5개의 정거장을 운영했습니다. 또한, 약 40대 차량을 추가로 투입해 총 100여 대의 자율주행 차량을 루프 내에서 활용했죠.
이처럼 테슬라는 CES 2020부터 미래 교통 인프라인 지하터널 ‘루프’를 운영하고 있으며, 매년 기술 고도화를 하고 있어 해당 기술의 상용화에 가장 근접한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현재 테슬라는 도심용 루프뿐 아니라 장거리 고속 이동이 가능한 하이퍼루프 솔루션도 개발하고 있다고 합니다.
독일의 프리미엄 럭셔리 완성차 브랜드 메르세데스-벤츠는 전기차 분야에서 테슬라를 넘어서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2025년부터 전 차종의 플랫폼을 전동화한다는 계획을 발표하는 등 프리미엄 친환경자동차 중심 기업으로 전환할 목표를 구체화한 상황입니다. 이러한 전동화 전략의 일환으로 북미, 유럽, 중국 등에 2030년까지 1만 대 이상의 고성능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한다는 방침입니다.
자체 충전 네트워크를 구축해 충전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표적 기업엔 테슬라가 있는데요. 메르세데스-벤츠는 벤츠 차량에 자체 충전 서비스에 대한 우선 사용권을 부여하되, 충전기 호환이 가능한 타사의 차량에도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입니다. 자사 차량에만 충전 서비스를 제공하는 테슬라의 ‘슈퍼차저 스테이션’과는 차별화된 전략을 제시한 것이죠. 메르세데스-벤츠는 미국과 캐나다 내 약 400개의 전기차 충전소를 먼저 건설해 자체 전기차 충전 네트워크를 조성하는 첫 행보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BMW 그룹 회장 올리버 집세(Oliver Zipse)는 CES 2023 기조연설자로 나서 ‘인간과의 교감’을 강조했는데요. 이와 함께 자사의 차세대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콘셉트카 ‘BMW i Vision Dee’를 공개했습니다. BMW는 새로운 콘셉트카를 통해 미래 헤드업 디스플레이를 최초로 선보였는데요. 전방 디스플레이의 정보 투영 범위를 차량 앞 유리 전체로 확장해 기존보다 많은 정보를 동시에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는 향후 2025년부터 출시될 BMW의 혁신적 전기화·디지털화 전략 모델인 ‘뉴 클래스(Neue Klasse)’ 라인업에 탑재될 전망입니다.
가전제품 전문 기업의 모빌리티 시장 진입도 흥미롭습니다. 일본의 IT기업 ‘소니(Sony)’는 지난해 열린 CES2022에서 전기차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는데요. 지난해 모빌리티 시장 진출을 위한 ‘소니 모빌리티’와 ‘소니-혼다 모빌리티’를 잇달아 설립하고, 이번 CES 2023에서는 그 첫 시작을 알리는 전기 콘셉트카 ‘아필라’를 공개했습니다.
아필라는 차량에 카메라와 레이더 등 자율주행을 위한 45개 이상의 센서를 탑재해 자율주행이 가능합니다. 소니는 출시된 차량들과의 차별화를 위해 인공지능(AI), 엔터테인먼트, 증강 및 가상현실(AR/VR) 등 소니의 특화된 기술을 접목해 미래 자동차 시장을 선도한다는 방침입니다. 소니는 지속적인 기술 개발을 통해 오는 2025년 상반기부터 아필라의 예약 주문을 받고, 2026년 상반기부터 실제 차량을 출고할 계획입니다.
CES 2023에선 모빌리티 전문 기업이 기술을 혁신을 전시하는 것과 함께 산업 간 경계를 허물고 새롭게 시장에 진입하거나 협업하는 움직임도 활발했던 것 같네요. 이번 전시회에서 주목받은 국내 기업도 있나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자동차 전문기업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2009년부터 꾸준하게 CES에 참가하며 매년 새로운 혁신 기술을 발표하고 많은 주목을 받았으나, 올해 개최된 CES 2023에는 두 기업 모두 참가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현대자동차 그룹 주요 계열사인 현대모비스와 HL만도, 중앙제어 등 다양한 모빌리티 전문기업이 전시회에 참가해 미래 모빌리티 혁신 기술을 공개했죠.
현대모비스는 CES 2019에서 자사의 목적기반차량(PBV) ‘엠비전’ 시리즈를 최초로 공개한 이후 ‘엠비전 터그’, ‘엠비전 투고’ 등의 모델을 공개해왔습니다. 이번 CES 2023에서는 자율주행 전기 콘셉트카인 ‘엠비전 TO’를 공개했습니다. 현대모비스가 준비하는 미래의 자동차 바퀴인 ‘e-코너 모듈 플랫폼’을 탑재한 엠비전 TO는 자동차 앞뒤 바퀴의 각도를 조절해 수평이동 및 제자리 회전이 가능한 ‘크랩주행(게가 움직이듯 좌우로 이동하는 방식)’ 기술을 선보였습니다.
다만, 상용화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e-코너 모듈 플랫폼의 이전 기술인 인휠(In-Wheel) 기술이 양산돼야 하며, 네 바퀴 모두 개별적으로 장착해야 하는 만큼 낮은 사양의 차량에도 적용이 가능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HL만도는 자사에서 분사한 자율주행 전문기업 HL클레무브와 함께 CES 2023에 참가했습니다. 주요 기술은 스티어링, 서스펜션, 모터 등 주행 관련 장치를 일체화한 시스템 e-코너 모듈 기술입니다. 현대모비스처럼 자동차 바퀴를 각각 개별적으로 움직일 수 있죠.
아울러 HL만도는 HL클레무브와 함께 3D 안테나를 기반으로 감지 거리가 두 배 이상 증가한 고성능 레이더, 무선 업데이트(OTA)를 지원하는 초고해상도 카메라, 중앙집중화 아키텍처를 제공하는 영역 기반 전자제어기 등 자율주행 기술에 필요한 장치도 공개했습니다.
롯데정보통신의 자회사인 중앙제어는 전기차 충전기 기술로 CES 2023에 참가했습니다. 전기차 충전 플랫폼 브랜드 ’이브이시스(EVSIS)’와 함께 유럽 CE 인증 획득 제품 및 미국 UL 인증을 진행하고 있는 초급속(350kW)·급속(100kW)·중급속(30kW)·완속(7kW/11kW) 등의 충전기 제품을 공개했습니다. 또한, 파워 쉐어링과 플러그 앤 차지, 태양광 연계가 가능하고 원격으로 유지보수 하는 충전기 고장진단 기능이 추가된 신제품도 공개됐죠.
중앙제어는 롯데정보통신과 함께 충전기 제조·플랫폼·충전소 운영에 이르는 전기차 충전사업 종합 서비스 라인업을 고도화할 계획을 밝혔습니다. 전기차 충전 기술에 자율주행·인공지능(AI)·메타버스 등의 차세대 기술을 연계해 차세대 모빌리티 플랫폼을 확산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습니다.
전반적으로 이번 CES 2023은 지난해에 발표된 다양한 기술이 고도화된 느낌이 강한데요. 특히 그 중심에서 우리 기업의 시장 파급력도 큰 것 같습니다. 향후 시장을 선도할 날이 머지 않은 것 같은데요?
맞습니다. 우리나라는 이번 전시회에서 개최국인 미국 다음으로 많은 수의 기업이 참가하며 차세대 혁신 기술을 견인할 주요 국가로 발돋움했습니다. 현대자동차, 기아 등 국내 핵심 완성차 기업은 참가하지 않았지만 여전히 국내 기업의 혁신 기술에 대한 세계적 관심은 뜨거웠습니다.
또한, 모빌리티 산업에 증강 및 가상현실,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차세대 기술이 융합되면서 한국이 꾸준하게 강세를 보여온 콘텐츠, 반도체 등 주요 유관 기술들도 주목을 받았는데요. 향후 각 기업들 간의 긴밀한 연계를 통해 모빌리티 산업뿐 아니라 미래 먹거리 산업 전체를 선도하는 국가로 발전해 나아가길 기대해봅니다.
글 / 한국인사이트연구소 이경현 소장
시장 환경과 기술, 정책, 소비자 측면에서 체계적인 방법론과 경험을 통해 다양한 민간기업과 공공에 필요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컨설팅 전문 기업. 최근에서야 핫해진 ‘모빌리티’ 사업의 가능성을 먼저 파악하고 몇 년 전부터 모빌리티 DB 구축 및 고도화, 자동차 서비스 신사업 발굴, 자율주행 자동차 동향 연구 등 모빌리티 산업을 다각도로 분석하며 연구를 진행해 왔다. 2020년에 ‘모빌리티 인사이트 데이’라는 이름으로 전문 컨퍼런스를 개최한 것을 시작으로 모빌리티 전문 리서치를 강화하고 있으며, 모빌리티 분야의 정보를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웹서비스인 ‘모빌리티 인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정리 / IT동아 정연호 (hoh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