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2023] CES 유레카 파크, 강력한 에너지 내뿜는 국내 스타트업 모였다
[IT동아 정연호 기자] 라스베이거스에서 지난 5일(현지시각)부터 8일까지 진행된 소비자 가전 전시회 2023(Consumer Electronics Show, CES2023). 전 세계 미디어, 산업 관계자, 일반 관람객이 참가해 CES 엑스포를 가득 채웠다. 인공지능, 메타버스, 블록체인, 미래 모빌리티, 로보틱스 등 새로운 패러다임이 생생한 기술과 제품으로 구현되는 장소였던 만큼 ‘기술 월드컵’이라는 위상이 아깝지 않은 자리였다. 이 자리를 빛낸 국내 기업들도 K-기술을 선보여 많은 관심을 받았다.
CES2023이 진행되는 베네치안 엑스포에는 혁신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스타트업을 위한 전시관이 있다. 바로 유레카 파크다. 유레카 파크에 들어서면 웅성웅성하는 군중의 소리가 입장객을 반긴다. 이곳은 드넓은 공간이 좁다고 느껴질 만큼 사람들이 가득 차 있었으며, 세계 각국의 무수히 많은 스타트업들이 세상을 바꿀 수도 있는 혁신을 전파하고 있었다.
올해 CES2023 관람객은 역대급 규모인 10만 명 정도로 예측된다. 국내 기업들의 참여도 크게 늘었다. CES2023 참여 기업 2300개 중 국내 기업은 500여 개로 다섯 곳 중 하나가 한국 기업이었다. 국내 기업은 작년보다 20%가량 늘었는데, 그 이유는 스타트업의 참여가 늘었기 때문이다.
CES에 참여한 스타트업은 2017년에는 28개 기업이었지만, 2022년에는 292개로 10배 가까이 늘었다. 중소벤처기업부나 산업통상자원부 등의 정부 기관과 창조경제혁신센터 및 대학교 산학협력단 등이 경쟁력 있는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독려한 결과다. 국내 스타트업들이 CES2023에 참여해 전하고자 하는 혁신에는 무엇이었는지 알아보자.
더 많은 사람을 포용할 수 있는 기술의 발전
CES2023에서 처음으로 만난 스타트업은 올해 최고혁신상을 받은 닷이었다. 닷이 전시한 제품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세계 최초의 촉각 그래픽 장치인 닷패드다. 300개의 셀로 구성된 디스플레이가 점자를 구축해 정보를 전달한다. 디스플레이 위를 만지면 툭 튀어나온 점자를 느낄 수 있다. 이를 통해 글자도 간편하게 점자로 만들 수 있지만, 닷 패드를 통해선 그림도 점자로 구현할 수 있다. PC에 있는 이미지 등도 편하게 점자로 제작할 수 있다고 한다. 한국어 외에도 다양한 언어를 점자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시각장애인들은 크고 무거우며, 비싼 점자 교과서로 공부를 해야 하기 때문에 교육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문제를 닷 패드를 통해서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닷패드는 접근성 분야에서 CES2023 최고 혁신상을 받았는데, 이는 전 세계적으로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을 반영한다.
삼성전자의 C랩은 CES에서 매년 주목을 받는 전시관 중 하나다. CES2023에는 임직원 대상 사내 벤처 프로그램 C랩 인사이드와 외부 스타트업 대상 프로그램인 C랩 아웃사이드 기업들이 모두 참여했다. 셀리코도 C랩 아웃사이드 기업으로 CES2023에 참여했다.
셀리코는 망막질환 초기부터 말기까지 시각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시력을 복원하도록 돕는 장치다. 전자눈은 손상된 시세포층에 카메라인 이미지센서 칩을 삽입하는 방식으로 활용되는데, 이 센서가 빛을 감지하고 생체전기 신호로 변환한다. 신경세포들이 이를 뇌에 전달하면 사물을 인식할 수 있다고 한다. 여기서 전자눈은 손상된 시세포의 역할을 하게 된다.
우리 삶에 한층 더 다가온 인공지능과 자동화
뤼튼 테크놀로지는 C랩 아웃사이드 지원을 받는 기업으로 인공지능 기반 글쓰기를 지원한다. 뤼튼 솔루션의 특징은 글을 형식과 관계없이 인공지능으로 작성할 수 있다는 것.
미팅 신청 이메일, 광고 카피라이팅, 앱 푸쉬 알림 멘트, 글의 핵심 요약, 제품 소개, 인스타그램 캡션 등 뤼튼 솔루션을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 SNS의 중요성이 커지고 고객과 마케팅 담당자가 교류해야 하는 접점이 늘어나면서 글쓰기에 대한 부담을 느끼는 사람이 많은데 이러한 솔루션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뉴빌리티는 삼성전자 아웃사이드를 통해 지원을 받는 딜리버리 로봇 스타트업이다. 현재 세븐일레븐과 뉴빌리티가 자율주행 로봇 배달 서비스 도입 및 상용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세븐일레븐 서초아이파크점에서 뉴빌리티의 뉴비를 도입해 근거리 배달 서비스 상용화를 위한 시범 운영에 나섰다. 뉴비는 정부의 규제 샌드박스를 통과한 자율주행 배달로봇으로, 실내뿐 아니라 실외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다.
최근 물류 고도화에 따라 기업들의 주요 관심사가 된 것은 바로 라스트마일. 라스트마일은 쉽게 생각하면 집 근처에 있는 세븐일레븐 편의점에서 고객의 집으로 바로 배송을 하는 마지막 구간을 말한다. 뉴비 역시 대략 1km 반경에서 주문이 들어오면 상품을 나르는 일을 한다. 식당에서 조리된 음식이나 편의점의 물건을 배송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노동 인구가 줄어들면서 일을 자동화하는 것에 대해 세계적인 관심이 크다. 특히 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선진국에서는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로 떠오르는 상황. CES에서 만난 넥스트페이먼츠 부스에선 로봇팔이 커피를 만드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 기자가 설명을 듣는 중 해외 투자 관련 기업이 기술에 대한 설명을 요청을 해 함께 내용을 들었다.
넥스트페이먼츠 지광철 대표는 “기계가 커피를 만드는 것뿐 아니라 배달플랫폼 등을 통해 주문을 받고 배달 라이더 호출까지 자동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무인커피숍에서도 배달 주문까지 처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사람들은 키오스크를 통해서 커피를 주문하는데 이를 통해 데이터를 쌓고 개인 맞춤형 추천을 더 정교화할 수도 있다.
사람들의 생활 방식은 변했다…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기술도 등장
유레카 파크에는 여러 해외 미디어들이 관심을 갖는 스타트업들이 있었고, 이들의 제품이 전시된 부스는 관람객들로 가득 차 있었다. 강아지의 코 주름(비문)을 인식해 강아지를 확인하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펫나우 부스에는 이를 취재하는 해외 미디어들의 발걸음이 끊기지 않았다. 펫나우는 CES2022에서 최고 혁신상을 받은 기업으로 올해는 혁신상을 수상했다.
국내를 비롯한 전 세계에서는 반려동물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에 대응해 반려동물 용품과 병원, 보험 등의 관련 산업도 커지고 있지만, 반려동물 유기 및 실종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세계 각국은 반려동물 등록제를 통해서 이를 해결하려고 하지만, 마이크로칩을 몸에 넣는 것과 인식표를 다는 것 모두 동물을 불편하게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위한 안전한 대안으로 비문인식 기술이 떠오르고 있는 것. 펫나우 관계자는 “세계 최초로 고양이도 인식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혁신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일까. 최근에는 영국 공영방송 BBC와 미국 지상파 CBS가 펫나우 특집 방송을 찍어 상영하기도 했다. 지난해 국내 스타트업으로는 최초로 CES최고 혁신상을 받은 만큼 많은 주목을 받은 것이다.
누비랩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으로 버려지는 음식물을 줄이도록 돕는 기업이다. 누비랩의 솔루션을 통해서 사람들의 식사 전후 음식 사진을 분석하고, 섭취한 음식과 남긴 음식의 종류와 양을 파악해 음식물 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 사람마다 다른 잔반량, 섭취량 정보를 통해 잔반 축소를 유도하고 식습관과 영양을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 솔루션이다.
누비랩에 따르면, 솔루션을 도입한 급식소들은 작년 한 해 동안 음식물 쓰레기를 30% 이상 절감했다. 수치만 따지면 거의 9톤의 음식을 절약한 것이다. 소나무 1848 그루의 연간 탄소 흡수량과 같으며, 약 15.3톤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인 것과 같다. 최근 그린워싱(환경에 나쁜 영향을 주는 제품을 만들면서도 이를 친환경으로 포장하는 것)으로 인해서 환경을 실질적으로 보호하려면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누비랩의 솔루션을 통해서 환경을 효율적으로 보호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 기술, 이제 더는 ‘미래’의 것이 아니다
CES 2023은 오랫동안 발전해온 기술들이 우리의 삶에 접목되는 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려주는 공간이었다. 인공지능과 로보틱스, 빅데이터 등을 통해서 사람들의 삶은 더 편해지고 소외됐던 사람들을 포용할 수 있게 됐고, 기후 위기처럼 해결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였던 문제도 해결책에 대한 단서를 잡을 수 있게 됐다.
CES 현장을 취재하면서 국내 스타트업을 독려하고, 이들의 기술에 대한 설명을 듣는 정치인들과 관료들을 종종 마주치게 됐다. 이 자리를 통해 국내 스타트업이 더욱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들이 잘 마련되길 기대해본다.
글 / IT동아 정연호 (hoh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