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업] 세븐미어캣 [2] 홍기훈 교수 “ESG, 스타트업의 목적이 아닌 방법으로”
[스케일업 x SBA] 스케일업팀이 서울산업진흥원(SBA)과 함께 ‘2022년 하반기 스케일업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스케일업팀은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각각의 스타트업이 현재 진행하고 있는 사업 전반에 대해 소개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도전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각자의 전문 영역에서 활동하는 여러 전문가를 연결해 도움을 드리고자 합니다.
[IT동아 차주경 기자] 세븐미어캣은 아파트 단지의 주차장을 시작으로 자동차·시설·커뮤니티를 하나로 연결, 상승 효과와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스타트업이다. 세븐미어캣을 이끄는 주명규 대표는 스마트폰이 사람·기술·가전을 하나로 연결한 것처럼, 이제는 자동차가 사람·주거 공간·커뮤니티·지역을 하나로 묶을 것이라는 확신 하에 세븐미어캣을 세웠다.
아파트 단지가 세븐미어캣의 주차 관제 시스템을 도입하면 여러 편의를 얻는다. 먼저 입주민은 자동차 주차 공간의 유무 확인과 외부 차량 등록 기능을 얻는다. 관리실도 한결 편리하고 정확하게 주차를 관리한다. 소비자들은 자동차 세차 기업으로의 연결과 중고차 판매 서비스, 주변 맛집과 약국 등 상점의 정보도 받는다. 아파트 입주민 전용 혜택과 중고 거래 기능도 이용 가능하다.
입주민의 의사 결정을 돕는 전자 투표와 커뮤니티 기능을 활용하면 아파트의 시설 운용, 각종 비용의 사용 결과를 투명하게 공지 가능하다. 나아가 세븐미어캣은 전기차 충전기 설치, 공유 주차 등 더 다양한 하이퍼로컬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여기까지 발전하자, 아파트 입주민들이 세븐미어캣의 기술이 ESG에 해당한다며 많은 관심을 보였다. 전기차 시설 확산을 이끄는 점은 E(Environment), 주변 상권과 상생하는 점은 S(Social), 아파트를 투명하게 운영하도록 돕는 점은 G(Governance)에 각각 해당한다.
주명규 대표는 세븐미어캣의 비즈니스모델과 청사진이 ESG에 부합하는지, 그렇다면 어떻게 알리고 강화할지 궁금해한다. 만일 부합하지 않는다면, 세븐미어캣이 만든 아파트의 새로운 가치와 선한 영향력을 더욱 강화하고 널리 알릴 방안을 알고 싶어한다.
스케일업코리아는 세븐미어캣의 ESG 대응 전략을 점검하고 조언을 줄 전문가로 홍기훈 홍익대학교 경영대학 재무전공 교수를 섭외했다. ESG 금융과 대체 투자 전문가인 그는 금융위원회 테크자문단, 글로벌 ESG와 한국탄소금융협회 ESG 금융팀장으로 활동 중이다. 우리나라 기업 관계자와 정부 기관에 ESG 자문도 활발히 한다.
세븐미어캣의 ESG는 ‘전기차 보급·지역 상생·아파트 운영 투명화’
홍기훈 교수 :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세븐미어캣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데요, 먼저 어떤 사업을 하고 계신지, 그리고 비즈니스모델이 ESG와 어떻게 이어지는지 설명을 들을 수 있을까요?
주명규 대표 : 아파트 앱에 주차 관제와 전기차 시설 편의, 투명한 커뮤니티 운영과 주변 상권과의 상생 기능을 도입한 것입니다. 이렇게 모든 것이 연결된 소프트 스마트 시티를 만드는 것이 세븐미어캣의 비즈니스모델입니다. 이들 요소가 ESG에 부합한다고 내부에서 판단했고, 실제로 아파트 입주민들도 세븐미어캣이 아파트 단지에 어떤 ESG를 가져다주는지 먼저 문의를 해 와서 이를 검증하려고 합니다.
세븐미어캣의 주차 관제 시스템을 쓰면 아파트 내 전기차의 대수, 전기차의 미래의 수요를 파악 가능합니다. 이를 토대로 전기차 충전기 설치도 돕고요. 인프라를 넓히는 셈입니다. 한편으로는 아파트 단지 주차장에 월 세차 구조를 적용해 물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솔루션도 제공 예정입니다. 탄소 배출 없는 전기차를 보급하고 물 사용량을 줄이는 점에서 E를 만족한다고 봅니다.
아파트 입주민의 커뮤니티에서 재화를 공유하도록 이끌고, 주변 상권과의 상생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역할, S를 만족한다고 해석합니다. 단지 내 상품의 수요를 인근 상점과 상권으로 연결하는 구조입니다. 아파트 입주민에게는 가격 혜택을, 주변 상권은 매출을 각각 얻어요.
강조하고 싶은 것은 G에요. 세븐미어캣 앱의 전자투표 기능을 활용하면 동대표, 입주자 대표 회장 선출 등을 투명하게 진행하고 공유 가능합니다. 아파트에서 사용하는 관리비 운용 내역도 공유해요. 커뮤니티 예약 기능은 아파트 내 시설을 비롯한 다양한 편의를 입주민이 공평하게 이용하고 나누도록 돕습니다.
홍기훈 교수 : 잘 들었습니다. 세븐미어캣의 비즈니스모델의 장점과 이를 ESG로 연결하는 논리는 합당해요. 이런 ESG 성격을 세븐미어캣의 홍보나 브랜드 가치 향상에 쓰는 것은 가능하리라 봅니다. 하지만, 이것을 세븐미어캣의 수익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에요. 궁금한 것이 있는데, 세븐미어캣이 ESG를 하려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주명규 대표 : 여러 가지 있습니다. 아파트 단지 30곳에 세븐미어캣의 주차 관제 시스템을 설치하기까지, 수백 곳 이상의 아파트 단지에서 동대표들을 만났어요. 그러다가 저희 기술이 아파트 단지 운영의 투명성을 높인다는 확신을 얻었습니다.
최근 만들어진 신도시의 아파트 단지 동대표들은 대개 나이가 젊습니다. 이 분들은 주민에게 편의를 줄, 아파트 단지의 가치를 높일 기술을 적극 도입하려고 해요. 아파트 가치를 높이기 위해, 이전처럼 아파트 내부 환경을 다듬고 외관을 도색하는 단계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아파트 단지에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해 달라고, 아파트 단지 내의 시설 운영과 관리비 집행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할 기술을 개발해 달라고 세븐미어캣을 찾아와 직접 요청해요.
이 연장선 상에서 아파트 동대표들은 ‘ESG를 하는 아파트 단지가 있다’고 알리고 싶어합니다. 세븐미어캣이 이 요구를 만족할 수는 있지만, 그 전에 아파트가 하는 ESG를 과연 시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궁금합니다.
스타트업, ESG를 목표가 아닌 방법으로 활용해야
홍기훈 교수 : 아파트가 ESG를 한다는, 이를 세븐미어캣이 이끌고 돕는다는 의의는 좋습니다. 단, 여기에는 한계가 있어요. 먼저, 아파트의 가치에 ESG가 미치는 영향은 아파트 단지의 입지나 내부 시설의 품질보다는 다소 약할 것입니다.
게다가, 아파트 동대표가 원하는 ESG의 요구가 그 아파트 단지 전체의 요구도 아닐 것입니다. 아파트 입주민이 수백 명이니, 저마다 다른 의견과 요구 사항을 낼 것입니다. 그 많은 ESG 요구를 스타트업이 만족하는 것은 어려울 거에요.
ESG는 세븐미어캣의 브랜드 가치에 좋은 영향을 줄 거에요. E나 S도 좋지만, 무엇보다 G를 확보하는, 사회적 가치를 만든다는 이미지가 좋습니다. 그런데, 이게 세븐미어캣의 성장을 돕지는 않아요. 오히려 역효과가 나기도 합니다. ESG는 기업의 수익과 연결되지 않으니까요.
실제로, ESG를 하는 것은 스타트업이 아니라 대부분 대기업입니다. 이들은 자신들의 사업에 ESG를 반영하지 않으면 위험이 생기기에 여기에 대비하는 헷지 차원으로 접근해요. 스타트업은 ESG를 하지 않아도 사업을 하는 데 큰 지장이 없습니다. 그러니 굳이 ESG를 하려고 무리를 할 필요가 없는 셈이에요.
스타트업은 ESG에 신경 쓰기보다는, 착실히 성장해야 합니다. 잘 하는 것에 신경을 쓰면서 투자를 받고 성장해야 합니다. 그 성장의 수단 가운데 하나로, 스타트업을 알리는 수단으로 ESG를 활용하는 것은 좋지만, ESG로 성장을 이끌겠다는 전략은 권하지 않아요.
아파트와 세븐미어캣이 ESG를 한다는 것에는 위와 같은 장점, 그리고 한계가 있습니다. 이에 저는 ESG를 세븐미어캣의 브랜드 강화, 영업과 홍보에 활용할 것을 권합니다. 세븐미어캣의 비즈니스모델을 보면 아주 자연스럽게 ESG를 파생해요.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의 역할은 ESG를 만들고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ESG 가치를 만드는 것에 가깝습니다. 세븐미어캣이 ESG 가치를 만드는 점을 적극 알리고 홍보하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투자금을 유치하는 데에도 도움을 받을 것입니다.
아파트 단지 영업에도 유리할 거에요. ESG가 아파트의 가치를 높여주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세븐미어캣의 신념, ESG로 아파트의 비용 집행과 시설 운용의 불합리를 개선한다는 다짐을 영업할 때 밝힌다면 큰 매력이 될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ESG를 하는 것 자체가 아니라 ESG를 하는 목적, 메시지를 시장과 고객에게 전달하는 것입니다.
ESG로 스타트업의 브랜드, 마케팅 강화하라
주명규 대표 : ESG를 브랜드 강화와 마케팅에 쓰라는 조언을 새겨듣겠습니다. 한 가지 고민이 있습니다. 앞서 예로 든 것처럼, 아파트 단지의 젊은 동대표들은 적극 ESG를 하려 합니다. 그러다보니 세븐미어캣에게 ESG 조언을 구하는 고객이 많아요. ESG가 아파트에 어떤 가치를 가져다줄지, 이를 위해 ESG를 수치로 만드는 것이 가능하냐는 문의가 있었어요. 아파트 ESG의 지수화가 가능할까요?
한편으로는, 세븐미어캣은 우리나라 수위의 경비 보안 기업과 함께 아파트 단지에 관련 시스템을 보급 중입니다. 이들 기업이 세븐미어캣의 ESG에 관심을 가지는데, 기업과 함께 ESG를 전파한다는 이미지는 어떤가요?
홍기훈 교수 : ESG를 지수로 만드는 것은 가능합니다만, 그것은 대부분 기업을 대상으로 한 거에요. 지금은 ESG 지수 산정 대상에 아파트는 들어가지 않습니다. ESG 지수를 만들면 만들 수야 있겠지만, 그것이 아파트 단지의 가치에 어떤 도움을 줄지는 의문입니다. 세븐미어캣이 ESG를 하는 점을 홍보 마케팅으로 적극 알리고, 편의를 제공해서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것이 오히려 아파트 단지의 ESG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기업과 협업하는 것은 그 자체를 강조하고 홍보할 일입니다. 굳이 여기에 ESG를 넣을 필요는 없어요. 아파트 입주민들이 경비 보안 기업에게 원하는 것은 ESG보다는 보안입니다. 그러니, 이들 기업 고유의 장점을 세븐미어캣이 강화한다는 메시지가 효과적입니다.
정리하겠습니다. 먼저 ESG의 성격을 정확히 파악하고 세븐미어캣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활용해야 해요. 세븐미어캣과 같은 스타트업은 ESG로 매출을 올리기 어렵습니다. 그러니 브랜드 강화와 홍보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아요.
하나 더. ESG를 스타트업의 브랜드 강화와 홍보 마케팅 수단으로 쓰려면 목적, 대상에 맞게 써야 합니다. ESG는 대중, 소비자에게 강조할 때 효과가 좋아요. 하지만, ESG를 너무 강조하면 자칫 사회적 기업이라는, 공공의 이익을 만드는 기업이라는 인식을 줍니다. 이는 투자 시장에서는 불리하게 작용해요. 이 경우에는 ESG를 스타트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시장의 불합리를 해결한다는 신념과 야심을 뒷받침할 요소로 활용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세븐미어캣 “소비자가 인정하는 ESG 할 것”, 홍기훈 교수 “언론 홍보로 날개 달아라”
주명규 대표 : 말씀 잘 들었습니다. 세븐미어캣이 ESG를 한다고 강조할 것이 아니라, 우리의 기술을 도입한 아파트 단지 동대표와 입주민들이 자연스럽게 ESG를 얻었다고 자랑하도록 해야겠다는 목표를 새로 세웠어요.
아파트의 관리 비용과 시설을 투명하게 운영하도록 돕는, 전기차와 관련 시설의 확장을 돕는 스타트업이라는 인식을 주면서 자연스럽게 브랜드를 강화하겠습니다. 물론, 하이퍼로컬 기능도 강화해 주변 상권과의 상생과 부흥에도 힘쓰겠습니다. 지금까지 세븐미어캣이 잘 해온 것을 꿋꿋하게, 우직하게 유지하면 소비자들이 저희의 장점을 알아보고, 오히려 적극 알릴 것으로 기대합니다.
홍기훈 교수 : 좋은 전략입니다. 거기에 언론 홍보를 더하면 더 좋을 거에요. ESG를 한다는, 사회에 좋은 영향을 주고 새로운 가치를 만든다는 메시지는 일찍 줄 수록 좋아요. 이런 메시지를 알릴 때 가장 좋은 것이 언론 홍보입니다. 스타트업이든 대기업이든, 시장과 소비자에게 개입하기까지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비용도 많이 듭니다. 그런데, 언론은 아주 쉽게 시장과 소비자에게 개입해요.
세븐미어캣이 거둔 성과와 만든 가치를 지금부터 적극 알렸으면 합니다. 혁신 기업일수록 이 메시지를 빠르게, 널리 알려야 합니다. 이렇게 대외 인지도를 쌓으면 기업 가치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거에요.
세븐미어캣은 이번 스케일업 프로그램에서 ESG에 해당한다는 분석, 이를 유효하게 활용할 전략을 세웠다. 이들은 2023년, 우리나라 곳곳의 아파트 단지에 더 다양하고 강력한 주차 관제 시스템 및 하이퍼로컬을 보급할 예정이다. 소프트 스마트 시티, 똑똑해진 아파트라는 입소문을 널리 퍼뜨려 더 많은 지역에 편의를 가져다줄 예정이다. 이들이 만든 ESG와 오늘 전략이 세븐미어캣의 성장 전략에 날개를 달기를 바란다.
글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