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 인텔 땅을 넘보겠다는 의지

퀄컴, 인텔 땅을 넘보겠다는 의지 (1)
퀄컴, 인텔 땅을 넘보겠다는 의지 (1)

모바일 프로세서의 강자 퀄컴이 PC 프로세서 시장의 본격 진출을 알리는 신호탄을 쐈다.

지난 2012년 8월 6일(현지 시각), 퀄컴은 아난드 샨드라세커(Anand Chandrasekher)를 자사의 새 최고마케팅경영자(CMO)로 선임한다고 밝혔다. 샨드라세커는 25년간 인텔의 글로벌 마케팅 총괄 부사장으로 근무했던 베테랑 마케팅 전문가다. 2011년 3월, “다른 일을 찾고 싶다”라며 인텔에서 퇴사했던 그가 불과 1년 남짓 만에 자신의 전공 업무로 돌아오게 된 것. 퀄컴의 스티브 말렌코프(Steve Mollenkopf) 사장은 “샨드라세커는 퀄컴의 홍보 및 글로벌 마케팅 활동에 매우 잘 맞는 인물”이라고 평했다.

샨드라세커는 인텔 근무 당시 노트북용 ‘센트리노’와 넷북용 ‘아톰’ 프로세서의 개발팀을 이끌었다. 인텔이 노트북 시장에서 확고한 자리를 잡고 저전력 프로세서 아톰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기까지 그가 기여한 바는 실로 크다고 할 수 있다. 덕분에 지난 수십 년간 인텔은 노트북 프로세서 시장에서 명실공히 최강자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모바일(스마트폰, 태블릿PC 등) 프로세서 시장은 인텔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 인텔은 모바일 프로세서의 엄청난 가능성을 깨닫고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수년간 총력을 기울였지만, 영국회사 ARM 홀딩스에게서 주도권을 뺏는 데 실패했다. ARM 홀딩스는 칩셋 디자인만 담당하고 파트너사들에게 생산을 맡기는데, 현재 대부분의 스마트폰 및 태블릿PC에는 ARM 홀딩스가 디자인한 초저전력 모바일 프로세서가 들어간다. 반면 인텔의 존재감은 아직까지 미미한 수준이다.

ARM 홀딩스는 인텔의 시장 안착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최근 ARM 홀딩스의 워런 이스트(Warren East) CEO는 “인텔의 프로세서는 2008년에 출시한 아이폰3G의 성능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ARM 홀딩스의 제품보다 몇 세대는 뒤떨어진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인텔의 공격을 성공적으로 방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퀄컴, 인텔 땅을 넘보겠다는 의지 (2)
퀄컴, 인텔 땅을 넘보겠다는 의지 (2)

그렇다면 퀄컴은 왜 샨드라세커를 영입한 것일까? 퀄컴은 ARM 홀딩스의 주요 파트너사 중 하나로, 모바일 프로세서 시장에서 인텔과 경쟁 관계에 놓여 있다. 또한 PC 프로세서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퀄컴은 노트북과 태블릿PC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윈도8’ 운영체제부터 PC 프로세서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따라서 윈도8이 공식 출시되면 인텔과 ARM 홀딩스 계열사의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다. 이번에 퀄컴이 샨드라세커를 CMO 자리에 앉힌 이유는 이 경쟁에서 조금이라도 우위를 점하기 위한 사전 포석인 셈이다.

무어 인사이트&스트레티지(Moor Insights and Strategy)의 수석 애널리스트 패트릭 무어헤드(Patrick Moorhead)는 “사실 샨드라세커가 인텔에서 담당했던 주 업무는 홍보 및 마케팅이 아니라 인텔의 제품과 관련된 것”이라며, “퀄컴이 PC 및 서버 시장에 진출하는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한 때 인텔의 든든한 아군이었던 샨드라세커가 이제는 인텔의 목을 죄는 선봉장이 되었다. 워낙 PC 프로세서 시장에서 입지가 확고한 인텔이라고 할지라도, ARM 홀딩스 계열의 공격을 완벽하게 방어할 수 있으리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PC 및 스마트폰 프로세서 시장을 둘러싼 양쪽의 공방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글 / IT동아 서동민(cromdandy@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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