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애정남] 최신 TV로 영화를 보면 위화감이 드는 이유는?

권택경 tk@itdonga.com

[IT동아 권택경 기자] 한파와 함께 맞는 연말연시입니다. 날씨가 추워진 만큼, 따뜻한 집에서 영화나 드라마를 보며 시간을 보내는 분들도 많으실 텐데요. 최신 TV로 영화나 드라마를 보다 보면 뭔가 위화감이 느껴진다는 분들이 있습니다. dk2XXXX님 사연입니다.

“안녕하세요. 최근 이사를 하면서 집에 처음으로 TV를 들였습니다. 다른 때는 괜찮은데 영화나 미드(미국드라마) 같은 걸 볼 때 화면이 뭔가 부자연스럽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같은 영상을 태블릿이나 PC로 볼 때는 문제가 없고요. 이거 왜 이러는 걸까요?” (일부 내용 편집)

출처=셔터스톡
출처=셔터스톡

장단점 극명한 ‘프레임 보간’

다른 경우에는 문제가 없지만 영화나 해외 드라마를 볼 때만 유독 위화감이 느껴진다면 ‘프레임 보간’ 기능이 원인일 가능성이 큽니다. 프레임 보간은 수년 전부터 TV에 탑재되기 시작하더니, 최근에는 웬만한 중소기업 TV에도 달려 나올 정도로 기본적인 기능이 됐는데요. 화면 속 움직임을 좀 더 부드럽게 만들어 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우리가 보는 영상들은 여러 장의 그림(프레임)이 연속해서 표시되며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건데요. 1초에 표시되는 그림 숫자가 늘수록 부드러운 움직임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프레임 보간은 이 그림의 숫자를 인위적으로 늘려 움직임을 원본보다 부드럽게 만드는 원리입니다. 그림과 그림 사이 빈 곳을 알고리즘이나 인공지능 등을 활용해서 채워 넣는 거죠.

프레임 보간 기능을 소개하는 삼성전자 미국법인의 영상. 출처=삼성전자 미국법인
프레임 보간 기능을 소개하는 삼성전자 미국법인의 영상. 출처=삼성전자 미국법인

설명만 들으면 나쁠 게 전혀 없을 거 같은 기능 같습니다. 근데 실상은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 기능 중 하나입니다. 프레임에 따라 영상에서 받는 인상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죠.

예컨대 같은 드라마라도 어떤 드라마들은 유독 ‘영화’ 같다는 인상을 주는데 이게 바로 프레임 때문입니다. 우리가 보는 일반적인 뉴스, 예능, 드라마 등의 방송은 초당 30프레임으로 촬영되지만, 영화는 초당 24프레임으로 촬영됩니다. 이런 관행이 우리 인식에도 그대로 각인되면서, 24프레임으로 촬영된 드라마를 보면 영화 같다는 느낌을 받는 거죠.

프레임 보간 기능이 적용된 TV로 영화를 볼 때 느끼는 위화감도 그래서 생깁니다. 24프레임 영상보다 화면은 더 부드러워지지만 24프레임이 주는 ‘영화 같은 느낌’이 사라지고, 대신 일반 TV 방송처럼 느껴지는 거죠. 미국에서는 이를 ‘소프 오페라 효과’라고 부릅니다. 우리식으로 표현하자면 ‘아침 드라마 효과’인데요. 영화가 ‘저예산 막장 드라마’처럼 느껴지게 만든다는 부정적 의미를 담은 표현이죠.

개인 취향과 콘텐츠 유형에 따라 적절히 활용할 필요 있어

물론 움직임이 부드러워서 보기 좋다며 이를 선호하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영화계 인사들은 이러한 보간 기능들이 작품에 담긴 창작자 의도를 해친다는 이유로 부정적으로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지난 2018년에는 영화 ‘미션 임파서블: 폴 아웃’에 출연한 배우 톰 크루즈가 해당 작품 감독인 크리스토퍼 매쿼리와 함께 영화를 TV로 감상할 때는 프레임 보간 기능을 끄고 감상할 것을 권하는 영상을 소셜 미디어에 올리기도 했습니다.

배우 톰 크루즈는 영화를 볼 때 프레임 보간 기능을 끌 것을 권하는 영상을 소셜 미디어에 올리기도 했다. 출처=톰 크루즈 트위터
배우 톰 크루즈는 영화를 볼 때 프레임 보간 기능을 끌 것을 권하는 영상을 소셜 미디어에 올리기도 했다. 출처=톰 크루즈 트위터

프레임 보간 기능을 끄려면 TV의 설정을 조작해야 하는데요. 제조사와 모델마다 설정 화면 구성이나 사용하는 용어가 달라 이를 숙지하고 있지 않다면 조금 헤맬 수 있습니다. 간략히 설명하면 삼성전자 제품은 화면 설정 내의 전문가 설정에서 ‘동영상 최적화’를 끄면 되고, LG전자 제품은 영상 모드 설정의 부가 설정에서 ‘빠른 화면 최적화’를 끄면 됩니다.

만약 영화를 보는 등의 특정 상황에서만 이 기능을 끄고 싶다면 화면 모드를 ‘필름메이커 모드’로 설정하는 걸 추천합니다. 필름메이커 모드는 영상을 창작자 의도로 보여주기 위해서 인위적인 보정 기능 등을 모두 걷어내는 설정값으로, 최신 삼성전자 TV와 LG전자 TV 모두 이 모드를 지원합니다.

출처=삼성전자
출처=삼성전자

프레임 보간 기능이 빛을 발하는 종류의 영상과 상황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스포츠 경기입니다. 스포츠 경기는 화면에 빠른 움직임이 담긴 장면이 많기 때문에 프레임 보간 기능의 효과를 크게 누릴 수 있습니다. 다만 프레임 보간 기능도 만능은 아니기 때문에 부정확한 처리로 인한 잔상이나 ‘아티팩트’라 불리는 화면 잡티가 생기기도 합니다.

게임도 스포츠 경기처럼 빠른 움직임이 많아서 프레임 보간 효과를 크게 누릴 수 있는 분야입니다. 하지만 프레임 보간을 위한 계산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실제 게임 상황보다 화면이 미세하게 늦게 표시되는데요. 이 때문에 조작 입력에 화면이 굼뜨게 반응하는 이른바 ‘인풋랙’ 현상을 악화시키기도 합니다. 그래서 대부분 TV는 ‘게임 모드’ 등에서 프레임 보간을 비롯한 영상 보정 기능을 꺼서 인풋랙을 억제하는 식으로 작동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빠른 조작 반응성이 필요한 게임이 아니라면 인풋랙을 감수하고 프레임 보간을 써도 만족스러운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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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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