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르는 전기차 화재, 왜 발생할까?

정연호 hoho@itdonga.com

[IT동아 정연호 기자]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는 사람들은 주로 사고로 인한 화재를 걱정한다. 전기차 화재는 여러 명의 소방대원이 7~8시간 동안 진압을 해야 할 정도로 불을 잡는 게 쉽지 않고, 운전자가 탈출을 하지 못해 사망하는 사례도 나온다. 안전을 위해서 전기차를 피해야 한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은 것.

출처=셔터스톡
출처=셔터스톡

전문가들은 전기차 사고는 사람들의 걱정만큼 그렇게 자주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소방청에 따르면, 작년 내연기관차 화재는 4530건이었다. 내연기관차의 등록 대수가 2491만대이니 비율로는 약 0.02%이다. 같은 기간 전기차 수는 23만 대이며, 사고는 23건으로 화재 비율이 0.01% 수준.

다만, 전기차 화재를 진압할 때는 내연차 화재를 진화하는 데 들어가는 물의 100배 이상(10만 6000리터)이 필요하고, 시간은 8.4배 이상 걸린다. 전기차에 화재가 발생했을 시 불을 끄려고 하지 말고 최대한 빨리 차에서 멀어지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권고사항이다.

그렇다면, 전기차의 화재는 어떤 이유로 발생하는 것일까? 사고로 인한 충격과 잘못된 충전 방식이 대표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전기차는 배터리에 저장된 전기로 모터를 회전시켜 구동된다. 이때 사용하는 게 리튬이온 배터리다. 배터리 안에 있는 리튬이온이 양극재(+)와 음극재(-) 사이를 이동하면서 전기를 발생시킨다. 양극재와 음극재가 닿으면 불이 붙을 수도 있어, 이 둘을 분리하는 분리막이 필요하다. 사고로 배터리에 충격이 가해져 분리막이 손상되면 불이 붙을 수 있는 것.

물론, 배터리를 외부 충격으로부터 보호하는 특별한 케이스가 있어서 사소한 사고에도 바로 화재가 발생하지는 않는다. 다만, 전기차가 빠른 속도로 달리는 상황에서 사고가 나는 건 위험하다. 현재 가장 강력하다고 여겨지는 보호막도 이러한 피해까지 막아줄 수는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잘못된 충전 방식도 화재의 원인이 된다. 과충전 방지 보호회로(PCM)가 있는 전기차는 과충전, 과방전 등을 막지만, PCM이 고장났거나 설정이 잘못됐으면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급속충전과 완충도 배터리 안정성에 좋지 않아, 완속충전을 하면서 최대 8~90%까지만 충전하라고 권고한다.

주변 온도가 너무 높거나 낮은 경우도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20~30도에서 최고의 성능을 발휘한다. 지나치게 높거나 낮은 온도도 배터리를 과열시키는 건 화재의 원인이 된다. PCM은 과충전, 과방전, 과전류 등의 전기적 이상 반응을 막을 수 있지만, 배터리가 고온에 노출될 때 배터리 내부에 발생하는 반응까지 막지는 못한다.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내장 배터리가 손상되면 온도가 순식간에 올라가는 열 폭주 현상이 발생할수 있다. 열폭주는 발생한 열이 또 다른 열을 일으키는 연쇄반응을 만들어 순식간에 고온이 되는 것을 말한다. 전기차 배터리 팩에는 수천 개의 셀이 존재하는데, 한 곳에 붙은 불이 옆에 있는 셀로 번지며 열 폭주 현상을 만들어낸다. 배터리에 화재가 발생하면 가연성 가스와 산소 등이 발생하는데, 이로 인해 불길은 더 거세지게 된다.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로 발생하는 가스는 불화수소를 포함해 약 20종의 독성가스를 포함하고 있어 이로 인해 중독 사고의 위험성도 있다. 전기차에 불이 났을 때 연기가 미치지 않는 곳으로 대피하는 게 중요한 이유다.

배터리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이를 제압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가 앞서 말한 열폭주 현상이다. 배터리는 충격을 받으면 짧은 시간안에 1000도 이상으로 온도가 올라가기도 한다. 하지만, 배터리를 보호하는 케이스(하우징)으로 인해 발화점에 소화약제를 정확하게 투입하기 어렵다고 한다.

진화된 차를 옮길 때도 소방차가 따라붙어야 하는데, 이동하는 중 가해진 충격으로 다시 불이 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 캘리포니아에선 화재를 진압하고 견인하던 테슬라 S에서 재발화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수조를 이용한 냉각소화, 출처=국립소방연구원
수조를 이용한 냉각소화, 출처=국립소방연구원

이에 각국의 소방당국은 배터리 온도를 빠르게 낮추는 방법들을 도입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화재 차량을 물속에 담가서 열을 빼내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소방청은 이동식 소화수조를 개발했다. 화재 차량 근처에 이를 설치해 물을 담는 방식으로 화재를 진압하는 것이다.

전기차에 불이 났으면 신고를 할 땐 전기차 화재라는 말을 하는 게 좋다. 전기차 화재에는 특수한 진압장비가 필요하기 때문. 지난 2021년 7월 세종시에서 발생한 현대 코나(전기차) 화재는 접수된 지 1시간 만에 완전 진화됐는데, 소방서에 신고한 주민이 전기차라는 정보를 미리 알려줘 필요한 장비를 챙기는 등의 빠른 대응이 가능했다.

전기차에서 화재가 났을 때 차량에 있는 사람은 수동으로 문을 열고 나와야 한다. 전기차는 버튼을 누르면 문이 열리는 방식이지만, 전원이 꺼지면 전자식 문은 작동하지 않는다. 국내 전기차는 사고가 발생하면 자동으로 손잡이가 튀어나오도록 설계된다. 국내 차량 법상 이러한 조치를 하지 않으면 전기차 안전인증을 통과할 수 없다.

테슬라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국내 안전 인증을 받지 않는다. 테슬라도 수동 도어 해제 장치를 설치했지만, 1열 문에만 기계식 도어 해제 장치가 있는 것처럼 보여 앞문이 찌그러질 경우 내부에서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다.

뒷좌석의 경우엔 모델마다 다른데, 테슬라 Y는 후면 도어 포켓 바닥에 있고 테슬라S는 뒷좌석 아래 카펫 안에 장치가 있다. 테슬라 3 매뉴얼에는 뒷좌석 기계식 도어 해제 장치와 관련된 내용이 없었다. 테슬라는 사고 발생 시 에어백이 팽창되면서 도어가 잠금 해제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다만, 일부 충돌 상황에선 에어백이 팽창하지 않을 수 있다는 설명이 나와 있다.

글 / IT동아 정연호 (hoh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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