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런 환율변동에 '속수무책'인 중소기업...적극적으로 환헤지 나서야
[IT동아 정연호 기자] 최근 달러 강세와 원화 가치 하락으로 인한 환율변동이 기업들의 재무상태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특히 수입 비중이 높고 환율 변동 대응력이 낮은 중소기업이 이러한 환리스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우려가 크다. 이에 핀테크 업체들은 해외 송금 리스크와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솔루션을 중소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게 좋다고 전한다.
환리스크란 예상 못 한 환율 변동으로 원화가 아닌 다른 통화로 표시된 자산의 가치가 감소하거나 부채가 증가하는 현상을 말한다. 자동차 부품을 미국에 판매하고 한 달 뒤 100만 달러를 받기로 계약을 한 B사는 환율 하락에 따라 큰 손해를 입을 수 있다. 계약 당일 환율이 1달러당 1000원이었다면, B사는 원화로 10억 원을 받을 것이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돈을 받을 때 환율이 하락해 1달러당 900원이 되면 B사는 9억 원 받게 된다. 이렇게 손실되는 1억 원을 환차손이라고 한다. 반대로 환율이 올라서 이익을 얻게 된다면 이를 환차익이라고 한다.
환율 변동을 개별 기업이 예측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환율은 해당국 통화에 대한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결정되기 때문. 이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환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환리스크 관리’를 시도하는 기업이 많다.
다만, 문제는 국내 중소기업들의 환리스크 관리가 상당히 취약하다는 것이다. 지난 2020년에 발간된 한국무역협회의 수출기업 환율 인식과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일수록 환리스크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은 응답자 61.1%가 환리스크 관리를 하지 않았지만, 중견기업과 대기업은 그 비율이 각각 33.9%, 8.9%으로 기업 규모별 환리스크 관리 차이가 상당히 컸다.
금융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중소기업은 수출 규모가 크지 않고 외환거래가 부정기적으로 발생하다 보니 환 위험을 전담하는 부서나 인력을 두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한, 거래 규모도 작아서 은행에서 환율 우대 혜택을 받는 것도 어렵다고 한다. 그런데도 많은 중소기업은 환리스크 관리를 못 해 손해를 보고 있다는 게 금융업계의 분석이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환리스크 관리에 사용할 수 있는 방법에는 내부적인 것과 외부 시장을 이용하는 것이 있다. 내부 방식에는 상계, 매칭 등이 있다. 상계는 기업의 외화 부채와 외화 자산을 개별적으로 결제하지 않고 상계한 후 차액만 결제하는 방식이다. 수입으로 지불한 돈이 2천만 달러, 수출로 받을 돈이 천만 달러라면 차액인 천만 달러만 결제하는 것이다. 주로 다국적 기업의 본사와 지사 지사와 지사에서 활용되는데, 이 방법은 다국적 기업 외에는 사용하기 어렵다.
매칭은 거래에 사용하는 통화를 일치시켜서 환리스크를 원천적으로 제거하는 기법이다. 가령, A회사가 B회사로부터 수출대금으로 1만 달러를 받았으면 이를 원화로 환전하지 않고 C회사에게 지불할 수입대금을 이 1만 달러에서 결제하는 것이다. 통화를 환전해서 리스크에 노출할 필요가 없다. 다만, 이 역시 중소기업들은 사용하기 쉽지 않다는 말이 나온다.
내부적으로 환리스크를 관리할 여력이 없다면 기업들은 외부 시장을 이용해서 이를 관리한다. 대표적으로 외화를 일정 시기에 매매하기로 계약하고, 결제 당일의 환율에 관계없이 미리 약정한 환율에 맞춰서 외화를 구매하는 선물환이 있다. 계약 이후로 환율이 올랐다면 이익을 보지만, 환율이 내려갔다면 손해를 보게 된다. 선물환과 유사한 방식이지만 이를 표준화한 방식이 통화선물이다. 선물환은 사적계약으로 조건을 개별적으로 설정할 수 있지만, 통화선물은 거래소에서 진행되는 거래로 계약 조건이 정형화돼 있다.
최근 핀테크 기업들은 기존 금융기관에서 제공하던 환헤지(위험 회피) 관련된 솔루션들을 제공하고 있다. 환 리스크 관리 능력이 없는 중소기업들도 환 리스크의 규모를 확인하고, 이러한 리스크를 줄이는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게 된 것. 해외송금 핀테크 기업 아이씨비는 송금 서비스의 무역 대금을 원화로 정산하는 디벙크비탁스로 환리스크를 줄이고 있다. 디벙크비탁스는 중국 관련 사업을 하는 한국 수입 기업을 대상으로 제공된다.
센트비는 '자동외환헷징시스템(AHS)'을 활용해 환 손실을 제거한다. 이는 기존 금융권에서 통화선물 거래로 환헤지하던 걸 알고리즘으로 자동화한 기술이라고 보면 된다. AHS의 작동 방식은 이렇다. A 기업이 이체를 신청하면 AHS가 이체 신청일 날 송금액에 맞게 달러를 사 놓는다. 이런 경우라면 환율이 오르더라도 A기업은 이체를 신청한날 고정한 환율에 맞춰서 송금을 할 수 있게 된다.
센트비 관계자는 “고객으로부터 송금요청이 오면 수취 화폐별 환율, 수수료율, 송금 속도 등을 모니터링해 최적의 송금 방식을 찾을 수 있다”면서 "중소기업이 관리하기 어려운 부분인 법률 부문도 해외송금 핀테크 업체가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전했다. 센트비의 경우 해외송금 관련 모든 위험을 관리하는 사내 법무·컴플라이언스 팀을 보유하고 있다.
한편, 환 리스크를 줄이는 것에서 더 나아가, 해외송금 핀테크들의 저렴한 송금 수수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와이어바알리와 센트비 등 해외송금 핀테크 업체의 강점은 기존 은행 대비 저렴한 송금 수수료이다. 핀테크 업체들은 은행권에서 환율 우대를 받기 어려운 중소기업도 환전 수수료를 크게 절감해, 해외 송금에 따른 비용도 줄일 수 있다고 전한다.
기존 은행권에서 해외로 송금을 할 땐 중개은행 수수료, 수취은행 수수료가 발생하지만 해외송금 업체들은 돈을 한 번에 모아서 보내기 때문에 이러한 수수료가 건별로 발생하지 않는다. 와이어바알리는 거래 금액에 따라 수수료를 받지 않기도 한다. 와이어바알리 관계자는 "해외 송금 시 돈을 미리 해외 지사에 보내놓고 전송이 될 때마다 여기서 차감을 해 송금 건별로 수수료가 붙지 않는다. 또한, 홍콩에 트레저리 센터를 두고서 돈이 전송되는 거리를 줄이기 때문에 수수료 절감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글 / IT동아 정연호 (hoh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