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다이슨 이수정 엔지니어, '일상 속 문제 해결'이 기술의 근본'
[IT동아]
다이슨(dyson)이 주최하는 국제 학생 엔지니어링 및 디자인 공모전 '제임스 다이슨 어워드 2022(The James Dyson Award 2022)'의 최종 우승 결과가 지난 달 11일 발표됐다.
제임스 다이슨 어워드는 '제임스 다이슨 재단'이 차세대 인재 양성을 위해 매년 주최하고 있으며, '일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아이디어'를 주제로 젊은 인재들이 엔지니어링의 잠재력을 실현하고 도전 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2005년부터 시작됐다. 올해 7월 공모전 모집이 마감되고, 9월부터 11월까지 순차적으로 국내전 우승 및 입상작, 국제전 우승 후보작, 국제전 최종 우승작 등이 발표됐다.
올해 제임스 다이슨 어워드 국내전에는 엔지니어링 및 디자인 분야의 저명하고 영향력 있는 9인의 심사위원이 함께 하는데, 다이슨 싱가포르 본사에 근무 중인 다이슨 엔지니어가 참여했다. 국내전에 다이슨 엔지니어가 직접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국내전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다이슨의 이수정 엔지니어는 현재 다이슨 글로벌 엔지니어링 및 오퍼레이션 부문에서 선임 엔지니어로 근무하며, 다이슨 제품의 배터리 개발 및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다. 이에 이수정 엔지니어를 통해, 올해 국내전 심사위원 참여 소감과 국제전 우승작에 대한 평가, 내년 지원자를 위한 팁 등을 비롯해 심사위원 활동하며 경험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올해 처음으로 제임스 다이슨 어워드 국내전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게 된 소감은 어떤가?
먼저 작품 하나가 나오기까지의 시간, 노력, 고민을 공유해준 모든 참가자들께 감사 말씀 전한다. 참가자들의 문제해결에 대한 접근 방식과 이를 현실화하는 과정을 같이 되짚어보며 서로 공유했던 의견이 그들에게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길 기대한다. 충분히 좋은 아이디어임에도 개발 초기 단계라 최종작에 선정되지 못한 출품작도 있었는데, 내년에는 조금 더 완성된 모습으로 만나길 희망한다.
올해 국제전 우승 후보작이나 이번에 공개된 수상작을 보면, 의료나 환경 관련 문제를 해결한 아이디어가 다이슨 엔지니어들과 제임스 다이슨 대표의 주목을 받은 듯하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이러한 트렌드에 대한 의견은 무엇인가?
환경과 의료분야는 일상생활에서 영향력이 넓고도 큰 분야다. 전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분야면서, 개인이 접근할 수 있는 환경과 의료수준에 따라 삶의 질 또한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참가자들의 배경과 상관 없이 접근할 수 있는 주제면서,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기대할 수 있는 사회적 효과 역시 크기에 의료/환경분야와 관련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출품되고 있다. 제임스 다이슨 재단에서도 2020년부터 지속가능성 부문을 별도 신설해, 매년 환경 문제에 주목한 아이디어 출품을 장려하고 있다.
의료 문제를 해결한 아이디어의 경우 참가자 대부분이 각자의 실제 경험을 토대로 시작된 사례가 많다. 지난 해 국제전 우승작인 '홉스(HOPES)'라는 가정용 안압 진단 기기는, 녹내장을 앓고 있는 아버지가 주기적인 안압 진단을 위해 내원해야 하는 번거로움에서 초기 아이디어가 출발됐다. 올해 국제전 입상작인 '아이비(Ivvy)'도 참가자의 지인이 자택 치료 중 수액걸이가 불편해 코트걸이를 대신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보고 아이디어를 개발하게 됐다.
이처럼 문제를 직접 체험한 참가자의 작품을 보면, 문제점의 구체화 및 해결 방안을 찾아가는 과정의 객관화 과정과 아이디어의 효과 등이 잘 드러난다. 제임스 다이슨 어워드의 경우 결과물뿐 아니라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과정이 심사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국제전에서도 이러한 아이디어가 좋은 결과를 얻는 듯하다.
올해 국제전 수상작인 '스마트힐(SmartHEAL)'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 또는 평가는 어떠한가?
스마트힐은 문제점을 명확하게 파악하고, 각 문제점을 다각적으로 접근해 효과적인 솔루션을 제공한 작품이라고 개인적으로 평가한다. 상처의 회복 경과를 확인하기 위해, 상처 부위의 냄새나 온도, 색상 등과 같은 주관적 판단에 의존하거나 비싼 비용을 내고 생화학 테스트를 진행하는 기존 방식은 정밀한 진단이 어렵고 번거롭기도 하다.
이에 스마트힐은 기존 방식의 한계와 단점을 파악해, 아이디어 하나로 개선할 수 있는 작품이다. 상처의 pH값을 객관적 지표로 사용함으로써 환자의 주관적 판단의 모호성과 테스트의 번거로움을 해결했다. 또한, 드레싱 밴드를 덮은 상태에서도 모니터링이 가능하니, 드레싱 밴드를 자주 갈아야 하는 문제점도 해결할 수 있다. 상처 부위의 회복 경과를 진단하며 접하는 문제를 단편적으로 바라보지 않고, 여러 상황을 고려한 문제점을 한 가지의 아이디어로 개선했다는데 의의가 크다고 생각한다.
다른 디자인 또는 발명 관련 공모전이 많이 있는데, 이와 비교했을 때 제임스 다이슨 어워드 만의 특별한 차별점은 무엇인가?
제임스 다이슨 어워드는 디자인, 기능 같은 단편적인 아이디어만 평가하는 게 아니라, 근본적으로 그 아이디어가 '어떤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 그 과정과 결과를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일상 문제를 해결하라'가 제임스 다이슨 어워드의 핵심 주제다.
출품된 작품이 아무리 완성도가 높아도, 아이디어가 '어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려는지 그 방향이 명확하지 않다면 수상 확률이 떨어진다. 때문에 해결하려는 문제를 정확히 이해하고, 개발 과정에 있어 접근 방식과 솔루션 발전과정을 녹여내는 게 중요하다. 제임스 다이슨 어워드는 문제 설정 단계부터 프로토타입 개발까지, 단계 하나하나를 모두 비중 있게 평가한다.
'일상 속 문제를 해결하라'라는 주제는 제임스 다이슨 어워드가 추구하는 가치임과 동시에, 다이슨에서 제품과 기술을 개발할 때 근간에 두고 있는 기업 철학이기도 하다. 다이슨에서는 제품 개발뿐 아니라, 차세대 인재 양성을 위한 이런 어워드 활동에서도 '사람들이 간과할 수 있는 문제에 주목하고, 이를 해결하는 것'에 방점을 두고 있다.
2023년 제임스 다이슨 어워드 예비 지원자들에게 전할 조언이나 팁이 있다면?
앞서 강조한 대로, 해결하려는 문제점과 솔루션, 프로토타입 개발 과정을 잘 표현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심사위원단이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고 있으니, 엔지니어가 들어도 디자인 분야 교수가 들어도 쉽게 이해되도록 명쾌하면서도 직관적인 설명이 가능해야 한다. 그래야 자신의 가치 있는 아이디어가 심사 과정에서 효과적으로 전달된다.
또한, 상용화 가능성도 평가 목록 중 하나이니, 적용하려는 현장 및 산업배경에 대한 이해가 선행된다면 실제 상용화에 대한 가능성 및 가치에 대해 더욱 뚜렷한 비전을 제시할 수 있겠다. 예를 들어, 위에서 언급한 스마트힐의 경우, 센서를 개당 한화 약 150원 비용으로 제작할 수 있어, 저렴하게 대량 생산이 가능한 작품이기도 하다.
글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