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A “CV·오픈 이노베이션으로 혁신·일자리·성장 만든다”
[IT동아 차주경 기자] 대기업이나 다국적 기업이 자원과 설비, 기술을 유망한 스타트업에게 지원하며 동반 성장하는 CV(Corporate Venturing). 대기업과 다국적 기업에게는 오픈 이노베이션(외부 기업과 함께 내부의 혁신을 시도하는 것)의 기회와 새로운 사업의 시각을, 스타트업에게는 폭넓은 지원과 풍부한 네트워크를 각각 가져다주는 상생 프로그램으로 명성이 높다.
세계 유수의 정보통신 대기업들은 CV로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을 도입하고 혁신을 이끌며 상품, 서비스를 개발한다. CV의 모범 사례는 더 많은 대기업의 참여를 유도하고, 이렇게 모인 대기업이 유망 스타트업을 가꿀 토양을 비옥하게 만드는 선순환 구조로 이어진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CV를 만들고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성장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그 중심에 서울산업진흥원(이하 SBA)이 있다. SBA는 2020년 전부터 유망 스타트업을 우리나라의 대기업과 다국적 기업에게 소개하고, 이들의 협업과 동반 성장을 이끄는 CV를 진행했다. 대기업에게는 CV와 오픈 이노베이션을 성공으로 이끄는 길잡이 역할을, 스타트업에게는 상생과 동반 성장을 진심으로 바라는 대기업을 소개하는 멘토 역할을 각각 했다.
12월 19일, SBA는 서울 공덕 서울창업허브에서 2022년 진행한 CV와 오픈 이노베이션의 성과를 공개하는 ‘2022 서울 오픈 이노베이션 성과 발표회’를 열었다.
황보연 서울특별시 경제정책실장의 개회사와 이숙자 서울특별시의회 기획경제위원장의 축사를 시작으로 행사는 막을 올렸다. 이어 SBA가 오픈 이노베이션의 성과와 우수 사례를 알렸다. SBA는 올해에만 국내외 대·중견 기업 40곳과 유망 스타트업 181곳을 연결, 오픈 이노베이션을 유도했다. 시세이도, 현대건설 등 새로운 대기업을 섭외해 뷰티와 건설 등 다양한 부문의 CV 사례를 만들었다. 지금까지 대기업 101곳이 오픈 이노베이션을 위해 SBA를 찾았고, 스타트업 409곳이 대기업과 CV를 구성해 혁신 기술과 상품을 만들었다.
이어 ▲현대건설-제이디솔루션 ▲오비맥주-라피끄 ▲DB 하이텍-피데스어드바이저리 ▲메르세데스벤츠-파이퀀트 등 CV와 오픈 이노베이션의 성공 사례도 공유했다.
SBA와 오픈 이노베이션을 협업해 모범 사례를 만든 대기업, 스타트업의 시상도 이어졌다. 수상사 메르세데스벤츠는 스타트업 ‘딥파인’과 함께 가상·증강현실 쇼룸을 만들어 소비자의 편의를 높였다. 물류 플랫폼 ‘코코넛사일로’와 손 잡고 해외 곳곳의 물류 선진화를 이끈 주역이기도 하다. 스타트업 보육 지원 프로그램 스타트업 아우토반을 정기 진행해 유망 스타트업의 손도 잡는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우리나라 부품 기업과 스타트업의 상생 생태계를 만드는 데 힘쓰겠다고 밝혔다.
오비맥주는 지금까지 버리던 맥주 부산물을 재활용, 건강한 먹거리를 만드는 ‘리하베스트’와 손 잡고 우리나라 최초로 식품 리사이클링 문화를 만들고 이끌었다. 오비맥주는 식품 뿐만 아니라 ‘라피끄’와 함께 부산물 원료화 기술을 연구 개발, 식물의 영양과 질감을 고스란히 옮긴 자연 화장품을 내놓기도 했다. 오비맥주는 모기업과 함께 세계 곳곳의 유망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함께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할 방안을 적극 논의한다.
에쓰오일은 축산 분뇨를 고체 연료로 쓰는 친환경 보일러 개발사인 ‘케이파워’와 손을 잡았다. 개발도상국에 깨끗한 물과 에너지를 공급하는 스타트업 ‘글로리엔텍’의 성장도 이끌었다. 그 덕분에 에너지 시장을 함께 가꿀, 유망한 파트너 스타트업은 물론 탄소배출권까지 확보했다. SBA와 3년째 스타트업을 도운 에쓰오일은 서울특별시 창업 생태계를 적극 지원해 성과를 낼 각오를 밝혔다.
DB Inc는 이동통신 기지국을 활용해 위변조 우려 없이 사용자의 위치를 파악하는 복합 위치인증 기술 스타트업 ‘엘핀’과 CV를 구성했다. 기업 신용분석 솔루션 개발사 ‘피데스어드바이저리’와 함께 오픈 이노베이션도 시도했다. DB 그룹 계열사들은 스타트업을 성장 파트너로 여기고 오픈 이노베이션에 열심이다. CV의 범위도 첨단 과학 소재와 금융으로까지 넓혔다. DB Inc 역시 바람직한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에 힘을 적극 싣겠다고 말했다.
대기업과 CV를 만들어 오픈 이노베이션을 성공리에 마친 스타트업 네 곳의 성과 보고와 시상도 이어졌다.
제이디솔루션은 지향성 음향·음파 기술로 세상을 바꾸는 소리를 만든다. 현대건설과의 CV,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스타트업 아우토반에 각각 참가했다. 우리 삶 곳곳의 위험 요소를 소리로 적확하게 알려 사람의 안전을 지키는 음향 기술을 CV로 구현했다.
라피끄는 맥주 부산물인 맥주박을 100% 활용, 사람과 지구를 함께 생각하는 화장품을 만든다. 오비맥주와 함께, 지금까지 버리던 맥주박을 재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면서 쓰레기도 줄인 공로를 인정 받았다. 식물 그 자체를 온전히 화장품의 성분으로 담아내는 고유 기술도 가졌다. 이들 기술을 앞세워 라피끄는 낭비 없는 재활용 선도 기업, '제로 웨이스트 업사이클링 플랫폼'으로의 발전을 꿈꾼다.
피데스어드바이저리는 비정형 빅데이터를 활용한 기업 신용위험관리 솔루션을 만든다. DB 하이텍과 손 잡고, 반도체 공급망의 각종 위험 요소들을 사전에 파악하는 기술을 연구 개발했다. 2023년 상반기에 사업화 예정이며, 국내외 소재·부품·장비와 수출 기업들이 세계 원자재 공급망 불안과 가격 변화에 원활히 대응하도록 도울 기술로 주목 받는다.
파이퀀트는 빠르고 정확한 분광 분석 솔루션 개발사다. 수질과 공기질 분석은 물론 식품과 건강, 헬스케어 부문에도 응용 가능한 분석 기술을 앞세워 우리나라 최초로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 파트너로 선정된 저력을 보였다. 메르세데스벤츠와 함께 비침습·손가락 터치 혈중 알코올 측정기를 개발했다. 자동차에 탑재하면 음주운전을 원천 차단하도록 도울 유망 기술이다.
SBA는 앞서 서울특별시와 함께 '오픈 이노베이션 비전' 선포식을 열고 '오픈 이노베이션 연합 200' 협의체를 공개했다. 대기업 200곳과 스타트업 2,000곳의 CV와 오픈 이노베이션을 촉진하는, 그래서 2030년까지 유니콘 기업 40개를 만들고 세계 스타트업 생태계 랭킹 5위에 오른다는 비전이다. 2022 서울 오픈 이노베이션 성과 발표회는 이 비전의 실현 가능성을 증명하고 앞으로의 진행 방향을 제시한 행사다.
황보연 서울특별시 경제정책실장은 “서울특별시는 SBA와 함께 대기업과 중소기업, 스타트업이 협력하고 상생 발전할 토대를 만들겠다. 100개 대기업과 1,000개의 스타트업의 동반 성장을 이끄는 목표는 이미 현실과 가까워졌다. 모든 스타트업 구성원과 함께 창업 생태계를 가꾸겠다.”고 밝혔다.
김현우 SBA 대표는 "지금까지 거둔 오픈 이노베이션 성과에 안주하지 않겠다. SBA는 수준 높은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을 만들어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더 다양한 부문에서 동반 성장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글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