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스타트업 in 홍릉] 큐제네틱스 “줄기세포 분화·촉진 기술로 난치병 극복에 앞장”
[IT동아 차주경 기자] 제약 업계는 오래 전부터 ‘줄기세포’를 눈여겨봤다. 줄기세포는 아직 분화되지 않은 세포다. 이들은 분화해서 뼈와 살, 피와 신경 등 우리의 몸의 구성 물질이 된다. 줄기세포는 이론상 모든 종류의 세포로 분화 가능하며, 무한 증식하는데다 손상된 세포를 스스로 찾아가 재생하는 능력도 가졌다.
즉, 줄기세포의 분화 기술을 잘 활용하면 우리 몸 속 곳곳의 장기나 조직을 재생하는 치료제를 만들 수 있다. 지금까지 만들지 못했던 퇴행성, 난치성 질환의 치료제를 만들 유망한 기술로도 꼽힌다.
이에 세계 주요 제약사는 줄기세포의 분화 기술 연구에 나섰다. 줄기세포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25년쯤 약 239억 5,000만 달러, 약 31조 3,090억 원 상당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이 가운데 연구가 가장 활발한 부문(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 2021년 조사 결과)은 ‘중간엽 줄기세포’다. 중간엽 줄기세포는 다른 줄기세포보다 안전성이 높고 대량 생산하기 쉽다. 이에 제약, 의료 업계는 중간엽 줄기세포를 재생의학(사람의 세포와 조직, 장기를 대체하거나 재생해 기능을 되살리는 의학)의 주요 기술로 낙점했다.
우리나라 제약사와 연구소도 줄기세포 기술 연구 개발에 한창이다. 홍릉강소연구특구 입주 스타트업 ‘큐제네틱스’도 그 중 하나다.
큐제네틱스는 중간엽 줄기세포 분화를 촉진하는 신물질 ‘QG3030’을 개발했다. 다양한 라이브러리로부터 유효 물질을 선별하고, 여러 차례 실험과 공정을 거쳐 최적화한 신물질이다. QG3030의 효능 중 하나는 중간엽 줄기세포를 조골세포(뼈를 만드는 세포)로 분화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큐제네틱스는 이를 우리나라 첫 조골세포 촉진제 후보 물질이자, 처음으로 임상 1상 준비를 마친 물질로 소개한다.
큐제네틱스 QG3030의 조골세포 분화 기능을 활용하면 혁신적인 골다공증 치료제를 만들 수 있다. 골다공증은 뼈의 양이 줄어들면서 강도가 약해지는 병이다. 허리나 손목, 골반 등 우리 몸 곳곳의 골절을 일으키는 탓에 특히 노년층이 주의할 질병이다. 골다공증의 주요 발병 원인으로는 ‘조골세포’와 ‘파골세포’의 불균형이 꼽힌다.
뼈를 만드는 세포가 조골세포라면, 불필요한 뼈를 분해하는 세포는 파골세포다. 이 두 세포의 균형이 잘 유지되다가, 노화나 호르몬 균형 이상으로 파골세포가 더 많아지면 골다공증이 일어날 가능성이 커진다. 제약 업계는 지금까지 파골세포의 움직임을 억제하는 방식의 골다공증 치료제를 연구했다.
하지만, 파골세포의 움직임을 억제한다 해도 이미 약해진 뼈를 건강하게 되돌리지는 못한다. 이에 제약 업계는 눈을 조골세포로 돌린다. 뼈를 만드는 조골세포를 많이 확보하고 이들의 움직임을 촉진하면 골다공증 완화와 치료는 물론, 약해진 뼈 조직의 재생도 가능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큐제네틱스가 주도할 기술도 이것이다.
큐제네틱스 QG3030으로 만든 골다공증 치료제는 기존의 그것보다 장점이 많다. 먼저 유일한 저분자 합성 치료 후보물질로 기존 조골세포 골다공증 치료제의 1/10 가격으로 만들 수 있다. 지금까지 골다공증 치료제는 병원을 정기 방문해 주사로 맞아야 했다. 1년~2년까지만 투여 가능했고 고칼슘혈증이나 관절통 등 부작용도 있었다.
큐제네틱스 QG3030으로 만든 골다공증 치료제는 먹는 경구 투여제다. 우리 몸에 잘 흡수돼 약효를 잘 발휘하며 오랜 기간 먹어도 된다. 무엇보다 비임상 단계까지의 실험 결과, 독성이 전혀 관측되지 않았다. 부작용이 없다는 이야기다. 큐제네틱스가 QG3030을 골다공증 치료제에 이어 치아 임플란트와 치조골 이식, 척추 유합, 외상 후 다발성 골 손실 등 뼈 형성 부문에 적용하려 하는 이유다.
큐제네틱스는 QG3030의 특허를 우리나라에 이어 미국과 인도, 중국과 유럽, 일본에 연이어 출원했다. 이 신물질은 중간엽 줄기세포의 분화를 촉진할 뿐만 아니라, 임의의 세포로 분화하도록 유도하는 능력도 가졌다. 즉, 골다공증뿐만 아니라 다른 질환의 치료제로도 활용 가능하다.
이에 큐제네틱스의 또 하나의 파이프라인, 퇴행성 관절염 치료제 후보물질이 탄생했다. 비만 세포를 제어하는 비만 치료 후보물질로도 응용 가능하다. 이 두 부문에서의 동물 실험도 마쳤다. 근감소증 치료 효과도 낸다. 큐제네틱스는 줄기세포 분화와 촉진 기술의 활용 범위는 무궁무진하다며, 우리나라 의료 기관과 대학교와 협력해 여러 부문에 QG3030을 적용할 연구 개발에 힘쓴다고 밝혔다.
큐제네틱스는 지금 골다공증 치료제로 QG3030의 임상 1상을 준비 중이다. 2024년 이를 마치고 임상 2상부터는 세계 주요 제약 기업과의 공동 연구를 시도한다. QG3030의 기술을 해외 기업으로 이전할 때의 가치는 보수적으로 산정해도 5,000억 원을 넘는 수준으로 인정 받는다.
세계 제약 업계가 주목, 연구 개발을 집중하는 줄기세포. 큐제네틱스가 이 부문에서 단기간에 성과를 낸 비결 중 하나는 전문성이다. 큐제네틱스 장문석 대표는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이자 줄기세포 분화 기술 전문가다. 이민석 부사장은 의료·바이오 기업 전략과 투자 실무를, 비임상 연구 전문가 이태희 연구소장은 연구 개발을 맡는다. 신약 연구개발 전문가로 여러 제약 기업에서 연구소장을 맡았던 김지완 전무도 합류해 힘을 보탠다.
큐제네틱스의 또 하나의 경쟁력은 기업 문화다. 임직원에게 자문을 자주 구하고 늘 목소리를 경청하는 대표 아래 임직원들은 연구 개발 역량을 보강하며 함께 성장한다. 큐제네틱스를 한 몸처럼 여기는 임직원들은 혁신 신약의 연구 개발이라는 가치를 공유한다. 이를 토대로 SBA 유망 스타트업, BIG3 혁신성장기업, 스케일업 TIPS 기업으로 각각 선정되는 성과도 거뒀다.
홍릉강소연구특구도 큐제네틱스의 성장을 적극 도왔다. 기술 사업화와 네트워크 지원은 물론 홍보 마케팅과 IR까지 적극 지원했다. 고려대학교, 경희대학교 병원과의 임상 연계와 공동 연구도 주선하고 QG3030의 기술 가치 산정도 이끌었다. 덕분에 큐제네틱스는 기술의 연구 개발에 힘쓰면서 이를 자연스레, 성공리에 사업화로 이끌었다고 강조했다.
큐제네틱스의 도전 과제는 투자금 유치다. 앞서 산정한 QG3030의 기술 이전 가치는 십수 년 전 개발된 저분자 골재생 치료제 후보물질의 기술 이전 비용을 참고한 것이다. 스스로 자세를 낮추고, 임상 1상에 필요한 만큼의 투자금만 우선 확보하려 한다. 이 배경에는 자신감이 있다.
큐제네틱스는 이미 수 년간 동물 실험과 전임상을 거쳐 풍부한 데이터를 확보했다. 임상 1상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동시에 신약 제조에 힘을 실을 파트너 기업, 이들과 함께 연구 개발을 이어갈 시설까지 확보했다. 기술 이전을 염두에 두고 해외 제약 기업과의 연합도 시도한다. 즉, 투자금 유치만 마치면 일사천리로 다음 신약 개발 단계를 밟도록 준비를 마쳤다. 이를 통해 큐제네틱스는 투자 업계에 ‘가능성이 있는 기업’이 아닌 ‘도약할 준비를 마친 기업’이라는 메시지를 보낸다.
QG3030의 효과와 성능을 골다공증 치료제로 증명한다면, 그 다음 파이프라인으로의 전환도 빠르게 이뤄질 전망이다. 퇴행성 관절염 치료제와 비만 치료제, 골형성 융복합 의료 기기와 합성골 이식재로의 활용 가능성도 차근차근 준비한다. 코로나, 인플루엔자 등 ssRNA 바이러스의 특이 유전자를 추적하는 세포 기반 감염병 치료 신약 개발 플랫폼, 4,000억 개 이상의 라이브러리를 인공지능 분석해 찾아낸 치매·알츠하이머 치료제 후보물질 프루닌의 연구 개발도 이어간다.
김지완 전무는 “큐제네틱스는 시장을 이끌어 온 의약품과 자신 있게 경쟁을 벌이겠다. 검증을 반복하고 동물 실험을 철저히 진행하며 연구 개발에 필요한 모든 데이터를 확보 중이다. 기존 의약품보다 효과가 낮다면 아예 시장에 내놓지 않을 각오다. 세상 모든 이들이 자신감 있게 살아가도록 노력하고, 성취한 결과를 함께 나누겠다.”고 밝혔다.
글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