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십오센티미터 심태왕 대표, "쉽지않은 베트남 사업, 서울창업허브가 맞들어줘"
[IT동아 남시현 기자] “베트남의 인구수 1억명 중 구매력과 IT 접근성이 좋은 40대 이하의 비중이 80%에 달한다. 스마트폰 보급률도 90%가 넘고, 핀테크 시장의 발전 속도도 빠르다. 여러 동남아 국가들을 검토했지만 베트남만큼 매력적인 시장은 없다고 생각한다”
심태왕 대표가 이끌고 있는 사십오센티미터(이하 45CM)는 베트남 시장에서 중고거래 플랫폼 ‘45CM’을 선보이고 있다. 심 대표는 디자인소품 쇼핑몰 ‘바보사랑’, 펫플랫폼 ‘스토어봄’ 등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본 사업체들을 동시에 운영하고 있으며, 이미 10여 년 전부터 베트남에 연구 및 개발(R&D) 센터를 설립해 프로그램을 개발해오고 있다. 그러던 중 베트남의 발전 가능성과 기존의 기술력을 더해 중고거래 플랫폼 사업에 뛰어들었고, 지난 11월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미 베트남에서 사업 기반을 마련한 심 대표지만 서비스를 시작하는 과정에서는 서울창업허브의 도움을 받아 얘기를 들어보았다.
베트남 중고거래 1위 플랫폼 꿈꾸는 45CM
심태왕 대표가 이끌고 있는 45CM에 대한 서비스 설명을 부탁했다. 심 대표는 “45CM은 베트남 현지 시장에서 서비스 중인 중고거래 플랫폼으로, 2021년에 설립했다. 단순히 물품 거래 뿐만 아니라 중고차, 부동산, 구인구직 등 다양한 카테고리를 동시에 다루고 있는 게 특징”이라며 설명을 시작했다. 그는 “비슷한 국내 사업들의 경우 사업을 단계적으로 확장하는 게 정석이지만, 하나의 서비스에서 가능한 많은 기능을 쓰려고 하는 현지 문화에 맞춰 최대한 많은 서비스를 담아 출시했다”라며 배경을 설명했다.
서비스 지역으로 베트남을 선정한 이유는 단순히 연구소가 베트남에 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이에 대해서는 “동남아 시장은 IT 서비스의 성장 가능성이 큰 시장이며, 6~7년 전부터 인도네시아, 태국, 캄보디아, 싱가포르 등 다양한 국가들을 대상으로 시장조사를 해왔다. 그중에서도 베트남의 인구 구조와 인구수가 이상적이었고, 또 인건비와 개발자 역량, 시장 규모와 문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끝에 2년 정도 준비 과정을 거쳐 베트남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라면서, “한국의 모회사에서는 기획과 투자 등을 진행하고, 베트남 현지 법인에서 개발 및 운영,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미 베트남 현지에는 쩌똣(Chotot)이라는, 우리나라로 따지면 당근마켓 수준의 입지를 가진 중고거래 플랫폼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 대표가 베트남 시장에서 경쟁을 택한 건 경쟁사에는 없는 기술력 때문이다. 심 대표는 “베트남 시장에서 쩌똣의 점유율은 거의 80%에 육박한다. 하지만 싱가포르의 중고거래 플랫폼 카로셀(Carousell)이 인수한 이후, 카로셀이 유럽계 통신회사에 인수되는 과정 등을 거치다보니 고객서비스보다는 수익성 위주로 사업을 운영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45CM은 쩌똣에는 없는 거래 약속 시스템과 실매물 검증 시스템, 에스크로(안전 거래) 등의 서비스를 적용하고, 특허를 확보함과 동시에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해 이용자의 신뢰를 쌓아 갈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베트남 중고 거래의 90%는 여전히 오프라인으로 진행된다. 우리나라처럼 개인이 쓰던 물품뿐만 아니라 오토바이나 자동차 등의 거래에서 오프라인 비중이 높다. 그 와중에 사업자들의 온라인 접근성은 떨어지고, 온라인화에 대한 비용 문제도 겪고 있다. 45CM은 이들 사업자와 계약을 맺고 제품을 온라인으로 판매할 수 있도록 교육과 지원을 해 점유율을 확보할 계획이다. 판매 상품 수도 5천만 개 정도 규모를 갖출 때까지 온오프라인의 병행 마케팅을 진행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쉽지 않은 베트남 현지 사업, 서울창업허브가 힘 보태
심 대표는 이미 10년 전부터 R&D 센터를 운영해왔기 때문에 베트남 사업에 대해서는 일가견이 있다. 특히 베트남 법인은 100% 현지인으로 구성돼있으며, 10년 가까이 같이 일해 문화적 차이에 따른 이해도도 깊은 편이다. 그런 그가 말하는 현지의 사정은 녹록지만은 않았다. 심 대표는 “공산국가인 베트남 특성상 인허가나 공무 과정이 까다로운 편이고, 또 모든 서비스에 대해서도 인허가를 받아야 한다. 비용도 상당히 많이 들어가는 데다가 운이 나쁘면 3~4년이 지나도 지지부진한 경우도 많다”라면서, “이 과정에서 적절한 시기에 서울 창업허브를 만나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창업허브를 알게된 건 사업에 대한 도움을 얻기 위해 수소문하던 중, 창업허브의 공고를 보면서 시작됐다고 한다. 공고를 본 심 대표는 곧바로 서울창업허브와 접촉했고, 허브 측에서 사업의 어려운 부분을 도와주기로 해 본격적으로 지원을 받기 시작했다. 이미 심 대표가 사업의 기반을 갖추고 있는 만큼, 인허가나 현지 네트워크 확보 등 실질적인 방면에 초점을 맞춰 도움을 줬다고 한다.
심 대표는 “서울창업허브의 도움 덕분에 베트남 과학기술부와 만나 한국의 벤처기업 인증 제도와 같은 것들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고, 또 서울창업허브의 에이전트를 통해 코트라(KOTRA,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를 방문해 사업 관련 논의를 나누는 등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심 대표는 서비스가 시작한 지 한 달 밖에 안된 만큼, 앞으로 더 많은 부분에 대해 협조를 구하게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3년 이내 2천700만 명 목표··· 신뢰할 수 있는 플랫폼 만들 것
이제 서비스를 오픈한 지 한 달 차지만, 45CM는 이미 3년 뒤의 목표를 세우고 전진하고 있다. 심 대표는 “한 달 동안 약 5만 명 정도의 이용자를 확보했으며, 기대했던 수준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현지에서 구하기 어려운 케이팝 연예인 굿즈(Goods) 등을 활용해 베트남 현지 팬덤을 회원으로 유치하고, 게임이나 스포츠 등에 열광하는 현지 문화로 주목도를 끌어올리는 등의 마케팅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약 200만 명 이상의 고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심태왕 대표가 무기로 내세우는 에스크로, 실매물 확인 시스템, 거래 약속 관제 시스템, 그리고 맞춤형 추천 서비스는 베트남 서비스로는 최초로 적용되는 사례라고 한다. 여기에 20여 년을 넘는 전자상거래 운영 경험과 10년 차 현지 법인 운영 경험, 그리고 서울창업허브의 네트워크와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주목할만한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심 대표는 해외 진출을 꿈꾸는 기업들에게 조언을 건넸넸다. 심태왕 대표는 “해외 진출에 대해 일반적인 정보와 현지 정보는 매우 상이하다. 한국에 법인을 두고 유통망을 해외로 확장하는 정도로만 생각하고 진출할 경우 투자 대비 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인프라부터 유통망에 이르기까지 가능한 현지화를 시도하는 게 좋은 방법이며, 그 과정에서 서울창업허브처럼 전문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기관에 문의를 하고 도움을 받기를 권한다”라며 말을 마쳤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