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업] 레다게임즈 [1] 시공간 제약 無, 세계인과 즐기는 온라인 방탈출
[스케일업 x SBA] 스케일업팀이 서울산업진흥원(SBA)과 함께 ‘2022년 하반기 스케일업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스케일업팀은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각각의 스타트업이 현재 진행하고 있는 사업 전반에 대해 소개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도전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각자의 전문 영역에서 활동하는 여러 전문가를 연결해 도움을 드리고자 합니다.
[IT동아 차주경 기자] 혼자 즐기면 단서를 찾고 수수께끼를 푸는 스릴과 긴장감을, 여러 명이 같이 즐기면 생각을 공유하고 대립하면서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재미를 주는 방탈출 게임. 전국 각지의 방탈출 게임 카페를 찾아 가지각색 방탈출 게임을 즐기고, 누가 가장 먼저 탈출하는지 겨루는 '방탈출 마니아'까지 생길 정도로 인기가 많다.
방탈출 게임의 매력은 다양한 줄거리, 그리고 그만큼 풍부한 플레이 유형이다. 게임 속에 숨겨진 갖가지 보고 즐길 거리, 몸과 머리를 함께 써서 찾는 단서와 풀어야 하는 수수께끼, 추리를 토대로 탈출 성공 후 느끼는 쾌감도 매력이다.
하지만, 방탈출 게임을 즐기려면 카페나 게임장 등 오프라인 시설에 들러야 한다. 오늘날은 고도로 발전한 정보통신기술 덕분에 거의 모든 것을 온라인·비대면으로 하는 시대다. 그렇다면, 방탈출 게임도 오프라인이 아니라 온라인, 혹은 입체 가상 공간인 메타버스로 즐길 방법이 있지 않을까?
그럴싸하게 들리는 이야기지만, 실제로는 만들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방탈출 게임의 줄거리와 배경은 온라인이나 입체 가상현실 콘텐츠로 재현 가능하다. 하지만,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면서 조작하고 풀어야 하는 수많은 장치며 수수께끼를 가상 공간에 설치, 재현할 방법은 쉬이 떠오르지 않는다. 오프라인 방탈출 게임의 몰입감을 온라인으로 옮기는 것 역시 어려운 문제다.
그런데, 한 스타트업은 이것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한다. 가상현실 콘텐츠가 반드시 입체여야 할 이유는 없다며, 3D가 아닌 2D로도 충분히 몰입감 넘치는 방탈출 게임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이들은 직접 결과물을 만들어 이를 증명했고, 수많은 소비자들이 이들의 온라인 방탈출 게임을 즐기고 호평을 보냈다. 온라인 방탈출 게임을 만드는 스타트업 ‘레다게임즈’다.
보드게임·방탈출 게임 마니아들이 모여 세운 레다게임즈
이들은 어떻게 방탈출 게임을 온라인으로 옮길 생각을 했을까? 메타버스 학회에서 지식을 쌓던 윤진하 대표는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 ‘개더타운’을 즐기다가 한계를 느끼고, 자신이 직접 이 게임을 다듬어 이 한계를 벗어나겠다고 마음 먹는다. 다양한 시도와 성패를 겪은 그는 ‘온라인 가상 공간은 도전과 기회의 공간이다’, 이어 ‘게임의 성패는 콘텐츠 경쟁력이 좌우한다’는 교훈을 배운다. 그래서 자신의 게임의 콘텐츠 경쟁력을 키워 줄 파트너를 찾아 나선다.
윤진하 대표가 처음 만난 이는 한 보드게임 전문가였다. 서울 합정에서 보드게임과 방탈출 게임 카페를 오래 운영한 마니아였는데, 그 역시 다른 방탈출 게임 전문가와 함께 게임을 만들고 있었다. 윤진하 대표는 방탈출 게임을 온라인 가상 공간으로 옮기자고 두 전문가를 설득했다. 마침, 이야기를 나눠 보니 각자 가진 장점과 쌓아 온 경력이 상승 효과를 낼 것이라는 확신도 들었다. 이렇게 레다게임즈가 태어났다.
윤진하 대표의 손을 잡은 보드게임 전문가는 서한철 공동창업자, 방탈출 게임 전문가는 이정환 공동창업자다. 둘 다 업계에서 이름이 널리 알려진 게임 개발자 겸 운영자다. 서한철 공동창업자가 만든 보드게임의 줄거리는 흡입력과 매력을 모두 갖춘 것으로 소문이 났다. 이정환 공동창업자가 내놓은 방탈출 게임도 매번 많은 인기를 끈다.
세 공동창업자는 게임의 본질인 ‘재미’를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기면서, 새로운 재미를 가미해 소비자에게 전달하자는 철학을 함께 세웠다. 그리고 윤진하 대표는 사업 운영을, 서한철·이정환 공동창업자는 방탈출 게임의 본질인 재미를 각각 책임지기로 한다. 이어 온라인 방탈출 게임을 더 예쁘고 매력 있게 꾸밀 배윤성 아트 디렉터도 합류했다. 개발자와 디자이너도 속속 레다게임즈에 들어와 힘을 보탰다.
개더타운을 써서 온라인 방탈출 게임을 만들던 레다게임즈는 2022년 1월, 우리나라 메타버스 플랫폼 ‘ZEP’을 만난다. 이 플랫폼의 성장 가능성을 파악한 윤진하 대표는 곧바로 ZEP을 공부했고, 임직원들과 함께 첫 온라인 방탈출 게임을 선보인다.
레다게임즈 온라인 방탈출·크라임씬, 무슨 게임을 어떻게 즐길까?
레다게임즈가 만든 방탈출 게임은 추리 게임의 일종인 ‘크라임씬’이다. 범죄 현장을 배경으로, 참가자들이 특정 인물 역할을 맡아 무죄를 주장하고 토론하며 범인을 추적하는 방식이다. 게임에 접속하면 먼저 맡고 싶은 인물을 선택한 후, 자신이 선택한 인물의 알리바이와 단서를 확인한다. 이어 다른 참가자(인물)들과 모여 자기 소개를 거친 후 현장으로 돌아가 다른 인물들의 단서를 모은다. 이후 참가자들은 다시 모여서 확보한 단서를 토대로 범인을 추측하고 투표로 지목한다.
첫 작품 ‘발자국이 향하는 곳’은 현대를 배경으로 한 크라임씬이다. 살인 사건 현장에서 한 탐정이 피해자의 연인과 그녀의 동생, 그 밖의 주변 인물들을 수사하며 진범을 찾는 내용이다. 두 번째 작품 ‘한월화’는 신라 시대 왕실을 배경으로 한 퓨전 사극 크라임씬이다. 역시 왕자가 살해된 현장에서 왕자의 형제자매와 부인, 궁녀 역을 각각 맡아 자신의 무죄를 증명하는 내용의 크라임씬이다.
레다게임즈는 곧 크라임씬 새 작품 ‘침묵의 시그널’을 공개할 예정이다. 우리나라의 K팝 엔터테인먼트 회사에서 일어난, 아이돌 가수들간의 이야기를 그린다. 전통 방탈출 게임을 온라인으로 옮긴 ‘이야기를 전해드릴게요’도 서비스했다. 소중한 가족과 죽음을 주제로 참가자들이 감성을 느끼며 즐기도록 설계했다.
이들 게임은 모두 레다게임즈 홈페이지에 접속해 요금을 내면 온라인으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다. 이용 안내, 진행 방법을 보기 쉽게 꾸며 제공하기에, 방탈출 게임이나 크라임씬을 처음 접하는 소비자도 손쉽게 적응 가능하다.
첫 작품을 공개하기 전, 레다게임즈 임직원들은 망설였다고 한다. 자신들의 작품의 완성도가 소비자에게 내놓을 만큼 높지 않다고 판단해서다. 치열한 토론 끝에 이들은 우선 작품을 출시하고, 소비자들의 반응과 요구를 발빠르게 반영하기로 한다. 처음부터 완벽한 작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와 함께 완벽한 작품을 만들자는 결론을 내린 셈이다.
레다게임즈는 먼저 방탈출 커뮤니티에 첫 크라임씬 온라인 방탈출 게임을 공개했다. 그러자 예상을 뛰어넘는 반응과 요구가 모일 정도로 주목 받았다. 자신감을 가진 레다게임즈는 소비자들의 의견을 반영, 두 달간 게임의 완성도를 높인 후 4월 유료 서비스를 정식 런칭했다.
윤진하 대표는 이 과정에서 온라인 방탈출 게임의 완성도를 높일 값진 경험과 노하우들을 얻었다고 말한다. 이들이 느낀 가장 중요한 점은 ‘소비자들은 게임의 디자인, 인터페이스 등 시스템보다는 감동을 주는 줄거리와 재미를 더 원한다’는 것이다.
온라인 방탈출 게임의 화면과 캐릭터를 아무리 화려하게 만들어도 줄거리가 단순하면 재미를 느끼기도, 몰입하기도 어렵다. 크라임씬의 핵심도 마찬가지다. 추리하는 재미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이 줄거리다. 줄거리가 재미있어야 참가자들이 등장 인물에 몰입한다. 서로 의심하고 추리하면서 웃고 떠든다.
이는 앞서 레다게임즈 공동창업자들이 함께 세운 철학, ‘게임의 본질인 재미를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기면서, 새로운 재미를 가미해 소비자에게 전달하자’는 것과 이어진다.
레다게임즈는 이 철학을 해외 시장 공략 시 적용할 예정이다. 해외 방탈출 게임과 크라임씬은 문제와 퍼즐을 해결하는 것이 목적이다. 빨리 문제와 퍼즐을 해결하고 다음 단계를 밟아야 하기에 줄거리를 즐기고 재미를 느끼기 어렵다. 되려 강박감을 느낀다. 레다게임즈는 우리나라 소비자로부터 받은 의견과 경험을 토대로, 해외 소비자에게 게임의 본질인 재미, 이를 잘 느끼도록 돕는 줄거리를 전달할 예정이다.
온라인 방탈출 게임, 완성도 높일 기술과 잘 알릴 홍보 마케팅 전략 세워라
많은 사람들이 만들기 어려울 것으로 말한 온라인 방탈출 게임을 현실로 이끌고, 소비자에게 좋은 반응까지 이끌어낸 레다게임즈. 성과를 냈지만, 이들의 도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윤진하 대표의 고민은 ‘모바일 최적화’다. 레다게임즈의 첫 작품은 PC와 스마트폰으로 즐긴다. 하지만, 스마트폰 최적화가 어려운 탓에 두 번째 작품부터는 PC에만 최적화했다. 소비자들은 모바일로 게임을 즐기기 원한다. 여러 명이 함께 게임을 즐길 때에도 PC보다는 모바일이 유리하다. 이에 레다게임즈는 모바일 개발자를 섭외하고 기술을 고도화, 온라인 방탈출 게임의 완성도를 높이면서 모바일 최적화도 시도해야 한다.
‘플레이 시간’을 조율하는 것도 풀기 어려운 과제다. 소비자가 오프라인 방탈출 게임을 즐기는 시간은 대개 한 시간 남짓이다. 레다게임즈는 온라인 방탈출 게임 첫 작품의 플레이 시간을 약 세 시간으로 설계했다. 하지만, 플레이 시간이 너무 길다는 생각에 두 번째 작품은 한 시간쯤 즐기도록 만들었다. 그러자 오히려 소비자로부터 플레이 시간이 너무 짧아 아쉽다는 평가를 받았다.
숏 폼처럼 짧게 즐기는 콘텐츠가 인기를 모으는 시대다. 하지만, 레다게임즈는 온라인 방탈출 게임의 줄거리를 차근차근 전달하려면, 진정한 재미를 느끼도록 하려면 플레이 시간을 길게 해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너무 길면 소비자는 지루할 것이다. 플레이 시간 조율은 레다게임즈의 지금, 나아가 평생의 도전 과제가 될 것이다.
온라인 방탈출 게임의 ‘홍보 마케팅’도 과제로 주어졌다. 최근 인기를 많이 모았다고는 하지만, 방탈출 게임을 업계의 주류로 보는 것은 아직 무리다. 더군다나, 레다게임즈의 크라임씬과 같은 머더 미스터리를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생소하게 여긴다. 윤진하 대표는 일단 머더 미스터리를 한 번 즐기면 재미에 푹 빠진다고 말한다. 그 ‘한 번 즐기도록 이끄는’ 것이 어렵다는 고민도 함께다. 이 고민을 풀어줄, 머더 미스터리와 온라인 방탈출 게임의 묘미와 재미를 널리 알려 줄 홍보 마케팅 전문가를 원한다.
이들이 풀어야 할 또 하나의 큰 문제는 소비자들이 온라인 방탈출 게임을 ‘여러 번 즐기도록 이끌 방법’을 마련하는 것이다. 한 번 즐긴 후 친구나 지인을 불러 여러 번 더 즐기는 오프라인 방탈출 게임과 달리, 온라인 방탈출 게임은 한 번 즐기면 다시 하기 어렵다. 게임의 줄거리나 힌트, 정치 푸는 방법을 누설하는 소비자도 있다.
게임 여러 개를 동시에 만들어 선보이면 이 문제를 해결 가능하지만, 그러려면 막대한 자원이 있어야 한다. 레다게임즈는 소비자들이 온라인 방탈출 게임을 늘 새로운 기분과 감각으로 즐기도록 도울 묘안을 고심한다. 여기에 힘을 보탤 파트너 기업과 협력 관계도 맺고 싶어한다.
2023년 웹툰 ‘타인은 지옥이다’ 방탈출 앞세워 미국 진출
레다게임즈는 도전 과제들을 해결하면서 새 방탈출 게임을 개발하고 해외 진출도 시도한다. 먼저 인기 웹툰 ‘타인은 지옥이다’의 온라인 방탈출 게임을 선보인다. 웹툰의 등장 인물과 줄거리, 고유의 분위기와 재미를 그대로 재현한 기대작으로 2023년 초 즐길 수 있다. 다른 인기 웹툰을 온라인 방탈출 게임으로 옮길 계획도 세웠다. 세계 시장이 인정한 우리나라 웹툰은 드라마나 영화의 인기 소재로 자리 잡았다. 레다게임즈는 웹툰의 활용 범위를 온라인 방탈출 게임으로까지 넓히려 한다.
이미 레다게임즈 임직원들의 머리에는 30개가 넘는 온라인 방탈출 게임의 줄거리와 가지각색 아이디어가 쌓였다고 한다. 윤진하 대표는 보드게임, 방탈출 게임 마니아인 임직원들과 함께 소비자의 눈길과 마음과 취향을 사로잡을 온라인 방탈출 게임을 속속 선보일 예정이다.
해외 시장에 진출, 우리나라 온라인 방탈출 게임의 위력을 소개할 계획도 마련했다. 첫 시장은 방탈출 게임, 그 중에서도 네 명 이상 모여 즐기는 머더 미스터리가 인기를 끄는 미국이다. 현지 게임 공급사도 첫 작품으로 머더 미스터리를 선택하라고 조언했다. 레다게임즈는 머더 미스터리만의 재미와 몰입도를 온라인에서 즐기도록 작품을 기획하면, 해외 시장을 충분히 공략하고 나아가 제패까지 가능할 것으로 내다본다.
해외에 온라인 방탈출 게임을 전파하고 이 시장을 이끌 각오를 한 레다게임즈. 이들의 감정은 절반은 두려움, 절반은 기대감이다. 줄거리를 앞세워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취향과 감성을 매혹하는 것은 자신 있지만, 이 경험이 과연 해외 소비자에게도 통할 것인가를 두려워한다. 해외 진출 시 드는 비용도 초기 스타트업에게는 큰 부담이 된다.
한편으로는 우리나라 온라인 방탈출 게임 시장의 문을 열고 길을 닦은 경험을 토대로, 해외 시장 진출과 공략의 길까지 만든다는 기대감도 가졌다. 두려움을 없애고 기대감을 성과로 만들기 위해 이들은 기존 전략을 유지한다. 작품을 만들어 일단 도전하고, 소비자 한 명 한 명의 반응을 세심하게 살피며 기민하게 대응하는 것이다.
레다게임즈는 임직원들이 쌓은 보드게임과 방탈출 게임의 경험, 그리고 우리나라 소비자에게 배운 노하우가 가장 큰 재산이라고 말한다. 경험과 노하우가 없는 사람은 망치 하나로 못을 박는다. 반면, 경험과 노하우를 가진 사람은 망치 하나로 집을 한 채 뚝딱 짓는다. 여기에 게임의 본질인 재미를 더해 국내외 시장을 공략할 예정이다.
윤진하 대표는 “방탈출 게임 초보자, 숙련자 모두 재미있게 즐기도록 온라인 방탈출 게임들을 만들었다. 시공간의 제약은 없앴고,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웃고 떠들며 즐기는 오프라인 방탈출 게임의 감성과 재미는 강화했다. 레다게임즈 홈페이지에서 온라인 방탈출 게임의 프롤로그를 무료로 즐길 수 있다. 누구나 방문해 온라인 방탈출 게임의 색다른 재미와 경험을 느꼈으면 한다.”고 밝혔다.
글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