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업] 엣지케어 [2] BM 분석 “기기에서 데이터로, 데이터에서 서비스로”
[스케일업 x 권역 BI] 스케일업코리아가 '동국대학교·서강대학교·서울과학기술대학교·이화여자대학교·한국기술벤처재단' 소재 창업보육센터들과 함께 '권역 BI 컨소시엄(서울과학기술대학교 주관)' 스케일업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이번 프로그램은 컨소시엄의 각 BI 센터가 선정한 유망 스타트업을 인터뷰로 소개하고, 그들의 비즈니스모델을 분석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합니다. 마지막으로 스타트업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에 맞춰 전문가를 소개해 도움을 드리고자 합니다.
[IT동아 권명관 기자] 지난 ‘[스케일업] 엣지케어 [1]’ 기사를 통해 초음파 기술을 활용, 초음파 방광용적 측정기를 개발하고 있는 엣지케어를 소개했습니다. 초음파 방광용적 측정기의 의료기기 인증을 앞두고 있는 엣지케어는 해당 제품을 통해 시장에 진출한 뒤, 폐부종/심박출량/뇌혈류 등을 측정할 수 있도록 개선해 환자 감시 분야로 확장해 나갈 계획인데요. 무엇보다 엣지케어는 제품으로 시작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분석해 환자를 위한 서비스로 발전시켜 나갈 예정입니다.
이에 스케일업팀은 비즈니스모델 분석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인사이터스 황현철 대표와의 만남을 추진했습니다. 아래 글은 황현철 대표가 엣지케어에게 전하는 메시지입니다.
당신이 병상에 누워 있다면
시작부터 우울한 상상을 하게 만들어 죄송하지만, 불의의 사고를 당했거나 질병을 앓고 있다고 가정하자. 당신은 병상에 누워 있으며, 혼자 소변을 보러 갈 수조차 없다. 매번 ‘소변 마렵다’라고 간병인에게 말하는 것도 눈치 보인다. 증상이 안 좋아졌는지 몸에 폴리 카테터(foley catheter, 이하 소변줄)를 연결한다. 소변이 마려운 건지 아닌지 아무런 감각도 없다. 의사는 요로 감염의 위험을 경고하고, 민망하게도 간호사는 소변 주머니에 모인 소변량을 하루 두 번씩 체크하러 온다.
이쯤 되면, 아마도 당신은 화장실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었던 과거를 그리워하며, 21세기 첨단 시대에 아직도 이렇게 ‘전근대적인 방법밖에 없나’라고 한탄도 할 것이다. 오늘의 주인공 ‘엣지케어’는 당신의 이런 한탄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스타트업이다.
엣지케어는 초음파를 이용한 환자감시장치 전문 기업을 표방하며, 곧 첫 번째 제품 초음파 방광용적 측정기를 출시할 예정이다.
엣지케어가 초음파 방광용적 측정기를 먼저 출시하는 이유는 돈이 되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는 약 4.2억 명의 배뇨 장애 환자가 있다. 국내에만 약 300만 명 이상이다. 엣지케어 제품은 환자 방광의 잔뇨량을 실시간으로 측정한다. 즉, 간호사가 소변 주머니 속 소변량을 확인하지 않아도 된다. 간호사나 간병인의 도움을 요청할 필요도 없다. 정량화된 잔뇨량 수치를 확인할 수 있어 환자 상태도 더욱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무엇보다 환자는 소변줄로 인한 요로 감염 위험성, 배뇨장애, 배뇨 처리 문제 등으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다. 환자에게 있어 이 제품은 삶의 질을 바꿀 수 있는 기회다.
엣지케어의 핵심 역량과 차별성
환자의 소변 측정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지금까지 소변 측정 방법이 없었던 것도 아니고 도대체 왜 엣지케어의 제품을 사용해야만 할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엣지케어가 보유한 핵심기술을 들여다봐야 한다. 엣지케어가 제시하는 주요 기술은 4가지인데, 정리하면 초음파로 부정형한 장기의 모양을 파악하고 그 안에 채워져 있는 액체(예, 소변)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위와 같이 엣지케어의 독자 기술을 탑재한 각각의 제품은, 기존 경쟁자와 고객 가치 차원에서 어떤 차별성을 보유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 초음파 방광용적 측정기 ]
소변량을 측정하는 가장 전통적인 방법은 소변줄을 사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배변 이후의 측정이다.
실시간으로 방광 내 잔뇨량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범용 휴대용 초음파기기를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비싼 장비 가격, 방광 전용 기기가 아니라는 점, 국부에 사용한다는 점 등 사용자 측면에서 불편하다. 이러한 이유로 초음파를 활용한 방광용 측정 기기를 A 사가 개발했다. 현재 시장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A사 제품은 범용 휴대용 초음파기기 대비 정확도는 낮지만, 가벼운 무게, 사용자(의사/간호사)의 측정 편의성, 환자의 편의성 등을 통해 빠르게 시장을 점유해 나가고 있다.
엣지케어는 이 시장에 A사 대비 더 높은 정확도, 더 작고 가벼운 크기, 빠른 측정 방법 등의 장점을 보유한 초음파 방광용적 측정기를 개발했다. 또한, 패치 형태의 검사 기기를 추가하면 방광 내 잔뇨량을 지속적으로(10~30분 단위) 모니터링까지 할 수 있다. 아래 고객가치 분석 결과로 볼 때, 가히 ‘게임 체인저’라고 할 수 있다.
초음파 환자감시장치 1위를 향한 성장 로드맵
초음파 방광용적 측정기 이외에도 엣지케어는 Cross-Array초음파 패치 등 핵심기술을 바탕으로 잔뇨량, 심박출량 모니터링 기기까지 구체화하고 있다. 이를 통해 차후 폐부종, 뇌 혈류 모니터링 기기까지 확장한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다. 자신들만의 탄탄한 성장 로드맵을 제시한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엣지케어의 성장성은 부족하다고 말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양모 대표는 슬쩍 데이터에 대한 얘기를 언급한다. 그렇다. 모니터링 기기의 가장 큰 장점은 데이터 축적에 있음을 모를 리 있겠는가?
예를 들어, 엣지케어가 초음파 방광용적 측정기를 통해 데이터를 쌓으면 과민성 방광의 패턴을 찾아낼 수 있다. 요실금 등 소변 장애 관련 문제의 여러 유형 패턴을 분석해 사용자 스스로 배설 전 신호를 보내 사전에 처리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성인용 기저귀를 차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필자가 제언하고자 하는 것은 이러한 데이터 기반 패턴 분석을 통해 일반 헬스케어 시장으로 확대까지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점을 장기적 성장 로드맵에 포함시킨다면, 잠재력은 더 크게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방광 내 잔뇨량 데이터 분석 및 패턴을 이용해 유아 시장, 반려견 시장 등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한다. 이는 고도의 병증을 가진 환자 시장보다 덜 민감해 비교적 낮은 성능의 제품으로도 훨씬 더 큰 시장을 바라볼 수 있다. 현재 엣지케어가 보여주고 있는 흡사 ‘Product Roadmap’ 형태의 성장 방안 보다 훨씬 더 복합적이고 더 높은 성장 잠재력을 지닌 스타트업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유일한 문제는 유통망?
엣지케어는 의공학 박사이자 서강대 전자공학과 교수인 유양모 대표를 비롯한 뛰어난 연구진이 함께하고 있다. 마케팅과 영업은 GE 헬스케어, 삼성메디슨 등에서 경력을 쌓은 원상휘 CMO가 담당한다. 업계 베테랑들이 포진한 만큼 제품 출시 이후 영업과 유통에서 큰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적다. 다만, 유 대표는 자신들이 로드맵에 맞춰 제품을 출시할 경우, 의료기기 유통 시장에서 반기지 않을 것이라 우려한다. 현재 유통되고 있는 소변줄이나 폐동맥 카테터 등의 판매량이 감소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유 대표의 우려에 대해 필자가 예상하기 어렵지만, 단기적인 측면에서 대체 영업망을 구축하기는 크게 어렵지 않을 듯하다. 엣지케어 제품에 의한 자기잠식효과를 우려하는 업체를 제외해도 의료기기 및 제약 유통 시장에는 여러 유통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다만, 장기적인 측면에서 제품 가치를 고객에게 제대로 알리고 평가받기 위해서는 엣지케어가 자체 영업망을 구축하길 권한다. 애플이 고객에게 제품 가치를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유통망(애플스토어)을 직접 운영하는 것은, 독자들도 진부할 정도로 다 아는 얘기다. 엣지케어와 같은 메디컬 영역에서 찾아보면, 오스템임플란트가 자체 영업망을 구축해 가치를 전달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한 대표적 사례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일반적인 의료기기 회사가 대리점 영업에 의존하는 것과 달리 임플란트 시술 교육, 초음파, 3D 영상 등 디지털 덴티스트리 장비 구축 및 사용 교육, A/S의 직접 대응 등의 역할을 자체 영업조직이 실행한다. 임플란트와 의료기기 특성상 지속적으로 재교육이 필요하고, 디지털 진단 기기 등 새로운 제품으로 판매를 확장하기에 용이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략으로 오스템임플란트는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 홍콩, 대만, 싱가포르, 인도 등에서 시장 점유율 1위를 공고히 하고 있다.
엣지케어가 제시하고 있는 최종 목표인 초음파 환자 감시 분야는 새로운 첨단 기술의 영역이다. 디바이스와 데이터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잔뇨량, 심박출량, 폐부종, 뇌졸중 등 상호 연계할 수 있는 10여 종 이상의 제품 개발 계획은, 전문성과 영업력을 동시에 갖춘 영업 조직을 직접 구축하는 것이 최상의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더 높은 비전이 큰 성장을 만든다
유양모 대표는 “매출 1,000억 원 수준의 제품 10개를 만들어 1조 매출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라는 포부를 밝혔다. 웬만한 스타트업이 이런 소리를 하면 열심히 해보라고 말한 뒤, 내 갈 길 가겠다. 하지만, 엣지케어에게는 “왜 더 큰 비전을 세우지 않느냐”라고 말하고 싶다.
기술에 무지한 필자가 엣지케어의 기술 가치를 100% 알아보지는 못해도, 엣지케어는 국내 메디컬 기기 업체 중 드물게 디바이스에서 데이터 축적으로, 축적된 데이터에서 지능형 서비스로 확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지능형 서비스는 메디컬 서비스에서 일반 헬스케어 서비스로 이어진다. 그만큼 성장 파동이 그려지는 스타트업이다.
아무리 뛰어난 인력이 모인 스타트업일지라도 아직 시장에서 성과를 만들어 낸 것이 아니기에 자신들의 목표와 비전에 반신반의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다가오는 2023년, 엣지케어가 첫 제품인 초음파 방광용적 측정기를 선보이고, 이에 대한 시장 반응이 매출로 증명되는 시기는 곧 찾아올 것으로 예상한다. 그때에는 필자의 바람대로 더 높은 비전을 세우고, 더 큰 성장을 만들어 내기 위한 긴 여정을 준비하길 바란다.
글 / 인사이터스 황현철 대표
실전 비즈니스모델 컨설팅 전문가. 20년간 비즈니스 전략, 프로세스, 생산, 품질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현장 중심의 컨설팅을 수행했으며,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스타트업부터 대기업에 이르기까지 실체적 비즈니스모델 컨설팅과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본격 기업 극화 소설 '비즈니스모델러'의 저자이기도 하다.
정리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