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업] 본투비 [1] “트웬티는 그림작가와 구매자를 연결하는 안식처이고 싶습니다”
[스케일업 x SBA] 스케일업팀이 서울산업진흥원(SBA)과 함께 ‘2022년 하반기 스케일업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스케일업팀은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각각의 스타트업이 현재 진행하고 있는 사업 전반에 대해 소개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도전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각자의 전문 영역에서 활동하는 여러 전문가를 연결해 도움을 드리고자 합니다.
[IT동아 권명관 기자] 린 스타트업(lean startup). 스타트업이 많이 사용하는 제품 및 고객 개발 방법론을 뜻한다. ‘lean’의 사전적 의미는 ‘군살이 없는’, ‘호리호리한’, ‘여윈’ ‘수확이 적은’, ‘침체된’ 등이지만, 린 스타트업에서의 린은 ‘낭비 없는’에 가깝다. 전통적인 기업이나 대기업과 달리,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이 빠르게 (다소 미숙하더라도) 제품 또는 서비스를 시장에 내놓고, 고객으로부터 피드백을 받아, 이를 다시 반영해 개선해 나가는 방식이다.
린 스타트업의 할아버지 격인 스티브 블랭크는 "첫 번째 고객을 만난 뒤 그대로 살아남는 사업 계획은 없다"라고 말한다. 그만큼 실제 시장에서 만나는 외부 고객의 생각은 스타트업이 예상한 생각과 크게 다르다는 뜻이다. 린 스타트업은 이처럼 고객의 다른 생각을 빠르게 다시 제품 또는 서비스에 반영한다. 린 스타트업을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스타트업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본투비는 캐릭터, 일러스트, 디자인 전문 크리에이터들의 작품을 구매자와 연결하는 이커머스 ‘트웬티(twenty)’를 개발하고 서비스하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지난 2020년 2월 베타 버전을 선보인 뒤, 2022년 10월 기준 트웬티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 3,100명, 회원 수 26만 명, 누적 거래액 225억 원이라는 성과를 달성했다.
하지만, 본투비 이종인 대표(이하 이 대표)가 처음 도전한 사업 아이템은 지금의 트웬티가 아니었다. 지난 2019년의 본투비는 이종인 대표가 카이스트를 졸업한 뒤 당시 연구 주제를 활용해 대학원 박사 과정에서 아토피 환자들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헬스케어 웨어러블 스마트밴드 ‘이치텍터(Itch tector)’를 개발했다. 하지만, B2B 업종과 의료 산업의 높은 장벽을 확인한 뒤 새로운 아이템을 찾아 피벗(pivot)한 것이 지금의 본투비다.
본투비 이 대표는 “개인사업자로 도전했던 헬스케어 사업에서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판단 끝에 팀원들과 고민해 새로운 아이템을 찾았다. 스마트밴드를 개발하고 제조해 판매하는 아이템에서 개발 중심으로 전환하고자 했다”라며, “그때부터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는 기획 및 UI/UX를 담당하고 있는 디자이너가 작품을 판매하는 크리에이터(그림 작가)와 구매자를 연결하는 이커머스 채널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그렇게 시작해 지금의 트웬티를 선보였다”라고 설명했다.
트웬티, 그림작가와 구매자를 연결합니다
IT동아: 만나서 반갑다. 본투비는 어떤 스타트업인지, 어떤 아이템을 개발하고 서비스하고 있는지 소개를 부탁한다.
이 대표: 크리에이터와 구매자를 연결하는 오픈마켓, 트웬티를 개발하고 서비스하는 스타트업이다. 자유롭게 물건을 판매할 수 있는 이커머스 채널이다. 다만, 특정 분야에 집중하고 있는데, 바로 ‘캐릭터 창작 문구 시장’이다. 캐릭터, 일러스트 등을 전문으로 창작하는 그림 작가들이 스티커, 다이어리 용품, 굿즈 등을 보다 쉽게 판매할 수 있도록 돕는다.
IT동아: 정리하자면, 그림작가와 구매자를 연결하는 플랫폼이라는 뜻인가.
이 대표: 맞다. 트웬티 기획 당시 카카오톡,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기존 SNS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그림작가들이 스스로 디자인한 캐릭터, 일러스트 등을 바탕으로 스티커, 다이어리 용품, 노트와 같은 굿즈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런데, SNS에서 이뤄지는 유통 과정에서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 불편을 겪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예를 들어보자. 인스타그램에서 감성적인 캐릭터와 독특한 그림체를 바탕으로 작품을 공유하던 그림작가가 자신의 팔로워로부터 ‘혹시 작품을 판매하시지는 않나요?’라는 문의를 받았다고 가정하자. 작품을 좋아하는 팔로워가 늘어날수록 이러한 문의는 계속 많아진다. 이에 작가는 일종의 공동판매를 기획하고, 관련 사업을 시작한다.
그런데 이게 쉽지 않다. 적게는 수십, 많게는 수백 명의 팔로워들이 주문한 내역을 확인하고, 각 작품별 주문 수량을 맞춰야 한다. 이후 구매자들을 직접 만나서 작품을 건네줘야 할지, 택배 등으로 배송해야 할지 선택해야 하고, 어떻게 주문 금액을 받을지(결제)도 준비해야 한다. 이러한 문제를 우리 본투비가 해결할 수 있다. 주문 내역을 관리하고, 작품(그림)을 제품(스티커 등 굿즈)으로 제조해 주며, 배송과 결제까지 책임진다.
IT동아: 아… 이해했다. 그림작가를 위한 판매 채널, 플랫폼인 셈이다. 이렇게 얘기해도 실례가 아닐지 모르겠지만, 애니메이션, 게임 등 특정 분야에 공감하는, 이른바 ‘덕질’과 비슷한 것 같다.
이 대표: 비슷하다(웃음). 우리는 어디까지나 그림작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집중했다. 그림작가가 작품 활동에 오롯이 시간을 할애할 수 있도록, 작품 판매에 필요한 과정을 돕고자 했다. 그렇게 플랫폼을 확장하다 보면, 그림작가와 구매자 사이에서 이뤄지는 선순환 구조를 통해 윈-윈할 수 있는 채널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트웬티 기획 초기, 그림작가들은 이미 활동하는 각자의 채널이 있었다. 카페,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여러 SNS 중 자신에게 맞는 채널로 작품을 알리며 판매하고 있었다. 작품 판매는 댓글이나 폼 서비스(네이버나 구글 등이 제작한 웹 기반 설문조사용 도구)를 이용하고 있었는데, 여기서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수백 건의 주문을 관리하는 게 쉽지 않다.
여기서부터 시작했다. 그림작가들이 작품을 판매하는 불편함을 해소하자고. 이를 위해 그림작가들이 사용하기 간편한 주문서 솔루션부터 개발했고, 지속적으로 개선을 원하는 영역을 하나씩 추가해 지금의 트웬티를 완성했다.
IT동아: 그림작가들이 작품 활동에 집중하고, 구매자들은 원하는 작품을 빠르게 받을 수 있도록 구조를 찾아간 셈이다.
이 대표: 맞다. 그림작가들이 기존에 활동하던 SNS도 그래도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왔다. 갑자기 구매자에게 트웬티라는 새로운 플랫폼으로 옮겨와 달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URL 링크로 주문 솔루션을 제공하면서 트웬티라는 지금의 정체성을 조금씩 확립했다.
그림작가, 구매자와 소통하며 완성했습니다
IT동아: 얘기를 듣다 보니 정말 신기하다. 헬스케어 스마트밴드를 개발하다가 그림작가를 위한 플랫폼 서비스로 전환하다니. 너무 동떨어져 있는 영역 같은데(웃음).
이 대표: 하하. 기존에 도전하던 영역에서 피벗을 결심하고 난 뒤, 함께하고 있던 팀원들과 모여 아이디어를 고민하던 과정에서 찾았다. 지금도 함께하고 있는 본투비 디자이너가 사실 그림작가로도 활동하고 있었다. 실제 작품도 판매하고 계셨고. 이미 그림작가로 경험했던 불편함을 이야기하며 우리가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아이템을 결정한 뒤 그림작가들이 모이는 오프라인 페어에 참여하고, 현장에서 그림작가들의 고민을 듣고, 하나하나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찾아 도전했다.
페어에 참여해 그림작가들이 이미 오프라인에서 활발하게 작품을 판매한다는 것을 확인한 뒤, 인터뷰하며 온라인/모바일 판매에 대한 니즈를 확인했다.
IT동아: 아이템을 정한 뒤, 시장의 문제점을 확인하고, 판매자와 구매자의 소구 포인트를 조사해, 사업화 방향을 결정한 셈이다.
이 대표: 처음 웹 주문서 솔루션 트웬티폼을 선보인 것은 2020년 2월이었다. 베타 버전으로 선보였다. 인터뷰했던 그림작가들에게 연락했다. 이것 한번 사용해 보시라고(웃음). 그렇게 그림작가들과 소통하고, 반응을 확인하며 단계별로 서비스를 업데이트했다. 시장 반응을 살피며 테스트하는 과정이었다.
트웬티폼을 제공하며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 자리에서 모든 답변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항상 열심히 하시는 것 응원합니다. 같이 커가고 싶어요! 감사합니다!’, ‘트웬티폼 덕분에 판매의 질이 많이 향상되었어요. 언제나 고생하시죠. 감사드립니다. 작은 설문참여가 도움 되셨기를!!!’, ‘지금처럼 구매자와 작가, 그리고 트웬티를 위해 열심히 힘써주세요!!’ 등을 받았다.
그리고 2020년 6월부터 지금의 트웬티와 같은 오픈마켓 플랫폼을 완성하기 위한 업데이트를 시작했다. 우리가 집중한 것은 그림작가였다. 그림작가가 스스로를 소개할 수 있는 프로필을 소개하고, 구매자가 원하는 그림작가의 소식을 받을 수 있는 구독 알림 서비스를 제공하고, 여러 작품을 한 번에 구매할 수 있는 장바구니 등의 기능을 추가했다. 또한, 카드 결제, 간편결제 기능도 추가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 트웬티 커머스 플랫폼을 출시한 것은 2021년 9월이었다.
IT동아: 구매자들의 반응도 궁금하다.
이 대표: 제품 구매 고객은 대부분 20~30대 여성 고객이다. 전체 고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0~80% 정도에 이른다. 혹시 ‘다꾸’라는 말을 아시는지 모르겠다. 다이어리 꾸미기의 줄임말로, 최근 1~2년 사이 인기를 끌기 시작한 취미 생활이다. 다이어리를 꾸미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다꾸러’라는 말도 있다(웃음).
레트로 열풍과 함께 코로나19로 인한 집콕 생활로 ‘꾸미기’를 통해 개성을 표현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2020년 국내 서점 YES24의 문구/GIFT 판매량 분석 결과 ‘다꾸’에 사용되는 용품인 스탬프, 스티커, 마스킹 테이프 등의 문구류 판매량은 61.9%나 늘어 최근 3년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나의 문화다. 애니메이션을 좋아하고, 영화를 좋아하고, 피규어를 좋아하고, 캐릭터를 좋아하듯, 그림을 기반한 작품을 좋아하는 문화다.
IT동아: 오프라인 페어를 온라인, 모바일로 옮겨 온 느낌이다.
이 대표: 그림작가가 작품을 시작하는 시간에 맞춰 구매자들이 오픈런하는 일도 일어나고 있다. 구매자가 개인 취향에 맞는 작품을 편리하게 구매하고, 그림작가가 편안한 작품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트웬티에서 활동하는 그림작가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작년 기준 약 300명의 그림작가가 합류했지만, 올해에는 800~900명 정도 증가했다. 더 많은 그림작가가 트웬티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방법을 고민하고 있는 단계다(웃음).
마음의 위안을 찾는 고객을 위해
IT동아: 이 대표님과 얘기를 나눌수록 그림작가와 구매자 사이에서 필요한 것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양측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 그게 플랫폼이 추구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 대표: 노력하고 있다. 정말 많이, 노력하고 있다(웃음).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그림작가들이 계속 트웬티로 합류하고, 보다 많은 작품을 구매자에게 부담스럽지 않도록 전달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트웬티에서 이뤄지는 소통이 하나의 문화로 정착할 수 있어야 한다. 카드 결제, 간편결제 기능을 더하면서 그림작가의 부담을 덜 수 있도록 노력했고… 최대한 수수료를 맞출 수 있도록 고민했다.
그림작가가 보다 편리하게 굿즈를 제작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협력 업체를 찾았고, 국내 및 해외에도 작품을 배송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했다. 작품만 있다면, 트웬티가 그림작가를 알리고, 작품을 소개한 뒤, 구매자를 연결해, 굿즈를 제작하고 관리해, 국내외 어디든 배송할 수 있도록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도 빠르게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구매자 중 다꾸러와 인터뷰하며 나눴던 대화가 기억난다. 다꾸러는 일기를 쓰듯, 다이어를 쓰며 스티커로 꾸미며 마음의 위안을 가진다. 기록하는 그 과정과 예전에 작성한 것을 보며 추억을 떠올리기도 하고… 심신의 안정에 도움 된다는 답변도 많이 받았다.
IT동아: 트웬티의 다음 단계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이 대표: 지금 트웬티는 그림작가의 1차 창작 디자인 작품을 판매하고 있다. 앞으로는 1차 창작을 넘어 2차 창작까지 제공하고자 한다. 그림작가의 팬들이 제작하는 제품이나 연예인 기획사와 제휴해서 판매하는 디자인 상품 등이다. 그림작가의 작품을 하나의 도안으로 활용해 또 다른 가치 상품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동의를 구하고, 이를 통해 시장 규모를 키우고 싶다.
또 하나는 ‘해외 고객’이다. 2021년 9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해외 구매 비율은 11%에 이른다. 한류 영향에 힘입어 우리나라 그림작가의 작품도 해외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해외 배송 업체와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이유기도 하다(웃음).
트웬티는 베타 서비스부터 지금까지, 그림작가와 구매자의 의견을 담고 있다. 꾸준히 인터뷰하고 설문조사하며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이를 트웬티 안에 어울리는 형태로 제공하도록 노력했다. 소통하는 트웬티의 모습은, 앞으로도 변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한다. 트웬티가 만들어 가고 있는 크리에이터(그림작가) 플랫폼에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