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브즈유나이티드게임즈 최민경 대표, "VR 게임 시장의 성공 공식 세울 것"
[IT동아 남시현 기자] “국내 VR 시장의 모든 사업자는 경쟁사가 아닌 협력사로 보아야 한다. 우리와 같은 입지의 기업들이 더욱 더 성과를 낼수록 한국 VR 게임 시장의 경쟁력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동종 업계일수록 경쟁사가 아니냐고 질문했지만, 데브즈유나이티드게임즈 최민경 대표는 정 반대의 대답을 내놓았다. 올해 8월, 미라지게임즈에서 데브즈유나이티드게임즈라는 이름으로 사명을 바꾼 이유도 VR 개발자들을 연합해 우리나라 VR 시장의 잠재력을 끌어내겠다는 그의 의지가 녹아있다. 2016년 12월 VR 게임 전문 기업으로 시작해 한국 VR 게임사로는 최초로 B2C 게임 매출 1위를 달성한 DUG 최민경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유니티, 페이스북 거치며 VR 가능성 봤다”
데브즈유나이티드게임즈(이하 DUG)는 페이스북(현 메타)의 VR 플랫폼인 ‘메타 퀘스트’, 틱톡의 모 회사 바이트댄스 산하의 ‘피코’의 플랫폼에 VR 게임 ‘리얼 VR 피싱’을 선보이고 있는 게임사다. 아시아쪽에서는 비공식적으로 VR 매출 1위, 글로벌 매출 순위로는 30위 권 수준을 기록하고 있으며, 2021년에는 소프트뱅크벤처스아시아로부터 단독 투자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리얼 VR 피싱은 메타 퀘스트 플랫폼으로 첫 출시 당시 글로벌 전체에서 2위를 차지했고, 현재도 누적 판매량으로는 30위 권에 들고 있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 게임사로 생소한 이유는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불모지인 VR 플랫폼이 기반이라서다.
최 대표가 VR 게임 시장에 진출한 이유는 유니티와의 인연으로부터 시작한다. 최 대표는 “지금은 게임사를 이끌고 있지만 시작은 게임과 관계가 없었다. 현주컴퓨터 대리점 사업도 했고, LG전자 해외영업 부서와 CD네트웍스에서도 일해봤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한국게임개발자협회에서 알바를 주선해 가게 됐다. 그 자리에서 유니티를 처음 만났다”라며 얘기를 시작했다.
“처음엔 알바였지만 눈에 띄다 보니 인턴으로 일하게 됐고, 이후 교육 담당을 거쳐 라이선스 담당 매니저까지 하게 됐다. 그러다 지인 중에 유니티에서 오큘러스로 이직한 사람이 있었는데, 이때 처음 VR 기기에 매료돼 오큘러스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페이스북이 오큘러스를 인수해 글로벌 시장에 발을 내딛게 됐고, 이후 기업 영업 등을 통해 경험을 쌓으며 VR 시장에 대한 가능성에 확신을 얻었다. 이 길을 거쳐 2016년, 직접 게임 사업에 뛰어들게 됐다”고 답했다.
왜 낚시였을까에 대한 대답은 ‘경험 기반’
3년 간의 개발 끝에 개발된 리얼 VR 피싱은 우리나라보다는 해외 시장에서 호평을 얻으며 승승장구하고 있으며, 국내 VR 게임 기업으로는 거의 유일무이하게 매출만으로 자립하는 기업으로 만들어주었다. 하지만 DUG의 게임이 주목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최 대표의 혜안이 있었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VR 기기는 오큘러스 퀘스트가 내부에서 개발되던 시기부터 접해왔다. 이때 개발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나뉘었던 건 PC로 가야 할지, 아니면 VR 자체의 경험을 중시할지였다. 당시에는 기기 자체의 성능만으로 구현할 수 있는 대상이 제한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DUG에서 게임을 기획할 시기에는 복잡한 가상현실 대신에 쾌적하고 편안한 경험을 강조했고, 거기에 딱 맞는 콘셉트가 바로 낚시였다”라고 답했다.
최 대표는 “낚시 게임은 시뮬레이션이면서 아케이드 요소도 섞여있다. 또 VR 기기가 주는 감각을 활용하면 자연에 있는 느낌도 충분히 재현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실제 존재하는 장소의 사진과 소리를 게임에 담아 현실감을 더했다. 19년에는 북미 게이머를 대상으로 약 6개월 간 베타 테스트를 거치며 완성도를 높였고, 그 결과가 지금의 리얼 VR 피싱이다”라고 답했다. 내년에는 아웃도어 경험을 확장한 리얼 VR 피싱 2(가칭)을 만들 예정이고, 또 스포츠 등 다른 장르의 게임 혹은 혼합 현실을 활용한 콘텐츠나 앱도 시도해보겠다는 뜻도 밝혔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리얼 VR 피싱이 단순한 게임 이상의 입지를 마련한 점이다. 최 대표는 “게임 자체가 편안한 분위기 속에 진행되다 보니 많은 게이머들이 즐기는 것을 넘어서 힐링 요소로 활용하고 있다. 덕분에 정서불안이나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를 겪는 사람들이 좋은 평가를 남기고 있으며, 또 최대 4인의 네트워크 지원을 활용해 지인들이 게임 서버를 모임 공간처럼 활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특히 코로나 19로 소외감과 외로움을 느끼는 게이머들이 게임 안에서 사람들을 만나 마음을 다잡았다는 후기도 정말 많다”라고 말했다. 성공하는 게임들은 단순히 즐기는 것 이상의 가치가 있는데, DUG의 리얼 VR 피싱도 이런 입지를 만든 것이다.
“AR, VR 시장의 주요 콘텐츠 제공사 될 것”
리얼 VR 피싱으로 DUG의 성장 동력은 마련됐고, 이제 최 대표는 국내 VR 및 AR 게임사는 물론, 관련 산업 전반의 콘텐츠를 아우르는 기업이 되고자 도전하고 있다. 처음 DUG는 ‘미라지소프트’라는 이름으로 설립됐는데, 올해 6월 ‘데브즈유나이티드게임즈’로 사명을 바꾼 게 그 시작이다. 데브즈유나이티드게임즈라는 이름은 개발자를 뜻하는 Dev와 연합을 뜻하는 유나이티드를 합친 단어에 게임 회사의 정체성까지 더해 만들어진 이름이다. 최 대표는 “우리가 바라보는 지향점은 VR, AR 산업에서 모든 콘텐츠를 취급하는 기업이 되자는 것이다. 텐센트도 게임이나 채팅으로 시작했고, 우리도 게임이 주력이니 못할 것 없다”라고 말했다.
지난 11월 개최된 지스타에서 VR 게임업계 관계자를 위한 모임인 ‘DUG 나이트’를 개최한 것도 같은 이유다. 최 대표는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국내 VR 게임사를 위한 퍼블리싱 사업도 구상하고 있다. 인디 게임 스튜디오를 발굴해서 도와주고, 플랫폼에 게임들을 올릴 수 있도록 조력하고 싶다. DUG 나이트라는 국내 VR 개발자 모임을 주최한 것도 장기적인 발판을 마련하기 위함이다”라고 말했다. 회사의 성장은 물론, 국내 VR 시장 전반의 생태계가 성장할 수 있도록 전기를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최 대표가 VR 기기 시장의 구심점 역할을 자처한 이유는 시장 자체의 배경과도 관련이 있다. 그는 “20년 10월 출시된 메타 퀘스트 2의 판매량이 1천700만 대다.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5의 판매량이 2천만 대, 엑스박스 시리즈 엑스가 1천500만 대인 점과 비교하면 충분히 주력으로 올라섰다. 외국에서는 이미 개발사들이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생태계가 마련됐고, 2~3년 안에는 확실히 대중화될 수 있을 거라 본다. 인텔, 엔비디아, 구글 등도 VR 시장에 뛰어들고 있으며 개발자들도 확실히 몰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반대로 우리나라 시장은 여전히 VR에 냉소적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최 대표는 “미국과 다르게 우리나라는 콘솔 시장도 작다. 그렇다 보니 VR 기기 자체의 보급률도 낮고, 관련 시장도 작을 수밖에 없다. 게임 이외에 가상 오피스 등으로 활용도가 제한적인 점도 걸림돌이다”라고 말했다. DUG가 홈페이지는 물론 게임과 사업 영역 전반을 영문으로 진행하고 있는 이유도 규모가 큰 해외 시장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글로벌 시장 추세에 발을 맞추기 위해서는 “우리뿐만 아니라 스토익 엔터테인먼트, 픽셀리티 게임즈와 같은 국내 유수의 VR 스튜디오들이 힘을 합쳐야 이 시장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VR 시장 공식 세우고, 세계 1등 기업 꿈꾼다”
데브즈유나이티즈게임즈와의 인터뷰는 현재 VR 시장이 어떻게 나아가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특히 기자가 가졌던 개인적인 궁금증도 해소할 수 있었다. 지난해 4월, 기자는 메타가 세계 최초로 주선한 VR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바 있다. 흥미로운 경험이었지만 이후 2년이 다되어가는 지금도 여전히 우리나라 VR 생태계가 성장했다는 느낌을 받진 못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최 대표가 말한 ‘VR 시장의 성공 공식이 쓰여지지 않았다’라는 말이 더욱 와닿았다.
인터뷰를 마무리할 시점에 최 대표는 “투자 발표를 진행할 때마다 매번 글로벌 넘버 원 VR 스튜디오가 되겠다고 말한다. 어려운 목표처럼 보이지만 사실 VR 시장에서 여전히 맹주가 없기 때문에 가능한 얘기다. 게임이나 소프트웨어 시장은 검증된 성장 공식이 있지만, VR 시장에서는 아직까지 공식이 없다. 우리는 이 공식을 직접 찾아서 만들고, 모든 VR 기업이 따르는 기업이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VR 시장의 공식이 있다면, 아직은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DUG가 노력한다면 그 꿈을 이룰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