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업] 카파바이오사이언스 [3] 양성은 대웅제약 “의료 스타트업, TIPS로 기회 잡아라”
[스케일업 x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스케일업코리아는 서울과학기술대학교와 함께 스케일업을 진행합니다. 인터뷰로 스타트업의 기술과 계획을 소개하고, 비즈니스모델을 분석해 성장의 기회를 찾습니다. 이어 전문가 조언으로 도약을 이끄는 프로그램입니다.
[IT동아 차주경 기자] 의료·바이오 스타트업 카파바이오사이언스는 독자 신소재 합성 기술을 토대로 원료의약품 소재 개발과 상품화, 생산 관리와 판매까지 맡는 ‘원료의약품 플랫폼’을 꿈꾼다. 원료의약품 소재를 만들어 기존 백신과 의약품의 효능을 높이고 플랫폼을 만들어 우리나라 의약 업계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목표다.
이미 카파바이오사이언스는 관련 기술 이전과 상품화를 마쳤다. 이어 우리 몸에 잘 흡수되는 ‘비타민 C’, 포도에서 추출한 항산화·항노화·면역 강화 물질 ‘스퍼미딘’을 합성한 신소재 ‘CAPA-X’와 ‘CAPA-Y’를 연구 개발 중이다.
스케일업코리아는 박원철 카파바이오사이언스 대표와 만나 그가 수십 년 동안 쌓은 경력과 성과, 앞으로의 개발 계획을 듣고 소개했다. 이어 비즈니스모델 분석 전문가인 황현철 인사이터스 대표와 함께 진단, 신소재를 먼저 화장품 원료로 공급해 효능을 검증하고 인지도와 자금을 함께 쌓은 후 원래 목표인 원료의약품 부문을 공략하라는 결과를 냈다.
이들의 여정에 힘을 실을 파트너로 스케일업코리아는 의료·바이오 TIPS 운영사 대웅제약을 초빙했다. 이들은 30여 년 동안 쌓은 연구·임상 개발 역량과 세계 의약품 시장 공략 사례를 토대로 오픈 이노베이션을 진행, 유망한 스타트업과 동반 성장할 각오를 보였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에 있는 카파바이오사이언스 사무실에서 박원철 대표와 양성은 대웅제약 대웅제약 D 이노베이션 팀장이 만났다.
카파바이오사이언스, 신소재 합성 기술로 원료의약품 플랫폼 꿈꾼다
양성은 팀장 : 안녕하세요. 스케일업 기사로 카파바이오사이언스의 기술과 성과를 봤습니다. 박원철 대표의 창업 동기와 기술·제품의 장점, 앞으로의 운영 계획을 직접 듣고 싶어요.
박원철 대표 : 10여 년 전, 비타민 C가 효능 좋은 천연물 소재라는 점을 발견하고 히알루론산과의 합성 기술을 연구 개발했어요. 그 결과 우리 몸에 잘 흡수되는 화장품 원료를 만드는 데 성공했고, 기술 이전까지 마쳤습니다. 성과를 거두고 나니 이 기술로 생체 분자 합성도 가능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어 연구를 이어갔습니다.
그 결과, 비타민 C와 스퍼미딘을 합성해 신소재 ‘CAPA-X’와 ‘CAPA-Y’를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어요. 이들 신소재는 우리 몸 속에 각종 성분이 잘 흡수되도록 돕는 원료의약품을 만드는 데 유용합니다. 나아가 백신의 LNP(지질 나노 입자, Lipid NanoParticle, 바이러스 유전 정보를 담은 mRNA를 보호하는 약물 전달 매개체) 제작 기술에도 적용 가능해요. 스퍼미딘이 T 세포 활성화를 돕는다는 내용의 논문도 나왔고, 면역세포 노화방지 효능도 확인했습니다.
연구 개발을 본격화하기에 앞서 이들 신소재를 수익원으로 삼으려고 화장품 원료로 공급할 방안을 떠올렸어요. 일본의 한 화장품 기업도 카파바이오사이언스의 신소재와 비슷한 기술을 개발해 크게 성공했는데요, 저희 신소재는 일본 기업의 그것과 달리 가교제가 없습니다. 그래서 파이프라인(제품 개발 종류와 절차)을 여러 개로 가져갈 수 있어요.
가능성은 많지만, 카파바이오사이언스는 신생 스타트업입니다. 그래서 기술을 가진 것, 잘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할 거에요. 그 시작이 신소재를 화장품 원료로 공급하는 것이고, 실제 한 화장품 기업과의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를 시작으로 해외 진출, 천연물 신약을 차근차근 연구해 카파바이오사이언스를 원료의약품 플랫폼 스타트업으로 운영할 계획입니다. 비타민 C와 스퍼미딘의 고효율 합성 기술, 원료의약품 외에 다방면에 활용 가능한 신소재 기술을 가졌어요. 임직원 모두 수십년 간 관련 경력을 갖춰 원료의약품 소재와 상품 개발, 공정 관리와 판매 모두 가능하다는 점에서 플랫폼이라고 강조합니다.
어렵고 험난한 신약 개발의 길, 파트너사와 함께 걸어가라
양성은 팀장 : 비타민 C와 히알루론산 합성 기술을 이전한 기술력이 인상 깊습니다. 다방면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화장품 기업으로의 원료 제공과 공동 개발 계약을 마친 점도 그렇고요. 백신 LNP에 적용 가능하다는 점이 특히 관심이 가는데요, 이 부문의 효능은 어디까지 검증했고 특허는 어떻게 준비 중인가요?
박원철 대표 : 개념과 이론은 검증을 마쳤고, 기술 고도화를 위해 세포 실험 중입니다. mRNA 백신은 물론 다른 기술에도 적용 가능해요. 특허는 넓은 범위로 적용 가능하도록 출원했고, 이를 토대로 활용 영역을 가늠하고 있습니다. 최근 LNP 전문가를 추천 받아 이 부문의 기술 동향과 경쟁사의 움직임도 신중히 살피고 있습니다.
양성은 팀장 : 원료의약품을 포함해 의료·바이오 기술을 연구 개발하는 기업에게 특허는 항상 걸림돌이 돼요. 원료의약품 플랫폼이 되려면, 특허를 세밀하게 관리해야 합니다. 다른 기업의 대체 물질 개발 현황도 살펴야 하고요. TIPS를 지원할 때에도 이 점이 중요합니다. 새로운 것, 지금까지는 없던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사회와 의료 부문에 어떤 효과를 가져다줄 지 명확하게 알리셔야 해요.
나아가 신소재를 백신 LNP에 사용하려면 그 전에 신약 트랙을 밟아야 하는데요, 이 과정들이 아주 힘들고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기존 신약의 조성을 바꾸거나 약효 지속 시간을 길게 만든 개량 신약의 트랙이라면 이 과정을 간소화할 수 있겠지만, 카파바이오사이언스의 신소재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을 거에요.
박원철 대표 : LNP는 약효를 신약에 전달하는 소재입니다. 카파바이오사이언스의 신소재도 다른 약재의 효능을 증폭하는 효과를 내요. 저희 신소재를 기존 항암제에 적용하면 신경 독성을 낮춰 더 많이 쓰도록 돕는 효과가 있는데, 이 부분을 들어 개량 신약 트랙을 밟을 수 있을까요?
양성은 팀장 : 이미 식약처에 등록된 소재를 쓴다면 개량 신약 트랙에 해당해요. 다만, 기존에 없던 소재를 쓴다면 신약 트랙을 밟아야 합니다. 다른 소재와 함께 쓰는 병용 소재라고 해도 임상 실험을 거쳐야 해요. 이 과정에서 ‘우리의 신소재를 특정 질환에 쓰면, 기존 소재를 단독으로 쓸 때보다 월등하게 효과가 좋다’는 것을 기전으로 상세히 증명해야 합니다.
항암제를 예로 들게요. 기존 항암제의 부작용을 어떤 원리와 기전으로 줄이는지, 어느 정도를 먹어야 치료 효과를 내는지 선행 연구해서 철저히 규명해야 합니다. 카파바이오사이언스의 신소재는 개량 신약이 아닌 신약 트랙을 밟아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원료의약품은 등록을 거쳐야 하는데, 이것이 아주 복잡하고 힘들어요. 의약품 전문가나 비즈니스 파트너의 도움을 받아 성장해야 할 것입니다.
박원철 대표 : 그렇습니다. 트랙을 포함, 신약 개발까지 보통 시간이 10년 이상 걸린다는 말을 듣고 아연한 적도 있어요. 양성은 팀장님의 분석을 듣고 나니 또 한 번 각오를 다지게 됩니다.
해외 진출과 기업간 연합, TIPS가 다리 놓는다
양성은 팀장 : 카파바이오사이언스의 신소재는 의약품으로 쓰기에는 아직 초기 단계입니다. 지금 전략은 이 신소재를 화장품 원료로 먼저 활용하는 것인데, 이 부분을 명확히 구분해서 기업을 알리면 좋을 거에요. 피부에 잘 흡수되도록 돕는 신소재라니, 화장품 원료로는 매력 있습니다. 백신 LNP 제조사로 성장하려는 목표를 응원합니다만, 아주 어렵고 험난한 길입니다. 대기업도 어려워해요. 해외 기업과의 협업과 공동 연구도 추진하면 좋겠습니다.
박원철 대표 : 네. 이미 해외 연구개발 파트너 기업과 좋은 방향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요. 카파바이오사이언스는 아직 기초가 약한 초기 스타트업입니다. 투자금을 유치하고 연구 성과를 속속 거둬 기초를 다진 뒤 차근차근, 이 어려운 길을 우직히 나가려 합니다.
양성은 팀장 : 해외 기업과 협업, 공동 연구하면 많은 장점이 있어요. 예를 들어, 중국 의약품 시장에 진출할 경우 중국 내 기업과 함께 하지 않으면 아예 진출이 불가능합니다. 중국에서 의약품을 생산하든지 중국 제약사와 함께 만들든지 해야 해요. 그러니 해외 기업을 신중히 선택하고, 그들과 어떤 길로 나아갈 것인지를 정하면 좋을 것입니다.
대웅제약도 TIPS 프로그램으로 우리나라 의료·바이오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도울 거에요. 정부 기관과 대기업 모두 TIPS를 통해 스타트업의 가능성을 현실로 이끌려 합니다. 그래서 앞으로 TIPS의 운용, 지원 규모는 더 커질 것입니다.
다른 기업과는 다른, 세계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초격차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에게 TIPS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TIPS 운영사가 지원 기업을 심사할 때에도 가장 눈여겨보는 것이 세계 시장 진출과 성공 가능성이에요. 카파바이오사이언스는 기술력도 가졌고, 초기 매출을 거둔 점이 장점입니다. 이 장점을 내세워 차근차근 TIPS에 도전해 보세요.
박원철 대표 : 조언 감사합니다. TIPS를 수행해서 운영사와 함께 성장하고 사회에 기여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TIPS 운용사가 볼 때 카파바이오사이언스의 신소재의 가능성은 얼마나 커 보이시나요? TIPS 운용사나 의료·바이오 기업에게 신소재의 어떤 장점을 강조해서 알려야 할지 궁금합니다.
CAPA-X와 CAPA-Y는 비타민 C의 특성인 높은 인체 흡수율을 가졌어요. 소재의 전하 자체를 조절하는 덕분입니다. 그래서 이들 신소재의 효능을 계속 실험 중이에요. 화학·바이오 기술, 해외 천연물을 연구할 400평 규모 연구실도 최근 마련했습니다. 이 곳에서 최근 신소재의 암 세포 사멸 효과도 확인했습니다. 탈모 완화 효과도 기대되고, 신경 전달체에 미치는 영향도 연구 중입니다.
의료·바이오 스타트업의 TIPS 지원 팁은?
양성은 팀장 : 좋네요. 기술을 토대로 차근차근 성과를 내 활동 영역을 넓힌다는 대표의 철학 역시 인상 깊습니다. 그렇다면, 이 철학과 카파바이오사이언스의 정체성을 잘 나타내도록 사업 계획서와 IR 전략을 다듬어야 합니다. 지금 사업 계획서에는 각종 실험, 연구 데이터가 빠져 있어요. 카파바이오사이언스의 신소재는 천연물로 만들고, 일부 상품화도 됐습니다. 그렇다면, 이 신소재의 효능과 장점을 객관적으로 나타낼 데이터를 제시하면 좋겠습니다.
화장품 파트너사와 원료 물질 제공 계약을 확정했다고 하셨지요? TIPS 운영사는 스타트업의 초기 매출도 눈여겨봅니다. 이 매출을 어떻게 만들었고 파트너사와 어떤 비율로 나누는지, 이를 토대로 다음 매출은 어떻게 만들 것인지를 자세히 정리하면 좋아요. 카파바이오사이언스가 파트너사에게 어떤 과정을 거쳐 어느 정도나 이익을 가져다주는지도 설명하면 좋을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카파바이오사이언스의 캐시카우를 만들고 기술력과 성과도 알렸다면, 다음에는 원료의약품의 효능을 입증할 데이터를 모으세요. 이 역시 파트너사와 함께 하면 힘을 덜 수 있습니다. 노화 방지, 백신 LNP, 암 세포 둔화 등 신소재의 장점을 증명할 데이터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박원철 대표 : 매출도 어느 정도 있지만, 극초기 스타트업이라 연구 자금이 많이 필요합니다. 어떻게 연구 자금을 확보할까요? TIPS 등 정부 지원 사업에 참가할 때의 전략도 듣고 싶습니다.
양성은 팀장 : 의료·바이오 스타트업에게 TIPS는 아주 유용한 연구 자금 확보 방안이에요. 단, TIPS에 참가하려면 최소 시드 투자는 마쳐야 합니다. 꾸준한 수익원과 지속적인 현금 흐름을 강조하고 합리적인 영엽 예측도 곁들여 TIPS의 문을 두드려 보세요. 지분 관리도 중요해요. 대표가 스타트업의 운영에 책임을 진다는 의미니까요. 참고로, TIPS 선정 심사 시에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참여해 지원한 스타트업을 철저히 검증합니다. 전문가의 관점, 이들이 주목하는 분야에 따라 알맞은 데이터를 확보한 후 지원하세요.
TIPS에 선정되면 트랙을 선택합니다. 이 때 트랙 선택도 전략이에요. 카파바이오사이언스를 예로 들면 화장품 원료 트랙과 백신 LNP 트랙,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트랙에 따라 기술이나 소재가 두드러지지 않아 보이는 경우가 있어요.
TIPS를 수행하며 스케일업을 했다면, 정부 기관의 대규모 지원 과제에 도전해 보세요. 다만, 이들 과제 중에는 TIPS 수행 시 지원이 불가능한 경우가 있으니 사전에 조사해야 합니다. 수요 기업과의 공동 과제 수행 시 지원금을 주는 사업도 있습니다. 카파바이오사이언스는 기술력을 갖췄으니, 이런 구매조건부 과제나 특허를 활용한 지원 사업에 참가하면 좋을 것입니다.
참고로, 의료·바이오 TIPS 운용사가 스타트업 선정 시 눈여겨보는 것을 말씀드릴게요. 먼저 대웅제약은 의약품과 화장품, 원료 사업을 모두 합니다. 의약품 영역에서는 자가면역과 줄기세포, 항암 부문을 이끌어요. 그래서 이들 부문과 SI 시너지를 낼 만한, 상업화 가능한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을 주목합니다.
의료·바이오 TIPS 운용사가 어느 부문에 마케팅 역량을 집중하는지, 파이프라인의 방향성은 어디인지도 살펴보면 단서가 보입니다. 카파바이오사이언스가 가진 LNP 기술력은 mRNA 백신을 연구하는 의료·바이오 TIPS 운용사나 제약사에게 매력적입니다. 그러니 이들에게 내부 연구를 도울 혁신 기술이라는 점을 증명해 보세요.
단, 계속 강조한 것처럼 데이터는 필수입니다. 초기 스타트업도 TIPS 지원, 제약사와 협업이 가능해요. 그러려면 기존 기술과의 차이, 장점을 명확하게 증명할 데이터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대웅제약 “TIPS로 혁신 오픈 이노베이션”, 카파바이오사이언스 “사회에 공헌하는 기업 될 것”
양성은 팀장은 대웅제약에서 능력 있는 의료·바이오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육성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대웅제약은 변리사와 약사 등 기술 전문가와 의학 연구자들을 총 동원, TIPS 스타트업을 신중하게 고를 예정이다. 그리고 선정된 스타트업에게는 임상과 마케팅 인프라 등 전사의 역량을 기울일 각오다. 의료계에서 모범적인, 혁신적인 오픈 이노베이션 사례를 만드는 것이 대웅제약의 목표다.
박원철 대표는 수십년 동안 의약품 업계에서 일 하고 경험을 쌓으며 많은 것을 배웠다고 한다. 평소 눈여겨보지 않았던 곳에 좋은 신소재와 기술, 성과가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그는 신소재를 먼저 화장품 소재로 활용해 사람들의 일상에 도움을 주고, 이를 토대로 백신 LNP를 포함한 원료의약품 플랫폼을 만들어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이려 한다.
화장품에 이어 원료 의약품, 백신의 혁신을 이끈 브랜드로 카파바이오사이언스의 이름이 곧 널리 알려지기를 바란다.
글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