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스타트업 2022] 아라레연구소 “감마카메라로 암 수술 혁신 이끈다”
[IT동아 x 고려대학교] 고려대학교는 2018년부터 연구부총장 직속의 스타트업 창업·보육 기관 '크림슨창업지원단'을 운영 중입니다. 예비 창업가의 꿈을 현실로 이끌고, 고려대학교의 기반 시설을 활용해 스타트업 창업과 성장을 모두 돕는 지원 프로그램으로 이름 높습니다. 크림슨창업지원단에서 꿈을 이룬 고려대학교 구성원들의 이야기, 그리고 이들이 세운 유망한 교원·학생 기업을 소개합니다.
[IT동아 차주경 기자] 방사선의 양과 조사 위치를 정밀하게 제어하면 우리 몸의 건강을 지키는 의료 기기에 쓸 수 있다. 물론, 이 때 방사선은 우리 몸에 해가 되지 않을 분량만 아주 짧은 시간 쓰니 우려는 하지 않아도 좋다. 엑스선으로 몸 속 곳곳의 투과 사진을 찍는 ‘엑스레이(X-Ray)’가 그 중 하나다. 한편으로는 엑스선과 다른 특성과 장점을 가진 방사선을 활용해 의료기기를 만들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이학재 대표가 이끄는 의료·바이오 스타트업 ‘아라레연구소’가 다루는 것은 ‘감마선(Gamma Ray)’이다. 이들은 감마선이 물체를 투과하는 힘을 활용, 우리 몸 속 암 세포의 위치를 정밀하고 정확히 감지하는 ‘감마카메라(Gamma Camera)’를 만든다. 이 기술로 암 치료 혁신을 이끌고, 더 다양한 의료 부문에 적용하려는 청사진도 가졌다.
이학재 대표는 고려대학교 박사 과정을 밟던 중, 감마선으로 고해상도 사진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 해외 연구 팀과 우리나라의 감마선 전문가들을 초빙해 이 기술의 효능을 검증한 그는 원래는 동물 실험용 연구 장비를 개발하려 했다. 그러다 이학재 대표의 기술과 능력을 눈여겨본 김현구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교수가 감마선 기술로 암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일 ‘최소 절제 암 수술’ 기구를 함께 만들자고 권했다.
김현구 교수의 제안을 받은 이학재 대표는 고민했다. 의료·바이오 스타트업, 그 중에서도 암을 다루는 기업의 운영은 아주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다. 그의 고민은 오래 가지 않았다. 암 수술을 하느라 온 몸이 땀으로 흠뻑 젖은, 이렇게 힘든 수술을 성공리에 마치려면 체력 단련이 필수라며 틈이 날 때마다 운동을 하는 김현구 교수의 모습을 본 이학재 대표는 그를 도우려 창업을 결심한다.
김현구 교수를 임상 자문 위원으로 섭외한 이학재 대표는 이어 자신의 의료 영상 연구의 지도 교수를 CTO로 영입한다. 그의 영상처리 소프트웨어 기술이 감마카메라의 완성도를 더욱 높일 것이라는 예상과 함께다. 이어 세계 감마선 센서 연구계에서 손 꼽히는 석학인 염정열 교수가 아라레연구소의 문을 두드렸다. 최근에는 지멘스와 인튜이티브 서지컬 등 세계 의료기기 기업에 오랜 기간 마케팅과 품질 관리 업무를 맡은 문종국 이사가 합류했다.
연구진과 함께 아라레연구소는 초소형 감마카메라를 만들었다. 감마선을 내면서 우리 몸 속을 떠돌다가, 암 세포를 발견하면 달라붙는 방사성 추적자 물질을 환자의 몸에 넣은 후 그 물질이 방출하는 감마선의 분포도를 고해상도 촬영하는 장비다. 그러면 우리 몸 속 암 세포의 위치와 분포도를 정밀하게, 정확하게 포착한다.
감마카메라는 완전히 새로운 기술은 아니다. 이전에도 암 진단 시 감마카메라를 주로 썼다. 하지만, 부피가 아주 크고 가격이 비쌌던 탓에 암 수술 현장에는 적용하지 못했다. 아라레연구소의 초소형 감마카메라는 휴대 가능할 정도로 부피가 작지만, 해상도는 대형 장비와 비교할 정도로 높다.
이학재 대표는 초소형 감마카메라를 로봇 수술 장비에 적용할 방법을 연구 중이다. 1인치 x 1인치 크기인 광학 기구를 직경 12mm 수술용 트로카(Trocar) 안에 넣는 고도의 기술이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로봇 수술 업계에 혁신을 가져올 전망이다. 로봇을 써서 환부 크기를 최소화하고, 감마카메라로 암 세포의 위치와 분포도를 정확히 측정해 남김 없이 제거하는 덕분이다. 암 세포 주변에 민감한 신경이나 근육이 있는 경우, 암 세포가 다른 장기에 전이된 경우 수술 효과를 극적으로 높일 기술로 주목 받는다.
아라레연구소는 먼저 이 기술을 전립선 암 수술에 도입하려 한다. 로봇 수술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부문이자 환자가 많고, 환부 주변에 신경과 근육이 있는 어려운 수술이라서다. 나아가 감마카메라 기술을 폐와 위, 부인과 암에 적용하도록 기술을 고도화 예정이다. 방사성 추적자 물질만 만든다면, 감마카메라는 크기가 작은 장기나 췌장처럼 몸 속 깊이 숨겨진 장기의 암 세포도 잘 찾아낸다.
이학재 대표와 아라레연구소가 함께 성장하는 것을 고려대학교 크림슨창업지원단이 도왔다. 연구와 운영 공간을 제공하고, 시제품 개발에 필요한 부품 수급과 생산 자금을 지원했다. 이학재 대표는 투자사와의 네트워킹과 해외 전시회 출품에 이르기까지, 풍부한 지원 덕분에 기업을 이끄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다고 밝혔다.
초소형 감마카메라를 개발한 아라레연구소는 도약을 꿈꾼다. 먼저 제품 상용화와 응용에 필요한 인허가를 받고 양산 시설을 구축하려고 시리즈 A 투자금을 유치한다. 암 수술에 혁신을 가져온다는,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인다는, 세상을 이롭게 하는 기술을 개발한다는 목표를 공유할 연구자도 섭외한다.
이루기 어려운 일이다. 우리나라에 감마선을 연구하는 인력은 그리 많지 않다. 의료·바이오 스타트업 업계의 투자 심리도 얼어붙었다. 하지만, 이학재 대표는 모교인 고려대학교의 지원과 전국 방사선과 연구자들의 도움을 받아 이 어려움을 헤쳐나갈 각오를 다진다. 목표가 명확하면, 철학이 뚜렷하면 좋은 연구자가 모여 상승 효과를 낼 것이라고 주장한다.
아라레연구소는 2023년부터 감마선 기술의 활용 범위를 더욱 넓힌다. ‘감마선 이미징 플랫폼’이 계획의 첫 단추를 꿴다. 초소형 감마카메라 기술을 개흉 수술, 로봇 수술 장비에 이식한다. 이들 수술 장비에 알맞게 감마선을 다룰 소프트웨어 기술도 연구 개발한다. 투자금 유치 후 여러 의료 부문에 감마선 촬영 기술을 적용하면, 치료 효과와 환자의 삶의 질 모두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감마선의 장점을 강화할 삼중 영상 카메라, 가시광과 형광 카메라의 장점만 가져온 고해상도 수술용 카메라도 아라레연구소의 개발 목표다. 환부의 깊이 정보를 더한 융합 의료 시스템도 세계 최초로 개발, 전임상을 마치고 상용화 준비 중이다.
감마선의 특성을 활용한 ‘산업용 방사선 응용 기술’도 여러 종류 개발한다. 고철 속 불순물의 함유량을 감마선으로 비파괴 감지하는 기술이 그 중 하나다. 고철을 녹여 재활용할 때 불순물이 많으면 많을수록 이산화탄소가 많이 나온다. 철강 업계가 아라레연구소의 비파괴 감지 기술을 도입하면 고철 속 불순물 함유량과 위치를 미리 감지, 제거해 재활용 시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줄인다.
사용 후 핵연료를 감시할 ‘단층 영상 재구성’ 기술도 연구 중이다. 원자력 발전 후 나오는 사용 후 핵연료는 습/건식 저장소에 보관한다. 이후 보관·감시 여부를 IAEA가 엄격하게 관리한다. 아라레연구소는 사용 후 핵연료를 모니터링하는 단층 촬영 장비가 IAEA의 규제는 물론 EU의 그린 택소노미에도 부합할 것으로 판단하고 연구 개발에 나선다.
이학재 대표는 “수 년 동안 연구 개발한 끝에 초소형 감마카메라를 만들었다. 이를 활용한 의료 기기 플랫폼도 구축 중이다. 기술과 기기 모두 준비를 마친 스타트업이기에 우리의 가치를 알리고, 앞으로의 투자 라운드를 잘 헤쳐나갈 것이다. 암 치료에 힘을 싣는,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의료·바이오 스타트업이 되겠다.”고 밝혔다.
글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