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업] 케이파워 [1] “친환경 산업용 보일러에 전기 생산 설비를 더합니다”
[스케일업 x SBA] 스케일업팀이 서울산업진흥원(SBA)과 함께 ‘2022년 하반기 스케일업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스케일업팀은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각각의 스타트업이 현재 진행하고 있는 사업 전반에 대해 소개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도전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각자의 전문 영역에서 활동하는 여러 전문가를 연결해 도움을 드리고자 합니다.
[IT동아 권명관 기자] 지난 2018년 설립한 케이파워는 산업용 보일러를 개발하는 제조 스타트업이다. 산업용 보일러는 신발 공장, 제직 공장, 타일 공장, 식품/의류 공장 등 다양한 산업에서 사용한다. 전체 제조 산업의 규모를 100이라고 가정했을 때, 60~70 이상은 제조 공정에서 특수한 열처리를 필요로 하는데, 이러한 열처리에 고온의 ‘스팀’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고압으로 응축한 스팀을 분사해 제품을 서로 흡착시키거나 식품 가공 과정에서 살균 용도 등으로 사용하며, 산업용 보일러는 이 스팀을 생산하기 위한 필수 시설이다.
위 사진처럼 산업용 보일러는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는 가정용 보일러와 크기와 규모부터 다르다. 웬만한 열차 1량 정도의 크기로 빌딩이나 공장 지하 또는 지상층에 대부분 설치해 사용한다. 용량에 따라 크기는 달라지는데, 5톤 산업용 보일러의 경우 물을 끓이는 연소로 뒤에 설치하는 물탱크 용량만 5톤에 이른다. 때문에 연료로 사용하는 석탄, 석유 비용을 무시할 수 없다. 요즘 같은 고유가 시대에 제조 산업에서 유지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산업용 보일러를 찾는 이유다.
또한, 석탄,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 사용하는 산업용 보일러는 연료를 태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도 신경 써야 한다. 아시다시피 화석 연료를 태울 경우 발생하는 온실가스, 미세먼지, 오염수 등의 유해 물질은 환경을 파괴하는 주요 원인이다. 전 세계가 탄소 절감을 목표로 석탄, 석유 등의 사용을 자제하고 있기에 산업용 보일러도 이 같은 제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에 케이파워는 석탄, 석유를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연료(바이오매스)를 사용하는 산업용 보일러를 개발했다. 벼의 겉껍질인 '왕겨'를 펠릿 형태로 만든 고체연료를 사용해 탄소중립을 실천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케이파워의 친환경 산업용 보일러에 사용하는 고체연료는 화석연료 대비 저렴하며, 왕겨뿐만 아니라, 산을 벌목한 뒤 나오는 부산물을 활용할 수 있도록 준비도 마쳤다.
또한, 케이파워는 탄소 배출 절감을 증명하며 지난 2021년 11월 UNFCCC(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국에 CDM(Clean Development Mechanism, 청정개발체제) 외부 사업 PoA 등록도 성공, 탄소배출권도 확보했다.
특히, 케이파워는 친환경 산업용 보일러를 단순 판매하는 방식을 대체해 스팀 사용량에 따라 요금을 받는 모델을 도입해 현장의 초기 비용 부담을 낮췄다. 이른바 ‘바이오매스 스팀 구독 서비스’다. 보증금을 받고 보일러를 설치한 뒤, 사용량에 따라 요금을 받는 형태다. 또한, 필요한 연료 공급부터 보일러 운전, 유지 및 보수 등도 제공한다. 산업용 보일러를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하나로 통합해 제공하는 토털 서비스 모델이다. 일종의 리스, 렌털 서비스다.
이 같은 장점을 바탕으로 케이파워는 여전히 석유, 석탄을 많이 사용하는 베트남 현지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고, 연료비도 절감할 수 있는 차세대 산업용 보일러로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사실 케이파워는 올해 초부터 SBA 서울창업허브 입주를 계기로 IT동아와 꾸준하게 만나며 소식을 주고받은 스타트업이다. 이미 기사를 통해 친환경 산업용 보일러의 경쟁력, 베트남 현지 진출 등의 소식을 전한 바 있다.
실제로 지난 2022년 8월, 베트남 현지를 다시 한번 다녀온 케이파워 김지훈 부사장은 “베트남에서 제품만 가져오라고 하더라”라며, “제품만 완성하면, 바로 계약해 판매할 수 있는 상황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예상 매출 및 흑자 전환 시기도 다시 한번 점검할 수 있었다.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끊겨 멈춰 있던 베트남 진출은 지난 방문을 통해 시장성을 다시 한번 재확인했다. 베트남 기업과 LOI(공급 의향서)를 다수 작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었다.
친환경 보일러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옵션도 생겼습니다
IT동아: 오랜만이다(웃음). SBA와 함께하는 스케일업 프로그램을 통해 케이파워를 다시 만나 새삼 반갑다. 지난 8월, 베트남에 다녀오며 여전히 경쟁력과 시장성을 확인했다고 웃던 김지훈 부사장님의 얼굴이 눈에 선하다. 그 이후에도 이런저런 소식은 계속 전해 들었다. 혹시 좋은 소식은 없는지 궁금하다.
김지훈 부사장(이하 김 부사장): 하하. 여전히 바쁘다. 정신없이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미팅을 반복하고 있다. 음… 좋은 소식이라고 물어보니 어떤 것부터 설명해야 하나 고민이다. 이것부터 설명하고 싶다. 우리가 개발한 친환경 보일러를 활용해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옵션을 추가로 덧붙이고 있다.
IT동아: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다.
김 부사장: 오늘 이 자리에 함께하고 있는 이노윌의 최영종 대표님을 통해 듣는 것이 더 빠를 것 같다.
이노윌 최영종 대표(이하 최 대표): 하하. 만나서 반갑다. 음… 9월초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부산에서 열린 환경에너지 전시회에서 영국의 터빈 제조사와 협력해 개발한 가스 터빈 발전 시설을 국내에 처음 소개하고 있었다. 그때 케이파워의 소식을 다룬 IT동아 기사를 접했다.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친환경 산업용 보일러 개발 업체 소식과 베트남 진출 이야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 이런 생각을 했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기업이 있구나’라고. 그리고 생각했다. 케이파워가 진출한 베트남 시장에 우리 이노윌이 협력해 친환경 산업용 보일러를 한 단계 발전시키면, 안정적으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옵션을 추가할 수 있겠다고 말이다.
IT동아: 진도가 너무 빠르다. 조금 천천히 설명을 부탁한다. 그러니까, 케이파워의 친환경 산업용 보일러에 이노윌이 기술을 더하면, 전기까지 생산할 수 있다는 뜻인가?
최 대표: 맞다. 전기는 어떻게 생산하는가. 화력발전을 예로 들어보자. 연료를 태워 발생한 열로 물을 끓여 증기를 만들고, 이 증기로 터빈을 돌려 발전기를 통해 전기를 만들어낸다. 원자력발전도 비슷하다. 수력발전, 풍력발전 등은 증기를 이용하지 않지만, 기본적으로 발전기를 돌리기 위한 에너지를 얻어야 한다는 점에서 개념은 비슷하다. 발전기를 돌리는 에너지의 생산 방식만 다를 뿐이다.
케이파워는 친환경 산업용 보일러로 스팀을 만들어낸다. 스팀은 고온 고압의 증기다. 즉, 이 증기로 터빈을 돌리면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간단한 원리다. 산업용 보일러 옆에 터빈 발전기를 덧붙이기만 하면 된다. 산업용 보일러로 스팀을 사용하는 제조 공장 현장에서 안정적인 전기 생산 시설까지 갖출 수 있는 것이다.
IT동아: 아… 이해했다. 산업 현장에서 전기는 꼭 필요한 에너지다. 하지만, 전기를 자체 생산한다는 것은 또 다른 일이다. 우리나라의 전기는 그리 비싼 편이 아니지 않나. 스팀 그러니까 증기로 터빈을 돌리기 위해 열을 발생시키는 비용이 그냥 전기를 사용하는 비용보다 비쌀 텐데.
최 대표: 맞다. 정확하다. 전 세계 각 국가는 발전소에서 전기를 생산해 보급한다. 그냥 발전소의 전기를 비용을 내고 사용하는 가격과 자체 발전 시설에서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비용을 비교해야 한다. 다만, 이때 고려해야 할 것이 한 가지 더 있다.
베트남을 예로 들어보자. 베트남은 우리나라처럼 전기 공급망을 완벽하게 갖추지 않은 나라 중 하나다. 전기가 끊기는, 정전이 자주 발생한다. 선진국이 아닌 개발도상국, 제3세계 국가의 경우, 오토바이의 엔진을 사용해 자가발전기를 돌리는 곳이 꽤 많다. 전기를 공급받을 수 없는 노점상이 경유나 석유 발전기를 이용해 전기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지 않나.
특히,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받아야 하는 산업 현장, 공장은 짧은 시간이라도 전기가 끊기면 그만큼 손해를 떠안아야 한다. 베트남처럼 정전 사태가 잦은 곳의 공장은 어떻겠나. 납품 기한이 시시각각 다가오는데, 전기가 끊겨 생산 시설이 멈춰 있다면? 그건 그대로 손해로 발생할 수 있다. 일반 가정집에서 몇 시간 전기가 끊기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일이다.
정리하자면, 케이파워의 친환경 산업용 보일러를 설치해 사용하는 공장은 원할 경우 에어 터빈 발전기를 붙여 자체 전기 생산 시설을 갖출 수 있도록 또 하나의 옵션을 제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15년 이상 열교환기 외길을 걸어온 이노윌
IT동아: 김 부사장님에게 묻고 싶다. 베트남의 전기 공급 시설이 그렇게 많이 안 좋은지 궁금하다. 한국에서 살고 있는 기자는, 수시로 전기가 끊기는 정전 사태라는 것을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데.
김 부사장: 하하. 믿기 어렵겠지만, 정전은 꽤 자주 일어난다. 실제로 지난 2021년 4월부터 베트남에 케이파워의 친환경 산업용 보일러를 알리기 위해 다니며 알게 된 사실인데, 오히려 고객사(공장)가 ‘혹시 전기는 생산할 수 없느냐?’라고 먼저 묻기도 했었다. 공장, 산업 시설은 주거 지역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오지에 위치한 지역이 많다. 석탄, 석유를 연료로 사용하는 산업용 보일러를 설치한 공장이 주거 지역에 들어서는 것부터 쉽지 않다.
때문에 언제 끊길지 모르는 전기에 대해 고민을 토로하는 곳이 꽤 있었다. 그만큼 베트남의 전기 설비 환경은 좋지 않다. 당시에도 몇 번 전기 생산 시설을 제공할 수 없을까 생각했었다. 다만, 우리 케이파워는 관련 전문가가 아니지 않나. 어디까지나 고체연료를 사용해 최고의 효율을 낼 수 있도록 산업용 보일러를 개선하는데 집중했기에, 전기 생산 시설은 신경 쓰지 않았었다. 당시 잠깐 알아 보기는 했었는데, 터빈 발전 시설 비용이 부담스러웠다. 이걸 우리가 제공하기에는 비용 대비 효과를 장담하기 어려웠다. 투자한 뒤 손익분기점을 넘기는데 불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최 대표: 이노윌은 지난 2005년부터 설립한 이래, 고성능 콤팩트 열교환기를 연구 개발하고 생산하는 외길을 걸어온 기업이다. 열교환기는 말 그대로 열을 교환하는 장비다. 라디에이터를 생각하면 된다. 열을 빠르게 바깥으로 내보내는, 공기와 열을 교환하는데 필수적인 부품을 생산하는 업체다. 뜨거운 기체를 차갑게 만들거나, 차가운 기체를 뜨겁게 만드는데 전문 기술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열교환기는 간혹 아파트 지하에 설치한 가스 터빈에 사용된다. 이번에 영국 터빈 제조사와 협력해 국내에 가스 터빈 발전 시설을 선보일 수 있었던 이유다. 사실 국내에서 가스 터빈이나 에어 터빈은 자체적으로 전기를 발전하는 비용 대비 발전소에서 공급하는 전기를 구매해 사용하는 비용이 더 싸기 때문에 시장성이 거의 없었다. 앞서 언급했듯 꼭 필요한 곳 아니면 사용하는 일이 드물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폐열 회수나 SOFC(Solid Oxide Fuel Cell), 마이크로 가스 터빈(Micro Gas Turbine)과 같은 미래 에너지 산업 분야가 각광받으며, 이와 관련된 다양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해 가스 터빈 발전 시설을 선보였던 것인데, 이렇게 케이파워를 만나 새로운 사업 기회를 열 수 있어 기대가 크다(웃음). 너무 어려운 이야기일 수 있는데, 이렇게 이해하면 된다. 터빈과 열교환기는 실과 바늘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말이다.
친환경 산업용 보일러와 터빈 전기 시설, 공장은 원할까?
IT동아: 그래도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친환경 산업용 보일러를 사용하는 공장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전기를 구매해 사용하는 비용 대비, 보일러에서 스팀을 이용해 에어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비용을 비교해 봐야 하지 않겠나.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정전 사태에 대비해 자체적으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는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할 것 같은데.
김 부사장: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공장과 같은 산업 현장에서 안정성을 답보하지 못하는 전기 공급은 예상보다 큰 피해를 끼친다. 생산 설비가 모두 멈춘다는 것은 그 자체로 막대한 피해다. 참고로 베트남은 정전 사태가 발생해 공장이 정부 기관으로 요청하면, 하루 이틀은 기본이고 약속한 날짜로 제대로 지켜 복구하는 일이 드물다. 그만큼 안정적인 전력 수급을 애타게 바란다. 우리나라에서 통용되는 상식과 기본을 예상하면 안 된다.
최 대표: 김 부사장님의 말도 맞지만, 기자님 질문처럼 사실 정전 사태가 아니더라도, 투자 비용 대비 회수할 수 있는 것도 계산해 봐야 한다. 케이파워의 친환경 보일러 구매 비용과 터빈 발전 시설까지 더한 구매 비용을 더했을 때 얼마나 지나야 투자한 비용을 회수할 수 있는지를 파악하고 있다. 또한, 터빈 시설을 옵션으로 선택했을 때 고객사가 구매 비용을 낮출 수 있는 방안도 계속 고민 중이다. 이 부분은 하나씩 해결하고 풀어나가야 하는, 구슬을 꿰며 만들어 가야 하는 과정이다.
에어 터빈 발전 용량에 따라, 해당 국가의 전기 사용료에 따라, 설비 투자 비용을 회수하는 기간은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만약 A 국가의 경우 7년~8년을 사용해야 투자 비용을 회수할 수 있다고 가정하만, A 국가 보다 2배가량 전기 사용료가 비싼 B 국가의 경우 산술적으로 3.5년~4년이면 투자 비용을 회수할 수 있다. 또한, 케이파워와 이노윌이 협력하고 기술을 개발해 에어 터빈 효율을 높이면 회수 기간은 더 줄일 수 있다.
IT동아: 하나의 옵션을 추가로 열어두고, 시장성을 파악하겠다는 뜻인가.
김 부사장: 맞다. 다만, 시장성이 많이 나빠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긍정적이다. 정전 사태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지역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초기에 케이파워의 친환경 산업용 보일러 도입을 타진한 베트남 공장에서 먼저 전기 생산 설비를 물어오기도 했고, 앞으로 이노윌과 협력하며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최 대표: IT동아의 케이파워 기사를 보고 급하게 케이파워에 연락했다. 마땅히 연락처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케이파워 홈페이지에 있는 이메일 주소로 연락했더니, 케이파워 측에서 생각보다 빠르게 답장을 주셨다. 그렇게 만나 얼마 지나지 않아서 대전에서 미팅했고,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지금에 이르렀다. 사실 얼마 지나지도 않았다.
그리고, 아직 실증 테스트도 해보지 않은 상태다(웃음). 우리가 예상한 효율이 제대로 나오는지, 케이파워와 맞춰가며 제품을 고도화해야 한다. 참고로 오늘 이 자리에서 케이파워와 기술 및 전략적 사업 협약서로 작성한다. 케이파워와의 협력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김 부사장: 케이파워가 만들고자 하는 친환경 산업용 보일러에 많은 관심을 받는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이노윌뿐만 아니라 연료 공급 및 산업용 보일러 생산 등에도 몇 가지 희소식을 들려드릴 수 있을 것 같다. 베트남에 있는 현지 산업용 보일러 제조사가 협력을 제안하기도 했고… 다양한 소식을 전해 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도 우리 케이파워가 만들어 가고자 하는 바이오매스 스팀 구독 서비스에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