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스타트업 in 홍릉] 케이바이오헬스케어 “내 손 안의 주치의, 리터리시 M’
[IT동아 차주경 기자] 건강한 삶을 살려면 먼저 내 몸의 건강 상태부터 잘 알아야 한다. 건강 검진을 정기마다 받아 혈압과 혈당 등 각종 건강 수치도 관리하는 것이 좋다. 자신이 어떤 병을 앓고 어떤 약을 먹고 있는지, 함께 먹거나 오남용하면 안되는 약이 무엇인지도 잘 기억해야 한다.
하지만, 이는 아주 어려운 일이다. 일반인들은 약의 정보를 얻기도, 이해하기도 어려워한다. 환자의 건강과 투약 정보를 병원끼리 공유하는 데이터도 완전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간혹 병원이 약을 잘못 혹은 중복 처방하는 일도 생긴다.
수십 년 동안 환자를 진료한 한 신장내과 의사가 우려한 것이 이것이다. 바쁜 현대인들이 생활 습관을 건강하게 유지하지 못하는 점, 잘못된 의학 정보가 너무 많이 퍼진 탓에 약을 오남용해 되려 건강을 해치는 점이다. 실제로 한 신장 질환 환자는 다른 병원에서 처방 받은 항생제를 먹은 탓에 신장 질환이 더 악화돼 그를 찾아왔다고 한다.
2020년,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본인 인증을 거친 사용자에게 건강 검진과 약 처방 정보를 공개하는 제도를 마련했다. 그는 이 제도를 활용해 환자의 건강 정보, 약 처방과 투약 정보를 앱으로 일원화해 관리할 방안을 떠올렸다. 이 앱으로 환자들이 건강을 올바르게 관리하도록 돕고 약의 오남용 문제도 해결하며 헬스케어 기술의 완성도까지 높이자는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들었다.
이상호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신장내과 교수가 의료·바이오 스타트업 케이바이오헬스케어를 세우고 개인 맞춤형 건강 관리 앱 ‘리터러시 M’을 개발한 동기다.
리터러시(Literacy)는 다양한 유형의 콘텐츠에서 지식과 정보를 얻고 이해하는 능력을 말한다. 그렇기에 리터러시 M(Medical) 앱은 사용자에게 올바른 의학 지식을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이상호 대표는 ‘사용자가 자신의 건강을 관리할 정확한 정보를 스스로 찾도록 이끄는 앱’으로 리터러시 M 앱을 소개한다. 그렇기에 검증된, 정확한, 유익한 정보만을 모아 전달한다고 강조한다.
리터러시 M 앱은 공인 의료 기관으로부터 사용자 건강 기록 ‘PHR(Personal Health Record)’을 확보하고, 이를 토대로 올바른 투약 정보와 환자 맞춤형 건강 정보까지 전달한다. 애플 iOS, 구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모두 사용 가능하다.
리터러시 M 앱을 쓰려면 사용자의 생년월일을 입력해야 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사용자 건강 검진 결과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약 처방과 투약 정보를 가져올 때 쓴다. 카카오톡과 삼성 패스, 페이코 등 각종 간편 인증을 사용하기에 인증 과정은 쉽고 빠르다. 한 번만 인증하면 최근 10년간의 건강검진 결과, 최근 1년간의 약 처방과 투약 정보가 앱 안에 저장된다.
이후 앱을 열면 사용자의 건강검진 결과와 투약 정보를 토대로 건강 상태를 진단하고 의학 정보를 알려주는 ‘오늘의 리터러시’가 나온다. 사용자가 먹은 약의 종류와 정보, 먹는 방법과 주의점 등 정확한 투약 정보를 알리는 ‘내 약 알기’도 확인 가능하다. 내 약 알기는 약을 처방 받은 약국과 약의 사진, 약의 용량과 용법, 복약 안내 등 정확하고 자세한 정보를 전달해 사용자가 약을 오남용하지 않도록 돕는다.
‘건강 데이터’를 누르면 사용자의 체중과 혈압, 혈당 등 여러 건강 정보의 기간별 변화 양상을 표와 그래프로 한 눈에 확인 가능하다. 이들 건강 정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들을 건강하게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알려준다. 물론, 사용자가 자신의 질병을 직접 입력하는 것도, 투약 일정을 알림으로 받는 것도 된다.
‘건강 유튜브’는 리터러시 M 앱만의 장점이다. 앱이 사용자의 건강 검진 결과와 약 처방, 투약 정보를 분석해서 사용자에게 도움을 줄 유튜브 동영상을 찾아 제시한다. 심혈관 질환 약을 먹는 사용자라면 심혈관 질환 예방 관리법 유튜브 동영상을, 과체중이거나 비만인 사용자라면 건강한 체중 감소 전략과 대사 질환 정보를 주는 유튜브 동영상을 각각 자동 추천한다.
리터러시 M 앱이 제시하는 유튜브 동영상은 모두 의료진의 철저한 검증을 거친, 현직 의사가 만들고 출연한 ‘믿을 수 있는 의학 정보’다. 의사인 이상호 대표 자신도 동영상을 만들어 리터러시 M 앱의 사용법을 소개하고, 사용자가 건강한 삶을 살도록 여러 조언을 건넨다.
케이바이오헬스케어가 속한 홍릉강소연구특구는 이상호 대표가 리터러시 M 앱을 만드는 데 많은 도움을 줬다. 서울바이오허브 캠퍼스타운에 연구 공간을 지원하고, 세무 관리와 투자금 유치 등 스타트업이 자리를 잡고 성장하도록 도울 지원 정책을 폈다. 이상호 대표는 지원을 업고 케이바이오헬스케어와 리터러시 M 앱의 완성도를 높이려 전문가를 속속 영입했다.
케이바이오헬스케어의 임직원 가운데 절반, 여섯 명은 개발자다. 이들 덕분에 사용자는 아주 간편하게, 몇 가지 인증만 거치면 자신의 건강 정보를 리터러시 M 앱에 기록한다. 서비스 팀 역시 현직 간호사와 의무기록사 등 의료 부문 전문가로 구성했다. 사용자 맞춤형 동영상 정보를 만들기 위해 콘텐츠 제작자도 세 명 섭외했다. 이상호 대표는 이를 총괄하는 한편, 그 자신이 동영상 콘텐츠 진행자로 나서 오래 쌓아온 의학과 진료 지식을 전한다.
그 결과, 케이바이오헬스케어는 창업 후 2년이 채 되지 않는 짧은 시간만에 리터러시 M 앱을 정식 공개했다. 이를 토대로 10월에는 홍릉강소연구특구의 도움을 받아 TIPS 과제도 수행 중이다.
이상호 대표는 2023년 리터러시 M 앱을 고도화하고 널리 전파해, 더 많은 사용자들이 자신의 건강을 스스로 지키도록 도울 예정이다. 그가 바라보는 것은 리터러시 M 앱과 기존 헬스케어 앱과의 연동이다. 사용자의 건강과 투약 정보가 있어야 진정한 헬스케어 앱을 만들 수 있다는 주장과 함께다.
불면증 환자의 생활 습관, 먹는 음식과 일정 등 정보를 분석해 완화 방법을 제시하는 헬스케어 앱이 있다고 가정하자. 이 앱은 환자의 생활 습관과 정보를 토대로 움직이지만, 환자가 앓는 또 다른 질환이나 투약 중인 약의 종류까지는 파악하지 못한다. 이 경우 자칫 환자가 약을 중복 투약하거나 잘못된 생활 습관을 받아들여 기존의 질환을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
리터러시 M 앱을 헬스케어 앱에 이식하면 환자가 앓는 질환과 투약 정보를 그대로 전달한다. 이 정보가 있으면 헬스케어 앱은 환자의 정보를 토대로 부작용을 줄인, 더 알맞은 해결 방법을 제시할 것이다. 즉, 진정한 의미의 ‘사용자 맞춤형 헬스케어’를 제공한다.
나아가 케이바이오헬스케어는 미국과 일본 등 의료 선진국, 대만과 베트남 등 동남아 신흥 시장에 리터러시 M 앱을 공급할 예정이다. 이상호 대표는 의약품 지식을 올바르게, 쉽게 전달하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사용자들의 건강을 지킬 것으로 믿는다.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처럼 투약 정보를 통합 관리하는 기관이 없는 나라에 진출할 때 필요한 기술도 이미 가졌다. 처방전만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으면, 리터러시 M 앱이 사진 속 약품의 정보를 자동 추출해 기록하는 기능이다.
이상호 대표는 “건강을 지키려면 자신이 앓는 병이나 질환의 정보를 정확히 알고, 약의 종류와 투약 시기 등을 기록한 자기 건강 차트를 만들어야 한다. 건강을 지키도록 도울 각종 정보를 제공하는 리터러시 M 앱을 전파해서 세계 사용자들이 건강한 삶을 살도록 이끌겠다.”고 밝혔다.
글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