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훈의 ESG 금융] 도시와 기후변화 (1) 도시가 탄소배출 감축을 주도해야 하는 이유
E(Environment)·S(Social)·G(Governance). ESG가 화제입니다. 기업의 이미지를 제고하고 새로 생기는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투자자와 매출을 관리하기 위해 ESG 경영 전략은 꼭 세워야 합니다. 그러려면 ESG의 범위와 개념을 명확히 하고, 평가 방식과 사례도 철저히 연구해야 합니다.
새로운 분야가 자리 잡을 무렵이면 여러 이익 집단이 난립해 잘못된 정보를 진실인 것처럼 왜곡하는 일이 많이 생깁니다. ESG 분야도 그렇습니다. 아직 ESG의 영역과 관련 단어의 뜻이 명확히 정해지지 않아 생긴 폐해입니다.
필자는 지난 4년간 국내외 금융, ESG 관련 기관 여러 곳과 일했습니다. 이를 토대로 [홍기훈의 ESG 금융] 칼럼을 마련해 독자와 소통하려 합니다. 금융 관점에서 경영자가 알아야 할 ESG 이론을 사례 중심으로 소개하겠습니다.
지난 칼럼을 통해 ESG 채권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이번 칼럼부터는 '도시와 기후변화'라는 주제를 다뤄보겠습니다.
수많은 전문가가 탄소배출을 줄여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관련해서 글로벌 차원의 규제와 여러 캠페인이 펼쳐지고 있기도 한데요. 정책적 규제의 대상은 대부분 기업입니다. 반면 UN, OECD 등 국제기구들 또는 환경단체가 벌이는 캠페인은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반적으로 형평성의 문제를 일으킬 우려가 있어, 규제나 캠페인은 특정 국가나 지역, 기업이나 개인을 대상으로 삼지는 않습니다. 다만 규제의 효율성을 고려하면,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주체를 규제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측면에서 '누구를 대상으로 해야 하느냐'라는 딜레마에 빠지게 됩니다.
우리가 걱정하는 탄소배출은 보통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일어납니다. 그렇기 때문에 탄소배출을 감축한다는 것은 에너지 발전을 줄여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탄소 중립을 위해서 에너지 소비를 줄여야 하는 셈이죠.
각국 도시에서 소비하는 에너지는 전 세계 에너지 소비의 약 78%를 차지합니다. 또한 각 도시가 뿜어내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각 도시는 탄소배출로 인한 기후변화의 주된 원인이기도 한데요.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도시의 탄소배출, 에너지 소비에 집중하는 것은 효율성 측면에서 합리적입니다.
그런데 각 도시는 환경을 위해 에너지 소비를 줄일 유인이 있을까요? 도시들은 다량의 에너지를 소비하고 온실가스를 배출하므로, 기후변화의 주된 원인인 동시에 기후변화의 가장 큰 피해자이기도 합니다. 예컨대 해안에 위치한 도시의 경우 홍수, 쓰나미, 허리케인과 같은 자연재해 위험에 지속해서 노출되고 있습니다. 베이징과 같은 큰 도시들은 많은 시민이 마스크를 쓰고 다녀야만 할 정도로 대기 오염이 심각하기도 하죠. 올림픽을 기점으로 인공강우 등 여러 방법을 동원해 도시 대기 오염을 완화하기는 했지만, 아직도 중국으로부터의 미세먼지는 주변국에 큰 문제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도시들은 기후변화 문제의 주범이자 가장 큰 피해자입니다. 그러므로 도시가 기후변화에 주는 부정적인 영향뿐 아니라 도시가 기후변화로부터 받을 수 있는 부정적인 영향을 파악하고 분석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분석 결과들이 도시가 일으키는 환경문제를 결자해지할 방법을 제공해 줄 것입니다.
경제학적으로 말하면 부정적 외부효과(기후변화)의 경제적 내재화를 이룰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부정적 외부효과를 해결하는 주요한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외부효과에 책임이 있는 주체에게 경제적 비용을 전가하는 경제적 내재화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도시들은 전 지구적 기후변화 문제 해결에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야만 합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왜 도시들이 기후변화 문제 해결에 앞장서야 하는지에 관해 논의했습니다. 이후 몇 번의 칼럼을 통해 기후변화와 도시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글 / 홍기훈 홍익대학교 경영대 교수
홍기훈 교수(PhD, CFA, FRM)는 홍익대학교 경영대 재무전공 교수이자 메타버스금융랩 소장입니다. 학계에 오기 전 대학자산운용펀드, 투자은행, 중앙은행 등에 근무하며 금융 실무경력을 쌓았습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 박사를 마치고 자본시장연구원과 시드니공과대(University of Technology, Sydney) 경영대에서 근무했습니다. 주 연구분야는 자산운용, 위험관리, ESG금융, 대체투자입니다. 금융위원회 테크자문단, 글로벌 ESG, 한국탄소금융협회 ESG금융팀장을 포함해 현업 및 정책적으로 다양한 자문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정리 / IT동아 김동진(kdj@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