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업] 스페이스앤빈 [2] BM분석 “작고 강한 벤처로 성장하기 위한 조건”
[스케일업 x 권역 BI] 스케일업코리아가 '동국대학교·서강대학교·서울과학기술대학교·이화여자대학교·한국기술벤처재단' 소재 창업보육센터들과 함께 '권역 BI 컨소시엄(서울과학기술대학교 주관)' 스케일업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이번 프로그램은 컨소시엄의 각 BI 센터가 선정한 유망 스타트업을 인터뷰로 소개하고, 그들의 비즈니스모델을 분석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합니다. 마지막으로 스타트업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에 맞춰 전문가를 소개해 도움을 드리고자 합니다.
지난 ‘[스케일업] 스페이스앤빈 [1]’ 기사를 통해 전자파와 방사선을 방어할 수 있는 신소재를 개발, 이를 활용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페이스앤빈을 소개했습니다. 스페이스앤빈은 지상의 작은 콩(BEAN)부터 우주(SPACE)까지 아우르는 방호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데요. 스페이스앤빈의 민경령 대표가 준비한 첫 번째 제품은 서버를 보호할 수 있는 차폐랙입니다. 기존 차폐랙 대비 저렴하고, 차폐공간 시공을 위해 벽지, 시트, 테이프 등으로 활용할 수 있어 활용도가 높은 장점을 지니고 있죠.
이후 스케일업팀은 비즈니스모델 분석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인사이터스 황현철 대표와의 만남을 추진했습니다. 아래 글은 황현철 대표가 스페이스앤빈에게 전하는 메시지입니다.
생각보다 무서운 EMP
스페이스앤빈은 EMP(Electro-magnetic Pulse, 고출력 전자기파) 방호 차폐 솔루션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으로, EMP 방호 전문가인 민경령 대표가 이끌고 있다. EMP는 아직 일반인에게 매우 생소할 테지만, 수년 전 북한이 핵 EMP탄을 이용한 공격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국방 및 산업계에서 반드시 대비해야 하는 이슈로 인식된 바 있다. 만약 서울 상공에서 핵 EMP탄이 폭발한다면, 반경 160Km 이상의 넓은 지역에 있는 전자기기와 장비는 마비되고, 통신과 전력까지 기능을 멈추게 된다.
핵 EMP 이외에도 특정지역과 시설을 목표로 하는 비핵 EMP 공격 또한 가능하다. 데이터 센터, 군사정보시설 등은 이러한 공격의 우선 대상이다. 얼마 전 카카오의 데이터 센터 화재 발생으로 인해 전 국민이 피해를 입었던 것을 떠올려보자. 주요 정보시설에 한정된 EMP 공격은 이와 같은 큰 피해를 끼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정부는 민간과 공공기관의 EMP 방호시설 구축을 의무화하기로 했고, 곧 시행할 예정이다.
EMP 방호 시장과 차별성
EMP 공격은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크게 건물 자체에 방호력을 높이는 시설 방호와 전자기기를 둘러싸는 장비 방호로 나눌 수 있다. 시설 방호는 공간 자체에 EMP 차폐력을 갖춰야 하기에 콘크리트 건물벽에 납판, 강철판을 덧대는 방식으로 시공해야 하며, 비용은 수백억 원에 이른다. 데이터 서버의 EMP 방호를 위해 활용하는 차폐랙은 고중량 강판을 이용한 형태로, 무겁고 비용은 대당 3,000~5,000만 원 수준이다. 이러한 비용 문제 때문에 국내 EMP 시설 구축 현황은 정부 및 민간의 경우 1%, 군시설은 18%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러한 시장 상황에서 스페이스앤빈은 가볍고 저렴한, 새로운 차폐소재를 적용한 제품으로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스페이스앤빈은 개발한 소재를 필름에 적층 구조로 입혀 시트, 테이프, 벽지, 고무, 허니콤 타입 등 다양한 형태로 제품화했다. 벽지, 시트 등 다양한 형태의 제품으로 시설과 장비를 방호한다.
고객가치 분석
스페이스앤빈의 경쟁력을 보다 세부적으로 알아보기 위해 새로운 소재를 적용한 제품이 고객가치 차원에서 얼마나 다른지 살펴보자. 현재 EMP 방호에 가장 많이 쓰이는 솔루션인 강판 차폐랙, 시설 차폐 방식과 비교하면 아래와 같다.
먼저 차폐랙과 세부적으로 비교해 보면 스페이스앤빈의 제품은 경제성 측면에서 유리하다. 비용은 절반 이하로 줄였으며, 강판 대비 훨씬 더 가볍고, 유지 보수 차원에서 유리한 차폐 섬유를 활용한다. 무겁고 육중한 강철 문이 아니라, 가볍고 편리한 개폐 방식을 적용해 유지 보수 등 사용자 편리성을 높였다.
기존 시설 방호는 고비용의 EMP 방호 콘크리트, 납, 아연도금 철판, 동박 등을 복합적으로 사용해야만 했다. 하지만, 스페이스앤빈이 시장에 선보인 시트, 벽지, 테이프, 고무 등 다양한 재질과 형태의 방호 제품은 절반 이하의 가격으로 더 빠르게 설치해 시설을 방호할 수 있다.
차별성 인정, 그러나 비즈니스모델은?
고객가치 분석에서 드러나듯 스페이스앤빈은 고유의 소재를 바탕으로 기능적, 경제적 차별성을 갖췄다. 그렇다면 이들은 이러한 차별성을 바탕으로 어떤 비즈니스모델을 가지고 사업을 전개하는지 알아보자.
많은 스타트업이 그렇듯, 이런 B2B 사업의 고객 유입 모델은 대표의 전문성에 기반한 상담과 업계 네트워크 기반으로 이뤄진다. 업계 네트워크라는 것은 수요고객군 보다 IDC 구축 전문사 등 채널 고객사가 주이며, 이들과 협력해 수요고객군에게 제품을 납품하는 구조다. 전형적인 솔루션 전문 기업의 비즈니스모델이다.
스타트업의 제한적인 영업력을 극복하기 위해 업계에 영향력을 갖춘 채널 고객과의 협력으로 비교적 신속하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 이에 잘못된 비즈니스모델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수요고객에 대한 직접 영업은 제한적이다. 즉, 부가가치의 훼손과 채널 고객의 영향력에 따라 납품가 및 수익성이 좌우될 수 있다.
성장을 위한 비즈니스모델의 변화
차별화한 소재와 제품화 능력을 갖췄다는 점은 성장에 매우 유리하다. 다만, 성장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스페이스앤빈이 주장하는 소재의 독창성과 기술적 허들은, 무식한 필자가 그냥 믿은 것일 뿐이다. 이것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누구도 모르며, 부지불식간 더 저렴한 대체재가 시장에 나타나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어찌 됐든 경쟁자들이 따라오기 힘든 기술적 허들을 갖췄다고 하니, 이제 사업적 허들을 쌓아야 할 때다.
수요고객 유입을 높이기 위한 EMP 평가 및 인증
우리나라에는 정보통신 기반 보호시설로 지정된 것이 약 1,000여 개라고 한다. 정부 약 300개, 공공 약 500개, 민간 약 200개 시설이 이에 해당한다. 민간의 200개 시설은 주로 IDC(Internet Data Center)로 볼 수 있다. 이들 모두가 스페이스앤빈의 수요고객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이 수요고객에게 스페이스앤빈이라는 회사의 전문성과 제품군을 어떻게 인지시킬 수 있을까? 광고로 가능할까?
필자가 제안하는 방법은 IDC 등 EMP, 전자기파에 민감한 시설 100여 곳에 대해 일괄적으로 평가하고 EMP 방호 안전성에 대해 대외적으로 발표하는 것이다. 얼마 전, 카카오 데이터 센터 화재로 전 국민이 불편을 겪었던 만큼 ‘어떤 회사의 IDC가 EMP를 잘 막아낼 수 있는가’는 충분히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주제다. 만약 이것이 진단과 측정 방식의 복잡성으로 인해 불가능하다면, 제품에 대한 측정으로 대체할 수도 있다. 쉽게 말해, 전자기파에 아이폰이 더 안전한가, 갤럭시가 더 안전한가를 조사해서 발표하는 것이다.
이런 평가 지표 공개를 통해 일반인들은 EMP에 경각심을 가질 수 있고, 수요고객인 IDC 등은 EMP 차폐에 더 많이 투자할 것이며, 그 지표를 공개하는 스페이스앤빈을 높은 전문성을 갖춘 기업으로 인식하게 될 것이다. ‘국가기관도 아닌데 어떻게 그런 걸 하는가?’라고 반문할 수 있다. 위 그림을 보자. 민간보안 회사인 패스워드매니저스는 세계 각국의 보안 등급을 발표한다. 이처럼 기업이나 협회 등 민간에서 발표하는 인덱스는 생각보다 사례가 많다. 이들이 인덱스 발표를 통해 얻고자 하는 전략적 효과 또한 대외적 위상 확보와 고객 유입으로 대동소이하다.
생산자, 서비스 공급자와의 밸류 체인 협력
스페이스앤빈은 IDC의 EMP 방호를 위해 KT엔지니어링과 함께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시장을 확장하고 있다. 이미 파트너십을 활용하고 있는데, 이걸 그냥 확대하라면 별 의미는 없다. 확대는 하되, 소재 회사로서 핵심 원료를 공급하는 데 중점을 두길 바란다. 생산과 판매는 파트너사가 담당하게 하는 등 명확한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왜 그래야 할까? 스페이스앤빈이 가진 차폐 소재는 생각보다 그 쓰임새가 매우 넓다. 지금까지 중점적으로 언급했던 IDC의 EMP 방호뿐만 아니라, 군수 장비, 드론 및 로봇, 운수장비, 휴대폰과 같은 통신장비의 방호에도 적용할 수 있다. 또한, 방사선 차폐로 확대하면 의료, 항공 영역까지 넓어진다. 이런 다양한 시장, 다양한 고객을 스타트업이 모두 대응하는 것은 쉽지 않다. 가장 효율적으로 시장에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만 한다.
작고 강한 벤처로 성장하길 기원하며
스페이스앤빈의 민경령 대표와 얘기를 나누는 시간 동안, 보기 드물게 열정과 경험의 균형을 이룬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민 대표는 약 10여 년간 사업관련 업무를 맡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에게는 너무도 생소한 차폐재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 기술적 깊이와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있기에 어쩌면 당연히 걸어야 할 길을 걷는다는 느낌도 받았다.
다가오는 EMP 방호에 대한 법제화 실행을 통해 관련 시장은 본격적으로 열릴 것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군수에 대한 수요 또한 증가할 것이다. 이렇게 시장이 확대될 때 연구, 제품개발, 생산, 영업과 납품까지 모두 책임지는 대표와 스타트업은 장기적 성장을 이룰 수 없다. 그 팽창하는 시장에서 가장 부가가치가 높은 고객군에 대한 가치사슬을 잘 분리하고, 그중에서 가장 잘 할 수 있는 영역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그렇다면 한우물을 파온 민 대표의 기술과 경험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작고 강하며 오랜 시간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좋은 벤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글 / 인사이터스 황현철 대표
실전 비즈니스모델 컨설팅 전문가. 20년간 비즈니스 전략, 프로세스, 생산, 품질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현장 중심의 컨설팅을 수행했으며,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스타트업부터 대기업에 이르기까지 실체적 비즈니스모델 컨설팅과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본격 기업 극화 소설 '비즈니스모델러'의 저자이기도 하다.
정리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