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레이저 넘은 기업용 잉크젯, 엡손 워크포스 프로 WF-C879R
[IT동아 김영우 기자] 프린터/복합기 시장에는 뿌리 깊은 편견이 있다. 가정용은 잉크젯, 기업용은 레이저 제품이 적합하다는 생각이 바로 그것이다. 잉크젯은 레이저에 비해 출력 속도가 느린데다 출력 가능 매수가 너무 적고, 또 잉크 값이 너무 비싸서 기업 업무 환경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었다. 게다가 잉크젯으로 출력한 결과물은 오래 보관하면 글자가 번지거나 변색되기 때문에 기업용으로는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위와 같은 편견도 이제는 버릴 때가 된 것 같다. 속도나 유지 비용, 그리고 보존성을 비롯한 대부분의 문제를 해결하고 오히려 동급의 레이저 제품대비 더 나은 상품성을 기대할 수 있는 기업용 잉크젯 제품도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소개할 엡손의 워크포스 프로 WF-C879R(Epson WorkForce Pro WF-C879R) 같은 제품이 대표적이다.
분당 최대 26장의 빠른 출력이 가능하며, 검정 잉크 1세트 기준, 최대 86,000매까지 출력 가능해 레이저 제품보다도 80% 가까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물에 번지지 않는 안료 잉크를 적용했으며, 엡손의 히트프리(Heat-Free) 기술을 적용해 레이저 제품 대비 발열 및 CO2 발생량을 크게 낮춘 친환경 제품의 면모도 갖췄다.
여러 비즈니스 환경에 대응하는 다양한 옵션 제공
WF-C879R은 최대 A3 용지의 출력과 스캔, 복사까지 지원하며, 팩스 및 유무선 네트워크 기능도 갖춘 기업용 복합기다. 그러면서도 본체 크기(옵션 제외)는 621x751x873mm로, 일반적인 A3 레이저 제품에 비해 크기가 약간 작은 편이다. 물론 사용자의 선택에 따라 각종 옵션(하단 급지함 등)을 추가 구매하면 높이가 껑충 커지겠지만 동급 레이저 제품 대비 공간 활용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건 분명 장점이다. 이번 리뷰에선 WF-C879R 본체 외에 하단 급지함(500매)과 물품 보관함을 1개씩 추가해 구성했다.
참고로 WF-C879R 본체에는 전면 하단에 250매의 용지를 적재할 수 있는 기본 하단 급지함, 그리고 본체 후면에 150매를 적재할 수 있는 후면 급지함이 달려있다. 기본 하단 급지함에는 가장 많이 이용하는 용지(주로 A4)를 후면 급지함에는 보조적으로 이용하는 용지(A3, A6, B4, B5, 레터, 리갈 등)를 적재하고자 할 때 유용하다.
그리고 옵션으로 달 수 있는 하단 급지함(개당 500매)은 최대 3개까지 추가 가능하며, 이 경우 최대 1,500매의 용지를 추가로 적재할 수 있다. 기본 하단 급지함과 추가 하단 급지함의 전면에는 용지의 종류 표시용 라벨을 끼울 수 있는 홀더도 달려있으며 접이식 라벨도 제품과 함께 제공된다. 기본 하단 급지함과 추가 하단 급지함은 용지 사이즈 자동 인식 기능을 갖추고 있어(후면 급지함은 미지원) 용지를 적재하고 커버를 닫으면 자동으로 해당 용지의 사이즈가 제품에 반영되니 편리하다.
그 외에도 WF-C879R은 다양한 추가 옵션을 제공한다. 전측면에 달 수 있는 자동 스테이플러 옵션의 경우, 이를 본체에 단 상태에서 용지를 가져가기만 하면 자동으로 스테이플러가 작동해 용지를 잡아준다.
그리고 WF-C879R은 기본적으로 1개씩의 유선 랜 포트와 팩스 포트를 갖추고 있는데, 사용자의 선택에 따라 최대 2개의 유선 랜 포트, 최대 3개의 팩스 포트까지 확장할 수 있는 옵션도 제공한다. 다중 회선, 다중 네트워크 구성이 필요한 특수한 환경의 사무실이라면 유용할 것이다. 물론 이런 옵션들을 달려면 추가 비용이 들긴 하지만, 시시각각 변하는 현대 비즈니스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선택지를 제공하는 건 좋다.
최대 A3 사이즈의 자동 양면 스캔/복사/출력 지원
본체 상단에는 자동으로 여러 장(최대 150매)의 문서를 연속 급지하여 빠르게 스캔 및 복사가 가능한 ADF(Automatic Document Feeder), 그리고 한 장씩 스캔/복사를 할 때 이용하는 평판 스캐너가 달려있다. 최대 A3 사이즈의 스캔/복사가 가능하며 ADF는 자동 양면 스캔 기능도 지원한다. 스캔 속도 역시 1분당 처리 매수 기준 단면 50 ipm, 양면 100 ipm으로 빠른 편이다.
평판 스캐너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ADF 부분을 들어 올려야 하는데 이게 상당히 무겁다. 팔 힘이 없는 사용자라면 평판 스캐너보다는 ADF를 이용해 스캔이나 복사를 하는 것이 좋겠다. 스캔한 문서는 유무선 네트워크를 통해 연결된 PC나 모바일 기기, FTP 서버 등의 다양한 장치로 전송 가능하며 본체 전면의 USB 포트에 연결된 휴대용 저장장치에 저장할 수도 있다.
본체 전면 상단에는 터치 입력을 지원하는 컬러 LCD, 그리고 물리 버튼이 달렸다. 이를 통해 복사나 스캔, 팩스를 비롯한 다양한 작업을 직관적으로 할 수 있으며 용지나 출력/스캔 품질, 유무선 네트워크, 유지관리를 비롯한 다양한 설정도 가능하다. 와이파이 다이렉트(Wi-Fi Direct) 기능도 지원하므로 공유기 접속없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의 모바일기기를 통한 출력도 가능하다.
레이저보다 경제적인 대용량 잉크 지원
잉크는 본체 전면 하단의 트레이를 열어 공급하며, 4색(검정, 청록, 진홍, 노랑)의 잉크로 구성되었다. 잉크가 담긴 파우치를 직접 꽂는 형태로 탑재하며 잉크를 직접 붓거나 할 필요가 없어 깔끔하다. 엡손 05B 규격의 대용량 잉크가 호환되는데, 이를 이용할 경우 검정 최대 86,000매, 컬러 최대 50,000매까지 출력이 가능하다. 참고로 WF-C879R에 호환되는 대용량 정품 검정 잉크(T05B100)는 2022년 11월 온라인 판매가 기준 30만원대 중반에 팔리고 있다.
일반적인 레이저 프린터용 정품 대용량 토너가 개당 20만원 전후에 팔리고 있고, 토너 1개당 2,000~3,000매 정도 출력 가능하다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잉크젯 제품인 WF-C879R가 비용 효율성은 물론, 유지보수 편의성 면에서도 훨씬 우수한 셈이다. 다만, WF-C879R를 구매했을 때 함께 제공되는 샘플용 잉크는 용량이 작으니 참고하자.
기업 업무 환경에 적합한 출력 속도, 그리고 잉크
출력 속도나 인쇄 품질은 어떨까? 수치만 봐선 매우 훌륭하다. 최대 4800x1200 dpi의 고해상도 인쇄를 지원하며, 자동 양면 인쇄 기능까지 갖췄다. 출력 속도 역시 단면 인쇄 시 25/26 ipm(컬러/흑백), 양면 인쇄 시 17/18 ipm으로 어지간한 레이저 프린터 수준의 속도를 낸다.
실제 출력한 결과는 어떨까? 일반적으로 많이 쓰는 A4 워드 문서를 표준 품질로 출력해 보니 첫번째 1매를 출력하는데 약 8~9초, 이후부터는 2~3초에 1매씩 빠르게 출력되는 것을 확인했다. 제조사에서 밝힌 수치적 사양에 거의 부합하는 결과다. 텍스트 문서 중간에 참고 사진이나 그래프 등을 넣어 컬러로 출력하더라도 출력 속도에는 거의 차이가 없었다.
다만 A4 용지 전체를 이미지로 가득 채운 컬러 사진을 출력하는 경우(표준 품질)는 출력 속도가 약간 느려진다. 첫 번째 1매 출력에 약 14~15초가 걸리고 이후부터는 7~8초에 1매씩 출력되는 것을 확인했다. 그래도 일반적인 잉크젯 제품에 비하면 상당히 빠른 속도다.
참고로 일반적인 잉크젯 제품은 염료 성분의 잉크를 이용하지만 WF-C879R는 안료 성분의 잉크를 이용한다. 안료는 염료에 비해 건조 속도가 빠르며, 내구성이 뛰어나 수분이나 기름과 접촉하더라도 색이 번지지 않는다. 또한 직사광선 노출에 의한 변색도 거의 일어나지 않아 오래 보관해야 하는 문서 출력에 유리하다.
실제로 WF-C879R로 출력한 문서는 그 위에 물을 흘리더라도 글자가 번지지 않는다. 그리고 종이표면을 가득 채우는 이미지를 인쇄할 경우, 염료 기반 잉크젯으로 출력한 문서는 출력 직후 눅눅한 느낌이 남아있고, 건조하는 동안 종이 일부가 휘거나 우는 현상이 종종 일어난다. 반면 안료 기반 잉크젯인 WF-C879R로 출력한 문서는 출력 직후에도 빳빳한 느낌이 살아있다.
다만, 그렇다고 하여 안료가 염료보다 모든 면에서 다 좋은 건 아니다. 염료는 안료에 비해 입자가 곱고 혼합 특성이 좋아 다양한 컬러를 구현하는 데 유리하다. 실제 WF-C879R로 컬러 사진을 출력할 경우, 잉크젯용 광택지를 이용하더라도 염료 기반 일반 잉크젯의 결과물에 비해 컬러 입자가 약간 자글거리는 느낌이 있어 소위 ‘쨍’한 사진을 뽑는 데는 다소 부적절하다. WF-C879R는 어디까지나 기업내 업무용 문서를 출력하는데 특화된 제품이므로 사진관 수준의 고품질 사진을 출력하고자 한다면 염료 잉크 기반의 잉크젯 포토 프린터를 선택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속도 높이고 발열 낮춘 친환경 제품의 면모도 갖춰
참고로 WF-C879R는 최근 엡손에서 강조하는 히트 프리(Heat-Free) 기술을 적용한 제품이다. 이는 엡손 잉크젯 특유의 잉크젯 시스템인 마이크로 피에조(Micro Piezo)의 장점을 이용한 것이다. 이는 헤드에 전기적 신호를 가해 잉크를 정밀 분사하는 것이 특징이다. 레이저 제품과 달리 출력 전에 예열 과정이 필요 없으며, 열 구동 방식의 타사 잉크젯처럼 잉크를 분사하기 위해 헤드를 가열할 필요도 없다.
이런 특성을 가진 덕분에 히트 프리 적용 제품은 레이저나 다른 잉크젯 제품 대비 최초 구동 속도를 높이고 에너지 소모량을 낮출 수 있으며, 발열이 적어 CO2 배출 감소도 기대할 수 있다. 최근 산업계 전반에서 요구되고 있는 친환경 기조에 발맞춘 제품이라 할 수 있다.
업무용=레이저라는 편견에 도전하는 제품
엡손 워크포스 프로 WF-C879R은 기존의 기업용 프린터/복합기 시장의 선입견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기업용 컬러 잉크젯 복합기다. 잉크젯이면서도 출력 속도가 상당히 빠르며, 검정 최대 86,000매, 컬러 최대 50,000매까지 출력할 수 있는 대용량 잉크를 이용한다면 경제성 측면에서도 레이저를 확연히 앞선다. 기업 업무에 이용한다면 당연히 레이저 제품을 이용해야 한다는 선입견은 이제 버려도 될 것 같다.
무엇보다도 발열 및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한 히트 프리 기술을 품고 있어, ESG(친환경,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개선) 경영을 중시하는 현대 기업의 기조에도 부합하는 제품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업무용 프린팅 솔루션으로 잉크젯 제품을 이용한다는 건 아직 생소한 일이다. 이런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제조사의 노력도 필요할 것이다. 엡손 워크포스 프로 WF-C879R는 2022년 11월 온라인 판매가 기준 490만원대에 팔리고 있으며, 렌탈 서비스를 통해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