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창구] 소셜인베스팅랩 "개미투자자 위한 주식정보는 쉬워야 한다"
[IT동아 정연호 기자] 내수 성장의 한계로 국내 기업들은 구글 플레이스토어 등의 앱 마켓을 통한 해외 진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중소벤처기업부와 창업진흥원, 구글은 국내 모바일 앱·게임 개발사의 성장과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해서 지난 2019년부터 ‘창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며, 프로그램 운영사인 한국기술벤처재단이 이에 대한 운영을 맡고 있다.
창구 프로그램은 출범 이후로 올해 4회째를 맞이했다. 1~3기 창구 프로그램 참여 기업들의 연평균 매출 성장율은 85%였으며, 해외 진출은 70% 이상 늘었고, 이들은 2000억 원 이상의 추가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다. 이번 2022년 창구 프로그램은 80개 기업을 선정했으며, 사업화 자금을 최대 3억 원까지 지원했다. 참여 기업은 평균 1억 3500만 원을 지원받았으며 성장 및 해외 진출을 위한 세미나와 컨설팅, 네트워킹 혜택도 받았다. 취재진은 2022년 창구 프로그램에 선정된 80개 기업 중 10개 기업을 만나, 선정 기업이 창구 프로그램의 도움으로 성장한 이야기를 듣고 전하고자 한다.
“개미투자자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정보가 필요하다”
코로나19 이후로 가장 많은 변화를 겪은 곳 중 하나가 주식시장이다. 과거 주식시장은 기관투자자 등의 전문가가 주도하는 시장이었다면, 코로나19 이후로 시장을 주도하는 집단이 개미로 변했다는 분석이 많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투자만 하면 돈을 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주식시장의 상황이 좋았다. 하지만, 금융업계에선 이러한 투자방식이 더는 유효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 세계적인 금리인상과 경기침체로 주식 시장의 하락세가 계속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 전문가들은 앞으로 개미투자자에게 필요한 게 ‘시장을 분석하고, 옥석을 가리는 능력’이라고 강조한다. 유튜브 등에서 시황 설명하는 경제방송 채널이 인기를 더 끌게 될 것이란 뜻. 주식 SNS 플랫폼 ‘커피하우스’를 운영하는 소셜인베스팅랩의 한동엽 대표는 “개미투자자들은 앞으로 더 많은 주식 관련 콘텐츠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주식 SNS 플랫폼을 만들게 된 계기도 시장 트렌드의 변화 때문이다. 한 대표와 함께 주식 시장의 변화를 이야기해봤다.
커피하우스는 SNS와 MTS(모바일 주식거래 플랫폼)를 융합한 형태의 금융투자 플랫폼이다. 일상 생활 대신 주식 내용이 주를 이루는 SNS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용자들은 투자와 관련된 인사이트를 공유할 수 있으며, 커피하우스 플랫폼을 통해서 주식거래 계좌 개설부터 주식 거래까지 할 수 있다.
국내에선 다소 생소한 형태지만 해외에선 주식SNS 플랫폼은 이미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의 주식SNS인 퍼블릭닷컴은 2020년 3월에 사업을 시작했고, 1년 만에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이상의 스타트업)이 될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다. 한동엽 대표는 “해외에선 SNS가 개미투자자에게 가장 적합한 플랫폼이라는 결론이 난 상태”라고 설명했다.
“주식 시장은 2020년 전만 해도 전문가가 주도하는 마니아의 영역이었다. 그 이후로 대중화가 됐고, 사람들이 기대하는 바도 달라지게 됐다. MTS가 개미투자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UI(앱의 버튼과 메뉴 등의 인터페이스)인 이유는 투자 전문가들이 전문적인 거래에 참고할 기능을 원했기 때문이다. 2020년 한 해에만 계좌가 800만 개 개설됐고, 주식 인구가 300만 명이 늘었다. 지금까지 MTS가 제공해왔던 기능들 대신 개미투자자에게 친화적인 콘텐츠가 중요해졌다”
쉽게 말하면, 투자의 전문 기술이 부족한 개미투자자가 투자에 참고하는 정보를 쉽게 만드는 게 필요해졌다는 것. 실제로 구독자수가 10만 명에 불과했지만, 코로나19 이후 순식간에 300만 명 이상으로 늘어난 경제방송 유튜브 채널도 있을 만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정보에 대한 수요가 커졌다.
개인 이용자가 만드는 콘텐츠인 만큼 증권사의 산업 리포트에 비해 전문성이 떨어지진 않을까? 한 대표는 이에 대해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가 나올 것이다. 유저가 만드는 콘텐츠는 결국 다른 사람의 선택을 받게 될 것이고, 유용한 정보들이 살아남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증권사의 리포트는 기업 경영에 따른 재무상태를 요약한 '재무제표'를 확인했을 때 가치가 저평가된 기업을 추천한다. 해당 기업이 이후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으면 가치가 상승할 것이라고 가정하기 때문이다. 다만, 리포트 내용을 읽을 때 재무제표를 분석하는 내용의 행간을 이해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개미투자자에겐 쉽지 않은 일이다. 저평가된 기업의 상황을 좀 더 말랑말랑하게 설명하는 글이 개미투자자 투자에 더 큰 도움을 될 것이라는 게 한 대표의 생각이다.
커피하우스 앱에 주로 이런 글이 올라온다. ‘12월에 자동차 A가 출시되는데, 이 차는 출시만 되면 월 2만 대씩은 팔리는 스테디셀러다. 여기 들어가는 부품 중 몇 퍼센트를 B라는 기업에서 계약을 했고, B기업은 전년 대비 실적도 좋고 주가도 과대 평가가 되지 않아서 이곳에 투자를 했다’
한 대표는 “글을 쓴 이용자의 프로필을 보면 실제로 어느 곳에 투자를 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종목에 대한 분석뿐 아니라 일상생활의 소재를 바탕으로 ‘갤럭시 탭이 나왔는데 좋더라. 새로운 모델에선 핵심적으로 바뀐 게 C라는 칩인데 이걸 D라는 업체에서 납품한다’ 라는 식의 게시글이 많이 올라오니 쉽게 공부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이용자들이 좋은 인사이트를 공유하게 만들려면 중요한 건 수익 모델이다. 커피하우스에선 좋은 글을 올리면 인플루언서가 되고, 이를 통해 광고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유튜브가 대표적인 콘텐츠 플랫폼으로 성장한 동력도 창작자에게 광고 수익을 제공하는 ‘유튜브 파트너 프로그램’이었다. 한 대표는 “수익 모델을 통해서 양질의 콘텐츠가 계속 생산된다는 건 이미 입증된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소셜인베스팅랩이 추구하는 바는 ‘주식리딩방’과는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주식리딩방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등에서 주식 관련된 내용을 조언하는 SNS 단체대화방을 말한다. 이곳에선 자칭 투자 전문가가 사람들에게 종목을 추천하고, 매수와 매도 타이밍을 알려준다. 이 과정에서 허위정보도 많이 유포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주식을 먼저 사 놓고 이를 속인 뒤 다른 사람에게 해당 주식을 사라고 하는 것은 불법이다. 이렇게 이용자들이 주식을 사면 주가가 오르기 때문에, 주식리딩방 운영자들은 해당 주식을 매도하고 수익을 챙기는 경우가 많다. 피해를 본 이용자가 계약 해지를 신청하면 과도한 위약금을 요구하는 곳도 많다.
한 대표는 “리딩방을 통한 피해 사례는 이곳이 폐쇄된 커뮤니티이기 때문에 주로 나타난다. 자칭 전문가가 A주식이 오를 거 같다고 해도 이에 대해 반박을 하는 사람이 전혀 없다. 오픈된 공간인 SNS에선 사람들이 누구나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다. 토론을 통해 자정활동이 되는 것이다. 애초에 주식 리딩방처럼 특정한 인플루언서가 절대적인 권한으로 여론을 리드하는 것에 대한 반작용으로 만들어진 게 주식SNS 플랫폼이다”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커피하우스를 창업하기 전에도 스타트업 대표로 있었다. 그는 “예전부터 주식을 하면서 해외 시장의 동향을 자주 확인했다. 보통, 금융 아이템은 미국에서 시작해 유럽으로 간 뒤 아시아로 온다. 퍼블릭닷컴 등이 성공하면서 국내에서도 비즈니스적으로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봤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증권사에서도 주식 SNS플랫폼에 관심을 가지는 전문가들이 많았지만, 사실상 본업에 집중하느라 이 일에 뛰어들 수 있는 여력이 많이 없었던 거 같다. 그래서 소셜인베스팅랩과 같은 업체와 제휴를 통해서 개미투자자에게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 그는 대기업인 증권사와 제휴해야 한다는 벽을 마주하게 됐다. 규모가 작은 기업인 만큼 투자를 받는 것도, 대기업과 사업을 함께 하는 것도 쉽지 않았던 것. 하지만, 2021년 사업을 시작하고 현재 직원은 30명이 넘을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고, 40억 이상의 투자를 받았다.
그는 “창구 프로그램에서 3억 원의 지원을 받았는데 사업을 확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또한, 구글팀에서 멘토링을 해주는데 이들은 스타트업의 페인 포인트(불편과 문제)를 잘 알고 있다. 사업을 확장할 때 필요한 것들과 함께 해외진출을 위한 전략, 구글 애드센스를 통해 수익을 얻는 방법 등 실용적인 내용을 배울 수 있었다.
자체적인 광고 모델을 만들려면 최소 5명의 직원이 이 일을 전담해야 하는데, 구글 애드센스는 광고 모델을 개발할 필요 없이 간편하게 바로 붙일 수 있어서 유용하다. 경쟁 업체나 유사 서비스에 대한 폭넓은 인사이트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것도 좋았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지금은 마케팅을 최소한으로만 하고 있다. 앞으로는 KB증권, SK증권, 나무증권 세 군데와 함께 프로모션을 진행할 예정이다. 마케팅을 통해서 이용자 수를 더 확대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어, “내년에는 일본에서도 서비스를 런칭한다. 일본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3대 증권사와 함께 제휴를 해서 앱을 개발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개미투자자가 많이 성장했기 때문에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글 / IT동아 정연호 (hoh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