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산업 육성 위해 대기업-스타트업 연계 강화하는 서울시
[IT동아 권명관 기자] 국내 많은 기업은 해외 시장을 개척하며 성장했다. 한정적인 국내 내수 시장을 넘어 더 넓은 소비 시장을 향한 도전은, 기업이 지속적인 성장과 확대를 위해 피할 수 없는 강제적인 선택에 가까웠다. 이에 해외 시장을 향한 기업의 도전을 정부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판로 개척, 해외 진출 등과 같은 지원 사업은 지금 이 순간에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과거 국내 기업은 해외 진출을 시도하며 한국 기업, 한국 제품이라는 사실을 굳이 드러내지 않거나, 가급적 숨기기도 했다. 해외 시장에서 낮았던 한국의 인지도,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신뢰 등으로 오히려 가치를 낮게 평가받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정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이기에 관심 받고 러브콜까지 받는 ‘코리아 프리미엄’이 생기고 있다. BTS(방탄소년단), 오징어게임, 기생충 등 한류의 인기에 힘입어 전 세계에서 K-프리미엄이 작동하고 있다. 문화 콘텐츠를 통해 확산하고 있는 한류는 식품, 패션, 뷰티, IT테크 등 다른 산업으로 빠르게 확산 중이다. 해외 시장에서 생소한 제품이라도 K-프리미엄이 붙으면, 믿고 보는 제품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한류 열풍을 타고 국내 뷰티(이하 K-뷰티) 산업도 해외 각지에 진출하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화장품 기업들은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 2020년 75억 7,000만 달러 규모의 화장품을 수출하며 프랑스, 미국에 이어 세계 3위 수출국으로 부상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21년 국내 화장품 수출액은 10조 5,099억 원(92억 달러)를 기록해 전년 대비 21.3% 증가했다. 이는 한국의 주요 수출 품목인 가전(86억 달러), 의약품(84억 달러), 휴대폰(49억 달러)를 웃도는 수치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 K-뷰티는 주류 시장에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에서 한국은 프랑스, 캐나다에 이어 미국의 3대 화장품 수입국으로 이름을 올렸다. 지난 2021년, 한국 화장품의 대미 수출액은 7억 1,215만 달러로 전년 대비 32.3% 증가, 미국 전체 화장품 수입시장 성장률인 22.5%를 웃돌았다.
다만, 가장 큰 시장이었던 중국이 수출장벽을 높이는 등 시장 상황 악화로 이를 돌파할 타개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국내 화장품업계를 이끌고 있는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잇따라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2022년 11월 5일 기준 화장품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연결 기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33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2% 감소했으며, 매출은 1조 218억 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5.9% 줄었다. 순이익은 323억 원으로 마이너스 29%를 기록했다. LG생활건강 역시 3분기 매출은 같은 기간과 비교해 7% 감소한 1조 8,703억 원, 영업이익은 44.5% 줄어든 1,901억원으로 집계됐다. 두 기업 모두 해외 매출의 하락 원인으로 중국 봉쇄 정책으로 인한 소비 둔화를 지목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K-뷰티의 성공은 한류와 민간 영역의 아이디어로 단기간에 급속하게 성장했다. 하지만, 앞으로 대표적인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소재, 기술 등 혁신 기술 개발을 위한 체계적인 전략과 정부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평가했다.
뷰티산업 허브 계획을 발표한 서울시
이에 서울시가 뷰티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원에 나섰다. 서울시는 뷰티·패션 디자인 산업 기반의 육성을 위해 글로벌 뷰티산업 허브 계획 '서울비전 2030'을 발표하며, 오는 2026년까지 5년간 총 2,040억 원을 투자한다. 또한, 경쟁력을 강화해 2025년까지 뷰티·패션 예비 유니콘 기업 수를 현재 8개에서 12개로 늘리고, 세계 100대 뷰티·패션 기업을 현재 4개에서 6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뷰티산업 일자리는 현재 6만 명 수준에서 10만 명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서울시는 국내 뷰티산업의 약점으로 꼽히는 대기업 중심의 양극화 해결을 위해 뷰티 관련 스타트업 육성과 전문인력 양성을 통해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그간 기술 교육에 집중했던 기존 공공·민간 영역의 뷰티교육을 보완하고, 뷰티산업계에 필요한 산업 특화 인력을 육성하기 위한 체계를 만들 방침이다.
국내 뷰티산업은 타 산업 대비 비해 중소기업 비율이 높은 편이다. 화장품 업계의 소기업·소상공인 비중은 99.2%에 이르지만, LG생활건강과 아모레 등 2개 대기업이 국내 생산실적의 60%를 점유한다. 화장품 사업체당 평균 매출액은 1억 1,000만 원으로 서울 전체 22억 5000만 원의 4.8%에 불과하다.
이러한 구조를 혁신하고자 서울시는 생태계 기반 조성을 위해 내년부터 1,000억 원 이상 규모의 '뷰티산업 육성 전용 펀드'를 조성하고, 뷰티 스타트업과 산업 전문인력을 육성할 방침이다. 뷰티산업 전용 펀드는 신용이나 담보가 부족해 일반 금융권으로부터 금융 지원을 받지 못하는 뷰티산업의 중소기업, 초기 창업기업, 청년 스타트업에 모험자본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뷰티·패션 산업에 특화된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서울 뷰티 비즈니스 아카데미’도 만든다. 현장 수요가 많은 브랜드 매니저, 상품기획자 등의 전문인력과 SNS 활성화로 영향력이 커진 마케팅 트렌드에 맞춰 인플루언서를 양성할 계획이다.
대기업과 스타트업을 연결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서울시는 유망 뷰티 스타트업을 매년 10개 이상 발굴하고, 대기업과 협력할 수 있는 ‘오픈 이노베이션’도 추진한다. 최근 일본의 화장품 제조사 시세이도 코리아와 손잡고 뷰티 분야 혁신기술을 찾기 위해 나선 ‘시세이도x서울 스타트업 오픈 이노베이션(Seoul Startup Open Innovation)’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번 프로그램은 서울창업허브와 시세이도 코리아가 주관하고, 우수기업 모집을 한국무역협회,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등 유관 창업기관이 나선다.
서울창업허브에서 진행하는 개방형 혁신에 뷰티 분야 제조사가 참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뷰티테크·뷰티 디바이스·뷰티 메디컬·친환경·차세대 화장품 총 5개 분야에서 스타트업 5개 사를 오는 11월 18일까지 모집한다. 기업 선발은 시세이도 코리아의 ‘코리아 이노베이션 센터’가 직접 진행한다. 자세한 모집 분야는 ‘뷰티테크 (딥러닝, 자연러 처리 등 뷰티테크 관련)’, ‘뷰티디바이스(피부 분석, 무선 주파수, 이온토포레시스, 빛 치료 등)’, ‘뷰티 메디컬(피부 침투, 상처 치유, 마이크로니들 등)’, ‘친환경(비건, 할랄, 업사이클링, 재활용 가능 패키지 등)’, ‘차세대 화장품(기타 혁신적인 뷰티 제품)’이다.
선발된 기업은 사업화 검증(PoC, Proof of Concept) 기회 제공 및 신기술/신상품 개발 협력 등을 비롯해 서울창업허브 사무공간 지원 및 협력 파트너사의 투자유치 검토 등의 후속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또한, PoC 결과에 따라 시세이도 코리아로부터 후속 투자도 받을 수 있다.
하나증권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일본의 화장품 시장은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 3위 규모에 이른다. 2019년 기준, 일본의 화장품 시장 규모는 357억 달러(약 51조 4,900억 원)로 전 세계 화장품 시장의 9%를 차지하며, 이는 국내 화장품 시장 규모의 약 3배에 달하는 규모다.
SBA 서울창업허브에서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협력을 담당하고 있는 최수진 책임은 “이번 시세이도X서울 스타트업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서울시가 주력하는 뷰티산업 육성에 오픈 이노베이션을 적극 활용하고자 한다. 150년 역사를 지닌 시세이도와의 이번 협업을 통해 국내 뷰티산업이 조금이나마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국내 스타트업이 안정적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스케일업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앞으로도 스타트업과 대기업과의 연계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동반성장할 수 있는 성장 사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전했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