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내 미술시장 더 높이 날려면 ‘미술품 가치 평가 시스템 구축’에 힘 모아야

권택경 tk@itdonga.com

[IT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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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에 개최된 아트페어 프리즈 런던과 제1회 아트 바젤 파리+에서는 개막 첫날부터 수십억에 달하는 미술품이 완판됐다. 프리즈 런던 행사 동안 세계적인 경매 회사 크리스티(Christie’s)와 소더비(Sotheby’s)에서 열린 경매는 낙찰률 100%를 기록하며 글로벌 미술시장의 성장세를 짐작게 했다.

앞서 지난 9월 국내 최초로 열린 글로벌 아트페어 ‘프리즈 서울’도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당시 행사장에는 총 7만여 명이 방문했으며 총 7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미술시장이 2008년 이후 10여년 만에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평가한다.

출처=테사
출처=테사

이 같은 미술시장의 호황 요인으로 전문가들은 MZ세대의 시장 유입을 손꼽았다. 최근 MZ세대 사이에서 최소 1천 원부터 투자할 수 있는 미술품 조각투자 플랫폼이 큰 인기를 끌었고 이들은 미술계의 큰 손으로 부상하고 있다. 실제로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매년 발표하는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0년 이후로 10여년간 5000억 원을 넘지 못하던 연간 미술품 거래액이 2021년에 9223억 원을 상회했다.

미술 시장 성장에 따라 부각되고 있는 ‘미술품 가치평가’의 중요성

미술품을 자산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늘어남에 따라, 미술품 가치평가가 매우 중요한 항목으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상속이나, 증여 등 특정한 목적으로 시행되는 미술품의 ‘가치평가’ 영역은 평가 목적에 알맞은 공정한 시장가격을 산출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가치평가는 기존 미술 유통시장에서 미술품 가격이 결정되는 방식과는 다른 영역이다. ‘가치평가’는 누군가 특정 목적을 위해 가치평가를 의뢰하면 전문성과 독립성을 기반으로 평가 목적에 맞게 해당 작품의 경제적 가치를 판정하고 가액으로 산출해내는 일을 말한다.

일찍이 미술품을 자산으로 취급하던 해외의 선진 시스템을 살펴보자. 세계에서 가장 큰 미술시장 규모를 가진 미국은 ‘미술품 가치평가사’를 전문적으로 양성해 대중들이 쉽게 가치평가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미국 최초로 설립된 감정사 협회인 AAA(Appraisers Association of America)의 경우, 100여 개의 세분화된 감정 분야를 다루고 있으며 단계별 인증제도를 거친다. 또한 협회 소속 여부로 감정가 자격을 제한하고 있지 않으며, 감정사들의 명단 및 연락처를 공공연하게 알려 미술품 소장가가 직접 문의할 수 있다. 이 외에도 ISA(International Society of Appraises), ASA(Appraisers Society of America) 등이 대표 단체로 알려져 있다.

출처=AAA 홈페이지 캡처
출처=AAA 홈페이지 캡처

유럽에서는 미술품 감정의 대중화를 위해 다양한 미술품 감정 기관들이 가치평가를 포함한 자문(Art Advisory)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1914년에 설립되어 100년 이상의 연혁을 가진 영국의 걸 존스(Gurr Johns)가 대표적이다. 전 세계 총 6개의 지사를 둔 걸 존스에서는 160명의 전문가가 매년 100달러 이상의 가치를 지닌 자산들을 USPAP(통일전문평가 실무기준, Uniform Standards of Professional Appraisal Practice)에 맞춰 평가한다. 이외에 소더비와 크리스티에서도 가치 평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해외 미술품 거래량 증가에 비해 현저히 부족한 국내 감정평가 채널

그렇다면 국내 미술시장의 현실은 어떨까? 현재 국내에서는 한국고미술협회, 한국화랑협회,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 등이 대표 감정단체로 활동 중이며 미술품의 종류에 따라 맞춤형 가치 평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외에는 필요에 따라 동산 및 부동산과 같은 재산의 가격을 감정하는 법적 자격을 가진 감정평가사가 미술품 감정 업무를 수행하기도 하며, 미술품 감정 단체나 회사, 옥션에서 주로 미술품 감정 업무를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아트페어 및 경매기관에서 거래량이 많은 국내외 작가들의 근ㆍ현대 미술품을 모두 다루고 있는 기관은 한국화랑협회과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까지 단 두 곳이다. 최근 국내 컬렉터들이 해외 갤러리나 경매기관을 통해 거래하는 양을 고려한다면 국내에서 해외 미술품의 가치평가를 의뢰할 수 있는 채널이 매우 한정적이라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

현재 부흥하고 있는 미술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진위감정에서부터 가치평가까지 해당 분야의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한 까닭이다. 다양한 해외 미술품의 감정 및 가치평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미술품 감정과 가치평가기관의 교류를 통한 시스템 체계화를 도모해 한국이 아시아 미술시장의 중심으로 자리 잡는데 중요한 밑거름을 만들어야 할 시점이다.

글 / 테사 에셋 김상아 아트 애널리스트

테사 에셋 김상아 아트 애널리스트는 고려대 고고미술사학 학사, University of Leicester Museum Studies 석사 과정 졸업 후, 대영박물관, 코트라 런던 무역관에서 재직했다. 현재 테사 에셋에서 글로벌 미술 시장 분석 및 블루칩 미술품 매입/매각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정리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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