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스웨덴·영국·프랑스의 최신 스타트업 지원·육성 정책은?
[IT동아 차주경 기자] 세계 각국 정부는 여러 가지 스타트업 지원·육성 정책을 편다. 자금 직간접 지원과 세제·규제 특례, 기술·제품 연구 개발과 네트워킹 공간으로 쓸 스타트업 특구 조성, 해외 투자금과 인재 유치 정책 등이 골자다.
세계 각국 정부의 스타트업 지원·육성 정책의 내용은 대개 비슷하지만, 나라별 특성을 반영한 독특한 지원 정책도 있다. 수원대학교 글로벌창업대학원 김성민 주임교수, ‘창업정책연구와 자금확보 로드맵 수립’을 수강하는 대학원생들은 세계 각국의 최신 스타트업 육성·지원 정책을 조사, 정리했다. 이 가운데 해외의 정책 가운데 우리나라에 도입할 만한 것을 찾아 제언할 목적이다.
독일 - 베를린 중심으로 풍부한 자금 지원, 창업보육센터도 활약
독일은 시장조사기업 스타트업블링크가 선정한 ‘유럽에서 스타트업에 가장 적합한 생태계’를 가진 국가다. 독일 정부는 200억 유로(약 27조 7,600억 원)를 투자해 이 기조를 강화한다. 최근 코로나19 팬데믹이 세계를 휩쓸자, 독일 정부는 어려움에 빠진 스타트업을 도울 지원금 120억 유로(약 16조 6,510억 원)를 편성하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스타트업이 경제 발전을 이끌 것이라는 확신 덕분이다.
독일 정부의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 ‘유럽 회복 계획(ERP)’은 독일 개발은행이 펀드 하나당 5,000만 유로(약 700억 원)를 VC에 투자하도록 이끈다. 스타트업이 시리즈 C, D 이후의 투자금을 유치하도록 ‘독일미래기금’도 35억 유로(약 4조 8,580억 원) 규모로 만들었다.
독일의 최신 스타트업 지원 정책의 허브는 베를린이다. 최대 5만 유로(약 7,000만 원) 상당의 ‘창업 보너스’는 베를린 소재 영리 기업 설립자와 스타트업을 돕는 프로그램이다. 독일의 유명 사회적 기업 슈퍼쿱(Super Coop)이 이 프로그램 덕분에 성장했다. 1만 5,000 유로(약 2,100만 원) 상당의 수공업자 대상 ‘마이스터 창업 보조금’도 돋보인다. 독일 장인 시험에 합격한 수공업자가 4년 이내 창업 시 받는 보조금이다. 수공업자가 새 일자리를 만들면 7,000유로(약 980만 원)를 더 보조한다.
독일 베를린은 혁신 스타트업의 지분을 사려는 개인 투자자를 도울 ‘인베스트 벤처캐피탈 보조금’, 학생과 연구자의 창업을 돕는 ‘EXIST 창업인 장학금’도 운영한다. 베를린에서 스타트업을 세우면 대학교가 인건비와 인프라, 네트워킹을 지원하는 ‘베를린 스타트업 보조금’도 있다. 덕분에 독일 스타트업 투자금 유치 건수의 40%가 베를린에서 이뤄졌다.
독일 스타트업 지원을 맡은 기관 창업보육센터는 1983년부터 기업 부흥을 위해 힘썼다. 이어 1998년 독일 혁신기술창업센터협의회(ADT) 발족 후, 이를 중심으로 연구소와 기술이전 사무소, 금융 기관과 전문가들이 연합해 스타트업 지원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이들은 자금 지원을 기본으로 창업 기관과 단체를 한 몸처럼 운영, 국가 전체의 경쟁력으로 만들자는 목표를 공유한다.
조사 : 유상준 수원대학교 창업보육센터 팀장 / 출처 : KOTRA 해외시장뉴스, 베를린 스타트업인큐베이터, IBB 비즈니스팀
스웨덴 - 창업 친화 정서, 스케일업 지원해 유니콘 선진국으로
무선 통신 앱 스카이프(Skype),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Spotify), 배터리 개발 기업 노스볼트(Northvolt). 이들은 모두 스웨덴 스타트업이다. 스웨덴 창업 생태계의 특징은 크게 네 가지, ▲우수한 창업 지원 제도와 인프라 ▲스케일업과 투자 유치 특화 ▲전문 연구 인력을 앞세워 세계 혁신 리딩 ▲창업 친화적인 문화다.
스웨덴 정부뿐만 아니라 민간 단체도 창업 지원 제도를 운영하고 인프라를 구축한다. 대학교, 연구 기관과 금융권이 규제 완화와 세제 혜택, 지식재산권 보호 제도를 함께 만든다. 스웨덴에는 상속세와 부유세가 없다. 스톡옵션 급여세도 면제여서 창업하기 좋은 나라로 꼽힌다. 무상 의료와 교육 등 사회안전망도 함께 구축해 창업 실패 부담을 줄인다.
스타트업의 내실을 다지고 성장을 유도하는 스케일업 사업도 활발하다. VC 투자와 CV 협업 모두 활발하며, 이 덕분에 세계 각국의 투자금이 스웨덴으로 쇄도한다. 이 유동성으로 정보통신 시설과 인재를 육성한다. 스웨덴은 유럽에서 글로벌 혁신 지수 1위(2021년)에 올라선 나라다. 정보통신 접근성과 활용성, 대학교의 연구 능력과 교육 투자액, 고급 기술 인력의 비율과 영어 사용 인구 비율, R&D 지출과 신규 특허 출원 수 모두 수위를 기록한 결과다. 이는 자연스레 창업에 친화적인 정서, 문화로 이어진다.
스웨덴은 지금까지 유니콘 스타트업 35곳을 배출한, 인구 1인당 유니콘 스타트업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다. 그 중심에 스웨덴 혁신청 VINNOVA가 있다. 지역별 특화 클러스터에서는 지금도 제조와 바이오, 로봇과 식품산업 등 부문별 전문 지식을 연구하는 스타트업이 태어난다. 스타트업간 인수합병과 기업공개도 활발하다. 2022년 1월~2022년 10월까지 스웨덴 스타트업들이 유치한 투자액은 43억 유로, 약 6조 원에 달한다.
조사 : 이정민 (주) 라비돌 / 출처 : Kotra, World Economic Forum
영국 - 혁신 기술에 풍부한 금융 자금 더해 스케일업에 집중
영국 스타트업의 중심은 런던이다. 나아가 런던은 5,900여 개의 스타트업이 활동 중인, 유럽 기술의 수도로도 불린다. 세계 금융 센터로 불릴 만큼 자금 운용 규모가 큰 이 곳에 예비 창업자와 기술자들이 모이면서 자연스레 스타트업 생태계가 만들어졌다. 2017년 기준, 런던 스타트업들이 유치한 투자 금액은 총 24억 5,000만 파운드(약 3조 8,000억 원)에 달한다.
스타트업 문화는 런던 외 다른 영국 도시에도 긍정 효과를 끼쳤다. 도시마다 각기 다른 유형의 스타트업이 발전한 것도 눈에 띈다. 캠브리지는 인공지능, 브라이턴은 창조 산업을 주로 다룬다. 맨체스터에는 하드웨어 스타트업이, 글래스고에는 컴퓨터 사이언스와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이 많다. 뉴캐슬과 리버풀 등 영국 주요 도시에서도 각각 디지털 콘텐츠와 5G·VR 스타트업들이 활동 중이다.
이는 영국의 창업 클러스터 육성 정책 ‘테크 네이션’과 연관이 있다. 미국 실리콘 밸리 조성을 목표로 2010년 이 정책을 마련한 영국 정부는 2011년, 이를 고도화해 TCIO(Tech City Investment Organisation)을 세운다. 이 조직은 2014년 테크 시티 영국(Tech City UK)로 이름을 바꾸고, 바람직한 스타트업 창업 생태계를 만들려 노력 중이다. 테크 네이션은 ▲창업 초기 네트워킹 프로그램 ▲창업 중기 업스케일 프로그램 ▲창업 마무리 퓨처 50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해외 우수 인력과 스타트업을 유인할 테크 네이션 비자도 운용한다.
영국 정부는 ‘소수의 리더급 스타트업이 성장하면 여러 개의 일자리를 만든다’는 인식 하에 스타트업의 성장을 돕는 스케일업에 집중한다. 세계 최초로 스케일업 육성 전담 기관 ‘스케일업 인스티튜트(Scale Up Institute)’를 세워 2034년까지 일자리 15만 개, GDP 2,250억 파운드(약 359조 4,900억 원) 증대라는 목표를 세웠다.
스케일업 인스티튜트의 지원은 ▲40여 개의 멘토링 프로그램과 400만 파운드(약 64억 원)의 기금을 운용하는 ‘CEC(Carrers & Enterprise Company)’ ▲10개월간 경영 전문성을 강화할 코칭과 멘토링, 워크샵을 제공하는 ‘스케일업 리더스 아카데미’ ▲고성장 기업과 전문가, 투자자 사이 커뮤니티를 만들어 성장과 투자 유치를 돕는 ‘Elite Programme’ 등이 있다. 영국 BBB(British Business Bank)도 단계별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출처 : Kickstart Asia
프랑스 - 민간과 정부 힘 합쳐 대형 스타트업 지원 사업·공간 조성
프랑스 스타트업들은 2021년 투자금 115억 유로(약 16조 1,078억 원)를 확보했다. 벤처 투자 자본이 프랑스의 핀테크, SaaS 스타트업을 주목한 덕분이다. 스타트업 육성이 나라의 미래를 좌우한다는 마크롱 대통령의 주장 아래, 프랑스는 2017년 이후 여러 스타트업 지원 전략을 꾸렸다. 중추는 ‘La French Tech’다. 스타트업 선정과 지원은 물론 유망 스타트업의 스케일업 선발 지원 프로그램 마련, 공동 펀드 조성과 해외 기업의 투자를 이끌 국제 행사 참여 보조금 정책을 이 기관이 만들어 운용 중이다.
2019년 만들어진 French Tech Next 40/120은 매년 120개 스타트업을 1차로 선정하고, 이 가운데에서도 매출 규모가 꾸준히 늘고 3년간 1억 유로(약 1,400억 원) 이상의 투자금을 유지한 우수한 스타트업 40곳을 2차 선정해 집중 육성한다. 프랑스 노동청과 관세청, 중앙은행 등 정부 부서 역시 이들을 전폭 지원한다.
스타트업의 성장을 이끄는 공간 ‘Station F’도 눈에 띈다. 2017년 문을 연 이 곳은 프랑스 주요 인터넷 기업 Free 그룹의 창시자가 2억 5,000만 유로(약 3,500억 원)를 들여 만들었다. 여기에 구글과 메타, 네이버 등 세계 정보통신 기업은 물론 프랑스 대학교와 투자자들도 힘을 보탰다. 여의도 공원 15개를 합친 것만큼 넓은 이 공간에 스타트업 1,000여 곳이 입주했다. 매년 600여 개의 스타트업 행사가 이뤄지는 Station F는 프랑스의 스마트 시티 계획을 이끄는 엔진 역할을 한다.
Station F가 운영하는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도 있다. ‘Lunch by Station’은 창업 시 필요한 도구를 무상 지원하고 비즈니스모델 선정, 상표와 홍보 전략 수립을 돕는 서비스를 지원한다. ‘Founders Program’은 초기 단계 스타트업 가운데 우수한 곳을 선정해 네트워킹과 워크샵, 멘토링으로 성장을 돕는 프로그램이다. 어려운 환경에서 고군분투하는 스타트업과 대표를 돕는 ‘Fighters Program’, 여성 건강 기술을 연구 개발하는 스타트업을 집중 지원하는 ‘Fem Tech Program’도 운영한다.
프랑스 정부는 경기 부양 정책, 미래 투자 프로젝트 등 대형 지원 사업을 꾸준히 펼 예정이다. 기업 활동을 진작할 세제 혜택, 해외 인재를 유치할 비자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어서 프랑스에 진출하려는 우리나라 스타트업들이 참고할 만하다.
조사 : 조정숙 (주)삼성플라텍 / 출처 : 프랑스 경제부, EY France,KOTRA 파리 무역관(KOTRA&KOTRA),프랑스 경제부 사이트
※수원대학교 글로벌창업대학원 '창업정책연구와 자금확보 로드맵 수립'은 우리나라와 창업 선진국의 지원 정책을 비교 분석하고, 가장 알맞은 창업 지원 정책을 발굴해 정부에 제언한다. 중소벤처기업 맞춤형 자금확보 로드맵 설계도 다룬다. 이를 토대로 창업자들의 실패를 최소화하고 정부 정책을 적재적소에 추천하는 창업 전문가를 육성하는 과목이다. 나아가 스타트업 성장 단계에 따라 창업·금융·인력·기술·R&D·판로·수출지원 등 정책자금 확보를 위한 실전 전략과 출구(EXIT)전략인 IPO, M&A 노하우도 전수한다. 국책과제 심사위원, 스타트업 CEO 경력을 가진 전문가가 실전 위주 교육과 멘토링을 제공, 스타트업의 자금 확보 실전 전문가를 양성하는 과목이기도 하다.
글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