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먹통 '불씨' 된 배터리…스마트폰 등 소비자 제품도 안심은 금물
[IT동아 권택경 기자] 지난 15일 카카오 먹통 사태를 일으킨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가 배터리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배터리 화재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도 커지고 있다.
이 사건에서 화재 원인이 된 건 무정전 전원 장치(UPS)의 배터리다. UPS는 전원 공급이 불안정하거나 일시적으로 중단됐을 때 일정 시간 동안 비상 전원을 공급해주는 장치다. 데이터센터를 위한 보조배터리라고 할 수 있는 셈이다.
UPS에는 과거에는 보통 납축전지가 많이 사용됐지만 현재는 대부분 리튬이온 배터리가 사용되는 추세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다른 소재 배터리보다 가볍지만 에너지 밀도나 출력이 우수하며, 무게도 더 가볍다. 니켈 소재 배터리처럼 완전 방전하지 않으면 용량이 줄어드는 ‘메모리 효과’도 발생하지 않는다. 이런 이점들 때문에 리튬이온 배터리는 UPS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을 비롯한 각종 소비자 가전과 전기차 등 많은 분야에 널리 활용된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도 드러났듯 리튬이온 배터리는 안정성이 다소 떨어져 화재를 유발할 위험이 있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실제로 리튬이온 배터리가 불씨가 된 화재 사고 소식은 심심찮게 전해진다. 항공사들이 보조배터리를 위탁수하물로 맡길 수 없게 하고, 일정 용량 이상의 배터리가 달린 전자기기의 반입을 거부하는 것도 화재 위험성 때문이다.
소비자 가전에 사용되는 배터리는 보호회로 등 안전장치도 마련되어 있고, 용량도 비교적 작아 UPS만큼 화재 위험성이 높지는 않다. 하지만 최근에는 일반 소비자들도 전동킥보드, 전기자전거, 드론, 전기차 등 대용량 배터리 기기를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그에 따른 화재 사고도 늘어나고 있다.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시스템 통계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전동킥보드 화재는 39건, 전기자전거 화재는 11건, 드론 화재는 10건이었으며 휴대폰에 의한 화재도 7건 일어났다.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에 취약한 이유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화재 위험성이 높은 원인으로 지목되는 건 ‘전해액’이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리튬이온이 음극과 양극 사이를 이동할 때 발생하는 화학적 반응으로 전기를 생산한다. 리튬이온이 양극에서 음극으로 이동하며 배터리가 충전되며, 다시 음극에서 양극으로 돌아가며 전기를 방출한다. 전해액은 이때 리튬이온이 원활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돕는 매개다.
문제는 이 전해액이 불이 붙기 쉬운 액체 소재라는 점이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문제가 없겠지만 과충전, 과방전, 충격, 노후화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배터리에 가해지는 부하가 커지면 온도가 급격히 상승하는 ‘열폭주’ 현상이 일어나며 화재나 폭발로 이어질 수 있다. 전해액을 화재 위험이 낮은 고체 소재로 대체하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많은 기업이 몰두하고 있는 것도 전해액으로 인한 리튬이온 배터리의 안전성 문제를 근본부터 해결하기 위해서다.
사용 및 보관 시 유의해야 할 점은?
배터리를 과충전하거나 과방전하는 행동은 배터리의 수명에도, 안전에도 좋지 않다. 물론 믿을만한 제조사에서 만든 기기라면 배터리 수명과 안전성을 높이는 보호회로와 소프트웨어 기능 등이 충실하게 탑재되어 있기 때문에 화재 사고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아무리 안전한 기기라도 불량이나 노후화 문제로 인한 사고 위험은 여전히 존재한다.
스마트폰을 밤새 충전기에 꽂아두는 정도로 문제가 되는 경우는 흔치 않지만, 안전을 우선시한다면 가급적 자제하는 편이 좋다. 마찬가지로 장기간 집을 비울 때 전자기기를 충전해놓는 일도 삼가야 한다. 특히 전동킥보드, 전기자전거는 상대적으로 안전성이 떨어지며, 사고 시 피해도 더 크기 때문에 충전 상태로 방치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또한 배터리는 온도에 민감하므로, 난방 중인 침구나 바닥에 기기를 둔 채로 충전하는 일이 없도록 한다.
범용 충전기를 이용할 수 있는 기기라면 상관 없지만, 전용 충전기를 요구하는 제품이라면 지시에 따라 반드시 적정 전류와 전압을 공급할 수 있는 전용 충전기를 사용해야 한다.
외부 충격으로 배터리 외장재가 손상된 경우도 유의해야 한다. 특히 전동킥보드처럼 외부 충격에 노출되기 쉬운 기기라면 충전 전에 배터리 부분에 물리적 손상이 없는지 반드시 확인하는 게 좋다. 외부 손상이 없더라도 배터리 부분이 부풀어 올랐다면, 전해액이 기화하며 내부 압력이 높아진 상태라는 의미이므로 사용하지 않고, 폐기해야 한다.
기기를 장기 보관할 때는 완전 충전이나 완전 방전 상태보다는 50% 내외로 충전한 뒤 서늘한 장소에서 보관하는 게 좋다. 다만 어느 정도 충전해놓았더라도 자연 방전이 이뤄지기 때문에 보관 기관이 길어진다면 중간중간 주기적으로 배터리 상태를 확인하여, 필요하다면 추가로 충전해주는 게 좋다.
만약 앞으로 다시 사용할 일이 없는 기기라면 무작정 보관하기보다는 개인 중고판매나 제조사에서 제공하는 보상판매나 지자체 지침에 따라 폐전자제품으로 분리배출하는 편이 자원 재활용에도, 안전에도 더 낫다. 분리형 배터리 등 배터리만 따로 폐기할 경우에는 건전지처럼 공동주택에 마련된 폐전지류 공동 수거함이나, 동주민센터 등에 마련된 전용 수거함을 이용하면 된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