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패스로 떠오른 '캐플릭스', 기업 문화는 '두레이'로 혁신
[IT동아 남시현 기자] 제주도에서 렌터카의 가격 비교로 시작해 제주 여행의 모든 것을 담는 ‘슈퍼앱’을 꿈꾸는 서비스가 있다. 이 서비스는 렌터카는 물론 제주 여행 콘텐츠와 액티비티, 숙박 사업까지 추진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제주도 내 ESG(환경, 사회, 기업 지배구조) 실천까지 추진하고 있다. 제주 렌터카 가격비교로 잘 알려진 ‘제주패스’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캐플릭스’의 이야기다. 2015년 설립된 캐플릭스는 제주여행의 진심, 제주의 모든 것을 담자는 취지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으며, 올해는 매출 1천 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캐플릭스의 김진휘 ESG 팀장을 만나 캐플릭스의 목표와 방향, 그리고 사내 문화에 대해 들어봤다.
“우리 사업은 제주를 빌리는 것, 보호 의무 당연해”
캐플릭스의 이야기는 2015년, 윤형준 대표가 국내 최초의 렌터카 OTA(Online Travel Agency) 서비스인 ‘제주패스’부터 시작한다. 윤 대표는 제주도 출신으로 내륙에서 호텔 PMS(자산 관리 시스템)를 운영한 경력이 있다. 그러다가 본인의 고향에서 렌터카가 전화로만 사업을 진행하는 것을 보고 PMS 운영 경험을 결합해 제주패스 서비스를 시작했다. 렌터카 사업자의 협력은 렌터카의 자원을 컴퓨터 및 네트워크로 자동화 관리하는 ERP(전사적 자원 관리) 시스템을 제공하는 것으로 해결했고, 실시간 클릭으로 렌터카가 예약되는 체계가 만들어지며 본격적인 성장세를 시작한다.
현재는 렌터카 사업은 물론 항공과 숙박, 트립, 카페패스, 맛집까지 서비스를 확대했으며, 전국단위 렌터카 서비스인 모자이카도 진행하고 있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캐플릭스만의 독창적인 사업이다. 김 팀장은 “항공 부문은 국내 여섯 개 항공사와 관계를 맺어 운영하고 있으며, 숙박은 제주 현지의 이야기를 전한다는 테마로 진행하고 있다. 하반기에 론칭한 트립은 액티비티는 물론 제주도 1주일 혹은 한 달 살기를 꿈꾸는 이들을 위해 숙박 등과 연계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라며 사업 개요를 설명했다. 또한 제주도 전역의 200여 개 카페와 협약을 맺고, 지정된 카페에 방문할 시 음료를 서비스로 받는 카페패스도 운영하고 있다.
여기까지만 보면 제주도 내 관광 사업이지만, 이들이 추구하는 방향은 더 높은 곳에 있었다. 김 팀장은 “캐플릭스 임직원의 월급은 제주도의 자연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우리가 더 많은 고객을 모집할수록 그만큼 자연도 파괴되는 만큼, 제주도를 지키는 일도 우리의 임무라고 생각한다”라며 설명을 시작했다. ESG 경영에 대한 사례로 “올해 2월에는 부산지방국세청, 제주관광공사, 제주스타트업협회와 손을 잡고 ESG 포인트를 기부하는 그린 앰버서더 캠페인을 진행했고, 다자요라는 스타트업과 함께 제주 폐가를 재생하는 빈집 재생 프로젝트로 진행한 바 있다”라고 말했다.
단순히 사업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사단법인 곶자왈사람들이 추진하는 ‘곶자왈 보호종 조사 사업’ 모금, 제주환경운동연합과 ‘천미천과 긴꼬리딱새 보호사업’ 모금, 제주민속 오일장 활성화와 탄소저감을 위한 여행 상품인 ‘오일장 쿠킹살롱’ 등 환경적인 문제도 구체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수평적인 기업 문화, 구성원 특성에 잘 맞았다”
제주도에 거점을 둔 스타트업인 만큼, 기업 문화도 남다르다. 김 팀장은 “캐플릭스 임직원의 30%는 토박이며, 70%가 외지 사람이다. 모두가 조금씩 다른 문화권에서 살아왔지만 수평적인 기업 분위기와 격식 없는 문화 교류를 통해 활기찬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캐플릭스의 강점은 수평적인 문화보다 효율적인 업무 추진 방식에 있었다. 바로 ‘두레이’다.
캐플릭스 역시 초기에는 전화와 카카오톡, 이메일로 소통을 주고받았다. 웹 기반의 프로젝트 관리 및 버그 추적 기능을 제공하는 협업 툴인 레드마인(Redmine)도 함께 활용했고, 영업이나 사업부는 슬랙(Slack)을 활용한다. 다만 레드마인은 기획과 디자인 부서가 참여하기 어려웠고, 파편화된 의사 소통을 통일하기 위해 협업 툴 두레이를 도입했다. 의사 결정이 빠르고 기민한 스타트업 조직답게 그 특성도 잘 살리고 있었다.
김 팀장은 “두레이의 프로젝트, 메일, 캘린더, 위키, 결재 기능을 모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홈 내에서 뉴스를 클리핑하거나 담당 업무를 배정하는 기능 등을 배치해놨다. 또한 부서마다 활용 방식을 최적화하고 있다. IT부서는 서비스에 문제가 생겼을 때 이를 포착하고, 개선점을 생성하고 운영 후 배포까지 하는 과정을 두레이의 프로젝트로 진행한다. 촬영이나 영업 등 시간 제약이 없이 일하는 부서는 업무 내역을 템플릿으로 공유해 관리한다”라고 답했다.
주목할만한 활용 방안은 ‘칸반보드’다. 칸반보드는 업무 단계를 시각화해 열로 나타내는 업무 관리 체계로, 프로젝트 업무 현황을 함께 결합해 쓰고 있다. 레드마인은 기획과 디자인 부서가 참여하기 어려웠는데, 두레이의 칸반보드를 활용해 서비스 개발이 통일됐다. 김 팀장은 “칸반보드는 보통 개발 부서에서 쓰는 기능으로, 사이트 개선점이나 작업 내역을 공유하는 걸로 시작한다. 그럼 부서에서 승인 후 기획한 다음, 디자인 부서로 넘어간다. 마지막으로 개발 과정 이후 품질 보증을 거쳐 배포까지 진행한다. 이 과정이 달력처럼 나열되므로 여러 부서가 공동으로 작업할 때 효율성이 극대화된다”라고 답했다.
캐플릭스처럼 현장과 사무가 나뉜 스타트업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김 팀장은 “협업 툴 도입은 과도기가 있다. 없는 도구를 가져와서 쓴다면 일이 늘어난다고 생각하지만, 이 과정을 넘어서면 업무 효율이 극대화한다. 우리 역시 급격히 성장하면서 많은 조직원이 참여했지만 협업 툴의 기록 공유를 토대로 인수인계를 처리해 관리할 수 있었다. 성장하는 조직이라면 협업 툴을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답했다.
ESG 추구 이어나갈 것··· 해외시장 진출도 고려
캐플릭스는 제주도 기반 사업을 토대로 성장하며, 수익을 토대로 제주도에 환원하고 기여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그렇지만 핵심이 고객이라는 점은 분명히 인지하고 있다. 윤형준 대표가 ‘고객을 관찰하는 것만이 우리가 살 길이다’라는 말을 한 것과 관련해 김 팀장은 “캐플릭스는 고객을 위해 존재하는 회사다. 서비스를 시작할 때도 고객이 불편함을 느끼는 지점을 고려하지 않으면 승인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임직원들은 항상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며, 서로가 공감할 수 있는지를 고려한다”라며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아울러 앞으로 캐플릭스가 나아갈 길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그는 “올해 준비된 서비스는 모두 론칭한 상황이라 지금은 내년 상반기에 공개할 콘텐츠를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모빌리티 기술의 이점이 확산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사이판이나 오키나와 같은 제주도와 유사한 지역의 경우 여전히 실시간으로 렌터카를 주선하지 않고, 실제로 방문하면 다른 차를 주는 경우도 많다. 이런 불편함을 잡아냄으로써 더 큰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얘기를 마쳤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