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칩 자체 개발한 LG전자, “더 똑똑해진 LG 가전 기대할 만”
[IT동아 김영우 기자] 최근 등장하는 상당수의 가전제품은 사용자의 직접적인 조작 없이도 자동화 기능을 수행하는 인공지능(AI) 기술, 네트워크 접속을 통해 긴밀히 연동하는 사물인터넷(이하 IoT) 기술을 품었다. 영상 콘텐츠의 특성에 따라 화질이 자동 조정되는 스마트 TV, 실내 구조를 자동으로 인식해 효과적으로 청소하는 로봇청소기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AI와 IoT의 결합으로 보다 향상된 경험을 제공하고 삶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 요구가 많아지면서 기업들 역시 이에 부응하는 각종 솔루션 개발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온디바이스(On-Device) AI 칩이다. 이는 AI 처리에 최적화된 SoC(system on chip, 통합 시스템 반도체)로, 이를 탑재한 기기는 기존 제품 대비 한층 높은 차원의 자동화 기능을 구현할 뿐만 아니라 크기 및 전력 효율도 개선해 전반적인 활용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가전 기업 LG전자 역시 예외가 아니다. LG전자는 최근 자체 개발한 스마트 온디바이스(On-Device) AI칩인 ‘LG8111’을 선보였다. 이 칩은 지난 9월, 유럽 최대 가전 박람회인 이파(IFA)에서 처음으로 소개된 'LG 디오스 오브제컬렉션 무드업(이하 무드업)'에 탑재해 주목을 끌기도 했다.
취재진은 LG전자의 시스템 반도체 개발을 이끌고 있는 LG전자 SIC(System Integrated Circuit) 센터를 방문, LG8111 개발을 이끈 SIC 장운석 연구위원(이하 장운석 위원) 및 이진종 책임 연구원(이하 이진종 책임)을 만났다. 그들이 말하는 스마트 온디바이스 AI 칩 ‘LG8111’의 이모저모, 그리고 이 칩을 통해 LG전자가 바라보는 미래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 스마트 온 디바이스 AI 칩 ‘LG8111’의 특징 및 개발 경위는?
장운석 위원: 간단히 말하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AI는 향후 기술 및 산업의 트렌드가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LG전자 제품의 차별화를 위한 솔루션도 필요했다. 그래서 2017년부터 기획을 시작, 2018년에 LG8111의 시제품 칩을 내놓을 수 있었다.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칩이다.
LG8111은 한층 향상된 AIoT 플랫폼을 구현하기 위한 SoC다. ‘온디바이스 AI’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제품 자체적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AI를 처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특징이다. AI 가속 하드웨어를 내장하고 있어 영상, 음성, 제어 지능 등 다양한 지능을 구현하며, 여기에 와이파이를 비롯한 커넥티비티(connectivity, 연결성)까지 통합했다.
- 시중에 출시된 기존 스마트 가전제품 중 상당수는 2.4GHz 와이파이에만 호환된다. LG8111은 2.4/5GHz 와이파이를 모두 지원하는가?
장운석 위원: LG8111은 2.4GHz와 5GHz를 포함한 듀얼밴드 와이파이(802.11 a/g/n)를 지원한다. 다만 LG8111를 탑재한 모든 제품이 듀얼밴드 와이파이를 활용하는 것은 아니며, 제품 특성이나 설계 방향에 따라 2.4GHz 와이파이만 지원할 수도 있다. 5GHz 와이파이가 데이터 대역폭(데이터가 지나가는 통로)이 높긴 하지만 몇몇 제품은 높은 대역폭이 굳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2.4GHz 와이파이가 상대적으로 커버리지가 넓고 좀더 안정적으로 접속 가능한 장점도 있다.
- LG8111은기존의 솔루션 대비 어떤 차별점을 갖는가?
이진종 책임: 적용된 제품의 특성이나 이용 환경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기존의 범용 칩을 탑재한 가전제품 대비 확연히 향상된 처리능력을 기대할 수 있다.
이 칩이 개발되기 전의 스마트 가전제품은 자체 처리능력이 미흡해 클라우드에 많은 부분을 의존했고, 네트워크 접속이 끊어지면 성능 및 기능 저하가 심했다. 때문에 별도의 범용 칩을 추가해서 제품을 구성하기도 했는데, 이렇게 하면 제품의 크기를 줄이기 어렵고 가격이나 전력 효율 면에서도 불리하다.
하지만 LG8111은 이런 문제를 대부분 해결할 수 있다. 온라인 상태에서 보다 나은 성능과 기능을 발휘하겠지만, 오프라인 상태에서도 부족함 없는 AI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이용자에 따라, 혹은 이용 환경에 따라 온라인 접속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텐데, 이런 상황에서도 만족스러운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 LG8111이 실제 적용되어 성과를 거둔 사례를 소개해 달라
이진종 책임: 지난 9월 이파(IFA)에서 처음 소개된 무드업 냉장고가 양산제품 첫 적용 사례다. 무드업 냉장고는 냉장고 도어 열림을 음성으로 안내받을 수 있고 ‘LG 씽큐’ 모바일 앱 조작을 통해 냉장고 색상까지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 적용 가능한 색상 조합은 17만여가지(컬러를 변경할 수 있는 도어가 4개인 상냉장 하냉동 냉장고 기준)에 달한다.
이런 다양한 기능으로 공간의 가치를 높이고 고객의 감정까지 헤아리는 제품이다. 양산제품에 LG8111이 처음 적용된 사례이고 아직 출시 직후라 판매량 같은 구체적인 성과를 평가하긴 이르지만 시장의 전반적인 관심도는 상당히 높다고 들었다.
- LG8111과 같은 온디바이스 AI 칩은 가전제품 외에도 활용도가 높을 것 같다. 향후 전개 방향은?
장운석 위원: LG전자는 가전 회사이기 때문에 LG8111 역시 스마트홈을 이루는 가전제품에 우선 적용되지만 그 외에도 스마트카, 스마트팩토리 등의 다양한 분야에 적용이 가능하다. 어떤 제품에 적용하더라도, 또 어떤 상황에서 이용하더라도 안정적인 AI 성능과 기능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은 큰 강점이다.
또한 LG8111은 다양한 방향으로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는 것도 특징이다. 이전의 제품은 펌웨어 업데이트 정도만 가능했지만 LG8111을 적용한 제품은 하드웨어 액세서리 추가를 통한 기능 업그레이드도 가능하다. 또한 온디바이스 AI 칩이라는 특성을 이용, 스스로 진화해 다양한 개인화 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제품 하나가 아닌 여러 제품이 연동해 진화하는 플랫폼을 구성하는 것도 가능하다.
- 추가적으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다면?
장운석 위원: 기획 단계인 2017년부터 AI 시대의 도래를 예상하고 치열하게 스펙 검토 및 제품 개발을 이어갔다. 이렇게 LG8111 탑재 제품이 양산되는 것을 보니 감개무량할 따름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LG8111은 매우 높은 잠재능력을 갖췄다. 특히, 엔지니어가 의도한 사용자 경험을 매우 효과적으로 구현할 수 있으니 가전제품을 개발하는 사람 입장에서 매우 환영할 만하다. 이제 막 출시된 무드업 냉장고를 시작으로, 더 많은 LG전자의 제품에 이 칩이 적용되기를 기대한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