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층 복잡해진 아이패드 제품군, 주요 특징과 차이점은?
[IT동아 권택경 기자] 애플이 지난 19일 새로운 아이패드 프로와 아이패드를 발표했습니다. 아이패드 프로는 애플의 최신 칩세트인 M2가 탑재되고 애플펜슬 호버와 같은 새 기능이 추가되긴 했지만 눈에 크게 띄는 변화는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 새로운 아이패드는 홈버튼이 달린 전통의 디자인에서 탈피한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왔죠.
기본형 아이패드도 다른 아이패드처럼 전면을 디스플레이가 가득 채우는 디자인을 채택하면서 이제 겉만 봐서는 각 아이패드의 차이를 알기가 쉽지 않아졌습니다. 이전부터 애플 제품이나 아이패드를 써왔다면 몰라도요. 에어, 프로 같은 이름이 의미하는 바도 처음 접하는 사람이 명확하게 파악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번 10세대 아이패드를 중심으로 각 아이패드의 주요 특징과 차이점을 정리해봤습니다.
기본형 아이패드, 다른 모델과 차이는?
이름 뒤에 아무 것도 안 붙은 그냥 '아이패드'입니다. 모든 아이패드 중에 가장 저렴한 가격대를 지닌, 입문형 혹은 보급형 제품이라고 보면 됩니다. 저렴한 가격 때문에 교육용으로 널리 쓰입니다.
이번에 바뀐 제품은 10세대 제품인데요. 9세대까지는 지문 인식 기능인 터치ID가 내장된 홈 버튼이 있는 디자인이었는데, 이제 상위 제품인 아이패드 에어나 아이패드 프로처럼 전면 디스플레이를 채택해 홈버튼이 없어졌습니다. 그럼 터치ID는 어디로 갔냐? 측면에 있는 전원 및 잠금 버튼으로 이동했습니다. 아이패드 에어나 아이패드 미니와 같은 방식입니다.
겉모습은 같아도 가장 저렴한 제품인 만큼 ‘급 차이’도 분명 존재합니다. 먼저 두뇌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차이입니다. 이번 아이패드 10세대에는 A14 바이오닉이 탑재됐습니다. 아이폰12 프로와 프로 맥스에 탑재된 것과 동일한 칩세트입니다. 지금도 판매 중인 9세대 제품을 제외하면 아이패드 중 가장 오래된 칩세트지만, 여전히 충분한 성능을 지니고 있습니다.
물론 실사용에서도 유의미한 급 차이도 있습니다. 디스플레이 쪽이 그렇습니다. 일단 빛 반사로 인한 화질 저하 막아주는 반사 방지 코팅이 적용되지 않았고요. 라미네이팅도 빠졌습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처럼 터치 조작을 지원하는 디스플레이는 보통 전면 유리와 터치 센서, 디스플레이 패널 3층이 이뤄져 있는데요. 각 층 사이 간격을 최소화해서 접합하는 기술이 라미네이팅입니다. 화질도 더 좋아지고 터치감도 개선됩니다. 훨씬 더 저렴한 안드로이드 태블릿들도 대부분 라미네이팅 처리된 디스플레이를 탑재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많이 아쉬운 부분입니다.
이외에도 다른 아이패드와 달리 광색역(DCI-P3)이 아닌 sRGB 색영역만 지원한다는 점도 차이점입니다. 표현할 수 있는 색상 범위가 더 좁다는 뜻입니다. 일상적인 용도라면 사실 크게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지만 좀 더 전문적인 영상 편집 같은 작업을 한다면 발목을 잡을 수 있는 부분이죠.
애플펜슬을 여전히 1세대만 지원한다는 점도 아쉬운 점입니다. 1세대 애플펜슬도 충분히 좋은 제품이지만 무선 충전이 가능한 2세대와 달리 유선 충전을 해야하는 게 단점입니다. 게다가 애플펜슬 1세대의 충전단자는 여전히 애플 독자 규격인 라이트닝을 채택한 반면, 이번 아이패드 10세대는 USB-C 타입을 채택하고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처음 애플펜슬과 아이패드를 페어링할 때나, 충전할 때 라이트닝을 USB-C 타입으로 바꿔주는 어댑터가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다행히 애플이 이번 10세대 발표와 함께 애플펜슬 1세대 신규 구매자들에겐 기본 구성품으로 어댑터를 제공하기로 했으니, 새 제품을 구매하시는 분들은 걱정할 필요가 없을 거 같습니다. 하지만 원래 가지고 있던 애플펜슬 1세대 제품을 아이패드 10세대와 함께 이용하려면 1만 2000원을 내고 어댑터를 따로 사야 합니다. 비용 문제를 떠나도 어댑터는 번거로운 데다 분실 우려도 생기니 확실히 단점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콘텐츠 소비용이라면 아이패드 에어와 미니로 충분
아이패드 에어는 중급형 제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교육용처럼 명확히 용도가 정해져 있거나, 가격이 최우선 고려 대상이 아니라면 사실상 아이패드 에어가 가장 무난하게 선택할 수 있는 성능과 구성을 갖추고 있습니다. 영상을 보거나 전자책을 보거나, 애플펜슬로 필기를 하는 정도라면 부족할 게 전혀 없습니다.
먼저 기본형 아이패드에선 빠져서 아쉬웠던 라미네이팅 처리된 디스플레이를 채택했고, 광색역도 지원합니다. 애플펜슬 또한 아이패드 에어부터는 2세대를 지원합니다. 애플펜슬 1세대는 완전히 둥근 형태로 데굴데굴 굴러다니는 문제가 있었는데 2세대는 한쪽이 평평한 디자인이라 그럴 일이 없습니다. 충전도 아이패드 측면에 자석으로 붙여서 무선 충전하는 형태로 바뀌었습니다.
화면 크기는 27.5cm(10.9인치)로 같지만 아이패드 에어가 미세하게 크기도 더 작고 무게도 가볍습니다. 와이파이 모델 기준으로 아이패드는 477g, 아이패드 에어는 461g이거든요.
5세대 기준으로 먼저 AP부터가 데스크톱용 AP인 M1이 탑재되어 있습니다. 맥북이나, 맥 미니, 아이맥에 들어가는 것과 같은 성능입니다. 스마트폰용 AP로도 충분한 성능이었는데, 거기다 데스크톱 AP를 달았으니 차고 넘치는 성능입니다. 더군다나 현재 아이패드는 운영체제 한계 때문에 AP 성능을 100% 활용 못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니깐요.
물론 iPadOS가 업데이트되면 앞으로 활용도가 더 높아질 가능성은 있습니다. 이번 iPadOS에서도 애플이 멀티태스킹을 좀 더 편리하게 해주는 ‘스테이지 매니저’란 기능과 외부 디스플레이를 연결해 작업 공간을 확장하는 기능을 추가했는데요. 외부 디스플레이 지원은 M1 이상 칩세트가 탑재된 제품에서만 지원됩니다. 따라서 당장은 칩세트에 따른 기능, 성능 차이를 크게 못 느껴도 앞으로 차이가 더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아이패드 미니는 아이패드 에어에서 크기만 작아진 제품이라고 보면 됩니다. 전체적으로 작고 가벼워져서 한 손으로 들고 쓰기에도 무리가 없는 수준(와이파이 모델 기준 293g)입니다. 그만큼 디스플레이 크기도 21cm(8.3인치)로 작아졌지만 화면 해상도나 밝기, 라미네이팅, 반사 방지 코팅. 광색역 지원 등 모든 면에서 아이패드 에어와 같은 성능을 지녔습니다.
다만 M1이 탑재된 에어와 달리 칩세트는 A15 바이오닉이 달려 있는데요. 아이폰13 프로와 프로 맥스, 아이폰14, 아이폰14 플러스에 달린 것과 같은 사양입니다. 충분히 훌륭한 성능을 지니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전문가용 고가 제품이지만…큰 화면과 부드러운 화면 원한다면 유일한 선택지
애플 제품에서 프로는 ‘프로페셔널’, 즉 전문가용 제품을 의미합니다. 그만큼 가장 강력한 성능과 다양한 기능을 갖추고 있습니다. 전문적 용도로 쓸 게 아니라도 군침을 흘릴 만한 기능도 있습니다. 가변 주사율 기능인 프로모션(ProMotion) 이 대표적입니다. 주사율은 1초 동안 화면을 몇 번이나 재생하는지를 뜻하는 말입니다. 높을 수록 화면이 부드러워집니다. 프로모션은 이 주사율을 상황에 맞춰 바꿔주는데, 1초에 최대 120번(120Hz)까지 늘어납니다. 그 덕분에 웹 페이지를 스크롤 하거나, 애플펜슬로 필기를 할 때 느낌이 매우 부드럽습니다. 이 프로모션 때문에라도 아이패드 프로를 선택하는 분들이 많을 정도로 매력이 큰 기능입니다.
아이패드 프로는 11인치(27.9cm) 제품과 12.9인치(32.8cm) 제품 두 크기로 나뉘어 나온다는 점도 특징입니다. 단순히 디스플레이 크기만 다른 게 아니라, 일종의 ‘급 나누기’가 적용되어 있습니다. 12.9 제품에만 미니LED가 적용된 리퀴드 레티나 XDR 디스플레이가 탑재되어 있는데요. 미니 LED는 디스플레이에 빛을 비추는 역할을 하는 LED를 더 작고 촘촘하게 만들어서 화면 밝기와 명암비를 개선하는 기술입니다. 같은 아이패드 프로라도 12.9인치 제품이 더 뛰어난 품질의 디스플레이를 달고 나온다는 거죠.
칩세트는 이전 세대까지만 해도 아이패드 에어와 동일한 M1을 탑재하고 있었지만 이번에 새로 나오는 제품에는 최신 칩세트인 M2가 탑재됐습니다. 대부분의 사용자에게는 M1도 과한 성능이기 때문에 M2로의 업그레이드가 크게 와닿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다만 전문가에게는 충분히 유의미한 개선점도 있는데요. M2 칩세트 내에 영상 관련 연산을 가속하는 미디어 엔진이라는 부분이 전문가용 영상 코덱인 프로레스(ProRes)도 지원하도록 개선되었습니다. 만약 아이패드로 프로레스 영상을 편집한다면 성능 차이를 체감할 수 있을 겁니다. 또한 이번 신제품과 함께 전문가용 영상 편집 및 색 보정 프로그램인 다빈치 리졸브의 아이패드 버전 출시도 발표됐으니 앞으로 활용도가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할 수 있습니다.
저장공간이 256GB인 모델까지만 출시되는 아이패드 에어와 달리 최대 2TB 모델까지 나온다는 점도 차별점인데요. 저장공간 용량에 따른 메모리 용량 차이도 있습니다. 128GB, 256GB, 512GB 모델에는 8GB 메모리가, 1TB와 2TB에는 16GB 메모리가 탑재됩니다.
단순 콘텐츠 소비용이나 간단한 문서 작업 정도로 활용하는 사람들에겐 크게 의미가 없지만 만약 아이패드로 영상 편집을 한다면 저장공간이 넉넉하고 더 큰 메모리가 탑재한 모델을 선택하는 게 좋을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1200만 화소 광각 카메라 하나만 달린 아이패드 에어와 달리 1000만 화소 초광각 카메라와 레이저를 발사해 물체 크기와 거리를 측정할 수 있는 LiDAR 스캐너가 추가로 달린 것도 아이패드 프로만의 특징입니다. 또한 지문으로 잠금을 해제하는 다른 제품들과 달리 최신 아이폰들과 마찬가지로 얼굴 인식으로 잠금을 해제하는 페이스ID도 아이패드 프로에만 달려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봤을 때 아이패드 프로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오버 스펙인 제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프로모션이나 미니LED, 넉넉한 12.8인치 화면처럼 몇 가지 ‘킬러 기능’이 있어서 이런 기능이 필요하다면 유일한 선택지이기도 합니다. 물론 가격 차이도 크기 때문에, 그만한 비용을 더 지불할 가치가 있는지 아닌지 잘 따져봐야겠죠. 특히 프로모션의 경우 사람에 따라서는 체감 차이가 크지 않을 수도 있으니 매장에서 한번 사용해보고 결정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습니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