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IT] 버틀 이창언 대표 “채식주의자를 위한 소스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IT동아 권명관 기자] 서울먹거리창업센터는 서울시가 국내 최초로 설립한 농식품 분야 특화 창업보육센터입니다. 국제도시로 거듭나고 있는 ‘서울’이 보유한 비즈니스 네트워크와 1,000만 명 규모의 거대한 소비시장을 바탕으로, 농식품 분야 푸드테크 스타트업이 전통과 첨단을 융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할 수 있도록 돕는데요.
무엇보다 가장 큰 장점은 입주 스타트업의 의견을 반영해 실제 필요로 하는 부분을 해결해주는데 집중하는 '네트워크'입니다. 스타트업을 위해 판로개척을 다각화했고(유통 대기업 협업 및 크라우드펀딩 지원 등), 식품 디자인, 홍보 영상 촬영, 특허 출원 등 이종 기업을 연계해 지원하죠. 센터와 입주기업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필요로 하는 것을 더해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한 노력입니다.
이에 IT동아가 서울먹거리창업센터에 입주한 스타트업을 만나 그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과 경험을 전달하고, 어떤 목표를 향해 노력하고 있는지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번에 소개할 스타트업은 채식주의자들이 음식을 섭취하는데 있어 겪는 불편을 해소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버틀(Vurtle)입니다.
채식주의자들의 불편을 해결하고 싶습니다
IT동아: 만나서 반갑다. 먼저 버틀은 어떤 업체인지 소개를 부탁한다.
이창언 대표(이하 이 대표): 버틀은 채식주의자(vegan)를 위한 식품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일상에서 채식주의자들은 많은 불편을 겪는다. 아직 채식 전문 음식점은 많지 않고, 한식 특성상 여러 가지 식재료와 양념을 사용하는데 여기에 채식주의자 기준에 맞지 않는 재료가 들어갈 수 있다. 여러 사람과 같이 음식을 즐길 때 채식주의자라는 것을 밝히면 음식 결정에 불편을 주기도 하고… 알게모르게 눈치를 보는 일이 많지 않나.
이에 채식주의자도 쉽고 편하게 즐길 수 있고, 보다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그렇게 개발한 것이 채식주의자를 위한 소스다.
IT동아: 소스? 대체육과 같은 대체 음식을 떠올렸는데, 조금 의외다.
이 대표: 채식주의자들의 불편을 보며 이를 해결하고 싶다고 생각한 뒤 실행한 시장조사를 통해 결정했다. 대체육과 같은 채식주의자를 위한 대체 음식은 이제 많이 나와 있다. 전 세계를 대표하는 대체육 업체도 있고, 경쟁이 심한 영역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요리할 때 사용하는 조미료, 소스 등은 아직 채식주의자를 위한 재료가 많지 않다는 것에 착안했다.
요리할 때 소스는 많이 중요하다. 음식의 맛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재료다. 하지만, 의외로 고기가 들어간 재료가 많다. 채식주의자가 선택할 수 있는 조미료나 소스가 많지 않다는 뜻이다.
IT동아: 아… 맞다. 해외에 우리나라 라면을 가지고 입국할 때 스프 속 재료에 고기가 들어가 있어 거부당한 일도 있었다.
이 대표: 하나의 틈새 시장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소스로 시작하지만, 조금씩 채식주의자의 불편을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궁극적으로는 채식주의자를 바라보는 시선, 문화에 도움을 주고 싶다.
국내에서 채식주의자는 음식 선택의 자유도도 적지만, 주변에서 불편한 시선도 간혹 받는다. 건강을 위해서 채식을 찾는 사람도 있는데, 무시하는 듯한 느낌도 받는다. 채식주의자들이 많은 유럽은 채식주의자라는 것을 밝히는 것도 채식을 요청하는 것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데, 아직 우리나라에는 이러한 인식이 부족한 편이다. 유럽에서는 채식을 김치찌개나 된장찌개를 고르는 것처럼 여러 메뉴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부정적인 인식을 조금이라도 바꾸는데 도움을 주고 싶다.
요리에서 찾은 창업 아이템
IT동아: 언제 버틀을 설립했는지, 요리에 평소 좋아했는지 궁금하다.
이 대표: 2019년 8월 설립했다. 요리를 많이 좋아한다(웃음). 무언가를 만들고, 조립하는… 그런 활동을 많이 좋아한다. 대학교에서 금속공예 디자인을 전공했는데, 나무를 자르고, 조립하고, 만드는 활동을 많이 좋아했었다. 그런 성격 탓인지 요리에 많이 심취했다. 재료를 하나 넣을 때마다 어떻게 이런 맛이 나는지, 왜 이런 맛으로 변하는지 연구했다. 관련 논문까지 찾아서 읽을 정도로 파고 들었다.
아, 요리에 대한 관심은 고등학교 3학년 때 미술대학 입시를 위해 서울에서 자취했던 고시원에서 시작했다. 당시 고시원에서 같이 살던 사람이 있었는데, 그 좁은 고시원 주방에서 육수를 직접 끊여 일본식 라멘을 만들고, 족발을 직접 삶아서 먹더라. 지금 생각해도 정말 황당할 정도로 다양한 요리를 직접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 모습을 보며 어디서든 요리는 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직접 하는 요리에 많은 관심을 쏟았다.
대학교에 진학한 뒤 길어진 자취 생활에 요리는 유일한 취미였다. 친구들을 초대해 직접 요리해주고, 어디에 놀러갈 때도 직접 요리한 음식을 가져가 나눠 먹곤 했다. 코로나19 전 자유롭게 모임을 가질 수 있을 때는 외국인들 파티, 소셜 모임 등에 참여해 요리를 직접 제공하기도 했었고(웃음).
IT동아: 다소 어려 보이는 외모인데, 처음부터 창업을 결심했던 것인지.
이 대표: 같이 창업한 친구가 같은 과 동기다. 처음부터 이렇게 창업을 결심한 것은 아니었다. 지난 2018년 대학생 때 참여했던 창업경진대회를 통해 자연스럽게 지금까지 이어졌다. 경진대회 전에는 취업을 고민하고 있었는데, 경험 삼아 참여했던 대회에서 1등으로 뽑혔다. 도심 건물 옥상에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아이템이었는데, 도시농업과 관련된 아이템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었다.
그렇게 농식품 관련 아이템으로 창업경진대회에서 수상하며, 취업 이외에 창업이라는 선택지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런 경험을 통해 지금의 아이템과 아이디어를 찾았고, 2019년 8월 버틀을 설립했다. 아직 개인사업자인데, 올해 말 법인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창업 아이템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시장 조사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디자인방법론에 입각해 거시적 관점에서 시작해 미시적 관점으로 접근하는 방법으로 조사했다. 요즘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은 무엇일까? 앞으로 어떻게 바뀔까? 나름의 가설을 세우고, 기간을 정해 지켜본 뒤, 직접 체험하며,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채식에 대한 관심, 채식의 불편함,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 등을 이렇게 찾았다.
디자인방법론 교수님의 도움도 많이 받았다. 교수님께서 창업지원단 단장이기도 하셨고(웃음), 관련 프로젝트와 창업 관련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경험을 쌓았다. 사업계획서를 기획하고, 아이템을 찾으며 자연스럽게 버틀 창업으로 이어진 셈이다.
채식주의자와 함께 만들어 온 ‘베지너소스’
IT동아: 개발한 제품은 무엇인지.
이 대표: 2020년 5월,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가루 형태의 조미료를 개발했다. 채소만을 사용한 조미료로, 100가지 이상의 재료를 직접 말리고 배합하며 레시피를 찾았다. 당시에는 재료 원가나 방법, 시간 등을 고려하지 않고 순수하게 채식주의자를 위한 가루 조미료를 만드는 것 자체에 집중했다.
그렇게 제품을 완성하고 난 뒤에 시장성을 따져보며 우리의 실수를 깨달았다. 원가와 생산 기간 등을 고려했을 때, 제품 생산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이 우리 예상보다 컸다. 채식주의자를 위한 가루 조미료라는 제품 본연의 품질에는 아무 문제 없지만, 시장에서 판매하기 위한 경쟁력은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가격을 고려하지 않고 좋은 재료만 사용해 비싸기도 했고… 프리미엄 조미료로 출시하는 방법도 고민했지만, 아직 그렇게 크지 않은 국내 채식 시장에서 경쟁력을 발휘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원점에서 다시 시작했다. 2020년 12월에 식품 개발자를 채용했고, 소스 레시피를 함께 개발하기 시작했다. 이후 꼬박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에 꾸준하게 참여하며 제품을 개발했다. 국가식품클러스터 청년식품창업랩 1기, SBA 서울창업허브 오픈키친 푸드메이커, 이 곳 서울먹거리창업센터 입주 등 제품 개발을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지난 2022년 1월, 와디즈 펀딩을 통해 채식주의자를 위한 소스 ‘베지너소스 중화맛’과 ‘베지너소스 매운맛’을 세상에 처음 선보였다. 이후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활용해 직접 판매를 시작했고, 쿠팡, 11번가, 인터파크, 오아시스마켓, 티몬, 위메프 등 여러 채널에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아, 베지너소스라는 제품명은 ‘채식을 시작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IT동아: 두 제품 모두 요리에 사용하는 소스인 것인가.
이 대표: 베지너소스 중화맛은 굴 소스 대신 사용할 수 있는 볶음 소스고, 베지너소스 매운맛은 불닭 소스 대신 사용할 수 있는 다이어트 볶음 소스다. 채식주의자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하며, 평소에 자주 사용하지만 사용하기 꺼려지는 소스가 굴 소스라는 것을 확인했다. 채식주의자가 아니라도 굴 소스의 향을 싫어하는 경우도 있었고… 그렇게 굴 없는 굴 소스를 기획했다
핵심 재료는 미역, 톳, 다시마와 같은 해초다. 굴 향을 대체하면서 굴 소스의 감칠맛을 찾았다. 굴을 사용하지 않아 특유의 굴 소스 향을 기피하는 사람도 비린내 없이 사용할 수 있다. 나머지 재료들도 인공 첨가물을 배제해 건강하게 먹을 수 있도록 고민했다. 채식주의자의 시선에서 개발한 볶음 소스라고 생각해 주길 부탁한다(웃음).
다음 제품도 있다. 텀블벅에서 베지너소스 체다치즈향과 베지너소스 어니언크림맛을 판매했다. 두 제품은 디핑 소스다. 채식할 때 곁들여 쉽고 간편하게 곁들여 먹을 수 있는 소스로 개발했다.
IT동아: 제품 반응은 어떤지 궁금하다.
이 대표: 이제 시작이다. 중화맛과 매운맛은 올해초 와디즈를 통해, 체다치즈향과 어니언크림맛은 불과 얼마 전인 지난 10월 텀블벅을 통해 첫 선을 보였을 뿐이다. 다만, 반응은 확실히 좋다. 제품 출시 전에 참여했던 여러 식품박람회에서 의견을 받아 들여 개발한 제품이기에 시장 타겟은 명확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태국 등 해외의 바이어와도 논의하는 중이고, 아마존을 통해 직접 판매도 얘기 중이다.
건강을 위한 식품으로도 관심을 받았다. 10월 초 울산에 위치한 한 보건소에서 당뇨병 환자를 위한 추천 음식으로 우리 제품을 소개해 제공했었다. 저칼로리 음식으로 혈당을 낮출 수 있다.
베니저소스는 제품 개발 전부터 채식주의자들과 대화하고 소통하며 기획한 제품이다. 채식주의자들이 보다 쉽고, 간편하며,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소스를 선보이고자 노력했고, 어느 정도 우리 스스로 만족스러운 성과를 냈다고 생각한다. 쉽게 즐기는 채식이라는 목표를 향해 걷고 있는 우리 버틀에게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