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애정남] 스마트폰을 통한 휴식, 정말 휴식이 맞을까요?
[IT동아 정연호 기자] IT 전반에 관한 의문, 혹은 제품 및 서비스의 선택에 고민이 있는 독자의 문의 사항을 해결해드리는 ‘IT애정남’입니다. 사람들에겐 각자 자신만의 휴식 방법이 있습니다. 유튜브 영상을 보거나 음악을 듣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재밌는 글을 보거나 포털의 뉴스 탭에서 흥미로운 기사를 읽는 사람도 있습니다. 현대인이 취하는 휴식의 공통점은 ‘스마트폰’인 것 같습니다. 스마트폰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다 보니, 휴식도 스마트폰을 통해 하는 것이죠. 그런데, 스마트폰을 통한 휴식, 정말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휴식’이 될까요? dedxx님의 사연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일을 하다 잠깐 휴식을 취하는 시간엔 인터넷에서 글을 보곤 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틈이 나는 시간마다 휴대폰을 보면서 스트레스를 풀었어요. 그런데, 스마트폰을 하고 다시 일로 돌아가면 개운하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는 거 같습니다. 스마트폰을 하면서 정말로 휴식도 취할 수도 있는 걸까요?(일부 내용 편집)”
안녕하세요 IT동아입니다. dedxxx님께서 휴식 시간에 스마트폰을 사용해도 괜찮을지를 질문해주셨습니다. 사실상 대부분의 젊은 사람들은 휴식시간에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쉬는 시간에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다시 수업을 듣거나 일을 할 때 개운하지 않다는 느낌, 모두 한 번쯤 느껴봤을 겁니다.
스마트폰과 휴식에 대한 연구들은 “휴식시간에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하게 된다”는 결과를 내놓고 있습니다. 휴식을 취할 땐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는 것이죠.
대학 재학생 414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한 미국 럿거스대 경영대학원의 테리 쿠르츠베르크 부교수팀은 “휴식시간에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은 아예 휴식을 취하지 않는 것만큼이나 정신력이 고갈된다”는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연구팀은 지원자를 네 그룹으로 나눈 뒤 애너그램(문자 배열을 바꿔 새로운 단어나 문장을 바꾸는 놀이)같은 쉽지 않은 작업을 수행하게 했습니다. 세 그룹은 중간에 휴식을 취할 수 있었고, 나머지 한 그룹은 계속 작업을 수행해야 했죠. 휴식 시간 동안 지원자들은 휴대전화, 신문 광고전단, 컴퓨터 중에서 하나를 이용해 예산 내에서 구매할 상품을 고르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휴식시간에 휴대전화를 사용한 그룹은 컴퓨터나 신문을 사용한 그룹에 비해 휴식 후 남은 문제를 푸는데 19% 시간이 더 걸렸습니다. 이들이 제대로 푼 문항 수는 다른 그룹에 비해 평균 22% 적었다고 하네요.
인지심리학자인 대니얼 레버틴은 정보가 넘쳐나게 되면 사람의 뇌는 이를 다 소화하지 못하고 과부하 상태에 빠지게 된다고 말합니다. 디지털 기기로 여러 정보를 한 번에 처리하면서 뇌가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게 되면, 뇌에 피로감이 쌓여 머리는 산만해집니다. 뇌의 전전두엽 피질 속 신경 세포들은 환경을 감시하며 집중할 일을 골라내는데, 정보 과잉이 계속되면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린다고 합니다. 정보 과잉 상태에선 집중력도 떨어지고 기억력까지 저하된다고 하네요.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좋은 휴식’을 할 수 있을까요? 신경과학자들은 우리의 뇌가 아무런 활동을 하지 않으면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MN)’ 상태가 된다고 말합니다. DMN은 멍하거나 몽상 상태에서 활발해지는 뇌의 영역입니다. 일할 때는 비활성화되고 휴식을 취하면 활성화가 되죠.
DMN이 활성화되면 뇌에서 불필요한 정보는 삭제되고 그동안의 정보와 경험이 정리됩니다. 불필요한 정보가 정리되지 않으면 새로운 정보를 저장할 공간은 축소돼 기억을 저장하기가 어려워진다고 하네요. DMN 모드에서 뇌를 정리해야 일의 생산성도 높아집니다. 그래서 멍때리는 게 휴식에 좋다는 말이 나오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의도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이지 않고 휴식을 취하면 일의 생산성이 충분히 올라갈 수 있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짧은 시간 동안 휴식을 취하더라도 기억력과 학습력, 창의력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들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주의해야 할 점도 있습니다. 멍을 너무 자주 때리면 뇌세포가 노화될 수도 있어 하루에 1~2번, 할 때마다 10분 미만이 적당하고 합니다.
다만, ‘멍때리기’와 ‘DMN 상태’는 엄밀하게 따지면 다르다는 게 학계의 공통적인 의견입니다. 뇌과학자 박문호 박사는 DMN을 ‘고속도로 상태의 뇌’에 비유했습니다. 고속도로에서 차는 앞으로 쭉 가면서 주변 차의 흐름을 따라가면 됩니다. 박문호 박사는 “멍을 때리더라도 움직이면서 멍을 때려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강에 앉아서 강을 바라보기만 하는 게 아니라 움직이는 상태에서 주변 환경을 보며 생각을 비워야 한다는 것이죠. 멍을 때리면서 여러 생각이 진행되도록 놔둔다면 오히려 뇌는 더 혼란에 빠진다고 합니다. 아무 생각 없이 강, 잔디, 하늘 위 새를 집중하며 바라보는 게 좋다는 뜻이죠.
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 뇌과학과 고재원 교수는 “DMN에 대한 연구는 오래전부터 존재해왔다. 하지만, 멍 때리기 자체가 뇌 건강에 좋다고 할 만큼 과학적 증거가 탄탄한지는 회의적이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만큼 멍때리기라는 행위 자체는 효과를 입증할 연구가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고재원 교수는 “스마트폰을 중독적으로 하는 것보단 멍때리기라 할지라도 대안적인 활동을 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권했습니다.
박문호 박사는 “스마트폰 중독이 심해지면서 사람들은 양치를 하거나 밥을 먹을 때 계속 스마트폰을 사용한다. 스마트폰을 안 보고 그냥 걷기만 하더라도 DMN 모드가 잘 작동해, 정신이 편안해지고 생산성도 높아진다”면서 일상에서 스마트폰을 내려놓는 것만으로도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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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IT동아 정연호 (hoh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