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폴더블 노트북 시대를 펼치다, 에이수스 젠북 17 폴드 OLED
[IT동아 남시현 기자] 폴더블(Foldable) 디바이스는 유연한 디스플레이를 활용해 화면을 접고 펴는 형태의 기기를 통칭하는 말이다. 가장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스마트폰인 삼성전자의 갤럭시 Z 폴드와 Z 플립이 있지만 막상 다른 제품에 대해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시장에서는 이미 샤오미의 미 믹스 폴드나 화웨이의 메이트 X2 등 다른 폴더블 스마트폰도 출시돼있으며, 지난 2020년에는 레노버가 세계 최초로 싱크패드 X1 폴드를 출시한 적도 있다. 하지만 유독 삼성전자의 제품만 돋보이는 이유는 바로 완성도와 내구성 때문이다.
폴더블 디스플레이는 접었다 펴는 형태여서 강화유리로 보강한 평면형 디스플레이보다 내구성이 훨씬 취약하다. 또 접었다 펴는 부분의 힌지(경첩)도 별도로 개발해야 하고, 디스플레이 화면에 주름이나 접히는 자국 등이 남는 등의 문제도 있다. 삼성전자의 제품은 실사용이 가능한 수준까지 완성도를 끌어올렸지만, 다른 제품들은 내구성이나 실사용에서의 만족도가 떨어져 그만큼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렇듯 폴더블 디바이스 시장은 확실한 기술력과 품질이 보증되어야 살아남을 수 있는데, 대만의 제조사 에이수스(ASUS)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지난 CES2022(소비자 가전 전시회)에서 공개된 최초의 17형 폴더블 노트북, 에이수스 젠북 17 폴드 OLED를 직접 입수해 소개해드린다.
접었을때 12.5형, 펼쳤을 때 17형인 노트북
에이수스 젠북 17 폴드 OLED는 디스플레이 펼쳤을 때 17.3인치 2560x1920 해상도를 유지하고, 접거나 키보드를 올려서 사용하면 12.5인치로 작아진다. 운영체제와 소프트웨어 호환성을 위해 인텔과 에이수스가 공동으로 제품을 개발했고, 인텔의 고성능 노트북 플랫폼인 이보 인증을 최초로 획득한 폴더블 노트북이기도 하다. 디스플레이는 고명암대비(HDR) 기준 최대 500니트의 밝기를 제공하는 OLED가 사용되며, 검은색 표현 시 광원을 꺼버리기 때문에 검은색을 완전하게 표현한다. 표현 가능한 색상 범위인 색재현력도 미국 영화산업 표준인 DCI-P3를 100% 만족해 전문가용 수준을 만족하고, 색상전문기업인 팬톤(Pantone)의 전문가 인증도 취득했다.
디스플레이를 제외한 성능 자체는 150만 원대 사무용 노트북 수준이다. 프로세서는 12세대 인텔 코어 i7-1250U 프로세서가 탑재됐으며, 그래픽도 CPU에 내장된 인텔 아이리스 Xe 그래픽스를 활용한다. 메모리는 16GB LPDDR5가 탑재됐고, 저장 공간은 1TB M.2 SSD가 장착돼있다. 인터페이스는 2개의 썬더볼트 4 포트와 오디오 단자 하나만 배치돼있고, 추가 구성으로 USB-C형을 A 단자로 바꾸는 컨버터가 제공된다. 썬더볼트 4 단자 특성상 디스플레이 출력이나 고성능 저장장치 연결, 외장 그래픽 연결 등 다양한 작업을 단자 하나로 소화할 수 있지만 단자 자체의 개수가 부족한 건 감안해야 한다.
제품 활용 방법은 크게 몇 가지다. 제품을 펼친 상태에서 외장 모니터처럼 쓰는 방법과 세로로 들고 대형 태블릿처럼 활용하는 방법, 모니터를 책처럼 반쯤 접어서 읽는 용도로 쓰는 법, 모니터를 접고 12.5형 노트북처럼 쓰는 방법 등이다. 외장 모니터처럼 쓴다면 먼저 후면에 기본 내장된 스탠드를 펼친 다음, 모니터를 기울여서 놓으면 된다. 그다음 기본 제공되는 전용 블루투스 키보드를 설치하고 활용하면 된다. 이 상태에서 반쯤 접어도 화면이 유지되는데, 책처럼 들고 E북 등을 읽을 때 좋다.
일반 노트북처럼 접으면 세로로 길게 화면이 설정된다. 그 상태로 웹 브라우징이나 문서 등을 확인할 수 있고, 타자를 입력하는 타이밍에 맞춰서 화상 키보드가 활성화된다. 화상 키보드 특성상 정확도가 떨어지지만 키보드가 없더라도 가볍게 문서를 작성할 수 있는 수준은 된다.
화상 키보드가 불편하면 웹캠이 없는 쪽 화면에 무선 키보드를 얹는다. 키보드를 얹고 블루투스를 연결하면 자동으로 화면 해상도와 비율이 조정돼 12.5인치 노트북처럼 쓸 수 있게 된다. 키보드는 자석으로 부착돼 어느정도 고정력을 제공하며, 제품 본체에 얹지 않고 별도 공간에 둔 상태에서 세로로 길게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키보드는 노트북 자체 전원과 별도로 USB-C형 단자를 이용해 충전해야 쓸 수 있다.
폴더블 제품의 평가 기준이 되는 주름이나 내구성은 어떨까. 디스플레이와 힌지는 내구성을 보장하기 위해 3만 회의 테스트를 거쳤고, 미국 육군 표준 기준인 ‘밀스펙(MIL-STD-810H)’을 충족해 습도와 진동, 고도, 낙하 테스트는 물론 저온 및 고온에서의 동작 테스트도 모두 통과했다. 폴더블 특성상 주름을 완전히 잡진 못했지만, 주름은 제품이 꺼진 상태에서나 보일 정도다. 제품이 켜진 상황에서는 주변 화면 반사 등이 보이지 않아서 크게 주름이 체감되지 않는다. 펼쳐서 태블릿처럼 쓸 경우에도 약간은 느껴질 정도지만 17.3인치 대화면임을 감안하면 충분히 잘 잡힌 수준이다.
에이수스 젠북 17 폴드 OLED의 후면과 측면도 일반 노트북과는 다르다. 보통 노트북은 키보드 아래 부분에 발열 해소를 위한 흡기 및 배기구가 있지만, 에이수스 젠북 17 폴드 OLED는 상단 쪽 테두리와 측면에 흡기 및 배기구가 있다. 디스플레이 반대편은 모두 특별한 광택을 띄는 플라스틱 재질로 되어있고, 힌지 쪽을 인조 가죽으로 보호하고 있다. 인조 가죽 중 한쪽은 떼내어 스탠드로 쓸 수 있고, 접었다 펼 때마다 조금씩 당겨지며 제품을 보호한다.
한편 접었을 때 중심에 공간이 생기는 부분은 다른 제품과 비슷하다. 현재 출시된 모든 폴더블 디스플레이는 종이처럼 칼같이 접었다가 펴는 게 아니라, 원통형으로 말려있다가 펴진다. 제품을 반으로 접어도 중간이 약간 뜨는 현상이 생길 수 밖에 없다. 만약 접힌 상태에서 이물질이 공간에 들어가는 등의 경우에는 디스플레이가 파손될 수 있다. 이 문제는 전용 키보드를 넣고 덮는 것으로 해결하고 있다. 키보드의 두께가 디스플레이를 접었을 때의 공간과 딱 맞게 돼있어서 디스플레이도 보호되고 깔끔하게 접힌다.
실험 정신 빛났다, 가능성 보여준 젠북 17 폴드 OLED
에이수스 젠북 17 폴드 OLED는 노트북이 어떤 형태로 발전할 수 있는가를 몸소 보여준 제품이다. 아직 기술적인 한계로 인해 접었을 때 두껍고 내구성 문제도 자유롭진 않지만, 폴더블 노트북이 실현 가능한 제품이라는 걸 보여줬다는 것만으로도 인상적이다. 접었다 펼치는 활용도 그 자체만 놓고 보자면 쓰임새가 훨씬 다양할 것 같고, 인텔 이보 인증을 취득한 제품이어서 활용성이나 배터리 수명 등도 모자람이 없다. 운영 체제나 소프트웨어 호환성도 인텔과의 공동 엔지니어링을 통해 완성도를 높였다.
하지만 폴더블 하나만 바라보고 구매하기엔 접근성이 다소 떨어진다. 제품의 국내 판매가는 425만 원대인데, 성능만 놓고 봤을 때는 150만 원대 노트북과 비슷하다. 즉 폴더블이라는 쓰임새 하나가 300만 원은 하는 셈이다. 애초에 기술을 실증하기 위한 목적이 더 큰 제품인 만큼 일반 소비자가 일반적인 용도로 쓸만한 제품은 아니다. 어쨌든 에이수스 젠북 17 폴드 OLED는 폴더블 노트북이 가능하다는 것을 몸소 증명했고, 앞으로 다가올 폴더블 노트북 시대의 시작점으로 남을 것이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