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억화소 카메라 'LSST' 제임스 웹 망원경과 함께 우주 신비 푼다
[IT동아 차주경 기자] 지난 7월,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은 최초의 우주의 단서를 비롯해 46억 년 전 우주의 모습, 별이 태어나고 죽어가는 모습, 생명체가 살 가능성이 높은 별 등 수많은 우주의 신비를 전했다.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과 함께 우주의 수수께끼를 풀 또 다른 기구가 곧 등장한다. 미국 SLAC 국립 가속기 연구소가 만드는 이 기구는 우주가 아니라 지구에 설치된다. 지구에 설치하므로 우주를 넓게, 오랜 시간 사진으로 담는 데 유리하고 동영상 촬영도 된다. 유지보수도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보다 손쉽다. 정밀 천체 촬영용 렌즈와 32억 화소 디지털 카메라로 구성한 이 기구의 이름은 ‘LSST(Large Survey of Space and Time)’다.
미국 SLAC 국립 가속기 연구소는 우주와 천체 촬영을 위해 2011년부터 LSST를 만들었다. 이 기구는 우주의 어느 한 부분만 확대해 조사하는 천체 망원경과 달리, 시야 내에 들어온 밤 하늘 전체를 담는다. 사진은 물론 동영상 촬영도 가능하기에 천체 촬영 디지털 카메라로 봐도 무방하다.
LSST의 주요 부품인 32억 화소 디지털 카메라 유니트는 1,600만 화소 CCD 이미지 센서를 186개 배열해 만든다. 동영상 혹은 셔터 속도가 긴 장노출 촬영 시 발열과 노이즈를 없애기 위해 이미지 센서 주변에 영하 100℃ 저온 냉각 도구를 설치한다. 먼지 유입을 막을 진공 처리도 기본이다. LSST가 하루에 찍는 32억 화소 사진의 데이터 용량은 15테라바이트에 달한다.
LSST의 렌즈는 고화소·대형 이미지 센서에 어울리도록 직경 1.55m 대형으로 설계된다. 렌즈 크기가 커야 더 많은 빛을 받아들이고 피사체를 선명하게 표현한다. 이 렌즈는 기네스북에 ‘세계에서 가장 큰 광학 렌즈’로 등재됐다.
이 렌즈는 650km 떨어진 곳에 있는 자동차 헤드라이트의 좌우를 구분할 만큼 화질이 우수하다. 어두운 곳에 있는 피사체를 구분하는 능력도 좋다. 어두운 곳에 있는 사물을 보는 능력이 사람의 눈보다 1억 배 이상 우수해 수천 km 떨어진 곳에 있는 촛불도 발견한다.
미국 SLAC 국립 가속기 연구소는 LSST의 디지털 카메라 유니트와 렌즈 개발을 마치고 조립 중이다. 이미지 센서 186개를 완전히 평평하게 배열하는, 머리카락 1개 굵기보다 작은 높이 오차조차 허용하지 않는 어려운 작업이다. 이어 특수한 파장만 통과시키는 천체 촬영용 특수 필터를 장착하고 냉각 시스템을 시험 운용할 예정이다.
조립을 마친 LSST의 크기는 직경 1.65m, 길이 3m, 무게 2,800kg에 달한다. 조립된 LSST는 2023년 5월경 칠레 북부에 자리 잡은 루빈 천문대로 옮겨진다. 설치 후 다시 한 번 실험을 거쳐야 하므로 실제 운용 시점은 2024년 1월이 될 전망이다.
조립과 설치를 마치면, LSST는 10년 동안 매일, 우주의 15초 장노출 사진을 약 800장 담는다. 사진의 시야는 보름달 40개가 나란히 들어설 만큼 넓다. 덕분에 연구자들은 매년 6페타바이트(1페타바이트는 1024 테라바이트)에 달하는 방대한 우주·천체 사진을 얻는다.
미국 SLAC 국립 가속기 연구소는 LSST로 갑자기 사라졌다 나타나는 우주 초신성을 연구할 계획이다. 우주를 분리하는 힘으로 알려진 암흑 에너지, 우주를 채우고 있는 물질로 알려진 암흑 물질의 연구도 도울 전망이다.
글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