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인사이트] 하늘을 나는 오토바이, 내가 가고자 하면 하늘도 길이 된다

정연호 hoho@itdonga.com

[IT동아]

모빌리티(mobility). 최근 몇 년간 많이 들려오는 단어입니다. 한국어로는 '이동성' 정도가 적당하겠네요. 그런데 말입니다. 어느 순간부터 자동차도 모빌리티, 킥보드도 모빌리티, 심지어 드론도 모빌리티라고 말합니다. 대체 기준이 뭘까요? 무슨 뜻인지조차 헛갈리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몇 년간 전 세계에서 큰 성공을 거둔 스타 벤처 중 상당수는 모빌리티 기업이었습니다. '유행어처럼 여기저기에서 쓰이고 있지만 도대체 무슨 뜻인지, 어디부터 어디까지 모빌리티라고 부르는지 도무지 모르겠다!'라는 분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모빌리티 인사이트]를 통해 국내외에서 주목받는 다양한 모빌리티 기업과 서비스를 소개합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차량호출 서비스부터 아직은 낯선 '마이크로 모빌리티', 'MaaS', 모빌리티 산업의 꽃이라는 '자율주행' 등 국내외 사례 취합 분석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하나씩 알려 드립니다.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는 영화 속 주인공들, “Nothing is impossible!(불가능한 건 없다)”

여러분의 인생 영화는 무엇인가요? 저는 해리포터 시리즈와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참 좋아하는데요. 두 영화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해리포터 시리즈 첫 작품인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과 스파이더맨 시리즈 첫 작품은 각각 2001년과 2002년에 개봉해 벌써 20년이나 지났고, 전 세계적으로 큰 흥행을 일으켰습니다. 주인공들이 마법을 부리거나, 손목에서 거미줄을 발사해 도심 속을 누비는 등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능력으로 악과 맞서 싸운다는 것도 공통점입니다. 두 영화 모두 인류가 상상으로만 할 수 있는 내용을 주제로 했기 때문에 오랫동안 꾸준하게 사랑받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영화를 여러 번 볼수록 영화 속의 주인공 옆에 있는 조연들과 악당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영웅과는 다르게 나와 같은 평범한 사람으로 보이기 때문일까요? 그중에서도 특히 스파이더맨에 등장하는 악당 ‘그린 고블린’이 기억이 나는데요. 영화 속의 그린 고블린은 MIT(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를 졸업하고 회사를 설립해 큰 부를 축적한 인물입니다.

하지만, 여러 이유로 회사가 힘들어지자 이사회는 그를 내치기로 결정합니다. 평생을 바친 회사에 배신감을 느낀 그린 고블린은 완전한 악당으로 변모하며 이사회에 복수를 하기 시작하죠. 그린 고블린은 스파이더맨처럼 특별한 능력을 갖추고 있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복수를 방해하는 스파이더맨과 대등하게 싸우기 위해서는 다양한 무기와 빠르게 움직이는 이동수단이 필요했어요. 그린 고블린은 공중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호버보드를 직접 만들어 이동수단으로 활용합니다. 영화 속 그린 고블린의 호버보드를 볼 때 ‘저렇게 하늘을 나는 것이 과연 언제쯤 가능할까’하고 생각해보기도 했네요.

그린 고블린과 호버보드, 출처=소니픽쳐스
그린 고블린과 호버보드, 출처=소니픽쳐스

판타지 영화나 공상과학 영화를 보면, 필수로 나오는 장면이 별다른 제약 없이 개인이 하늘을 자유자재로 비행하는 장면인 것 같아요.

맞습니다. 인류는 언제나 하늘을 날고 싶어 했습니다. 1903년 라이트 형제가 인류 최초의 동력 비행기를 개발했고, 현재 비행 기술은 대륙을 넘어 장시간 비행이 가능한 수준까지 도달했어요. 다만, 아직도 개인이 하늘을 날고 싶을 때 마음대로 날 수 없기 때문에, 영화에서 등장인물이 자유자재로 하늘을 나는 장면이 더욱 인상적인 것 같습니다.

원할 때면 언제든 혼자 공중에서 이동할 수 있는 개인용 비행체가 있으면 얼마나 편할까요? 하늘을 자유롭게 날면서 여기저기 돌아다닐 수 있고, 새로운 레저 스포츠 산업으로도 확대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공공분야에서도 크게 활용될 것 같습니다. 범죄자 도주, 건물 붕괴, 물놀이 사고 시 인명 구조, 국방 등 일상의 긴급상황에서 도심 속 교통체증, 불법주차, 도로 인프라 파손 등에 영향을 받지 않고 빠른 대응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이러한 공중 모빌리티가 머지않은 미래에 상용화돼 우리 삶의 질을 높여줄 것 같습니다. 바로 미래 공중 모빌리티 ‘호버바이크(hoverbike, 하늘을 나는 오토바이)’ 이야기입니다.

에어윈스의 호버바이크, 출처=에어윈스
에어윈스의 호버바이크, 출처=에어윈스

실제로 공중을 떠다니는 모빌리티가 있군요?

그렇습니다. ‘호버바이크’로 불리는 이 모빌리티는 아직 완전한 상용화 단계에 진입했다고 볼 수는 없어요.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도로 인프라에 공중 모빌리티가 접근할 수 없고, 호버바이크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관련 법 제도가 마련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세계 여러 기관에서 호버바이크의 가능성을 확인했고, 실제로 공공 측면에서 활용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미국 공군은 민간기업 ‘제트팩 에비에이션(JetPack Aviation)’과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Speeder fail-proof’라는 플라잉 바이크 솔루션 등의 비행체 및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또한, 두바이 경찰은 러시아의 호버바이크 전문 기업 ‘호버서프(Hoversurf)’가 개발한 ‘스콜피온-3’ 모델을 활용해, 2018년부터 호버바이크를 본격적으로 임무에 투입하기 위한 훈련을 시작했습니다. 다만, 4년이 지난 지금까지 호버바이크를 임무에 투입하는 것과 관련된 별다른 움직임이 없어 ‘호버바이크 기술을 현장에 투입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 아닌가?’라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호버바이크에 대한 가능성은 여전히 높은 편입니다. 에어로펙스(Aerofex Corporation), BMW Motorrad 등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호버바이크 관련 기술을 고도화하기 위해 다방면의 노력을 보이고 있어요.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인 ‘얼라이드 마켓 리서치(Allied Market Research)’에 따르면, 글로벌 호버바이크 시장 규모는 2021년 5220만 달러(한화 약 733억 원)로 평가됐고, 앞으로 매년 21.7%씩 성장하면서 2030년에는 3억 610만 달러(한화 약 4296억 원)에 달할 것이라고 합니다.

젯슨의 1인용 모빌리티 젯슨 원(Jetson One), 출처= 젯슨
젯슨의 1인용 모빌리티 젯슨 원(Jetson One), 출처= 젯슨

실제로 구동할 수 있는 공중 모빌리티가 개발됐고, 상용화 단계 직전까지 도달해 있었네요. 혹시 호버바이크 기술을 선도하는 기업이 있나요?

호버바이크에는 PAV, UAM 등 개인용 항공기에 접목되는 프로펠러 기술 ‘분산전기추진 기술’이 무척 중요합니다. 하나의 주 프로펠러를 회전해 이착륙하는 기존 헬리콥터 비행방식과는 대조적으로 여러 개의 프로펠러가 동시에 회전하는 기술인데요. 분산전기추진 기술 구현을 위해서는 기존 산업보다 높은 비출력(kW/kg, 단위 중량당 출력)의 전기 모터가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에어윈스의 엑스투리스모, 출처= 에어윈스
에어윈스의 엑스투리스모, 출처= 에어윈스

이러한 기술을 기반으로 공상과학 영화에서만 가능했던 상상 속 호버바이크를 현실에서 구현한 기업이 있습니다. 지난 2016년 일본에 설립된 ‘에어윈스(AERWINS)’인데요. 에어윈스는 일본에서 2016년 ‘A.L.I 테크놀로지’라는 사명으로 창립됐으며, 2022년 사명을 에어윈스로 변경하고 현재 미국으로 본사를 이전했습니다. 에어윈스는 드론 및 공중 모빌리티 플랫폼을 중점적으로 개발하는 회사입니다. 2021년 11월 자사가 개발한 호버바이크 ‘엑스투리스모(XTURISMO)’의 제품 발표회를 열었으며, 지난 9월 개최된 디트로이트 오토쇼에서 다시 한번 제품을 공개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에어윈스의 엑스투리스모는 ‘가와사키’의 하이브리드 엔진을 기반으로 작동하는데요.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고 2025년까지 완전 전동화(구동 방식이 내연기관에서 전기모터로 전환하는 것)를 한다는 방침입니다. 엑스투리스모는 탄소섬유 소재를 활용해 제작했기 때문에 동체 무게가 약 300kg 정도로 가볍고, 적재량은 100kg 정도 수준이라고 하는데요. 길이 약 3.7m, 폭 2.4m, 높이 1.4m의 컴팩트한 사이즈로 제작됐습니다. 1회 충전 시 약 40분 동안 비행이 가능하며, 최대 80~100km/h 속도로 이동할 수 있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최고 속도로 비행할 경우 서울 톨게이트에서 천안 톨게이트까지의 거리를 추가 충전 없이 한 번에 비행할 수 있는 셈이죠.

엑스투리스모 주문 화면, 출처=에어윈스 홈페이지
엑스투리스모 주문 화면, 출처=에어윈스 홈페이지

에어윈스는 올해부터 미국에서 엑스투리스모를 판매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에어원스 홈페이지에서 주문할 수 있고, 판매 가격은 77만 7000달러(한화 약 11억 원)입니다. 완전 전동화 모델로 전환되는 2025년부터는 비용을 절감해 5만 달러(한화 약 7천만 원)까지 가격을 낮춘다는 목표를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일본에서는 제품이 이미 판매 중이라고 하는데요. 아직 일본 정부는 호버바이크를 별도의 항공기로 구분하지 않고 있어서 별도의 조종 면허가 필요하지는 않다고 합니다. 물론, 현재 공공 도로에서의 주행은 금지돼 있고 레이스 트랙에서만 운전이 가능하지만요. 에어윈스는 앞으로 일반 소비자들은 레크리에이션용으로, 정부 기관 등은 법 집행이나 기반 시설 검사용으로 호버바이크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호버바이크가 상용화된다면 다양한 분야에서 의미 있게 활용될 것 같습니다. 국내에서는 호버바이크 관련 기술 발전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국내에서도 2020년부터 사람이 직접 운전할 수 있는 호버바이크 연구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국방과학연구소의 주관으로 시행되는 미래도전기술개발 사업의 일환으로 카이스트, 동아대학교, 한서대학교 및 관련 산업체가 함께 호버바이크 개발에 나섰는데요. 이들은 지난 2021년에는 킨텍스에서 개최된 ‘2021 대한민국 과학기술대전’에서 호버바이크 축소 모델 및 시뮬레이터를 공개했습니다. 연구진은 향후 100kg의 중량을 견디며, 기존 상용화된 드론보다 2~3배 이상의 비행시간을 확보하는 호버바이크를 목표로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국방과학연구소의 호버 바이크 기술 개념도, 출처=국방과학연구소
국방과학연구소의 호버 바이크 기술 개념도, 출처=국방과학연구소

호버바이크가 상용화된다면 민간, 공공분야 등 다방면에서 긍정적 기대효과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다만, 문제는 ‘호버바이크를 어떤 종류의 운송수단으로 볼 것인가’입니다. 지난 9월 20일 우리 정부는 모빌리티 혁신 로드맵을 발표하고 미래 모빌리티에 대한 방향을 제시했는데요. 자율주행, C-ITS, UAM, 드론, 스마트 물류 등 다양한 미래 운송수단에 대한 계획을 발표했지만, 호버바이크 등 새로운 형태의 운송수단에 대한 계획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호버바이크는 항공기로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이나, 공중에 떠다니기 때문에 자동차라고 볼 수도 없죠. 호버바이크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필요하며, 관련 모빌리티 정책 및 제도가 마련되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모빌리티 혁신 로드맵, 출처= 국토교통부
모빌리티 혁신 로드맵, 출처= 국토교통부

현재 도로교통법상 도로 위를 합법적으로 주행할 수 있는 이동수단은 자동차, 건설기계, 원동기장치자전거, 자전거, 사람이나 소와 말 등의 가축 및 그 밖의 동력으로 도로에서 운전되는 것으로 명시돼 있는데요. 호버바이크의 경우 별도로 구분되기 어렵기 때문에 법 제정이 없다면 공공 도로에서 주행은 불가능한 실정입니다. 새로운 모빌리티의 등장은 많은 사람들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할 수 있지만,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기민한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겠죠. 앞으로 다양한 모빌리티의 등장으로 삶이 풍요로워질 수 있도록, 다양한 분야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정책적 지원이 이뤄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글 / 한국인사이트연구소 김아람 책임연구원

시장 환경과 기술, 정책, 소비자 측면에서 체계적인 방법론과 경험을 통해 다양한 민간기업과 공공에 필요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컨설팅 전문 기업. 최근에서야 핫해진 ‘모빌리티’ 사업의 가능성을 먼저 파악하고 몇 년 전부터 모빌리티 DB 구축 및 고도화, 자동차 서비스 신사업 발굴, 자율주행 자동차 동향 연구 등 모빌리티 산업을 다각도로 분석하며 연구를 진행해 왔다. 작년에 ‘모빌리티 인사이트 데이’라는 이름으로 전문 콘퍼런스를 개최한 것을 시작으로 모빌리티 전문 리서치를 강화하고 있으며, 모빌리티 분야의 정보를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웹서비스인 ‘모빌리티 인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정리 / IT동아 정연호 (hoh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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