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in KB] 딥네츄럴 박상원 대표 "인공지능을 가르치는 레이블러입니다"
[IT동아 권명관 기자] KB이노베이션허브(KB Innovation HUB)는 스타트업이 KB그융그룹과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보육기관입니다. ‘함께’, ‘동반’, ‘파트너’라는 의미를 강조하는데요.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아이디어로 사업이라는 치열한 경쟁에 뛰어든 스타트업에게 믿을 수 있는 버팀목으로 다가서고자 노력합니다.
KB이노베이션허브는 매년 ‘KB스타터스’ 프로그램을 통해 스타트업을 발굴합니다. 이후 ‘투자’, ‘사업화’, ‘협업공간’, ‘글로벌 스케일업’, ‘멘토링·자문’, ‘채용’ 등을 지원하죠. 특히, 집중하는 것은 실질적인 사업화 기회와 투자 유치 기회 제공입니다. 스타트업이 아이디어를 현실에서 서비스 또는 제품으로 완성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현실 경험과 자금을 제공하기 위해서인데요. KB스타터스에 선정된 스타트업은 2개월내 IR 자리를 제공하고, CVC 펀드 및 KB계열사를 활용한 투자 기회와 KB금융그룹 계열사 협업을 통한 제휴 상품·서비스를 출시하는 사업화 기회를 제공합니다.
이 같은 지원을 통해 지난 7년간 KB이노베이션허브는 KB스타터스 201개사, 기술 제휴 249건, 누적 투자 규모 1,207억 원(2022년 9월 27일 기준)이라는 성과를 올렸습니다. 스타트업에게 보다 더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올해에는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창업진흥원과 협력해 ‘창업도약패키지 - 대기업 협업 프로그램’도 신설했죠. 스타트업에게 정부 지원 정책도 같이 제공하고자 고민한 결과입니다.
이에 IT동아가 KB이노베이션허브에서 한 단계 성장을 위해 도전하고 있는 스타트업을 만나 그들의 생각과 고민, 이야기를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이번에 만난 스타트업은 딥네츄럴(Deep Natural)입니다. 딥네츄럴은 사람의 지성을 인공지능(AI)에 학습 데이터로 전달하는 크라우드소싱 플랫폼 ‘레이블러(Labelr)’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딥네츄럴의 박상원 대표(박 대표)는 “AI가 학습할 수 있도록 사람의 지능을 연결하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합니다.
AI를 가르치는 꿀 알바, 레이블러를 제공합니다
IT동아: 만나서 반갑다. 먼저 딥네츄럴에 대해서 소개를 부탁드린다.
박 대표: 이제는 조금 진부한 이야기지만,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결 이후 AI는 엄청난 관심을 받고 있다. AI가 기사를 작성하고, 그림을 그리며, 주식과 같은 금융 상품을 추천한다. 수십, 수백만 장의 그림을 분석해 원하는 결과를 찾기도 하고…, 환자의 흉부를 촬영한 엑스레이 사진에서 미처 사람이 발견하지 못한 오류도 찾아낸다. 이처럼 AI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영화나 소설 속에서 상상했던 일들을 현실 속으로 끌어내는 모습이랄까.
하지만,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AI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의미 있는 결과를 찾아내기 위한 학습 과정이라고 요약할 수 있는데, 어린아이가 경험을 쌓아가며 한 명의 전문가로 성장하는 모습과 비슷하다. 영화 터미네이터에 등장하는 AI 로봇을 예로 들어보자. 로봇이 사물을 보고, 해당 사물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는 어떤 일이 필요할까? 그게 무엇인지 가르쳐야 한다. 사람과 말하는 것도 같다. 듣는 단어가 무엇인지 가르쳐야 하고, 어떻게 말하는지를 가르쳐야 한다. 즉, 교육이 필요하다.
수많은 사진 속에서 같은 사람이 들어가 있는 사진을 찾아주는 구글 포토, 마치 사람처럼 채팅하는 이루다 등이 이러한 교육, 학습을 통해서 구현한 AI다.
IT동아: 맞다. AI도 결국 학습이 필요하다. 이에 학습하기 위한 데이터, 정보를 구축하기 위해 수많은 기업, 국가들이 노력하고 있지 않나.
박 대표: AI는 잠재력이 높은 학생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똑똑한 학생이라고 모든 분야에서 특출난 능력을 발휘할 수는 없지 않나. 필요한 것을 배우고 학습해야 한다. 그래서 사람의 지능이 필요하다. 사람이 어떻게 판단하고, 어떤 결과를 내리고, 어떻게 행동하는지 분석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쉬운 방법은 따라 하는 것이다. 사람이 먼저 사진을 보고 그 안의 개, 고양이, 동일 인물 등을 찾아 AI에게 알려주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래야 AI가 보고 배울 수 있다.
다만, AI를 학습시키는 일은 반복적이고, 어렵고, 힘들고, 지치는 일이다. 딥네츄럴은 이 과정을 보다 쉽고, 빠르며, 정확하게 할 수 있도록 고민했고, 사람의 지능을 통해 AI가 학습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과정을 서비스하는 레이블러를 선보였다. 레이블러는 AI를 활용한 서비스나 제품을 개발하기 위한 기업이나 연구소 등에게, AI를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을 연결하는 서비스다.
AI 학습을 위한 플랫폼을 제공합니다
IT동아: 하나의 플랫폼이다. AI 학습은 원하는 기업이나 연구소 등을 수요자라고 가정한다면, AI를 위한 학습을 제공하는 사람들을 공급자라고 할 수 있겠다.
박 대표: 맞다. AI 학습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고객사와 해당 프로젝트 참여를 원하는 사람을 연결하는 플랫폼이다. 사람들에게 AI를 가르치기 위한 몇 가지 미션을 주고, 이를 해결하면 리워드(현금)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음… 아주 쉽게 말하면 설문 조사와 같다. 현재 레이블러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은 약 17만 7,000명에 달한다. AI를 학습시킬 수 있는, 준비된 사람들이다. ‘AI를 가르치는 꿀 알바’라고 소개하고 싶다(웃음).
실제 프로젝트에 참여해 10원 이상의 리워드를 얻어 간 회원 수는 약 13만 3.000명이다. 현재 리워드 제공한 총 금액은 약 46억 3,000만 원이고, 가장 많이 참여한 회원은 지난 2년간 24만 건의 문제를 수행해 5,160만 원 정도의 리워드를 얻었다.
IT동아: 레이블러와 비슷한 AI 학습 프로젝트를 제공하는 플랫폼 서비스가 여럿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레이블러만의 차별점은 무엇일지 궁금하다.
박 대표: 커뮤니티다. 레이블러 앱 내에서 회원들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다. 커뮤니티 안에서 회원들이 서로 팁을 공유하거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제공한다. 프로젝트에서 어떤 문제를 수행하는지, 참여한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 유용한 팁은 무엇인지, 회원들이 서로의 경험을 공유할 수 있도록 마련했다.
유튜브를 통해 알리기도 했었는데, 레이블러에서 활동한 최우수 회원을 선정해 알려주고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방법이나 팁 등을 알려주는 웨비나도 종종 열고 있다. 딥네츄럴이 사용자와 소통하기 위한 채널을 계속 운영하고자 노력 중이다. 회원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는 창구라고 생각한다.
IT동아: 회원들이 수행하는 프로젝트는 어떤 것들인지 궁금하다.
박 대표: 크게 언어와 비전 인식(시각) 프로젝트가 많다. 그 안에서 텍스트, 오디오, 비디오, 이미지 등의 유형들로 구분되고 AI에게 학습시키고자 하는 수행을 다양하게 제공한다. 최근에 진행했던 프로젝트 중 하나는 회원들이 SNS에 올라온 이미지를 보고 이미지 설명 글을 적는 프로젝트였다. AI 학습을 돕기 위한 기초 자료로 사용된다.
레이블러에서 제공하는 프로젝트는 먼저 기업이나 연구실 등에서 의뢰를 받아 시작한다. 대략 언제까지 어떤 데이터가 필요하고, 이를 어떤 방식으로 제작할 것인지 협의한 뒤, 프로젝트를 작업할 수 있는 작업도구를 제작하고, 프로젝트 특성에 따라 레이블러에서 여러 회원 대상으로 프로젝트를 열거나, 비공개 프로젝트로 진행한다. 프로젝트 완료 후에는 사내 전문 인력이 꼼꼼하게 검수를 진행한다.
데이터는 작업과 검수를 모두 마친 후 고객(기업 또는 연구실 등)에게 전달한다. 이렇게 전달한 데이터는 챗봇이나 AI 기반 추천 시스템, 악성 댓글 필터링 기능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된다.
우리의 강점은 언어 데이터 처리에 있다다. 자연어 처리를 전공한 영향이 있는 것 같다. 레이블러 서비스 초기에 언어 관련 프로젝트를 많이 진행하기도 했고…, 장문의 글을 요약해 인공지능이 학습할 수 있도록 돕거나, 어떤 상황을 인공지능에게 문제를 내는 등의 작업이다.
사회에 어떤 형태로든 기여하고자 생각했습니다
IT동아: 레이블러를 통해 수행한 결과가 궁금하다.
박 대표: 레이블러를 통해 연결한 누적 기업고객수는 83개이고, 계약해 진행한 프로젝트는 129건이다. 주요 기업고객은 KB금융지주, 국민은행, SKT, 네이버, 카이스트, 서울대 등이다.
현재 딥네츄럴 직원은 30명 정도다. 이 중 개발 인력이 50% 정도에 이른다. 2019년 본엔젤스로부터 5억 원 규모의 시드 투자를 유치했고, BEP(손익분기점)를 꾸준하게 넘기고 있어 시리즈A 투자 유치를 조심스럽게 준비 중이다.
IT동아: 언제부터 지금의 레이블러를 생각한 것인지.
박 대표: 2017년 딥네츄럴을 설립하며 AI 학습 서비스를 생각했고, 레이블러 서비스는 2019년부터 시작했다. 2017년부터 1년 동안 1인 기업, 혼자였다(웃음). 지금의 창업 멤버가 모인 것은 2018년이었고…, 초기에 챗봇을 쉽게 개발할 수 있도록 돕는 도구를 개발했다가 자연스럽게 지금의 레이블러를 떠올렸다.
카이스트와 베를린 공대에서 머신러닝 기반 자연어 처리를 공부하며, 정보검색 시스템 엔지니어를 꿈꾸다가 연구소로 진로를 정하지 않고 창업을 선택했다. 석사 과정을 마치며 대학원을 졸업할 때 박사 과정과 취업, 창업을 고민했었다. 당시 카이스트와 베를린 공대 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베를린 연구실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며 고민했던 결과가 지금의 딥네츄럴, 레이블러로 이어진 것 같다.
IT동아: 창업한 계기가 궁금하다.
박 대표: 스스로 도전적인 성격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에 어떤 형태로든 무언가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었다. ‘연구자의 길을 걸어가며 명성을 쌓을 수 있을까?’, ‘박사로 진학하는 것이 맞을까?’ 수많은 고민 끝에 ‘아니다’라고 결론 내렸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이지 않나(웃음). 크게 돈을 벌지 못하더라도 뭔가 사회에 임팩트를 주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창업이다.
IT동아: KB이노베이션허브는 어떻게 알게 됐는지.
박 대표: 이곳에 입주하기 전, AI 양재 허브에서 4년 동안 지낸 뒤 다음 사무 공간을 찾으면서 알게 됐다. 이에 지난 5월, 창업 도약 패키지 사업 - 대기업 협력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KB이노베이션허브에 입주할 수 있었다. 이처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사무 공간은 스타트업에게 정말 큰 혜택이라고 생각한다.
IT동아: 현재 집중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박 대표: 더 많은 프로젝트를 회원에게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고객사는 보다 편리하게 레이블러를 활용할 수 있기를 원하고, 회원들은 더 많은 고객사의 프로젝트를 원하는 상태다. 이에 레이블러를 API 형태로 고객사에게 제공하고자 개발하고 있다. 하나의 프로젝트를 레이블러에서 실행하기 위해 필요한 기간이 기존에는 약 90일 정도였다면, 이를 보다 빠르게 연결해 일주일 내로 단축하기 위한 과정이다. 궁극적으로 고객사가 간단한 작업 몇 번만으로 레이블러 안에서 프로젝트를 열 수 있도록 제공하는 형태다.
회원들이 프로젝트를 많이 기다리고 있다. 우리도 잘 알고 있다. 가입했는데, 수행할 프로젝트가 없다는 하소연을 많이 듣고 있다(웃음).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
딥네츄럴은 레이블러를 통해 고객사와 회원이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양측의 요구사항을 개선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도 우리 딥네츄럴에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