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를 하고 싶다면?... "악마의 대변인처럼 반론을 제기해라"
[IT동아 정연호 기자]
“불가리스가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다”
이 말은 사실일까? 남양유업은 자사 발효유 제품인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 연구에서 코로나19를 77.8% 저감하는 효과를 봤다”고 발표했다. 관련 연구도 진행했고 수치도 제시되니 그럴싸하게 들린다. 하지만, 이 연구는 동물실험이나 임상실험을 거치지 않아 인체에 대한 효과를 단정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언론을 통해서 불가리스의 미검증된 효과가 대중들에게 전달됐다.
코로나19 이후로 수많은 가짜뉴스가 퍼지면서 어떤 정보가 옳은 건지 파악하기 어려운 세상이 됐다. 언론을 통해서도 가짜뉴스가 유포되니 올바른 정보를 얻는 방법을 고민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가짜뉴스는 백신과 관련된 허위 사실처럼 건강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왔다. 가짜뉴스를 가만히 소비하기만 한다면 피해를 입을 수 있다.
팩트체크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물론, 팩트체크 전문 매체도 있고, 다양한 매체에서 팩트체크를 하기 때문에 이러한 정보에 의존해도 된다. 다만, ‘누군가가 다루지 않는 정보는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질문은 여전히 남는다. 다른 사람이 팩트체크를 하기까지 기다리는 방법밖에 없을까? 팩트체크는 큰 노력이 드는 지난한 작업이지만, 최소한의 노력으로도 가짜뉴스를 피하는 방법도 있다.
팩트체크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정보의 출처를 확인하는 것이다. 민간 단체에서 배포한 자료와 정부 기관에서 배포한 자료는 신뢰할 수 있는 정도가 다르다. 공신력 있는 매체에서 배포한 뉴스인지도 확인해야 한다. 다만, 유명 매체가 항상 진실만을 전달하는 것은 아님을 유의해야 한다. 기사를 읽으면서 “ㅇㅇ(정부 기관)에 따르면”과 같이, 정보의 출처를 표시하는 표현이 있다면 그 기관에 직접 연락해 관련된 사실을 물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공공기관은 홈페이지에서 조직원들의 전화번호를 공개하고 있다. ‘문체부 소개’의 조직도를 보면 문화체육관광부의 조직도가 나온다. 문의하고자 하는 사안과 관련된 조직을 누르면 대표 전화번호와 담당 직원이 나온다. 담당 직원의 전화번호로 직접 전화해서 내용을 물어봐도 된다. 조직원마다 담당 업무가 적혀 있으니 이를 참고하면 된다.
또한, 조회수를 높이려고 자극적으로 달린 제목만 보고서 사안을 오해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기사를 읽을 때 자극적인 제목을 발견하게 된다면, 이를 넘기지 말고 해당 기사를 직접 읽거나 유사한 내용을 다룬 다른 기사를 읽는 것을 권한다. 기사가 너무 오래된 내용을 다루는 건지 확인도 필요하다. 최신 업데이트가 안 된 내용일 수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자료를 확인할 때 구글 검색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위 사진 속 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초등학생이 쓴 시로 알려졌다. 팩트체크를 하려면 ‘삼학년’과 ‘미숫가루를 실컷 먹고 싶었다’와 같은 키워드를 구글에서 검색하면 된다. 이때, 큰따옴표(quotes)나 ‘AND’의 의미인 더하기(+)를 활용하면 검색을 세부적으로 할 수 있다. ‘미숫가루를 실컷 먹고 싶었다’를 검색하면 5천 개 이상의 결과가 나오지만, 큰따옴표를 활용하면 약 400개의 검색 결과가 나온다.
큰따옴표 명령어는 고유명사, 제목, 가사, 유명한 문구 등을 검색할 때 유용하다. ‘나는 배고프다’를 큰따옴표 명령어 없이 검색하면 ‘나는’과 ‘배고프다’가 각각 들어간 글이 모두 검색된다. “나는 배고프다”처럼 큰따옴표를 쓰면 문장 전체를 하나의 단어로 인식한 결과를 보여준다. 문장 속 단어 순서도 반영된다. 더하기 명령어를 쓰면 두 가지 단어가 모두 포함된 검색 결과가 나온다.
구글 검색을 통해서 해당 시의 저자는 ‘박성우’라는 시인으로 추정할 수 있게 됐다. 다시 박성우, 삼학년, 초등학생으로 구글 검색을 하면 실제로 해당 시가 ‘삼학년’이라는 제목이며, 박성우 시인이 썼다는 걸 알 수 있다.
팩트체크넷의 ‘쉽게 따라하는 팩트체크 가이드북’은 “팩트체크를 시작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단순 정보’를 중심으로 검색해보는 것이다”라고 조언한다. 팩트체크 매체 뉴스톱의 송영훈 기자는 팩트체크넷과의 인터뷰에서 “의학이나 과학 같은 전문지식의 출처나 근거가 신뢰할 만한지 확인할 때, 해당 분야를 전문적으로 다루면서 국제기구, 공공기관, 학회 등인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사진으로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경우도 많다. 팩트체크 가이드북은 사진을 팩트체크 할 때 ‘사진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제목과 일치하는지’, ‘너무나 완벽하고 결정적인 장면은 아닌지’, ‘비현실적인 맥락은 아닌지’를 고려하라고 조언한다. 가령, 인터넷에 9·11 테러 3초 전에 찍은 사진이라고 올라온 사진은 ‘비행기가 날아오는데 사진을 찍었다’는 점과 ‘사고 현장 생존자의 사진이 정말로 유포된 건지’라는 점이 의심을 불러일으켰다.
이미지 출처 검색 사이트 틴아이(TinyEye)에서 검색하고 싶은 이미지를 올리면, 그 사진이 첨부된 가장 오래된 글부터 순서대로 목록에 뜬다. 가장 오래된 사진이 원본일 가능성이 높다. 구글 이미지 검색에서 이미지를 검색하면 해당 사진과 유사한 이미지가 업로드된 페이지가 뜬다. 결과물로 뜬 사진들을 보면 9·11 테러와 연관성이 없어 보인다.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주장은 여러 언론사가 팩트체크에 나선다. 정보의 진위가 의심스럽다면 이에 대한 팩트를 체크한 글이 있는지 확인하는 게 좋다. 팩트체크가 없다면 근거가 뭔지 작성자에게 문의할 수도 있다. 기사의 경우엔 본문 하단에 있는 기자 바이라인으로 문의 메일을 보내면 된다. 만족스러운 답을 얻지 못했다면, 정보의 출처인 기관에 묻는 것을 권한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에 따르면, 한국의 뉴스 신뢰도는 30%에 불과하다. 작년보다 2% 하락한 수치다. 언론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하면서, 기사를 그대로 믿는 사람도 적어졌다. 다만, 미디어 전문가들은 여전히 “기사 내용을 그대로 믿거나, 의견과 사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고 지적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의견은 사실과 다르다. 하지만, 사실처럼 보이는 의견도 존재하며, 매번 이를 구분하는 것도 쉽지 않다. “뛰어난 처세술이다”라는 문장은 주관적인 평가지만 이를 사실처럼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다.
팩트체크 전문가들은 “기자들은 기사를 작성할 때 ‘악마의 대변인(devil’s advocate)’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악마의 대변인이란 다수파를 향해 의도적으로 비판과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을 말한다. 기자가 세운 가설을 뒤집고, 뒤틀어서 객관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태도는 기사를 읽는 독자들이 팩트체크를 할 때도 유용하다. 기사를 작성하는 기자는 나쁜 의도가 없더라도 자신의 신념에 부합하는 증거만 모으는 ‘확증 편향’에 빠질 수 있다. 기사의 관점이 공평한지, 중요한 반론은 빠지지 않았는지, 출처는 신뢰할 수 있는지, 더 필요한 팩트는 없는지 독자도 계속 반론을 의도적으로 제기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악마의 대변인’이 되는 것은 팩트체크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글 / IT동아 정연호 (hoh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