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글·사진'도 AI가 만든다... "AI 창작물에도 약한 저작권 보호가 필요해"

정연호 hoho@itdonga.com

[IT동아 정연호 기자] 인공지능(이하 AI)이 만든 그림, 음악, 소설 등의 창작물에도 저작권을 인정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저작권은 사람의 개입이 전제되는 창작물에서 발생한다. AI를 통해 창작물을 만들 때 인간이 얼마나 개입했는지 여부를 따지기가 쉽지 않다. 다만, 인간이 AI를 도구로 활용해 창작물을 만들 때는 약한 저작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요하네스 베르메르 작가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토대로 인공지능 DALL-E가 배경을 창작한 그림. 출처 = 오픈AI
요하네스 베르메르 작가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토대로 인공지능 DALL-E가 배경을 창작한 그림. 출처 = 오픈AI

저작권법에 따르면, 저작물로 보호를 받으려면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이어야 한다. 저작물의 조건은 ‘창작물’과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일 것’이다. 창작성에 대한 명확한 판단 규정은 없지만, 다른 저작물과 차별성 있는 개인의 정신 활동이라면 창작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AI도 창작성 조건을 충분히 충족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AI 창작물도 인간의 지적 노력이 투입됐으며, 알고리즘으로 사람의 사상과 감정이 전달됐고, AI 알고리즘도 인간이 만들었기 때문이다.

저작권을 인정받으려면 사람이 창작을 주도해 감정과 사상이 표현된 저작물이어야 한다. AI가 자동으로 생성한 음악, 그림 등은 그 작품의 주체가 인간이 아니므로 현행법상 저작권으로 보호할 수 없다는 게 학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AI를 도구로 사용하고 인간이 창작을 주도했다면 저작물로 보호받을 수 있다. 다만, 인간이 얼마나 개입했는지 판단이 필요하다.

일부 저작권 전문가들은 AI 창작물에 약한 방식의 저작권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약한 방식의 저작권이란 기존 저작권 보호 기간인 ‘창작한 때부터 70년’보다 보호 기간을 짧게 하는 방식의 보호다. AI는 제한 없는 창작이 가능해 문화 산업을 독점할 수 있다. 저작물로 보호하더라도 AI 창작물은 저작권 권리 발생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언론, 법, 정보통신기술산업, 저작권관리, 콘텐츠 전문가 14명을 인터뷰한 이화여대 조연하 교수는 ‘인공지능 창작물의 저작권 쟁점’에서 “전문가들은 대체로 AI 창작물을 저작권법으로 보호하는 게 타당하다고 보았다”면서 “AI 창작물을 저작권으로 보호하더라도 보호 범위나 방식에 있어 인간 창작물과 차별을 둘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고 말했다.

다만, 저작권 전문가들은 “자율성이 강한 AI의 창작물은 차별적인 법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창작물을 보호하는 정도를 AI의 성능에 따라 단계적으로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AI는 성능에 따라 약한 AI와 강한 AI로 나뉜다.

약한 AI는 인간이 알고리즘, 데이터, 규칙을 입력하면 주어진 조건에서 문제를 해결한다. 이 경우엔 인간이 도구로 AI를 활용하는데, 인간의 정신적인 노력이 많이 필요하다. 강한 AI는 스스로 사고하는 지각력을 가지고 행동한다. 강한 AI의 경우엔 AI가 인간 대신 창작을 하기 때문에 인간에게 저작권을 허용해선 안 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출처=셔터스톡
출처=셔터스톡

한국저작권위원회의 전재림 책임연구원은 “현행법상, AI도 인간이 창작에 많이 개입하면 인간에게 저작권을 인정할 수 있다. 창작에 활용하는 도구인 한글이나 어도비로 창작을 해도 창작자에게 저작물을 부여하는 것과 마찬가지”고 말했다. 이어, “기술이 발전하면서 인간 대신 AI가 창작에 더 많은 개입을 하는 순간이 오면 저작권 어떻게 보호해야 하고, 누구에게 줘야 하는지 논의를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AI 창작물에 저작권을 인정해도 저작권자를 누구로 할지는 모호한 부분이 있다. 약한 AI의 경우 저작권자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인간의 개입이 필요 없는 강한 AI는 저작권자 지위를 부여해야 할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다만, 이를 위해선 AI에게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될 수 있는 법인격을 부여해야 할지에 대해 사회적인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

AI 창작에 기여한 사람에게 저작권을 부여할 때 그 대상은 프로그래머, 서비스 이용자가 거론된다. AI 개발자는 창작의 도구를 만들어낸 사람이지만, 개발자가 AI 창작 표현 방식에 얼마나 기여를 했는지 그리고 유일한 기여자인지 불확실한 상황이다. AI로 창작을 하는 이용자의 표현 방식이 창작에 더 큰 기여를 할 수도 있다. 현행법상으론 AI를 창작 도구로 활용하는 이용자에게 저작물에 대한 권리를 인정하는 게 가능하다.

한편, AI 창작물은 타인의 저작물을 허락 없이 사용해 학습하거나 기존의 저작물과 지나치게 유사해 저작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이에 대해 저작물을 허락 없이 학습 등에 이용하는 경우엔 AI 알고리즘 개발자에게 책임을 지울 여지가 있다. 다만, 기계가 자동으로 다른 저작물을 모아서 학습한다면 권리 침해가 인정되는지는 불분명하다.

AI 창작물은 저작권 침해 조건을 더 엄격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인간이 의도하지 않았어도 AI 알고리즘에 의해 유사한 작품이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알고리즘을 만드는 과정엔 많은 사람이 참여해 한 사람의 전적인 통제가 어렵다. AI를 통한 결과물이 어떻게 나올지를 정확하게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AI는 기존의 창작물을 기반으로 학습을 하기 때문에 유사한 작품이 나올 수밖에 없는 한계도 있다.

저작권 침해부터 창작자들이 설 자리를 잃게 된다는 것까지 AI 창작물에 대해 우려가 심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문화 산업 발전을 위해선 AI 창작물에 대한 보호를 포기할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강한 AI라고 해도 저작권을 지나치게 인간의 관점에서만 해석한다면, AI를 통해 대중이 향유할 수 있는 다양한 작품을 만든다는 중대한 가치를 무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AI창작물을 위해 저작권 침해 기준을 낮추면서 문화 산업을 발전시키는 게 옳은지는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한 문제다.

글 / IT동아 정연호 (hoh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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