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사진·예술 업계 발칵 뒤집다

[IT동아 차주경 기자] 인공지능이 사진·예술 업계에 파란을 일으켰다. 인공지능의 성능이 사진이나 그림의 일부를 조작하거나 변조하는 것에서 나아가, 스스로 창작할 정도로 강력해져서다. 인공지능이 만든 창작물을 보는 사진·예술 업계의 시선은 제각각이다. 이를 적극 받아들여 발전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 사람의 창작의 범위를 좁히고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며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맞선다.

사진·예술을 창작하는 인공지능 가운데 가장 잘 알려진 것이 오픈 AI의 ‘DALL-E’다. 이 인공지능은 사람이 입력한 문장을 토대로 그림이나 사진을 창작한다. 최근 오픈 AI는 DALL-E의 새 기능 ‘아웃 페인팅(Out Painting)’을 공개했다. 그림의 일부를 보고 빛과 그림자, 주변 사물을 상상해 DALL-E가 더 큰 그림을 창작하는 기능이다.

요하네스 베르메르 작가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토대로 DALL-E가 배경을 창작한 그림. 출처 = 오픈AI
요하네스 베르메르 작가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토대로 DALL-E가 배경을 창작한 그림. 출처 = 오픈AI

위 그림은 DALL-E에게 요하네스 베르메르 작가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제시한 후 아웃 페인팅 기술을 적용한 결과물이다. DALL-E는 소녀의 얼굴 주변 색상을 ‘분주한 주방’으로 해석하고, 거기에 어울리는 사물과 색상을 스스로 창작해 큰 그림으로 만들었다.

미국 콜로라도 주립 박람회 미술 대회에서는 인공지능 때문에 한 바탕 소동이 일어났다. 한 참가자가 인공지능 그림 생성 도구 ‘미드저니(Midjourney)’로 만든 그림을 미술 대회에 등록했는데, 이 작품이 디지털 아트 부문 1등상을 받은 것. 이 참가자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미술 작품과 인공지능 그림 생성 도구로 성과를 내 기쁘다고 밝혔다.

인공지능으로 만든 그림을 출품한 참가자를 비판하는 트위터리안. 출처 = 트위터
인공지능으로 만든 그림을 출품한 참가자를 비판하는 트위터리안. 출처 = 트위터

이 결과는 예술 업계에서 뜨거운 감자, 쉬이 비판하고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가 됐다. 한 예술 해설가는 이 결과가 사람의 창의성을 침범하고 나아가 창작과 예술 자체의 죽음을 불러올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인공지능은 그림 뿐만 아니라 사진도 창작한다. 사진 업계에서도 인공지능이 만든 사진을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과 이를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선다.

셔터스톡과 아이스톡, 어도비 스톡 등 스톡 이미지(공공, 개인 용도로 쓰는 판매용 사진)기업은 인공지능이 만든 사진을 창작물로 인정하고 정식 판매한다. 이전에는 인공지능의 성능이 낮아 해상도가 높은 사진을 만들지 못했지만, 지금 인공지능의 성능은 고해상도에 화질도 선명한 사진을 창작한다. 이에 스톡 이미지 기업들이 인공지능의 사진을 스톡 이미지로 인정, 판매하는 것.

스톡 이미지 사이트에서 찾은, 인공지능이 만든 사진. 출처 = 셔터스톡
스톡 이미지 사이트에서 찾은, 인공지능이 만든 사진. 출처 = 셔터스톡

물론, 인공지능이 만든 사진을 거부하는 곳도 있다. 사진가의 온라인 사진 포트폴리오를 제공하는 기업 ‘퍼플포트(PurplePort)’는 인공지능으로 만든 사진을 등록하면 삭제 조치한다고 밝혔다. 인공지능이 만든 사진은 흥미롭지만, 정직하고 활기찬 창작물을 모으려는 자신들의 커뮤니티와는 맞지 않는다고도 말했다.

영국 사진 작가 협회는 최근 영국 정부의 텍스트·데이터 마이닝 저작권 예외 조항에 큰 우려를 나타냈다. 이 조항은 인공지능을 가르치는 기계 학습 프로그램이 글이나 그림, 사진의 저작권을 적용받지 않도록 허용한다.

영국 사진 작가 협회는 “이 조항은 모든 창작자에게 심각한 위해를 가할 것이다. 사람이 오랜 시간 연구해 창작한 글이나 그림, 사진을 인공지능이 무차별 복제, 위조해서 순식간에 많은 양의 창작물을 만들면 사람이 설 자리는 없어진다. 기존의 창작물에 부여된 저작권도 순식간에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창작과 콘텐츠 제작의 판을 송두리째 뒤집는 행위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글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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